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올해로 생텍쥐페리 사후 80주기를 맞은 가운데 그를 기리는 공식 상설 전시관이 부산에 건립된다. 그간 생텍쥐페리재단으로부터 인정받아 개최된 아트 뮤지엄은 모두 기간제 전시로, 상설 전시관은 부산이 처음이다. 부산관광공사는 리틀프린스(생텍쥐페리) 코리아 재단과 전시관 공동운영사 강화㈜와 함께 최근 ‘리틀프린스 아트 뮤지엄 부산’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공사와 부산시 등에 따르면 생텍쥐페리의 대표작 ‘어린왕자’의 지적재산권 유치를 위해 재단과 오랜 대화 끝에 최근 최종 선정 통보를 받았다. 이에 시와 공사, 재단은 12월 개관을 목표로 해운대 해수욕장 일대를 중심으로 아트 뮤지엄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전시관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대형 인터랙티브 월과 생텍쥐페리 재단의 공식 삽화 및 어린왕자 조형물 등으로 꾸며진 웰컴존을 시작으로 21개 섹션의 전시로 구성된다. 또 사막과 장미를 주제로 한 프로젝션 맵핑 몰입형 영상과 반응형 미디어아트를 체험할 수 있는 ‘몰입형 미디어 아트존’과 어린왕자 세계관을 전시한 ‘리틀프린스 컬렉션’ 섹션도 있다. 어둠 속 빛나는 작품을 만져보는 ‘인 더 다크’와 생텍쥐페리 전 생애를 알 수 있는 작가존을 포함해 디지포토 아카이브 등 각 섹션이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꾸며진다. 특히 인 더 다크 섹션은 시각장애인을 후원하는 생텍쥐페리 재단의 뜻을 잇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어두운 공간 속에서 시각장애인 첼리스트의 연주를 감상하며 작품을 만져볼 수 있다. 어린왕자의 명언 가운데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란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고 공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어린왕자의 한국 저작권을 갖고 있는 리틀프린스 아트 뮤지엄과 협력해 부산 관광 마케팅 행사 등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정실 공사 사장은 “오랜 기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어린왕자는 여행과 모험, 인간의 소중함에 대한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캐릭터란 점에서 글로벌 관광도시로 자리하고자 하는 부산의 비전과 잘 어울린다”며 “공동운영사 강화㈜와 리틀프린스 코리아 재단과 함께 부산의 글로벌 관광허브 도시 활성화를 위한 협의를 이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2024-09-04 14:27:06【파이낸셜뉴스 안산=강근주 기자】 안산문화재단은 5월 가정의달에 맞춰 청소년과 가족 친화적인 뮤지컬 <생텍쥐페리>를 해돋이극장에서 공연한다. <생텍쥐페리>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어린왕자’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뮤지컬이다. 조종사 꿈을 가진 생텍쥐페리가 어린왕자와 주변 인물과 만남을 통해 자아성찰을 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공연을 통해 어른에게는 잊고 지냈던 동심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아이에게는 하늘을 날아오르는 비행기 등 판타지적인 무대효과를 통해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경험을 안겨준다. 남녀노소가 모두 관람할 수 있는 뮤지컬로 재미와 감동을 모두 갖췄다. 2020년 초연됐으며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장엄한 스토리와 화려한 무대연출로 관객 호평이 컸다. 네이버 TV 송출 당시 1만6000명이 시청했을 만큼 인기를 모았다. 올해 초에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 선정한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안산문화재단은 코로나19로 위축된 공연장을 향한 발길이 이번 공연을 통해 다시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중성과 작품성과 관객 선호도가 높아서다. 5월20일과 21일 양일간 총 3회 공연이 진행되며, 20일 공연은 학교 단체관람으로만 운영된다. 일반예매는 21일 11시와 15시에 준비돼 있다. 공연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에 따라 운영되며, 안산시민 30%, 청소년 40%, 키움티켓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22-04-22 06:28:19프랑스 소설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그린 '어린 왕자'를 닮은 연애편지 삽화가 24만500유로(약 3억원)에 팔렸다. AP통신에 따르면 미술품 경매업체 아르퀴리알은 16일(현지시간) 경매에 나온 생텍쥐페리의 작품 49점 중 이 삽화가 최고가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고뇌에 찬 연애편지에 1942년께 그려진 이 수채화는 생텍쥐페리가 1943년 소설을 통해 창조한 주인공 '어린 왕자'를 빼닮았다. 삽화에서 어린 왕자와 닮은 인물은 구체(球體) 위에 놓인 책상에 앉아 긴 편지 두루마리를 늘어뜨리고 있다. 이는 생텍쥐페리가 한 여성에게 보내는 11쪽짜리 편지를 의미한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생텍쥐페리재단에 따르면 '어린 왕자'는 역사상 가장 많이 번역된 책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경매업체 아르퀴리알은 이 삽화가 새겨진 편지가 생텍쥐페리의 마지막 서한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학가이자 우수한 조종사이기도 했던 생텍쥐페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4년 정찰기를 몰고 작전에 나섰다가 실종됐다. onnews@fnnews.com 디지털뉴스부
