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안동=김장욱 기자】 "잠시 알림을 꺼두셔도 좋습니다!" 경북도는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영주 선비세상에서 '자유와 힐링의 장'인 '2022년 경북 참 웰니스(Wellness)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축제는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웰니스 관광 활성화'를 발표한데 따라 도가 미래 신성장동력, 웰니스 관광분야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 7일 오전 11시 경북 웰니스 관광 활성화 포럼이 개최된다. 웰니스 관광 정책동향과 정부의 정책방향, 해외 사례 등을 전미숙 한국관광개발연구원 실장의 기조 강연 후 도 웰니스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의 토론을 이어가며, 효과적 방안에 대해 모색한다. 같은 시간 한식촌에는 '약이 곧 음식이다' 약식동원(藥食同源) 요리경연 대회 본선이 열린다. 예선을 통해 통과한 10개 팀이 건강한 밥상을 위한 전통방식과 자신만의 독특한 요리법을 뽐낸다. 도는 최종 3개 팀을 선정해 시상할 예정이다. 개막행사는 이날 오후 2시 개최된다. 웰니스적인 개막행사를 계획 중인 도는 개막식장에 의자 대신 요가 매트를 선비세상 잔디광장에 깐다. 편안한 복장을 한 내빈들과 외국인 관광객, 웰니스 관련 학과생, 지역 주민들은 간단한 의식행사 후에 전문가와 함께하는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요가 체험에 이어 사운드 가든 바이 몽라와 함께하는 싱잉볼 공연을 통해 평온한 몸과 마음을 느끼게 된다. 축제 기간 특색 있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지역의 웰니스 관련 일에 종사하거나 전문가가 만드는 축제다. 이를 위해 도는 지난 8월, 산림・농업・해양・음식치유, 명상, 요가 등 지역에 웰니스 관련 종사자 50명을 선발했고, 1박 2일간의 소양교육을 통해 경북 웰니스 매니저들을 육성했다. 이들이 이번 축제의 주역들이다. 그들은 축제에 참여하면서 "경북 웰니스 관광이 도약하는데 조그마한 힘이 돼 기쁘다"면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축제 기간 선비세상은 입장료를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성인 기준 1만5000원 입장료를 3800원에 판매하며, 축제 기간 내 체험 및 공연 프로그램 참가비(재료비)는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웰니스를 경험할 수 있다. 김상철 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민에게 정말로 의미 있는 치유와 힐링을 선사해 드리는 축제를 경북에서 마련했다"면서 "황금연휴를 가을 향기 가득한 경북 영주에서 청명한 기운을 받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2022-09-30 08:56:22[파이낸셜뉴스]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유명 먹방 크리에이터와 손잡고 산불 피해 지역의 회복 지원에 나섰다. K-water는 구독자 168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히밥과 협업해 안동댐 인근 지역을 소개하는 여행 콘텐츠를 제작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산불 피해 지역의 민생경제 회복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히밥은 지난 17일 안동을 방문해 안동중앙신시장, 안동구시장, 왔니껴 안동 오일장(매월 2·7일 개장) 등 지역 전통시장과 안동댐 일대를 둘러보며 현장 먹방 콘텐츠를 촬영했다. 영상에는 안동찜닭, 안동국시, 식혜를 비롯해 꽈배기, 전, 떡갈비, 마수리떡 등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담길 예정이다. 히밥은 콘텐츠에서 “안동 전통시장은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해 꼭 한 번 방문하길 권한다”고 전했다. 해당 영상은 이달 말 K-water 공식 유튜브 채널(@kwatertv)에 공개될 예정이다. K-water는 이와 함께 임직원이 직접 참여한 ‘힐링 영주댐 여행’ 영상도 제작해 영남권 관광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콘텐츠는 청량리역에서 출발해 부석사, 선비세상, 용마루공원, 영주댐 물문화관, 영주 재래시장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구성됐다. 한국철도공사와 영주시가 공동 기획한 상품으로 K-water 유튜브 채널과 7월 사보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5-06-18 15:34:56"한 시대가 일어나면 반드시 한 시대의 제작이 있습니다(故曰一代之興, 必有一代之制作)." 