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포드대, 5년간 온실가스 배출량 조사해 발표
메탄 농도 산업화 이전보다 2.6배… 80만년간 가장 높아
21세기 말까지 온도 3도 이상 상승 가능성 크다고 경고
메탄은 방출 후 첫 20년간 대기가열이 이산화탄소 90배
폭염 속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추석이 일주일 남았습니다. 그런데 날씨는 아직까지 한여름입니다. 오늘도 서울 기온이 34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11일엔 서울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가 85년 만에 가장 더운 가을이라고 합니다. 유럽연합(EU) 기후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서는 올여름 북반구의 기온이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고 했습니다.
또 역대급 태풍들이 이웃인 일본과 중국을 강타해 피해가 상당했습니다.
왜 이렇게 날씨가 변했을까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입니다. 날씨가 더워지니 에어컨을 더 많이 사용하다 보니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메탄을 줄여서 기후위기를 막자,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195개 국가들이 모인 지난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 변화 국제 회의에서 150개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고 서약했습니다. 이후 과학자들이 연구 조사한 결과, 지난 5년동안 메탄 배출량은 오히려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폼염을 알리는 온도계. 뉴시스
■21세기 말엔 3도 상승
미국 스탠포드대학과 예일대, 프랑스 파리-사클레대학, NASA, 일본에 있는 과학자들은 10일(미국시간) 국제학술지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서 "메탄 배출이 현재 기후 과학자들이 제시한 가장 극단적인 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세계 메탄가스 농도가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2.6배 증가했으며, 이는 80만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대로라면 21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는 섭씨 3도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스탠포드대 롭 잭슨 교수는 "지금의 메탄감축 서약 목표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만큼이나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러한 상황이 신기루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메탄가스 배출. 뉴시
■화석 연료, 농업, 폐기물… 인간 활동이 원인
메탄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존재하지만 그 영향력은 강력한 온실가스입니다. 특히, 메탄은 방출 후 첫 20년 동안 대기를 이산화탄소보다 약 90배 더 빠르게 가열합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메탄 배출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메탄 배출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메탄 배출량은 오히려 6100만t, 20% 증가했습니다. 주요 원인은 석탄, 석유 및 가스 등 화석 연료 생산과 사용, 가축 사육, 그리고 폐기물 매립지에서 분해되는 음식물과 유기 폐기물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간이 건설한 저수지에서만 매년 약 3000만t의 메탄이 방출됩니다. 이는 물에 잠긴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메탄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잭슨 교수는 "댐 저수지에서 나오는 배출량은 소나 석유 및 가스전에서 나오는 메탄 배출만큼이나 인간 활동의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최근 몇 년간 습지와 담수에서 나오는 메탄 배출량의 약 3분의 1이 저수지, 비료 유출, 폐수, 토지 이용, 그리고 기온 상승 등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기온상승 1.5도 임계점에 도달
세계는 현재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까지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이 수치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한 것으로, 1.5도를 넘으면 극단적인 기후 변화가 급격히 심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염과 극심한 기상 현상이 나타나며 기후 변화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메탄은 단기적으로 지구 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메탄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이러한 기후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역시 지구 온난화가 1.5도를 넘어설 경우, 폭염, 가뭄,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지난 9월 2일 제11호 태풍 '야기'의 영향으로 필리핀 마닐라에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현지 어린이들이 마닐라만을 따라 폭풍해일을 헤치며 걸어가고 있다. 이날 야기가 필리핀을 덮치면서 수도권 학교들이 수업을 중단하고 일부 항공편이 결항했다. 연합뉴스
■암울한 전망
현재의 메탄 배출 증가 추세가 계속된다면, 지구 온도는 이번 세기 말까지 3도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단순히 기온 상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더욱 빈번해지고, 생태계 파괴와 식량 부족, 경제적 피해가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메탄은 단기간에 대기를 가열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지금 메탄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더 심각한 기후 재앙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150개국이 메탄 배출을 30%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배출량이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과학자들은 농업, 화석 연료, 폐기물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탄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정책과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탄소 배출 감소와 더불어, 메탄과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신속히 줄이는 것이 지구의 기후를 안정시키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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