2018-06-17 13:57:24국토교통부와 한국항공협회는 문학을 통해 항공의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15일부터 '제5회 항공문학상'을 공모한다고 14일 밝혔다. '항공'과 '사람'을 주제로 우리나라 국민이 손수 창작한 문학작품이라면 시, 소설, 수필 어느 분야라도 응모할 수 있다. 2013년부터 진행된 이 행사는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주)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주), 한국문인협회 후원이다. 민간조종사 출신으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는 열두 살이 되던 해에 비행장을 처음 방문한 이후 하늘을 향한 꿈과 열정으로 조종사가 돼 비행경험을 바탕으로 '남방우편기', '야간비행', '어린왕자' 등 세계적인 명작을 우리에게 남겼다. 우리나라에서도 항공문학상 공모전이 항공이 주는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문학으로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항공 분야 대표 작가를 배출하는 요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한국문인협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 일반부 대상·최우수상 입상자에게는 문인협회 회원 입회자격을 부여해 오고 있다. 공모기간은 15일부터 8월 31일까지이며 응모는 항공문학상 누리집을 통해 접수하면 된다. 이번 공모에서는 일반부 대상 1편, 최우수상 1편, 우수상 4편과 중고등부, 초등부 각각 최우수상 1편, 우수상 4편 등 총 41 작품의 예비작가들이 영예의 수상을 받게 된다. 일반부 대상 수상자에게는 국토교통부 장관상과 상금 500만원,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한국항공협회장상과 상금 200만원이 수여되며 시, 소설, 수필 3개 부문에 총 1535만원 상금과 부상(항공권 14매, 약 1200만원 상당)이 전달될 예정이다. 심사 결과는 한국항공협회 및 항공문학상 누리집을 통해 11월 말 발표할 예정이며 수상작품은 작품집 등으로 발간하여 항공과 문학 관련 유관기관 등에 배포하여 홍보할 예정이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2017-05-14 10:36:08전기작가 허버트 R 로트먼의 끈질긴 취재와 연구에 따르면 생전 자신은 프랑스인이라고 주장한 알베르 카뮈의 말은 증거 불충분이다. 오히려 부모의 계통을 다 따져봤을 때 어딜 봐도 카뮈는 알제리인이었다는 게 작가의 결론이었다. 알제리 극빈층에서 태어나 가난에 찌든 유년시절을 보냈으면서도 카뮈가 그토록 아름다운 글을 잉태할 수 있었던 바탕은 무엇이었을까. 매력적인 외모로 파리 문화예술계, 사교계 여인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고, 논쟁적 주제로 프랑스 문단을 뒤흔들었던 카뮈의 삶은 그의 문학적 외양만큼이나 부조리하다. 마흔넷에 노벨문학상을 거머쥐었지만, 마흔여섯에 자동차 사고로 비운의 생을 마감한 카뮈의 흔적을 찾는 일부터 김병종의 '화첩기행5'는 시작한다. '화첩기행' 3권, '김병종의 모노레터',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에 이어 6년 만의 신작인 이번 기행문은 '북아프리카 사막 위로 쏟아지는 찬란한 별빛'을 한가득 담고 있다. 카뮈의 소설 '이방인' 속 뫼르소의 방아쇠를 당기게 했던 알레 해변은 그 누구도 뫼르소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저자는 직접 확인한다. 알제리의 독립을 끝까지 반대하면서도 알제리 노동자들에게 애정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카뮈가 어린시절 뛰어다녔을 빈민가 카스바 골목에서도 생각이 멈춘다. 소설 '어린왕자'를 남겨두고 어느 순간 행방불명된 생텍쥐페리의 마지막 숨결이 느껴지는 사하라 사막, 앙드레 지드·모파상·파울 클레 등 수많은 예술가의 사랑방이었던 튀니지의 카페 데나트 등의 순례도 이어진다. 북아프리카의 빛나는 풍광과 고단한 삶까지 담은 이 책은 색의 이미지도 강렬하다.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눈앞의 아름다움이 저자인 화가의 색으로, 글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진숙 기자