조선의 근간을 세운 대학자 정도전이 고려를 뒤엎고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에게 아뢴 말이다. 새 시대가 열리면 기존의 낡은 규범을 타파하고 모든 분야의 새로운 체계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새 시대를 향한 이들의 열망은 새 나라인 조선의 미술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도자에선 고려청자보단 선비의 맑은 정신을 담은 백자를 선호했고 서화에선 이상 세계를 구현한 수묵화가 주목받았다. 비록 유교시대로 바뀌었지만 불교미술 또한 왕실의 비호 아래 공예·불화·사경이 꽃피웠다. 이처럼 200여년의 조선 전기는 오늘날 우리 문화의 중요한 바탕이 형성된 시기다.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 전기 미술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대규모 전시가 서울 용산에서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용산으로 이전·개관한지 20주년을 맞아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을 오는 8월 31일까지 전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의 시작과 함께 꽃핀 15~16세기 미술의 정수를 한자리에 모은 대규모 기획전이다. 도자, 서화, 불교미술 등 당시 미술을 대표하는 691건의 작품이 출품됐다. 국보 16건과 보물 63건 등 다수의 국가지정문화유산이 포함된다. 국내 처음 공개하는 작품도 23건에 달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그간 조선 후기 미술과 비교하면 조선 전기 미술의 면모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조선 후기에 비해 현존 작품 수가 적으며 주요 작품 중 다수가 국외에 있어 접하기 어려운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전시 배경을 설명했다. 전시는 조선 전기 미술의 대서사를 도자, 서화, 불교미술 중심으로 보여준다. 이 시기 도자는 분청사기를 거쳐 새하얀 백자 시대를 맞이했다. 회화에서는 먹을 위주로 한 회화가 주류가 됐고 수묵산수화가 꽃을 피웠다. 불상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금색은 변치 않는 불교의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1부 전시실에는 조선 전기 도자의 흰빛을 향한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됐다. 길이 14m, 높이 3m의 벽에 고려 말 상감청자에서 조선의 분청사기와 백자까지 박물관 소장 도자 300여건이 색의 변화에 따라 배치됐다. 특히 박물관 소장 '송하보월도', 일본 모리박물관 소장 '산수도' 등 조선 전기 서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주는 작품도 다수 있다. '송하보월도'는 그간 조사 연구에 의해 달과 매화가 붉은 안료로 채색된 사실이 밝혀졌다. 화면 가운데 마르고 단단한 소나무를 배치하고, 아래에는 대나무와 매화나무를 그렸다. 하늘에는 붉은 색으로 칠한 달이 떠 있는데, 테두리를 금색으로 그렸다. 바위 앞에는 고사와 시동이 서 있다. 바위와 산은 대부벽준으로 표현됐으며, 전체적인 구도와 표현 방식은 중국 남송시대 마하파 화풍을 따른 것이다. 일본 모리박물관 소장 '산수도'는 기존에는 중국 작품으로 여겨졌지만, 그간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조선 전기 작품으로 재평가됐다. 봄, 여름, 가을의 경치를 담은 세 폭의 산수화로, 원래는 사계절 전체를 그린 것인데 한쪽으로 치우친 구도와 넓은 공간, 언덕 위 두 그루의 소나무 등에서는 안견파 화풍의 특징이 드러난다. 다만 파도처럼 흘러가는 구름과 강한 명암 대비에서는 미법산수와 절파 화풍의 흔적도 엿보인다. 거대한 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풍속 장면, 정교한 건축 묘사와 화려한 채색은 전문 화원의 솜씨를 보여주며 건축 기단에 표현된 '허튼층쌓기'는 조선 건축 표현의 한 단면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한때 중국 송나라 미우인의 그림으로 여겨졌으나 16세기 중반 조선 화원이 그린 것으로 본다. 이밖에 원래 세트였으나 서로 다른 기관에 소장된 작품들도 선보인다. 미국 라크마(LACMA) 소장 '산시청람도'와 일본 야마토문화관 소장 '연사모종도'는 '소상팔경도' 중 두 장면에 해당하는 그림이다. 이들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함께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왕실 후원의 불상과 불화에서부터 불교 서적과 민간 차원에서 조성된 불교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개해 이 시기 불교미술의 진면목을 재조명한다. 