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틱톡 등 SNS에서 바나나 껍질을 얼굴에 문지르면 보톡스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5일 뉴욕포스트,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인플루언서들은 영상을 통해 바나나 껍질이 각질을 제거하고, 주름을 개선하며, 피부를 빛나게 하는 ‘천연 보톡스’로서 노화 방지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플루언서들은 잇따라 영상을 통해 실제 후기를 담았다. 인플루언서 칼리 톰슨은 자신의 SNS를 통해 “몇 달 전부터 매일 아침 바나나 껍질을 얼굴에 문질러 왔다”며 “피부가 전보다 더 빛나고 건강해진 느낌”이라고 주장헀다. 셀리나달리시바는 바나나 껍질의 안쪽 면을 얼굴에 문지른 뒤 10분 후 씻어내는 방법을 소개하며 "바나나 껍질이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모공을 조여 보톡스와 같은 효과를 준다"고 말했다. 이어 "바나나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노화 방지에도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인플루언서 케이트 역시 “단순히 바나나 껍질 안쪽을 얼굴 전체에 문지르면 된다”며 “각질 제거와 수분 공급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바나나 껍질에는 천연 보톡스 역할을 하는 효소가 포함돼 있다. 미세한 주름과 잔주름을 개선하는 데 좋다”고 했다. 그러나 피부과 전문가들은 바나나 껍질이 실제로 보톡스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없고, 껍질을 피부에 대고 문지르면 오히려 피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토론토 피부과 전문의 기타 야다브 박사는 "보톡스 주사와 동일한 효과를 내는 식품이나 보충제는 없다"며 "바나나 껍질에 항산화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만, 피부에 보톡스 수준의 효과를 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데일리메일은 "바나나 껍질 피부 관리법이 인기를 끌게 된 건 바나나에 피부를 밝게 하고 주름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항산화제인 루테인 성분이 들어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바나나 껍질에 루테인 성분이 들어있지만 피부에 직접 문지르면 제대로 흡수되지 않고, 루테인 성분의 농도 역시 눈에 띄는 결과를 낼만큼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부과 의사 테일러 블록 박사는 “얼굴에 바나나 껍질을 문지르는 것이 주름이나 다크서클, 염증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며 "항산화제가 풍부한 화장품을 바르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실제 항산화 성분은 바나나 껍질뿐만 아니라 블루베리, 녹차, 코코아 등에도 함유되어 있으며 활성산소로 인한 피부 손상을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바나나 껍질을 피부에 문지르는 것만으로 항산화 성분이 피부 깊숙이 스며들어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제대로 세척하지 않은 껍질을 사용하면 잔류 농약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2-05 15:10:59[파이낸셜뉴스] 최근 미국 인플루언서들 사이 이른바 '바나나 껍질' 미용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24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케이티 제인 휴즈(Katie Jane Hughes)'는 이달 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천연 보톡스 효과'를 보여주겠다면서 바나나 껍질을 얼굴에 문대는 영상을 게재했다. 그는 해당 영상에서 '얼굴에 바나나 껍질을 바르면 피부가 더 부드러워지고 모공이 팽팽해지며, 얼굴이 더 끌어올려진다'고 주장했다. 해당 영상은 75만회 이상 조회되면서 인기를 얻었다. 해당 영상 확산 이후 미국 등 해외 인플루언서들 사이 노화를 방지하는 '자연 보톡스'라면서 바나나 껍질을 얼굴에 바르는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은 '바나나 껍질 보톡스'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피부과 전문의 '기타 야다브' 박사는 자신의 틱톡 계정에 올린 글에서 "보톡스 주사와 같은 효과를 주는 식품 보조제는 없다"며 "바나나 껍질이 항균작용을 하지만 효과가 너무 미미해 당신이 알아차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나나 껍질 대신 비타민 C세럼을 한 번 더 바르라고 조언했다. 