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기원설 논란 '울산 동백'... 그냥 일본산 동백나무였다

울산역사연구소, '울산 동백' 기원설 고증 결과 발표
1992년 일본 교토 지장원에서 가져온 동백 묘목 '울산 동백' 후손 근거 없어

임진왜란 때 가토 기요마사가 울산에서 반출했다는 이야기도 근거 못 찾아

울산시 '울산 동백' 명칭 사용 지양 또는 신중 기할 것

기원설 논란 '울산 동백'... 그냥 일본산 동백나무였다
지난 1992년 일본 교토 지장원에서 울산으로 가져온 뒤 '울산 동백'으로 불려 온 일본의 '오색팔중산춘’이 울산시청 광장 화단에 피어 있다. 오색팔중산춘’은 여러 가지의 색이 여러 겹의 꽃잎으로 피어나 한 잎씩 떨어지는 동백이라는 일본식 한자 이름이다. 울산역사연구소 고증 결과 이 동백은 '울산'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반출된 울산의 동백나무라는 이야기의 근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울산시는 기원설에 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울산 동백’의 정확한 역사적 배경 등을 연구 검토한 이 같은 내용의 울산역사연구소 고증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현재 '울산 동백'으로 불리는 동백은 일본에서 ‘오색팔중산춘(五色八重散椿)’으로 불리고 있다. 여러 가지의 색이 여러 겹의 꽃잎으로 피어나 한 잎씩 떨어지는 동백이라는 의미의 일본식 한자 이름이다.

지난 1992년 울산의 한 방송국 보도국장이 일본 교토의 한 작은 절인 지장원(地蔵院)에서 동백나무의 어린 묘목을 울산으로 가져와 심었다. 당시 지장원 산문 옆에는 교토시가 제작한 안내판이 있었는데 이곳 동백에 대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기진(寄進)했다고 전해진다”라는 설명이 있었다. 기진이라는 말은 사찰이나 신사 등에 금품을 기부, 봉납한다는 의미이다.

이후 울산에서는 지장원 안내판의 설명에다 임진왜란 때 울산왜성을 축조하고 주둔했던 가토 키요마사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진상하기 위해 희귀한 동백을 모조리 캐서 반출했다는 일본 내의 이야기가 더해져 '울산 동백'은 실제 존재하며 지장원에서 가져온 동백나무가 그 후손이라는 이야기로 굳어졌다.

이후 이 동백은 '울산 동백' 불리며 울산 중구의 '구화'가 되었다. 근거는 없었지만 "울산에 자생한 희귀한 동백 품종으로 역사성이 있다"라는 지정 이유를 덧붙였다. 또 울산의 한 다도 모임에서는 꽃이 피는 봄마다 울산시청 정원에 심어진 이 동백에게 다례까지 지내고 있다.

기원설 논란 '울산 동백'... 그냥 일본산 동백나무였다
울산시청 광장에 심어져 있는 '울산 동백'

기원설 논란 '울산 동백'... 그냥 일본산 동백나무였다
'울산 동백' 식수 경위가 적힌 안내판.


기원설 논란 '울산 동백'... 그냥 일본산 동백나무였다
'울산 동백'으로 불려 온 일본의 '오색팔중산춘’ 울산시청 광장 화단. 사진=최수상 기자

하지만 울산시는 이날 자료를 내고 일본에서 가져온 동백과 울산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울산시는 "울산역사연구소(소장 한삼건) 연구 결과 현재 일본 지장원에서 키우고 있는 소위 ‘울산 동백’이라고 부르는 ‘오색팔중산춘’과 관련해서 명확한 역사적 사료와 학문적 근거가 드러난 것을 찾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울산으로 가져온 동백인 ‘오색팔중산춘’을 ‘울산 동백’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것 또한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울산역사연구소의 의견도 함께 덧붙였다.
일본 '오색팔중산춘'의 울산 기원설은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오히려 관광객을 겨냥한 일본 현지인들이 지어낸 이야기라는 일각의 주장이 오히려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울산 동백 관련 명칭 사용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이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를 지역 각 기관 및 단체에 공유했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