한편, 프롤로그 '조선의 새벽, 새로운 나라로'에서는 태조 이성계가 발원해 금강산에 봉안한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을 만난다. 1부 '백(白), 조선의 꿈을 빚다'에서는 국가 체제의 힘으로 견인한 조선 전기 도자 산업의 전모를 살펴본다. 2부 '묵(墨), 인문으로 세상을 물들이다'에서는 조선 전기 사대부의 이상을 담은 서화를 소개한다. 3부 '금(金), 변치 않는 기도를 담다'에서는 신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인간의 본성 깊은 곳에 맞닿아 있던 불교미술을 조명한다. 에필로그 '조선의 빛, 훈민정음'에서는 '훈민정음'을 소개하며 전시를 마무리한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6-12 19:25:00"한 시대가 일어나면 반드시 한 시대의 제작이 있습니다(故曰一代之興, 必有一代之制作)." 조선의 근간을 세운 대학자 정도전이 고려를 뒤엎고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에게 아뢴 말이다. 새 시대가 열리면 기존의 낡은 규범을 타파하고 모든 분야의 새로운 체계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새 시대를 향한 이들의 열망은 새 나라인 조선의 미술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도자에선 고려청자보단 선비의 맑은 정신을 담은 백자를 선호했고 서화에선 이상 세계를 구현한 수묵화가 주목받았다. 비록 유교시대로 바뀌었지만 불교미술 또한 왕실의 비호 아래 공예·불화·사경이 꽃피웠다. 이처럼 200여년의 조선 전기는 오늘날 우리 문화의 중요한 바탕이 형성된 시기다.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 전기 미술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대규모 전시가 서울 용산에서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용산으로 이전·개관한지 20주년을 맞아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을 오는 8월 31일까지 전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의 시작과 함께 꽃핀 15~16세기 미술의 정수를 한자리에 모은 대규모 기획전이다. 도자, 서화, 불교미술 등 당시 미술을 대표하는 691건의 작품이 출품됐다. 국보 16건과 보물 63건 등 다수의 국가지정문화유산이 포함된다. 국내 처음 공개하는 작품도 23건에 달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그간 조선 후기 미술과 비교하면 조선 전기 미술의 면모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조선 후기에 비해 현존 작품 수가 적으며 주요 작품 중 다수가 국외에 있어 접하기 어려운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전시 배경을 설명했다. 전시는 조선 전기 미술의 대서사를 도자, 서화, 불교미술 중심으로 보여준다. 이 시기 도자는 분청사기를 거쳐 새하얀 백자 시대를 맞이했다. 회화에서는 먹을 위주로 한 회화가 주류가 됐고 수묵산수화가 꽃을 피웠다. 불상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금색은 변치 않는 불교의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1부 전시실에는 조선 전기 도자의 흰빛을 향한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됐다. 길이 14m, 높이 3m의 벽에 고려 말 상감청자에서 조선의 분청사기와 백자까지 박물관 소장 도자 300여건이 색의 변화에 따라 배치됐다. 특히 박물관 소장 '송하보월도', 일본 모리박물관 소장 '산수도' 등 조선 전기 서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주는 작품도 다수 있다. '송하보월도'는 그간 조사 연구에 의해 달과 매화가 붉은 안료로 채색된 사실이 밝혀졌다. 화면 가운데 마르고 단단한 소나무를 배치하고, 아래에는 대나무와 매화나무를 그렸다. 하늘에는 붉은 색으로 칠한 달이 떠 있는데, 테두리를 금색으로 그렸다. 바위 앞에는 고사와 시동이 서 있다. 바위와 산은 대부벽준으로 표현됐으며, 전체적인 구도와 표현 방식은 중국 남송시대 마하파 화풍을 따른 것이다. 일본 모리박물관 소장 '산수도'는 기존에는 중국 작품으로 여겨졌지만, 그간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조선 전기 작품으로 재평가됐다. 봄, 여름, 가을의 경치를 담은 세 폭의 산수화로, 원래는 사계절 전체를 그린 것인데 한쪽으로 치우친 구도와 넓은 공간, 언덕 위 두 그루의 소나무 등에서는 안견파 화풍의 특징이 드러난다. 다만 파도처럼 흘러가는 구름과 강한 명암 대비에서는 미법산수와 절파 화풍의 흔적도 엿보인다. 