바나나 껍질에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지만 껍질을 얼굴에 문대는 방식으로는 피부에 흡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여전히 SNS에서 바나나 껍질 보톡스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용법이 아닌 일종의 재미나 놀이 성격으로 SNS에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ㅏ.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4-25 10:39:19[파이낸셜뉴스] “바나나 껍질”(香蕉皮) “새우 이끼”(虾苔) 지난달 26일~28일 중국에서 벌어진 ‘백지혁명(白紙革命)’ 시위에 등장한 문구이다. 우리말로 보면 무슨 의미인지 몰라 갸우뚱할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시위에 참가한 중국 시민들이 당국의 검열과 단속을 피하기 위해 고안한 ‘암호 구호’이다. 뜻은 전혀 다르지만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활용해 “시진핑 하야”를 외친 것이다. 바나나 껍질은 중국어로 샹자오피(香蕉皮)다. 이 단어의 중국 한어병음 표기 초성 이니셜은 ‘시진핑(習近平)’과 같다. 새우 이끼는 중국어로 샤타이(虾苔)인데, 하야라는 뜻의 샤타이(下台)와 발음이 같다. 뜻은 전혀 다르지만 발음만 보면 중국인들에겐 ‘시진핑 하야’로 읽히는 문구다.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 학생들은 우주의 팽창 속도를 측정하는 ‘프리드만 방정식’이 적인 A4용지를 꺼내들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프리드만 방정식에서 ‘프리드만’의 발음은 ‘자유를 얻은 자’라는 뜻의 영어단어인 ‘Freed man’과 유사하다. 검열과 통제가 당연시 여겨지는 중국 사회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어난 ‘백지 시위’가 잠재된 변화 욕구를 분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언어 유희와 풍자를 통해 중국 시민들이 이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길거리 시위에 나설 경우 구금과 체포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에서 창의적인 우회로 찾기에 성공한 셈이다. 시위대가 단속에 맞서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반어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경찰이 ‘봉쇄 철회’를 외치지 말라고 하자, “봉쇄를 더 해달라” “코로나19 검사를 더 많이 하고 싶다!”고 외치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선 “맞다 맞다 맞다” “좋다 좋다 좋다”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 등 긍정적인 중국어 표현을 반복적으로 수십 차례 적어 당국의 온라인 검열을 피하는 방법의 반어법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2-12-07 08:40:18[파이낸셜뉴스] 바나나 껍질이 비만 예방을 도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전(前) 지방세포에서 지방세포로 바뀌는 과정을 차단하는 성분이 바나나 껍질에 함유돼 있다는 것이다. 10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경남대 바이오융합학부 김교남 교수팀이 바나나 껍질이 지방세포의 증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 결과 '바나나 껍질 추출물의 항비만 활성'은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일반적으로 비만은 섭취 열량을 줄이거나 체지방 분해를 촉진하거나 지방 합성 억제 등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최근엔 전(前) 지방세포가 지방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을 차단해 비만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지방세포로의 분화가 원활하게 이뤄지면 비만이 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바나나 껍질 추출물이 지방세포로의 분화를 일부 차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백색 지방세포 생성을 억제해 비만 예방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김 교수팀은 신선한 바나나 껍질과 2일간 실온에서 숙성시킨 껍질의 비만 억제 효과를 비교했다. 노랗게 익은 바나나 껍질 추출물의 비만 억제 효과가 신선한 껍질보다 높았다.김 교수팀은 논문에서 "바나나가 익는 도중 바나나 껍질에 존재하는 타닌 성분이 분해되면서 비만 억제 효과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바나나 총 중량의 60~70%는 과육, 30~40%는 껍질이 차지한다. 