2014-01-16 17:28:42【도쿄=연합】최근 프랑스 탐사단이 마르세유 해저에서 인양한 비행기 잔해의 제조번호가 ‘어린 왕자’의 작가로 2차대전 당시 정찰비행 중 실종된 앙투안느 드 생텍쥐페리가 조종했던 정찰기의 제조번호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산케이 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신문은 탐사단의 활동을 추적해 온 일본인 생텍쥐페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이로써 지난 1944년 지중해 상공에서 정찰비행 중 종적을 감춘 뒤 추락지점과 사망상황 등을 놓고 벌어졌던 구구한 논란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주장했다. 마르세유 남동쪽 해저에서 건져올린 잔해는 정찰기 왼쪽 착륙장치 등 기체의 총10% 달하는 50점으로 이 가운데 엔진 뚜껑에서 생텍쥐페리가 탑승했던 미국 록히드사의 ‘P-38’기의 것과 동일한 제조번호 ‘2734’가 확인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프랑스 탐사단은 그간 정찰기가 발진했던 코르시카∼마르세유 동쪽에 이르는 항로 해저를 광범위하게 수색했으나 지난 98년 이번 엔진 뚜껑이 발견된 인근 바다에서 생텍쥐페리 아내의 은팔찌를 발견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2000년에는 해저에서 생텍쥐페리가 조종한 정찰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항공기 잔해를 확인했으나 유족들의 반대로 인양에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생텍쥐페리가 조종했던 정찰기가 독일의 포에 맞았거나 엔진고장으로 지중해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4-03-25 10:57:47"100개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한두 곳이라도 경쟁력을 갖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백년소상공인 육성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한 소상공인은 "2027년까지 글로벌 백년소상공인 100개사를 발굴해 지원하겠다"는 중기부의 발표 내용을 듣고 양 대신 질에 집중해 달라며 이같이 요청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도 곧바로 인정했다. 공무원들이 일을 하다 보면 '숫자'에 집중할 때가 많지만, 사실 질적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숫자 이야기를 하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생각난다. 어린 왕자에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어른들은 어떤 아이를 파악하기 위해 취향을 묻는 대신 아버지의 수입을 묻는다는 일침이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아름다운 장미색 벽돌집을 봤다"고 말해도 어른들은 그 집을 상상하지 못한다. "10만프랑짜리 집을 봤다"고 설명해야 비로소 "정말 멋지겠구나"라며 감탄한다고 적혀 있다.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통계는 모든 일의 기본이고, 양적 성장은 삶을 윤택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지향점은 숫자가 아니다. 탁상행정의 함정이 여기에 있다. 중기부는 '백년가게'의 브랜드 인지도가 '미슐랭가이드'를 뛰어넘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실은 미슐랭 하면 생각나는 맛집은 몇 군데 있지만 백년가게 대표 맛집을 떠올리긴 쉽지 않다. 아마 중기부를 향해 질적 성장을 강조한 소상공인 또한 이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온누리상품권도 마찬가지다. 판매액은 역대 최대치인 4조2000억원으로 예상되지만 정작 핵심 상권에선 가맹점 등록 비율이 높지 않아 무용지물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부정유통 문제도 터져 나오면서 정부는 부랴부랴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현장을 외면하고 역대 최대 판매, 최대 편성, 최대 할인 등 화려한 숫자에만 매몰되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숫자의 또 다른 함정은 개개인의 사정을 가린다는 데 있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올해 하락세를 유지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계속되는 고금리에 결국 중소기업들이 제2, 제3 금융권으로 내몰리면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숫자는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 자료이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한마디가 숫자보다 강력할 때가 있다. 글로벌 백년소상공인 브랜드 100개를 채우기 위한 노력 못지않게 현장에서 나온 소상공인의 생생한 한마디에 귀 기울여 중기부의 정책이 중기·소상공인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4-11-21 18:03:23누군가를 알아가기 위해선 마주 봐야 하지만, 끝까지 가기 위해선 함께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소설에 담긴 잔잔한 삶의 교훈이다. 부부에게도 평생 쉽지 않고,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이라면 백년해로는 더 어렵다. 