거대한 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풍속 장면, 정교한 건축 묘사와 화려한 채색은 전문 화원의 솜씨를 보여주며 건축 기단에 표현된 ‘허튼층쌓기’는 조선 건축 표현의 한 단면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한때 중국 송나라 미우인의 그림으로 여겨졌으나 16세기 중반 조선 화원이 그린 것으로 본다. 이밖에 원래 세트였으나 서로 다른 기관에 소장된 작품들도 선보인다. 미국 라크마(LACMA) 소장 '산시청람도'와 일본 야마토문화관 소장 '연사모종도'는 '소상팔경도 중 두 장면에 해당하는 그림이다. 이들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함께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왕실 후원의 불상과 불화에서부터 불교 서적과 민간 차원에서 조성된 불교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개해 이 시기 불교미술의 진면목을 재조명한다. 한편, 프롤로그 '조선의 새벽, 새로운 나라로'에서는 태조 이성계가 발원해 금강산에 봉안한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을 만난다. 1부 '백(白), 조선의 꿈을 빚다'에서는 국가 체제의 힘으로 견인한 조선 전기 도자 산업의 전모를 살펴본다. 2부 '묵(墨), 인문으로 세상을 물들이다'에서는 조선 전기 사대부의 이상을 담은 서화를 소개한다. 3부 '금(金), 변치 않는 기도를 담다'에서는 신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인간의 본성 깊은 곳에 맞닿아 있던 불교미술을 조명한다. 에필로그 '조선의 빛, 훈민정음'에서는 '훈민정음'을 소개하며 전시를 마무리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 시기 미술에서는 새 나라의 건설이라는 커다란 변화 속에서 주목할 만한 혁신과 변화가 있었고 이때 형성된 특징과 미감은 한국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 돼 현재 우리에게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새 나라 조선에서 펼쳐진 미술의 주요 흐름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6-12 09:27:54【영주·봉화(경북)=정순민 기자】 'BYC'라는 말이 있다. 내의로 유명한 BYC백양이 아니라, 교통 오지로 불리는 경북 봉화, 영양, 청송 얘기다. 이들 지역에 비하면 바로 옆에 있는 경북 영주는 인구도 많고 교통도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이곳 역시 큰 맘을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경북 영주에 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부석사를 이야기한다. 그게 아니면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으로 알려진 소수서원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하지만 영주에 부석사와 소수서원만 있는 건 아니다. 산과 들이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초여름, 선비의 기품이 살아있는 두 고장, 경북 영주와 봉화를 다녀왔다. ■영주, 선비촌 찍고 무섬마을로 영주는 예로부터 학문과 예(禮)를 숭상했던 선비문화의 중심지다. 그런 영주에 일종의 선비문화 테마공원이라고 할 수 있는 '선비촌'이 있는 건 매우 자연스럽다. 고려 후기 문신이자 순흥 안씨 시조인 안향(1243~1306)의 고향인 영주 순흥면 청구리 일대에 지어진 선비촌에는 선조들이 실제로 살았던 생활 공간이 그대로 복원돼 있어 그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해우당 고택, 인동장씨종택, 두암고택, 만죽재 등 실제 건물을 옮겨 놓은 이곳에선 숙박도 가능해 하룻밤 머물며 옛 선비들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자동차로 1~2분 거리에 소수서원과 또 다른 선비 테마파크 '선비세상'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도 좋다. 자연의 정취와 고즈넉함이 살아있는 무섬마을도 영주의 DNA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라 하여 '무섬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조선시대 지어진 다양한 구조의 전통가옥이 많아 조상들의 자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특히 경북 북부지역의 전형적인 양반집 구조인 'ㅁ'자형 전통가옥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선비촌에 재현돼 있는 무섬마을 입향 시조 종택 만죽재 실물도 이 마을에서 볼 수 있다. 무섬마을을 찾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마을로 들어가는 외나무 다리 때문이다. 