대부분 폐기되는 바나나 껍질엔 타닌·플라보노이드 등 항산화 성분과 식이섬유 등 건강에 유익한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바나나 껍질처럼 지방세포로의 분화 과정을 억제하거나 지연시켜 비만 예방을 돕는 물질로 포도 껍질과 카레의 웰빙 성분인 커큐민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바나나는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는 과일로 대부분 생과나 디저트로 이용된다. 바나나 자체가 비만 예방에 효과적이란 연구 논문도 나와 있다. 최근엔 지방의 과산화 억제, 항산화 효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 제2형(성인형) 당뇨병 조절 등 바나나의 다양한 웰빙 효과를 증명한 연구 논문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2021-04-09 09:09:30스티븐 브루쉐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거주하는 예술가다. 그의 작품 재료는 캔버스나 나무가 아닌 열대 과일인 '바나나'. 7년 동안 바나나 껍질에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그는 바나나 예술가로 불린다. 그가 바나나와 인연을 맺은 것은 SNS에서 시작됐다. 우연히 먹기 위해 식탁에 놓아둔 바나나 껍질을 벗겨 그림을 그린 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스티븐은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뭔가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 소개하고 싶었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onnews@fnnews.com 디지털뉴스부
2018-04-03 10:28:38정체된 도로 위 차 안에서 바나나 껍질을 벗겼다는 이유로 교통범칙금을 물게 된 한 영국 여성의 사연이 전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엘사 해리스(45)라는 이름의 여성은 최근 잉글랜드 도싯 카운티 크라이스트처치의 한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 다소 황당한 경험을 했다. 간병인으로 일하는 엘사는 바쁜 일 때문에 종종 차 안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이날도 엘사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교통체증 때문에 차가 막히자 그 틈을 타 바나나를 먹으려고 했다. 바나나를 먹기 위해 껍질을 까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경찰차가 쫓아와 그녀를 멈춰 세웠고 차에서 내린 경찰은 부주의한 운전을 했다며 벌금 100파운드(약 17만원)와 교통 위반 점수 3점 감점 또는 안전운전교육을 받으라고 명령했다. 경찰은 엘사가 운전 도중 운전대에 손을 올려놓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운전자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고, 엘사는 차가 막혀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엘사는 "바나나 껍질은 이미 집에서 벗겨온 상태였고 단지 조금 남아있던 부분을 마저 떼어내려고 했던 것"이라며 "경찰은 나를 마치 범죄자처럼 여기고 내가 매우 위험한 사람인 것처럼 취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운전자들이 차 안에서 밥을 먹고 문자를 보낸다. 심지어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바나나를 먹는 것이 운전과 교통체증에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모르겠다"며 "평생동안 이렇게 비싼 바나나를 먹어보기는 또 처음이다"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사실 차 안에서 무언가를 먹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운전을 하면서 음식을 먹거나 다른 행동을 하게 되면 집중력이 떨어져 그만큼 사고의 위험이 높다고 여기고 있다. 도싯 카운티 경찰은 현재 이와 관련해 조사 중이라며 자세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한편, 이에 앞서 지난 2013년 11월 영국 에딘버그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차 안에서 시리얼을 먹다 적발돼 부주의한 운전으로 기소된 바 있다. kjy1184@fnnews.com 김주연 기자
