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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金 "일·가정 양립" 외치지만 기업참여 이끌 대책엔 침묵 [대선에서 밀린 저출생 공약]

이재명 대표공약은 아동수당 확대
김문수는 0~17세 자산형성 지원
국회 추산으로 수조원 필요한데
재원마련 방법 빠져 실효성 의문
기업 인센티브 방안도 언급 없어
전문가 "근로환경 개선 우선돼야"

李·金 "일·가정 양립" 외치지만 기업참여 이끌 대책엔 침묵 [대선에서 밀린 저출생 공약]
저출생 해법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던 지난 22대 총선과 달리 이번 6·3 조기대선에서는 관련 논의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구호는 여전하지만, 실효성 관점에선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원마련 계획과 일·가정 양립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행안보다 재정지원에 집중

27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3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저출생 정책과 관련해 향후 더 강화해야 할 분야'로 일·가정 양립(28.5%)이 꼽혔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 경력단절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다.

대선 후보들도 저출생을 최대 위기로 지목하면서 주요 10대 공약에 관련 정책을 포함시켰다. 다만 직접적 재정지원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주요 저출생 해결 공약으로는 '아동수당 확대'와 '우리아이자립펀드'의 단계적 도입이 꼽힌다. 이는 민주당이 지난 총선부터 제시한 정책으로 국가가 양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자산형성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아이자립펀드는 0세부터 18세까지 아동 전체를 대상으로 매달 10만원씩 국가가 정부지원금을 지급하면 부모 등 보호자도 월 10만원 이하의 금액을 납입하는 방식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유사한 방식의 '우리아이 첫걸음 계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0~17세 모든 아동이 매월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동일 금액을 지원, 약 5000만원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재원확보·기업참여 등 세부안 필요

문제는 재원마련 방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민주당이 아동수당 확대 공약을 이행하려면 연평균 5조78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국민의힘의 자산형성 공약은 연평균 7조1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저출산 예산이 48조2000억원임을 고려할 때 두 공약 모두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일·가정 양립의 핵심인 돌봄 지원과 관련해서는 양당 모두 의지를 드러냈다. 구체적으로 이 후보는 △공공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강화 △지자체 협력형 초등 돌봄 △초등 방과후학교 수업료 지원 확대 △정부 책임형 유보통합 등 국가 책임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아이돌봄과 관련해 △민간 서비스 확대 △민관 통합앱 구축 △본인부담금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제시했다.

다만 일·가정 양립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기업에 대한 의무규정은 빠져 있다. 국민의힘은 평소 근무시간의 절반을 근무해 육아휴직 기간을 보낼 경우 휴직 기간을 2배 연장하는 '시간 반반 육아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기업의 참여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아울러 양당 모두 중소기업 육아 동료수당 활성화, 가족친화 중소기업 법인세 감면정책 등 기업 인센티브나 페널티 방안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금성 지급을 늘리는 방식보다는 돌봄 서비스 확대, 휴직 활성화, 노동시간 단축 등 근본적인 근로환경 개선이 저출생 해결에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송다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업은 국가가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인식 탓에 일·가정 양립과 관련한 제도를 강제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그럼에도 실제로 얼마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지, 복직 이후 어떤 대우를 받는지가 저출생 해결에 중요한 만큼 기업 공시 등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