수도교가 놓이기 전까지 무섬마을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했던 이 외나무다리는 길이가 무려 150m에 달하지만 폭이 고작 30㎝에 불과해 조심조심 건너야 한다. 지금의 다리는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예전 모습으로 재현해 놓은 것으로, 이곳에선 매년 10월이면 '무섬외나무다리축제'가 열린다. 영주 순흥면 태장리 소백산 자락에 있는 여우생태관찰원은 새로운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국립공원공단 야생동물보전원이 운영하는 이곳은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 토종여우 복원 사업을 하는 곳으로, 사고를 당하거나 병든 여우를 보호하고 회복시켜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소백산 토종여우는 지리산 반달곰, 설악산 산양과 함께 국립공원공단이 증식·복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멸종위기종으로 현재 100여마리의 여우가 소백산 일대에 서식하고 있다. 다리를 다치거나 병들어 행동이 굼뜬 여우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봉화, 정자문화관과 미슐랭 경관길 영주에 선비촌과 선비세상이 있다면 봉화에는 정자문화생활관이 있다. 음풍농월(吟風弄月)을 즐겼던 옛 선비들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정자를 지어 자연을 벗 삼아 놀았다. 선비의 고장으로 유명한 봉화에는 무려 103개 누각과 정자가 있다. 전국에서 누정이 가장 많고 또한 잘 보존되고 있는 곳이 바로 봉화다. 지난 2020년 문을 연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은 국내 유일의 누정 테마공원으로, 이곳에는 봉화뿐 아니라 경향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유명 정자와 누각을 실물 크기로 복원해 놓았다. 청암정, 계서당, 성암재 등 봉화에 있는 것들은 물론, 광풍각(전남 담양), 한벽루(충북 제천), 세연정(전남 보길도) 등 전국에 있는 국보급 정자들도 여기서 다 볼 수 있다. 또 이곳에는 '솔향촌'이라는 이름의 숙박시설이 있어 솔향기를 맡으며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다. 물야면 오전리에 있는 오전약수관광지도 빼놓으면 아쉬울 봉화의 명소다. 조선 성종 때 어느 보부상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오전약수는 소수서원을 건립한 풍기군수 주세붕(1495~1554)이 즐겨 마셨다는 명수(名水)로 "마음의 병을 고치는 좋은 스승에 비길 만하다"는 칭송이 자자하다. 약수탕 주변에는 지금도 약수로 밥을 짓고 닭백숙을 끓여 파는 집들이 많은데, 약수에 철분 성분이 많아 밥과 닭이 검푸른 빛을 띈다. 한데 요즘 이곳에서 더 유명한 음식은 닭백숙이 아니라 화덕피자다. 관리사무소를 리모델링해 오픈한 봉화객주 카페에선 화덕에 갓 구워낸 피자를 파는데, 주말이나 휴일이면 긴 줄이 생길 만큼 인기라고 한다. 주 메뉴는 루꼴라를 잔뜩 얹은 비스테카 루꼴라 피자로 선비의 고장에서 맛보는 서양음식의 맛이 이색적이다. 봉화에는 이곳 사람이 아니라면 잘 모르는 비경이 있는데, 바로 미슐랭 그린가이드 한국 편에서 별 하나를 받은 35번 국도다. 흔히 '미슐랭 경관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길은 과거 퇴계 이황(1502~1571)이 젊은 날 입신을 위해 즐겨 걷던 옛길로, 자동차로 달리기 좋은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도 이름이 나있다. 특히 길 중간에 만나게 되는 범바위전망대는 봉화의 숨은 사진 명소로, 곡선으로 흐르는 낙동강 물줄기와 겹겹이 이어지는 산세가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5-06-05 18:34:42【영주·봉화(경북)=정순민 기자】 'BYC'라는 말이 있다. 내의로 유명한 BYC백양이 아니라, 교통 오지로 불리는 경북 봉화, 영양, 청송 얘기다. 이들 지역에 비하면 바로 옆에 있는 경북 영주는 인구도 많고 교통도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이곳 역시 큰 맘을 먹어야 갈 수 있다. 경북 영주에 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배흘림 기둥'으로 유명한 부석사를 이야기한다. 그게 아니면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으로 알려진 소수서원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하지만 영주에 부석사와 소수서원만 있는 건 아니다. 산과 들이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초여름, 선비의 기품이 살아있는 두 고장, 경북 영주와 봉화를 다녀왔다. 영주, 선비촌 찍고 무섬마을로 영주는 예로부터 학문과 예(禮)를 숭상했던 선비문화의 중심지다. 