2015-06-29 09:33:11각종 채소와 과일 껍질이 수북하게 쌓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여기 주목해보자. 버려지는 껍질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쓰레기 양을 줄일 수 있다. 감자에서부터 바나나, 오렌지 껍질까지, 과일과 채소 껍질을 200% 활용하는 노하우를 전한다. #감자 감자껍질은 각종 물때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된다. 물이 자주 고이는 싱크대나 화장실 타일에 감자껍질 안쪽 면을 대고 문지르면 물때를 말끔히 제거할 수 있다. 감자껍질을 사용하면 수세미를 사용할 때와 달리 싱크대에 흠집이 생기지 않아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설거지를 할 때도 감자껍질을 활용해보자. 기름때가 낀 그릇을 감자껍질로 한번 닦아낸 다음 설거지를 하면 기름기와 음식냄새가 말끔하게 사라진다. 또한 감자껍질을 작은 크기로 잘라 컵에 넣은 후 물을 부어 흔들면 유리컵이 깨끗하게 세척된다. 만약 유리컵의 얼룩이 심해 한 번에 닦이지 않으면 갑자껍질과 물을 며칠간 담가두면 된다. #바나나 바나나 껍질은 악취제거에 효과적이다. 바나나 껍질을 잘 말린 뒤 음식물 쓰레기통이나 배수구 등 악취가 심한 곳에 약 2~3일간 두면 좋지 않은 냄새가 사라진다. 좀 더 강력한 방향효과를 원한다면 바나나 껍질과 소주를 활용해보자. 얼린 바나나 껍질과 소주를 섞어 믹서기에 간 후 컵에 담아 악취가 심한 곳에 놓으면 냄새가 한결 가신다. 가죽제품에 얼룩이 묻었을 때도 바나나 껍질을 이용하면 된다. 가죽의 더러워진 부분을 바나나 껍질 안쪽 면으로 문지른 다음 천으로 가볍게 닦아내면 얼룩은 사라지고 가죽의 윤기는 살아난다. 팩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먼저 바나나 껍질을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만든다. 그 후 바나나의 안쪽 면을 얼굴에 부드럽게 문질러주고 이어서 세안을 하면 피부 진정에 도움이 된다. 또한 바나나 껍질의 하얀 부분에 설탕을 뿌려 몸에 문지르면 바디 스크럽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오렌지 전자레인지의 음식냄새는 오렌지 껍질을 이용해 간단하게 없앨 수 있다. 오렌지 껍질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약 30초간 돌리면 냄새가 말끔하게 사라진다. 그릇에 남은 생선 비린내나 잡내 역시 오렌지 껍질을 이용해 문질러주면 냄새가 손쉽게 제거된다. 방향효과도 있다. 먼저 오렌지 껍질을 잘게 썰어 전자레인지에 약 20초간 돌린다. 그 후 수분이 제거된 오렌지 껍질을 햇볕에 말려 딱딱하게 만든 다음 믹서에 간다. 곱게 갈린 오렌지 껍질을 주머니에 담아 집안 곳곳에 두면 향기로운 냄새로 공간을 채울 수 있다.
2014-09-26 09:18:27[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 어떤 노부인이 거의 일주일째 대변을 보지 못했다. 전에도 간간이 변비가 있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대변을 보지 못한 적은 처음이었다. 노 부인은 갑자기 배와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서 속이 느글거린다고 하면서 먹지를 못했다. 노부인의 아들은 어머니의 변비를 치료하기 위해서 민간에서 변비에 좋다는 약초를 구해왔다. 바로 대황(大黃)이었다. 대황은 원래 막힌 것을 잘 뚫어 주고 덩어리를 풀어지기 때문에 열성 변비에 먹으면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 난리를 평정하는 효과가 있다가 해서 일명 ‘장군풀’이라고 부른다. 아들은 대황을 끓여서 어머니에게 드렸다. 노모가 한입 먹어 보니 맛이 매우 썼는데 그래도 아들이 변비에 좋다니 눈을 찔끔 감고 마셨다. 노모는 대황탕을 한 사발 마시자 배가 좀 아파졌고 장에 경련이 일어나는 듯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시원하게 설사를 했다. 설사는 나오다 못해 맑은 물까지 나왔다. 아들이 “이제 어머니의 변비가 나은 것 같습니다.”라고 좋아했다. 그러나 노모는 설사를 한 후 변비가 전보다 더 심해졌다. 아들은 다시 대황을 더 많이 끓여서 드렸다. 그랬더니 더 심하게 설사를 하고서는 변비는 더욱 심해졌다. 노모는 배가 아파서 더 이상 못 먹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아들은 어쩔 수 없이 노모를 모시고 약방을 찾았다. 아들은 의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의원은 “노인의 변비에는 원래 대황을 처방하면 안되네. 노인의 변비는 주로 진액이 부족한 것이 원인인데, 대황을 쓰면 심한 설사로 진액을 소모시키니 오히려 변비가 심해진다네. 대황처럼 강한 약 대신에 대장을 부드럽고 촉촉하게 해 줘야 하네.”라고 했다. 의원이 진찰을 해 보더니 “어머니는 장이 건조함으로 생긴 변비네. 이런 노인성 변비가 생기면 기가 가슴 속에 몰리면 배가 불러 오르면서 메스꺼워 먹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네. 기가 상기되어 정수리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깨끗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 이때 열성 변비에 사용하는 대황을 잔뜩 달여 먹였으니 진액이 소모되면서 증상이 오히려 악화된 것이네.”라고 했다. 아들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이 때 몇 가지 약재를 넣어 죽을 만들어 두어번 먹으면 하기가 되면서 굳은 대변 덩어리가 10여 개가 나온 다음 대변이 시원하게 나오게 될 것이네. 