하지만 실제 두 가문이 공동창업해 무려 125년간 경영권 다툼 없이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한 기업이 있다. 유럽 가전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독일의 '밀레'다. 1899년 신기술에 밝았던 '칼 밀레'와 마케팅 수완이 뛰어난 '라인하르트 진칸'이 의기투합해 '밀레&씨에'를 세운 후 세계 최초로 세탁기와 식기세척기를 개발하는 등 글로벌 가전사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사명을 '밀레'로 바꾼 건 진칸이 기술과 창업아이디어가 탁월한 밀레를 존중했기에 가능했다. 현재 전 세계 49개국에서 2만2000여명이 연간 49억6000만유로(약 7조4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명품 가전 브랜드다. 70명에 이르는 자손들이 주식을 전량 보유해 밀레가문 51%, 진칸가문 49%의 지분구조는 한결같다. 그럼에도 4대째 내홍 없이 공동경영하고 있다. 동업자는 물론 피를 나눈 형제들도 경영권 분쟁이 잦은 한국 기업사에선 이미 사달이 나고도 남았을 세월과 지분격차다. 비결은 뭘까. 우선 두 가문이 번갈아가며 수장을 맡는다. 단순히 차례를 정해 돌아가는 게 아니라 엄격한 경영권 승계절차를 거친다. 최고경영자가 되기 위해선 최대 수십명의 후손들이 경합을 벌여 양쪽 가문의 예비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최종후보에 올라도 4년 이상 경영수업을 받아야 하고, 두 가문에서 각각 3명씩 총 6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진행하는 업무능력 테스트 등 최종 관문을 넘어야 비로소 회사를 대표할 수 있다. 검증을 거쳐 정상에 올라도 독단적인 경영은 어렵다. 내부적으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민감한 지점마다 지분, 이익 분배 등과 연동된 세밀한 규칙을 못 박아 분쟁의 소지를 차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창업주부터 후손들까지 대결이 아닌 평화, 소통을 강조하며 철저한 역할분담과 협력을 이어갔다. 고려아연의 모태가 되는 영풍 역시 출발은 밀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49년 황해도 동향의 장병희·최기호 창업주는 '영풍기업사'로 동업의 닻을 올렸다. 이후 장씨 일가는 영풍과 영풍문고·전자 부문 계열사,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과 비철금속 부문 계열사를 맡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2세까지 밀월관계는 순항했다. 우호적인 소통관계가 주된 동력이 됐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3세 경영으로 들어서면서 가문 간 세대차이, 경영마인드 간극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75년간 이어진 동맹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고려아연이 대기업들과 제3자 유상증자,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우호지분을 늘리면서 최대주주 영풍의 지분율이 자연스레 낮아진 게 도화선이 됐다. 이후 갈등의 골은 깊어져 사생결단식 전면전으로 번졌다. 공개매수는 양측의 과열 경쟁으로 역대 최대 규모 자금이 투입됐고, 소송 난타전도 전개됐다. 주주환원을 내걸고 빚 내서 진행한 자사주 공개매수는 완료 후 기습 유상증자 추진 논란으로 명분이 퇴색했다. 경영권을 수성해도 사법리스크 여진과 대규모 부채상환 부담 등 상흔이 만만치 않다. 불안정한 지배구조의 여진 또한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쟁탈에 나선 쪽은 실탄 장전을 외부세력에 전적으로 의존해 주인 자리를 꿰차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두 가문은 모든 것을 걸고 처절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 동고동락한 선대 창업주들이 살아계셨다면 공멸로 들어서는 작금의 사태에 개탄을 금치 못했을 듯싶다. 금석지교의 동업정신을 되살려 한국판 밀레의 길을 걸을 것인지, 상생의 분가방안을 모색할지, 아니면 비극적인 운명을 맞은 '카인과 아벨'로 전락할 것인지 아직 선택의 시간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세대교체 후 지금껏 두 가문이 마주보지도, 같은 곳을 바라보지도 않았던 것은 아닌지 반추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winwin@fnnews.com
2024-11-10 19:39:40[파이낸셜뉴스] "잘가. 여수가 말혔지. 내 특벨헌 비밀을 알려주께. 무진 간단헌 겨. 맘이루 보야 혀. 중헌 건 눈이 뵈덜 않거든."(어린왕자 충남도 사투리편 중에서) 충남도 독일사무소가 독일 현지에서 한글로 된 '어린왕자 충남도 사투리'편 책자를 펴내 화제다. 충남도는 도 독일사무소와 독일 틴텐파스 출판사가 협업을 통해 독일 아마존 온라인 서점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충남도 사투리(한글)편’을 출간했다고 2일 밝혔다. 번역은 예산군 기반 충청말 연구가이자 문인인 이명재씨가 참여해 어린왕자 초판이 발행된 1943년께 충남 지역 아동의 말과 정서를 담아냈다. 독일 틴텐파스 출판사는 언어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토착문화를 보존하기위해 전세계의 독특한 언어로 번역된 어린왕자를 출간하고 있다. 