그런 영주에 일종의 선비문화 테마공원이라고 할 수 있는 '선비촌'이 있는 건 매우 자연스럽다. 고려 후기 문신이자 순흥 안씨 시조인 안향(1243~1306)의 고향인 영주 순흥면 청구리 일대에 지어진 선비촌에는 선조들이 실제로 살았던 생활 공간이 그대로 복원돼 있어 그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해우당 고택, 인동장씨종택, 두암고택, 만죽재 등 실제 건물을 옮겨 놓은 이곳에선 숙박도 가능해 하룻밤 머물며 옛 선비들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자동차로 1~2분 거리에 소수서원과 또 다른 선비 테마파크 '선비세상'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도 좋다. 자연의 정취와 고즈넉함이 살아있는 무섬마을도 영주의 DNA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라 하여 '무섬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조선시대 지어진 다양한 구조의 전통가옥이 많아 조상들의 자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특히 경북 북부지역의 전형적인 양반집 구조인 ‘ㅁ’자형 전통가옥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선비촌에 재현돼 있는 무섬마을 입향 시조 종택 만죽재 실물도 이 마을에서 볼 수 있다. 무섬마을을 찾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마을로 들어가는 외나무 다리 때문이다. 수도교가 놓이기 전까지 무섬마을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했던 이 외나무다리는 길이가 무려 150m에 달하지만 폭이 고작 30㎝에 불과해 조심조심 건너야 한다. 지금의 다리는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예전 모습으로 재현해 놓은 것으로, 이곳에선 매년 10월이면 ‘무섬외나무다리축제’가 열린다. 영주 순흥면 태장리 소백산 자락에 있는 여우생태관찰원은 새로운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국립공원공단 야생동물보전원이 운영하는 이곳은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 토종여우 복원 사업을 하는 곳으로 사고를 당하거나 병든 여우를 보호하고 회복시켜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소백산 토종여우는 지리산 반달곰, 설악산 산양과 함께 국립공원공단이 증식·복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멸종위기종으로 현재 100여마리의 여우가 소백산 일대에 서식하고 있다. 다리를 다치거나 병들어 행동이 굼뜬 여우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봉화, 정자문화관과 미슐랭 경관길 영주에 선비촌과 선비세상이 있다면, 봉화에는 정자문화생활관이 있다. 음풍농월(吟風弄月)을 즐겼던 옛 선비들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정자를 지어 자연을 벗삼아 놀았다. 선비의 고장으로 유명한 봉화에는 무려 103개 누각과 정자가 있다. 전국에서 누정이 가장 많고 또한 잘 보존되고 있는 곳이 바로 봉화다. 지난 2020년 문을 연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은 국내 유일의 누정 테마공원으로, 이곳에는 봉화뿐 아니라 경향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유명 정자와 누각을 실물 크기로 복원해 놓았다. 청암정, 계서당, 성암재 등 봉화에 있는 것들은 물론, 광풍각(전남 담양), 한벽루(충북 제천), 세연정(전남 보길도) 등 전국에 있는 국보급 정자들도 여기서 다 볼 수 있다. 또 이곳에는 ‘솔향촌’이라는 이름의 숙박시설이 있어 솔향기를 맡으며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다. 물야면 오전리에 있는 오전약수관광지도 빼놓으면 아쉬울 봉화의 명소다. 조선 성종 때 어느 보부상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오전약수는 소수서원을 건립한 풍기군수 주세붕(1495~1554)이 즐겨 마셨다는 명수(名水)로 “마음의 병을 고치는 좋은 스승에 비길 만하다”는 칭송이 자자했다. 약수탕 주변에는 지금도 약수로 밥을 짓고 닭백숙을 끓여 파는 집들이 많은데, 약수에 철분 성분이 많아 밥과 닭이 검푸른 빛을 띈다. 한데 요즘 이곳에서 더 유명한 음식은 닭백숙이 아니라 화덕피자다. 관리사무소를 리모델링해 오픈한 봉화객주 카페에선 화덕에 갓 구워낸 피자를 파는데, 주말이나 휴일이면 긴 줄이 생길 만큼 인기라고 한다. 주 메뉴는 루꼴라를 잔뜩 얹은 비스테카 루꼴라 피자로 선비의 고장에서 맛보는 서양음식의 맛이 이색적이다. 봉화에는 이곳 사람이 아니라면 잘 모르는 비경이 있는데, 바로 미슐랭 그린가이드 한국 편에서 별 하나를 받은 35번 국도다. 