그럼 불편한 증상도 모두 사라질 것이네.”라고 했다. 의원이 건네 준 처방은 바로 차조기씨와 삼씨였다. 아들이 “이것을 어떻게 먹는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이것들을 각각 같은 양으로 해서 가로 찧어 물에 넣고 걸러서 즙을 짜내네. 여기에 멥쌀가루를 좀 넣고 죽을 쑤어 먹으면 되네. 변통이 되더라도 오랫동안 먹으면 더 좋다네.”라고 했다. 의원의 처방은 바로 일명 소마죽(蘇麻粥)이었다. 소마죽은 기를 잘 돌게 하고 대변을 잘 나가게 하는데 늙은이와 허한 사람이 풍비(風秘, 건조함에 의한 변비)와 혈비(血秘, 혈허로 인한 변비)로 대변 보기 힘든 것과 산후에 생긴 변비를 치료하는 처방이었다. 소마죽은 왕의 변비에도 처방될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아들은 재차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서는 노모를 모시고 집으로 향했다. 노모와 아들이 간 후에 의원의 제자가 묻기를 “스승님, 차조기씨를 처방하셨는데, 어떤 약재입니까?”하고 물었다. 의원은 “차조기씨는 자소자(紫蘇子)라고 하는데, 바로 자소엽의 씨앗을 말한다. 차조기씨는 기운이 치밀어 오르며 기침이 나는 것을 치료하는데도 좋고, 하기작용이 강해서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 또한 폐기로 숨이 찬 데도 쓰고 목이 칼칼하여서 막히는 매핵기에도 좋다.”라고 했다. 그러자 제자가 “반드시 자소엽의 씨앗을 사용해야 합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차조기는 뒷면이 녹색인 것과 자색인 것이 있는데, 녹색인 것을 약으로 사용하지 않고 뒷면이 자색을 띠는 것을 약용해야 한다. 뒷면이 자색을 띠는 것을 자소엽(紫蘇葉)이라고 한다. 자소엽은 식중독에 의한 복통, 설사에도 다용되고 특히 여러 가지 생선이나 고기와 같이 국을 끓여 먹으면 좋다.”라고 했다. 제자가 다시 물었다. “마자인은 어떤 약입니까?” 의원은 “마자인은 대마의 씨를 말한다. 보통 의서에 화마자(火麻子)나 마자인(麻子仁)이라고 쓰여 있다. 마자인은 특히 대장에 풍열이 몰려 대변이 잘 나가지 않는 것을 치료하는 특효가 있다. 그러나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데 많이 먹지는 말아야 한다. 정기를 잘 나가게 하고 양기를 약해지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제자는 “마자인은 껍질이 있는데, 껍질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하고 묻자, 의원은 “마자인은 원래 껍질을 벗겨내고 약용해야 하는데, 껍질을 벗기기가 무척 어렵다. 껍질을 벗기는 방법으로 물에 2~3일 동안 담가 두었다가 껍질이 터진 다음 햇볕에 말려 기왓장 위에 놓고 비벼서 씨알을 받으면 된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제자는 “노인들의 변비에 좋은 다른 것은 어떻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노인의 변비에는 장을 촉촉하게 해주면 좋다. 그래서 우유를 졸여서 먹거나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먹으면 좋다. 또한 기(氣)가 돌지 않는 노인에게는 귤껍질과 살구씨를 함께 꿀로 반죽해서 환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고, 폐는 대장의 짝으로 폐기가 약한 경우는 황기와 귤껍질, 마자인을 함께 가루내서 꿀에 버무려서 먹어도 좋다.”라고 했다. 제자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한의사들은 현재 껍질을 제거한 상태로 마자인을 약용하고 있다. 마자인은 대마의 씨앗이다. 껍질에도 소량이기는 하지만 환각 물질인 THC(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껍질을 제거하고 사용해야 한다. 이 경우 한의사들은 합법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시중에는 햄프씨드라고 판매되는 것도 햄프종이란 대마의 씨앗인데, 껍질을 제거한 후 분쇄된 상태로 유통되고 있다. 일반인들은 마자인 대신에 햄프씨드를 이용해도 좋다. 노인의 변비에 함부로 설사를 시키면 안된다. 예를 들면 자극성 하제(下劑)를 자주 쓰면 설사로 인해서 대장은 더욱 건조해지고 변비가 심해진다. 평소 물을 많이 마시고 식이섬유를 곁들여서 식사도 충분하게 해야 한다. 식이섬유는 말린 나물보다는 싱싱한 채소로 먹는 것이 좋다. 노인의 변비에 바나나도 좋다. 바나나에는 식이섬유의 일종인 펙틴이 풍부해서 젤 상태로 변하기 때문에 대장을 촉촉하게 해준다. 그래도 대장이 건조하면서 경련성 복통이 있으면서 변비가 심한 노인들에게 좋다. 다만 덜 익은 바나나에는 탄닌성분이 많아 오히려 변비가 심하게 하기 때문에 노랗게 잘 익은 것을 먹어야 한다. 평소 참마를 갈아서 마즙을 즐겨 마셔도 좋다. 노인의 변비는 무엇보다 장을 윤택하게 해야 한다. * 제목의 ○○○은 ‘소마죽(蘇麻粥)’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동의보감> ○ 老人藏府秘澁, 不可用大黃, 緣老人津液少, 所以秘澁, 若服大黃, 以瀉之津液, 皆去, 定須再秘甚於前, 只可服滋潤大腸之藥更用. (늙은이가 대변이 굳어져서 잘 나오지 않는 데는 대황을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늙은이가 진액이 적어져 변비가 생긴 데 대황을 써서 설사시키면 진액이 더 없어지기 때문에 변비가 더 심해진다. 