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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들이받은 머스크, 하루만에 재산 46조원 '증발'

트럼프 들이받은 머스크, 하루만에 재산 46조원 '증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테슬라 모델S 시승 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발언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테슬라 차량을 구매하는 이유는 이 차가 훌륭하기 때문이고, 머스크가 이 일에 자신의 에너지와 인생을 바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한 때 '브로맨스'를 자랑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간) 서로에 대해 수위 높은 비난 공방을 벌이면서 테슬라 주가가 15% 가까이 급락했다. 이로 인해 이날 하루동안 머스크가 날린 재산은 340억달러(약 46조17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머스크가 보유한 스페이스X 등 비상장 기업 가치 하락까지 고려하면 재산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테슬라 주가 15% 가까이 폭락..머스크 재산, 하루새 46조 '증발'

야후파이낸스 등 복수 외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4.26% 급락한 284.70달러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30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9일(298.26달러) 이후 한 달 만이다.

테슬라 주가는 개장 당시 3% 하락 출발했다. 이후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이 날 선 공방을 벌이자 낙폭이 커지면서 17% 이상 떨어진 273.21달러까지 내려갔다가 소폭 반등한 수준에서 마감했다.

테슬라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520억달러(약 206조원)이 증발, 9170억달러를 기록했다.

머스크가 트럼프 감세안 등을 연일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했다. 이에 테슬라의 사업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주가 급락으로 머스크도 '세계 1위 부자' 체면을 구기게 됐다. 머스크가 이날 하루동안 날린 재산은 34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loomberg Billionaires Index)에 기록된 사상 두 번째로 큰 손실이다. 가장 큰 손실 역시 머스크가 지난 2021년 11월에 기록했다.

머스크가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기업들의 가치 손실까지 합하면 재산 증발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12월 내부 지분 매각 당시 3500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시 지분 매각으로 머스크 자산이 500억달러 늘어나기도 했다.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 상승은 트럼프 정부 영향이 컸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00회계연도 이후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받은 미국 연방의 비기밀 계약 총액은 225억달러에 달한다.

인공지능 및 소셜미디어 기업인 xAI홀딩스 역시 이번 갈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자산이 경쟁사인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 그룹에 묶여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최근 6억5000만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90억달러로 평가받은 뇌 임플란트 스타트업 ‘뉴럴링크’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FDA(미국 식품의약국)와 같은 국가 기관을 이용해 공격할 경우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주군과 최측근'이었다가 '원수'된 두 사람, 원인은 감세안?

한때 '주군(主君)과 최측근'으로 불리던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는 공개 설전을 벌이며 서로를 향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지난달 30일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특별공무원으로서 정부효율부(DOGE)의 연방정부 구조조정 작업을 수행하다 물러난 뒤 1주일도 안 된 시점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 법안을 계기로 표출됐다. 해당 법안은 소득세율 인하 등 연말에 종료되는 트럼프 1기 감세법의 주요 조항을 연장하고,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미국산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3일 엑스에 글을 올려 “더는 참을 수가 없다. (감세 법안이) 거대하고, 터무니없고, 온갖 선심성 지출로 가득 찼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뒤인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머스크에게 매우 실망했다. 그는 감세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론(머스크)과 나는 좋은 관계였다. 우리(관계)가 더 이상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놀랐다"라고 말해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 같을 수 없음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일론을 많이 도와줬다"며 "그는 나에 대해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말했고 개인적으로 나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것(나쁘게 말하는 것)이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자신을 비판한 이유로 △전기차 보조금 혜택 폐지와 △머스크가 지지한 인사의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 철회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임기를 의도치 않게 끝내게 된 것 등을 꼽았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자 엑스를 통해 즉각 반발했다.

머스크는 "이 법안에서 전기차·태양광 인센티브 삭감을 유지해라. 하지만 법안 속의 역겨운 특혜의 산더미를 차버려라"라면서 "크고 추악한 법안 또는 얇고 아름다운 법안 중 하나를 가져야 한다. 얇고 아름다운 것이 정답이다"라고 썼다.

그는 또한 자신이 이 법안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도 "거짓"(False)이라며 "이 법안을 내게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고, 의회에서 거의 아무도 읽어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한밤중에 통과됐다!"고 반박했다.

■머스크 "트럼프 탄핵" vs 트럼프 "머스크 미쳐버렸다"

머스크는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의 도움 없이도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도 발끈하며 해당 발언 영상에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졌을 것이고, 민주당은 하원을 장악했을 것이며, 공화당은 상원에서 51대 49가 됐을 것"이라고 답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아주 배은망덕하다"(Such ingratitude)고 쏘아붙였다.

머스크는 "미국에서 실제로 중간에 있는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가 되었나?"라는 질문과 함께 엑스 이용자들에게 찬반을 묻는 온라인 설문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머스크의 반응에 다시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내가 그에게 떠나라고 요청했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전기차를 강요하는 정책을 빼앗았다"며 "그리고 그는 그저 미쳐버렸다!(he just went CRAZY!)고 재반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우리 예산에서 수십억달러를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끊는 것이다. 난 바이든(전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늘 놀라웠다"며 머스크 소유 사업체와 맺은 연방 정부 계약 파기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곧바로 "대통령의 정부 사업 취소 발표에 따라 스페이스X는 드래건 우주선 철수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머스크는 또한 보수성향 정치평론가의 '트럼프는 탄핵돼야 한다'는 엑스 게시글을 재게시하면서 "예스"라고 적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대외 경제 정책인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관세로 올 하반기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고 비난했다.

머스크는 심지어 "큰 폭탄을 투하할 때가 왔다. 트럼프는 '엡스타인 파일'에 (이름이) 있으며, 이게 (파일을) 공개하지 않는 진짜 이유"라며 폭로성 주장까지 펼쳤다. 미성년자 성 착취 등으로 2019년 수감 생활 중 극단적 선택을 한 미국 금융 거물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은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트럼프 감세안이 통과될 경우 테슬라의 연간 이익이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 감소를 추산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앞으로 테슬라의 로보(무인) 택시 사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머스크와 함께 실리콘밸리 파워하우스 '페이팔 마피아'의 핵심 구성원인 피터 틸이 창업한 인공지능(AI) 방산업체 팔란티어 주가도 이날 7.77% 하락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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