흔히 '미슐랭 경관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길은 과거 퇴계 이황(1502~1571)이 젊은 날 입신을 위해 즐겨 걷던 옛길로, 자동차로 달리기 좋은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도 이름이 나있다. 특히 길 중간에 만나게 되는 범바위전망대는 봉화의 숨은 사진 명소로, 곡선으로 흐르는 낙동강 물줄기와 겹겹이 이어지는 산세가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5-06-04 17:11:40[파이낸셜뉴스] 환경 빅데이터 플랫폼을 이용해 댐과 지역 명소, 철길을 잇는 여행상품이 출시돼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9일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영주시와 댐 소재 지역 및 인구감소지역 활성화를 위해 '물결 따라 철길 따라 힐링 영주댐' 기차여행 이벤트 상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상품은 KTX 승차권과 힐링 영주댐 여행 패키지로 구성한 당일 기차여행 상품이다. 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영주댐과 영주시의 핵심 관광자원인 부석사를 비롯해 지역 재래시장 등을 코레일의 열차 운행과 연계했다. 수자원공사는 환경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개방 중인 댐 주변지역 생태·문화자원 정보 및 코레일의 여객 승하차 데이터와 KTX 철도망 접근성, 지역 명소 등 자체적인 관광 인프라 등을 고려해 인구감소지역에 위치한 영주댐과 영주시를 대상지로 선정했다. 해당 상품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은 먼저 KTX를 통해 영주시로 이동한다. 이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부석사, 선비 문화 테마파크인 선비세상, 영주댐의 용마루 공원 출렁다리와 물문화관, 재래시장 등을 둘러본다. 여행상품은 오는 7월 31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며 예약은 코레일 공식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이용객은 철도운임 50% 및 선비세상 입장료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영주댐 물문화관 관람 후 영주 특산품 사과를 활용한 수자원공사의 특별 기념품도 제공한다. 주말에는 영주시 재래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주말 특전 1만원 상품권이 주어진다. 류형주 수자원공사 부사장은 "이번 이벤트는 기관 간 자발적 협력을 통해 추진한 국내 최초의 댐 주변지역 활성화 프로젝트"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기관과 협력해 댐 주변의 친수가치 발굴과 지역상생발전에 선도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5-05-29 14:51:38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25년 열린관광지 조성 사업' 대상지로 10개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지 20개소를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열린관광지 조성 사업'은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동반가족 등 관광취약계층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관광지의 보행로, 경사로, 이용·편의시설 등을 개·보수하고, 누구나 차별 없이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총 162개소가 조성됐다. 이번에 선정된 열린관광지는 △레고랜드, 김유정문학촌(강원 춘천) △제3땅굴, 도라전망대(경기 파주) △거제식물원(경남 거제) △진주성, 월아산 숲속의 진주(경남 진주) △황매산군립공원, 합천영상테마파크(경남 합천) △직지사 사명대사공원, 산내들오토캠핑장(경북 김천) △상주국제승마장, 경천섬(경북 상주) △이육사문학관, 예움터마을(경북 안동) △소수서원, 선비촌, 선비세상(경북 영주시 △내장산 국립공원-내장산지구, 정읍 구절초 지방정원(전북 정읍) 등이다. 2025년 열린관광지는 핵심 관광콘텐츠를 관광취약계층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수준으로 체험할 수 있는지에 심사의 주안점을 뒀다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선정 후에는 배리어프리 전문가, 관광전문가 등 관련 분야 전문가가 공동으로 참여해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설계를 진행하고, 내년부터 시설 개·보수와 관광취약계층 유형별 맞춤형 관광콘텐츠를 확충할 계획이다. 