그러므로 대장을 눅여 주고 좋게 하는 약만 써야 한다.) ○ 蘇麻粥. 順氣, 滑大便, 治老人, 虛人, 風秘, 血秘, 大便艱澁, 婦人産後便秘, 皆宜服之, 蘇子麻子, 不拘多少等分, 同擣爛, 和水, 濾取汁, 粳米末, 少許, 同煮, 作粥食之, 久服, 尤佳. 一老婦, 忽爾腹痛, 頭痛, 惡心, 不食, 正是, 老人風秘, 藏府壅滯, 氣聚胸中則腹脹, 惡心, 不欲食, 上至於顚則頭痛, 神不淸, 服此粥, 兩啜而氣泄下, 結糞, 十餘枚, 藏府流暢, 諸疾自去矣. (소마죽. 기를 잘 돌게 하고 대변을 잘 나가게 하는데 늙은이와 허한 사람이 풍비와 혈비로 대변 보기 힘든 것과 몸푼 뒤에 생긴 변비를 치료한다. 자소자, 마자인 각각 같은 양. 위의 약들을 짓찧어 물에 넣고 걸러서 즙을 짠다. 여기에 멥쌀가루를 좀 넣고 죽을 쑤어 먹는다. 오랫동안 먹으면 더 좋다. 어떤 늙은 부인이 갑자기 배와 머리가 아프고 메스꺼워서 먹지 못하였는데 이것은 풍으로 대변이 막힌 것 때문이었다. 기가 가슴 속에 몰리면 배가 불러오르면서 메스꺼워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 기가 위로 정수리까지 올라가면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깨끗하지 못하다. 이 때에 이 죽을 두 번 먹으면 기가 빠지면서 굳은 대변 덩어리 10여 개가 나온 다음 대변이 시원하게 나오면서 여러 가지 병이 저절로 낫는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12-05 11:19:3717세기 이래로 태평양의 폴리네시아는 유럽 사람들의 식민지로 분할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인구가 많은 마오리나 하와이 그리고 타히티 쪽은 그들의 혈통을 유지하는 비율이 아직도 높다. 근년까지 서구의 영향이 가장 적은 곳들 중 하나가 니우에섬이다. 태평양의 섬들은 세 가지 종류로 분류된다. 화산섬, 산호섬 그리고 산호융기섬. 하와이처럼 대형 섬은 화산섬이지만, 대부분의 섬은 산호섬으로 해발이 낮다. 산호융기섬은 산호섬이 지각변동에 의하여 융기되어 해안선에 모래사장이 극소수다. 따라서 배가 쉽사리 접안할 수 있는 양항이 없고, 외부로부터 받는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다. 어쩌다가 모래 해변을 만나면, 한 사람 드러누우면 딱 맞을 정도다. 대부분의 산호섬들은 진주조개 생산량이 많은 반면 산호융기섬은 그렇지 못하다. 식민지 시대에 외부로부터 진주 수집상들이 드나들지 않았기 때문에 근년까지 전통문화가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규모인 니우에를 방문했다. 통가와 피지 사이에 있으며, 뉴질랜드의 보호령이 되어 있다. 니우에의 거주민은 2000명 정도이지만,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는 4000명 정도가 모여 살고 있었다. 섬 전체는 지형상 삼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산호섬이었던 것이 두 번이나 솟아올라서 삼층을 이루고 있다. 섬의 가운데는 움푹 패어 원시림을 형성하고 있는데, 해발로는 마이너스인 이곳이 원래의 라군(lagoon)이었다. 동네는 모두 13개. 가장 큰 하쿠푸(Hakupu)촌에서 중요한 장소로 인식되는 곳은 대영제국의 일원으로 징집되어서 전사한 군인들의 기념비가 세워진 곳이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18명, 2차대전 때는 3명, 1963~1967년 말레시아 독립전쟁 진압군으로 나갔다가 1명이 사망했다. 라디오에서는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보내는 에이엠 방송이 들린다. 주로 짓는 농사는 타로와 얌 그리고 타피오카와 쿠마라(고구마)가 있다. 땅에 가장 많이 기어다니는 것들은 빤짝거리는 색깔의 도마뱀이다. 해변에는 산호로 이루어진 바위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와서 날카롭기가 그지없고, 석회암 동굴도 잘 발달되어 있다. 해안의 석회암지대가 넓게 펼쳐진 곳에는 중간중간에 작은 연못 같은 것들이 있어서 '스위밍 풀'이라고 불린다. 제주도에서는 이런 곳을 '깅이통'(깅이=게)이라고 부른다. 파란색, 노란색, 검은색, 검은 줄에 흰 줄무늬가 섞인 그리고 가자미 같은 물고기들이 노닌다. 사람이 들어가도 도망갈 줄을 모르고, 다리에 붙어서 간질거리는 입질을 한다. 이제 자라고 있는 산호들이 노랗게 보라색과 흰색으로 솟아오른다. 해변의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에 형성된 작은 구멍에서 날치 새끼들이 놀고 있다. 들물의 파도에 맞추어서 외양으로 날아간다. 자신의 몸길이 20배 이상을 난다. 어부인 이키타우에씨(49)를 만났다. 어제 오후에 투나 32㎏짜리를 잡아서 180달러에 팔았다고. 4남5녀를 두었고 장남은 서른두 살, 막내는 일곱 살 그리고 손자는 현재 네 살이란다(1994년 현재).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 가서 1년간 목공 노릇을 하면서 살아본 경험도 있다. 