주파수 할당에만 4301억원 베팅
이통3사比 2배
인프라 구축 진정성 있어도
장비 단가 절감 필수적일 듯
삼성·에릭슨 대비
값싼 中 장비 이용 가능성
최악가정은 제4이통 外 다른 목적
스테이지X 로고. 스테이지X 제공
[파이낸셜뉴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스테이지X)이 제4이동통신사 최종 후보로 정해졌습니다. 스테이지X는 3개월 내 법인을 출범하고 5세대(5G) 이동통신 28㎓ 관련 서비스를 준비해 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전히 우려는 많습니다. 스테이지X가 할당대가에만 4301억원 이상을 베팅했기 때문입니다. 최저경쟁가의 6배 이상, 이통3사가 2018년 지불한 비용의 2배입니다.
미스테리하죠. 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주파수에 갑자기 나타난 작은 기업 중심의 컨소시엄이 주파수에만 4301억원을 쏟았으니까요. 이런 탓에 값싼 중국 장비를 도입하지 않겠냐는 추측까지 나오는 것 같습니다. 5G 28㎓와 스테이지X, 한번 살펴볼까요.
지난해까지 일부 지하철 노선에서 백홀 형태로 활용됐던 5G 28㎓. 뉴시스
■5G 28㎓는 '황무지'
이통3사가 5G 28㎓를 왜 포기했을까요. 해당 주파수를 활용한 마땅한 수익 모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스마트폰에서 경험이 가능한 5G는 28㎓대역보다 낮은 3.5㎓ 대역입니다. 28㎓ 주파수는 성능은 높지만, 3.5㎓보다 회절성이 낮고 도달거리가 짧아 망구축을 위해선 더 많은 장비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현재 국내에선 28㎓ 주파수를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도 없습니다. 단말 시장을 양분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국내에서 28㎓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공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전 세계 시장에서도 미국과 일본 정도밖에 없는데요. 이를 두고 한 제조사 관계자는 "그만큼 5G 28㎓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기가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도 해당 주파수만으로는 사업을 하기엔 한계가 있을 겁니다. 특히 대기업 그룹이 아닌 작은 기업은 더욱이 그럴 테죠.
제4이통 지원을 위한 정부의 중저대역 주파수 추가 할당도 당장 이뤄지지 않습니다. 중저대역 없이 28㎓만으로 얼마만큼의 수익을 만들 수 있을까요?
서상원 스테이지파이브 대표. 스테이지파이브 제공
■자본·투자 '의문투성이'
스테이지X는 아직 베일에 쌓여 있습니다. 투자자 구성, 자본의 원천, 미래 투자 세부 계획 등은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죠. 우리가 알고 있는 건 할당대가에 투입하겠다는 '4301억'이라는 숫자와 초라한 스테이지파이브의 실적지표입니다. 스테이지파이브는 2022년 기준 영업손실 55억원이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657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가깝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작년 구조조정에 대해선 "최근 일부 사업 조정에 따른 관련된 인원 10여명에 한해 조정 및 전환배치가 있었다.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수준의 내부 사업 조정 건"이라고 스테이지파이브 측은 설명했습니다.
이런 이들이 다른 대기업들도 마다한 주파수를 잘 활용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한윤제 스테이지엑스 입찰대리인이 5G 28㎓ 주파수 경매가 시작된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이티벤처타워에서 열린 신규사업자 경매에 참석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배후에 큰손? 아님 비용절감?…최악은 '먹튀'
컨소시엄에 스테이지X를 수천억을 넘어 수조원대를 지원할 '쩐주'가 있다면 모든 논란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할당 의무 조건 외 마케팅 비용 등까지 감안하면 더 많은 비용이 들 테니까요.
다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상황이 복잡해지죠. 만약 스테이지X가 최종적으로 제4이통 사업을 하고 싶다면 중저대역 주파수 할당 시까지 비용절감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돈을 벌리지 않는데 투자는 해야하기 때문이죠. 스테이지X가 3년 간 구축해야 하는 기지국 수는 6000개입니다.
여기에서 중국산 장비 도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데요. 5G 28㎓는 기지국 한대당 2000만~30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이통3사가 구축했던 28㎓ 장비를 기준으로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선 기지국당 3000만원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인프라 구축에 있어 단가를 줄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단가가 훨씬 낮은 중국산 장비를 쓰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박리다매 방식을 통신장비 시장을 공략하는 중국 기업과의 수요도 일치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례로 한국화웨이는 5G 국내 상용화 초기 일부 사업을 수주한 이후 마땅한 추가 사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화웨이 또는 ZTE 등 중국산 5G 28㎓ 장비가 유통된 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가격 비교는 어렵겠지만, 만약에 여건만 갖춰진다면 삼성전자, 에릭슨 등 경쟁사 대비 훨씬 싼 가격에 제공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생각입니다.
최악의 상황은 스테이지X가 순수 제4이통 준비 외 이번 자격 획득을 계기로 다른 마음을 먹고 있을 때일 겁니다. 할당의무도, 인프라 구축도, 적합한 서비스도, 할당대가 총 납부도 없이 기업가치만 부풀리려는 목적으로 제4이통 지위를 악용할 것이라는 가정인데요. 이런 대형사고에 대비한 안전장치도 필요해 보입니다.
스테이지X는 조만간 간담회를 통해 향후 전략을 밝힐 예정입니다.
스테이지X가 언급한 5G 28㎓의 미래가치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자세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IT한줄평: '리얼 5G 사기' 말고 '리얼 5G 서비스'로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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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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