현재까지 유럽 지역 방언은 물론 이집트 상형문자, 모스부호 등 모두 219편의 에디션을 소개했다. 틴텐파스사 대표인 발터 자워 박사는 "이번 프로젝트는 지방정부와의 협업으로 이뤄진 의미 있는 사례"라며 "전 세계 어린왕자 도서 수집가는 물론 한글과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충남 사투리의 매력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 책을 활용해 독일한국어교육원 및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독일의 5개 대학과 협업 사업을 구상할 계획"이라며 "국내에서는 오는 11월 열리는 사투리 경연대회에서 백일장 주제 도서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문화사업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2024-10-02 08:16:51한국미술관이 2023년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오랫동안 한국의 전통적 미감을 새롭게 재해석해온 서수영 작가의 신작 30여 점으로 개인전 ‘보물의 정원’을 4월 11일부터 6월 11일까지 경기도 용인시의 한국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지난 30여 년 동안 서수영에게 가장 큰 과제는 ‘한국 전통회화에 담긴 특유의 감성미를 어떻게 현대미술로 재해석할 것인가’였다. 단순히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잇는 과정을 넘어, 동시대의 감성적 코드와도 교감할 수 있는 ‘현재 진행형의 한국미’를 찾기 위한 노력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서수영 작가의 행보는 우리 현대인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요구하며, 새로운 미적 경험들을 통해 한국 회화의 자긍심을 다시 전하고 싶은 바람의 실천이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개관 40주년을 맞은 대표적인 사립미술관 한국미술관(관장 안연민ㆍ장은재)의 초대전으로 진행된다. 이미 10년 전 ‘황실의 품위’전으로 서수영 작가와 인연을 맺은 한국미술관은 “한국이 지닌 무한한 전통적 미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우리의 가슴에 숭고한 아름다움으로 새로운 울림을 전해주는 작품”이란 점을 높이 평가해 초대전을 기획했다고 전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조선의 백자와 달항아리 모티브를 한지 부조 작업으로 되살린 ‘보물의 정원’ 시리즈이며, 전시의 제목도 같다. 서수영은 조선백자의 형상 안에 지금까지 실험해온 ‘한국적 미감의 다양한 해석’을 구현해냈다. 오랜 기간 채색화에 매진했던 노하우를 살려 고도의 세밀함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금채화 기법을 더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어내고 있다. 흔히 조선시대 백자 혹은 청화백자는 문인 정신의 표상으로 담백한 미학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는데, 여기에 서수영만의 절제된 화려함을 더했다. 이러한 서 작가의 지향점을 좀 더 깊이 있게 조명하기 위해 이진명, 안현정 두 명의 미술평론가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작품을 분석했다. 미술평론가 이진명은 “서수영 작가는 우리나라의 역사적 인물을 다루었다. 승무와 꽃과 여래와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를 다루었다. 그것은 철저한 자기훈련으로부터 내면의 문을 열고자 했던 지난한 과정이었다. 작가는 드디어 의식의 흐름, 이물관물, 명징한 의식으로서의 연못(내면)의 깊이를 체득한 것 같다.”고 이번 전시의 남다른 의미를 강조했다. 미술평론가 안현정은 “서수영의 최근작들은 한국화나 동양화라기보다 회화적 마티에르가 스미는 독특한 구조에서 ‘K-Fine Art’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작품 사이에 보이는 태극 문양들은 ‘근대화가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묻기 위함이고, 17~19세기 국보(國寶) 위주의 백자가 눈에 띄는 것은 ‘최고 미감을 향한 최선의 과정’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작가는 조선왕조의 왕실 그림으로 출발했지만, 2015년 영은미술관의 ‘태극기 전시’ 이후 작품 주제에 대한 관심사가 전환되었다. 한국 전통미의 관심을 잇되, ‘한국의 마음을 담아낸 진짜 미감을 어떤 표상으로 담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게 된 것이다. 그 긴 고민의 끝이 바로 ‘조선의 청화백자’였다. 서수영의 이번 ‘보물의 정원’ 전시의 메인 모티브는 ‘화면 전체를 차지한 달항아리’이다. 그 안에 매화를 비롯한 여러 문학적인 요소를 가미했지만, 그 항아리 형상 주변으로 바람에 목도리를 휘날리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그려 넣은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slee_star@fnnews.com 이설 기자
2023-03-27 11:3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