아이들은 막내만 남기고 모두 오클랜드로 나갔다. 아이들을 보고 싶으면, 자신이 오클랜드를 1년에 한두 번 방문한다. 낚시꾼은 폴리네시아의 전형적인 단익형(單翼型) 카누(vaka)를 타고, 낚시를 한다. 일인용이고, 낚싯대는 나뭇가지를 꺾어서 손으로 만들었다. 통나무배에 붙인 것도 균형을 잡기 위한 간단한 양식이다. 사람이 배 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배의 윗부분에 걸터앉기 때문에, 외줄 통나무에 날개를 붙이지 않으면 뒤집어진다. 통나무를 파서 만든 카누의 홈통에 잡은 고기를 놓고, 도구를 놓기도 하고, 또 파도로 들어온 물을 퍼내는 통도 있다. 파도에 견딜 수 있는 양익형(兩翼型)의 '바카'는 원양항해 때 사용한다. 그에게서 게의 똥이란 것을 배웠다. 길이 1㎝ 정도의 가느다란 흰 국숫발 같다. 만져보니 석회 가루 같기도 하고, 향의 재처럼 된 것, 약간 딱딱한 것, 아주 부드러운 것도 있다. 니우에의 전통음식으로는 산에 사는 '웅아'(椰蟹·coconut crab)의 맛이 일품이다. 웅아는 앞발로 야자의 딱딱한 껍질을 까서 육질을 먹는다. 바나나 껍질로 음식을 싸서 열을 가하면 진공에 가까운 효과를 낸다. 대부분의 음식은 바나나 껍질로 싸서 찌는 식이다. 땅바닥에 웅덩이를 파서, 그 속에 돌멩이들을 넣고 불을 지핀다. 바나나 껍질로 싼 음식을 그 위에 얹고, 그 위에 젖은 나뭇잎을 덮고, 그 위에 다시 뜨거운 돌을 얹는다. 남태평양의 거의 모든 섬에서 공유하는 방식이다. 부모의 토지는 자녀에게 균분상속하며, 협소한 도서이기 때문에 토지 문제가 심각하며, 상속제도가 엄격하다. 선조들은 토지의 경계에 망고나무를 심었다. 집집마다 파파야를 많이 심었다. 가정용이며, 돼지밥으로 많이 쓰인다. 혈통률에 대한 인식은 부모의 양쪽을 다 승계하는 공계제(共系制·cognatic)다. 조부모는 '마뚜아뚜푼나', 어머니는 '마뚜아피피네', 아버지는 '마뚜아따네', 여동생은 '○○○아아네', 오빠는 '마하끼땅아'. 연령구분이 중요하여 주로 사용되는 친척 용어는 '세힌나'(손아래)와 '따오키시'(손위)이며, 이 두 용어는 형제간과 숙질간에도 사용된다. 친구 간에는 '까피싱아'라고 부른다. 여자아이들은 귀불뚫기(seliga), 남자아이는 머리깎기(hifi ulu: hifi=cutting, ulu=hair)가 전통적 성인식이다. 초청되는 손님들은 부조금을 준비하며, 호혜적으로 행사가 일어난다. 성인식 전의 소년이나 소녀들은 댕기머리를 하고 있다. 한 친구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늦게 열아홉 살에 했는데, 손님이 102명 초청되었다. 부조금은 모두 1만7000달러 모였고, 자신은 4000달러의 비용으로 12마리 고기, 25마리 양, 35마리 닭, 10마리 돼지, 650개 타로를 준비했다. 성인식이 있은 뒤에야 결혼이 가능하다. 뒷마당에 두 개의 묘가 있는데, 하나는 어머니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오래된 어머니 쪽의 조상이란다. 두 묘는 사각형 시멘트로 덮었는데, 과거에는 돌로 덮었던 방식이었으며, 그러한 석분(石墳)은 지금도 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집 마당의 방문 바로 앞에 비싼 조화로 장식한 예쁜 무덤은 작년 열 살에 죽은 아들의 묘라고 한다. 30년 전의 니우에가 해수면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태평양에서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11-04 18:36:3817세기 이래로 태평양의 폴리네시아는 유럽 사람들의 식민지로 분할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인구 숫자가 많은 마오리나 하와이 그리고 타히티 쪽은 그들의 혈통을 유지하는 비율이 아직도 높다. 근년까지 가장 서구의 영향이 적은 곳들 중의 하나가 니우에 섬이다. 태평양의 섬들은 세 가지 종류로 분류된다. 화산섬, 산호섬, 그리고 산호융기섬. 하와이처럼 대형 섬은 화산섬이지만, 대부분의 섬들은 산호섬으로서 해발이 낮다. 산호융기섬은 산호섬이 지각변동에 의하여 융기되어 해안선에 모래사장이 극소수다. 따라서 배가 쉽사리 접안할 수 있는 양항이 없고, 외부로부터의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다. 어쩌다가 모래 해변을 만나면, 한 사람 드러누우면 딱 맞을 정도다. 대부분의 산호섬들은 진주조개 생산량이 많은 반면에 산호융기섬은 그렇지 못하다. 식민지시대에 외부로부터의 진주 수집상들이 드나들지 않았기 때문에, 근년까지 전통문화가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규모인 니누에를 방문하였다. 통가와 피지 사이에 있으며, 뉴질랜드의 보호령이 되어 있다. 니우에의 거주민은 2000명 정도이지만,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는 4000명 정도가 모여 살고 있었다. 섬 전체는 지형상 삼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산호섬이었던 것이 두 번이나 솟아올라서 삼층을 이루고 있다. 섬의 가운데는 움푹 패여서 원시림을 형성하고 있는데, 해발로는 마이너스인 이곳이 원래의 라군(lagoon)이었다. 동네는 모두 13개. 가장 큰 하쿠푸(Hakupu)촌에서 중요한 장소로 인식되는 곳은 대영제국의 일원으로 징집되어서 전사한 군인들의 기념비가 세워진 곳이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18명, 2차대전 때는 3명, 1963~67년 말레시아 독립전쟁 진압군으로 나갔다가 1명이 사망하였다. 라디오에서는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보내는 에이엠 방송이 들린다. 주로 짓는 농사는 타로와 얌 그리고 타피오카와 쿠마라(고구마)가 있다. 땅에 가장 많이 기어다는 것들은 빤짝거리는 색깔의 도마뱀이다. 해변에는 산호로 이루어진 바위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와서 날카롭기가 그지없고, 석회암 동굴도 잘 발달되어 있다. 해안의 석회암지대가 넓게 펼쳐진 곳에는 중간중간에 작은 연못 같은 것들이 있어서 ‘스위밍 풀’이라고 불린다. 제주도에서는 이런 곳을 ‘깅이통’(깅이=게)이라고 부른다. 파란색 노란색 검정색 검은 줄에 흰 줄 무늬가 섞인, 그리고 가자미 같은 물고기들이 노닌다. 사람이 들어가도 도망갈 줄을 모르고, 다리에 붙어서 간질거리는 입질을 한다. 이제 자라고 있는 산호들이 노랗게 보라색과 흰색으로 솟아오른다. 해변의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에 형성된 작은 구멍에서 날치 새끼들이 놀고 있다. 들물의 파도에 맞추어서 외양으로 날아간다. 자신의 몸 길이 20배 이상을 난다. 어부인 이키타우에(49세)씨를 만났다. 어제 오후에 투나 32㎏짜리를 잡아서 180달러에 팔았다고. 4남5녀를 두었고, 장남은 32세, 막내는 7세, 그리고 손자는 현재 4살이란다(1994년 현재).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 가서 1년간 목공 노릇을 하면서 살아본 경험도 있다. 아이들은 막내만 남기고 모두 오클랜드로 나갔다. 아이들을 보고 싶으면, 자신이 오클랜드를 1년에 한 두 번 방문한다. 낚시꾼은 폴리네시아의 전형적인 단익형(單翼型) 커누(vaka)를 타고, 낚시를 한다. 일인용이고, 낚싯대는 나뭇가지를 꺾어서 손으로 만들었다. 통나무배에 붙인 것도 균형을 잡기 위한 간단한 양식이다. 사람이 배 안에 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배의 윗부분에 걸터앉기 때문에, 외줄 통나무에 날개를 붙이지 않으면 뒤집어진다. 통나무를 파서 만든 커누의 홈통에 잡은 고기를 놓고, 도구를 놓기도 하고, 또 파도로 들어온 물을 퍼내는 통도 있다. 파도에 견딜 수 있는 양익형(兩翼型)의 '바카'는 원양항해 때 사용한다. 그에게서 게의 똥이란 것을 배웠다. 길이 1㎝ 정도의 가느다란 흰국수발 같다. 만져보니, 석회가루 같기도 하고, 향의 재처럼 된 것, 약간 딱딱한 것, 아주 부드러운 것도 있다. 니우에의 전통음식으로는 산에 사는 '웅아'(椰蟹, coconut crab)의 맛이 일품이다. 웅아는 앞발로 야자의 딱딱한 껍질을 까서 육질을 먹는다. 바나나 껍질로 음식을 싸서 열을 가하면, 진공에 가까운 효과를 낸다. 대부분의 음식은 바나나 껍질로 싸서 찌는 식이다. 땅바닥에 웅덩이를 파서, 그 속에 돌멩이들을 넣고 불을 지핀다. 바나나 껍질로 싼 음식을 그 위에 얹고, 그 위에 젖은 나뭇잎을 덮고, 그 위에 다시 뜨거운 돌을 얹는다. 남태평양의 거의 모든 섬에서 공유하는 방식이다. 부모의 토지는 자녀에게 균분상속하며, 협소한 도서이기 때문에 토지 문제가 심각하며, 상속제도가 엄격하다. 선조들은 토지의 경계에 망고나무를 심었다. 집집마다 파파야(pawpaw) 나무를 많이 심었다. 가정용이며, 돼지밥으로 많이 쓰인다. 혈통률에 대한 인식은 부모의 양쪽을 다 승계하는 공계제(共系制, cognatic)다. 조부모는 '마뚜아뚜푼나', 어머니는 '마뚜아피피네', 아버지는 '마뚜아따네', 여동생은 '○○○아아네', 오빠는 '마하끼땅아'. 연령 구분이 중요하여, 주로 사용되는 친척용어는 '세힌나'(손아래)와 '따오키시'(손위)이며, 이 두 용어는 형제 간과 숙질 간에도 사용된다. 친구 간에는 '까피싱아'라고 부른다. 여자아이들은 귀볼뚫기(seliga), 남자아이는 머리깎기(hifi ulu: hifi=cutting, ulu=hair)가 전통적인 성인식이다. 초청되는 손님들은 부조금을 준비하며, 호혜적으로 행사가 일어난다. 성인식 전의 소년이나 소녀들은 댕기머리를 하고 있다. 한 친구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늦게 19살에 했는데, 손님이 102명 초청되었다. 부조금은 모두 1만7000달러 모였고, 자신은 4000달러의 비용으로 12마리 고기, 25마리 양, 35마리 닭, 10마리 돼지, 650개 타로를 준비하였다. 성인식이 있은 뒤에야 결혼이 가능하다. 뒷마당에 두 개의 묘가 있는데, 하나는 어머니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오래된 어머니 쪽의 조상이란다. 두 묘는 사각형 시멘트로 덮었는데, 과거에는 돌로 덮었던 방식이었으며, 그러한 석분(石墳)은 지금도 섬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집 마당의 방문 바로 앞에 비싼 조화로 장식한 예쁜 무덤은 작년 10살에 죽은 아들의 묘라고 한다. 30년 전의 니우에가 해수면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태평양에서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11-03 1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