관광콘텐츠는 기존 지체장애인 중심에서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문체부는 조성이 완료된 열린관광지를 공사 무장애 관광정보 누리집 '모두의 여행' 등을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홍보하고,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해설 서비스도 지원할 계획이다. 문체부 김정훈 관광정책국장은 "인구 고령화로 무장애 관광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며 "앞으로도 관광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두가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는 열린관광지, 누구에게나 평등한 관광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31 06:46:06[파이낸셜뉴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 천왕봉 바로 아래 위치한 바위에서 일제를 물리치고자 하는 염원을 새긴 바위글씨를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바위글씨는 권상순 의병장 후손이 2021년도 9월에 발견하고 국립공원공단에 지난해 11월에 조사를 요청해 확인된 것이다. 국립공원공단 연구진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이 바위글씨 전문을 촬영하고 탁본과 3차원 스캔 작업으로 기초조사를 펼쳤다. 조사 결과,자연석 바위에 전체 폭 4.2m, 높이 1.9m의 크기로 392여자가 새겨졌으며, 전국의 국립공원에서 확인된 근대 이전의 바위글씨 중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고 글자수도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이 바위글씨의 글자가 마모돼 전체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워 자체 조사자료를 한국선비문화연구원 최석기 부원장과 한학자 이창호 선생에게 의뢰해 그 내용을 판독했다. 판독 결과 이 바위글씨는 구한말 문인 묵희가 지은 것으로 1924년 지리산 천왕봉 밑의 바위에 새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바위글씨를 번역한 최 부원장은 "천왕(天王)을 상징하는 지리산 천왕봉의 위엄을 빌려 오랑캐(일제)를 물리쳐 밝고 빛나는 세상이 오기를 갈망하면서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비분강개한 어조로 토로한 것이 석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이사장은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 정상에서 일제에 대항한 의병과 관련된 바위글씨가 발견된 것은 국립공원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여주며, 지리산 인문학과 지역학 연구에 아주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4-08-13 14:30:07[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어느 한 마을에는 어리석은 사내가 살았다. 어느 날 사내의 어머니는 시장에 가서 “콩을 구해오거라.”라고 했다. 그러나 사내는 콩이란 단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계속 딴 곡물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래서 어머니는 콩을 보여주면서 “그럼 이렇게 생긴 것을 구해오거나.”라고 했다. 사내가 시장에서 돌아왔다. 그런데 곡물 주머니에는 보리가 들어가 있었다. 어머니는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보리도 필요했기에 화를 내지 않았다. 며칠 후 어머니는 다시 사내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이제는 시장에 가서 보리를 구해오라고 하면서 보리를 보여줬다. 그런데 사내가 시장에서 구해 온 것은 다름아닌 콩이었다. 어머니는 화가 단단히 났다. 그래서 “너는 어찌 콩과 보리를 구별도 못하느냐? 아무리 어리석더라도 콩과 보리는 구별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하면서 꾸짖었다. 그때 잠시 출타를 했던 사내의 아버지가 집에 돌아왔다. 아버지는 부인에게 자초지종을 듣더니 한숨을 내 쉬었다. 사내의 아버지는 글공부를 많이 한 선비였다. 아버지는 아들을 마루에 불러다 놓고, 콩을 의미하는 숙(菽) 자 옆에 콩을 놓고, 보리는 의미하는 맥(麥) 자 옆에 보리를 놓고서는 서로 비교하면서 가르쳤다. 사내는 숙자와 맥자를 읽고 쓰는 것이 힘들었다. 사실 눈으로 봐서도 이 둘을 서로 구별을 못하는데, 글씨는 더욱 힘든 것이 당연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너는 어찌 숙맥(菽麥)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말이야.”라고 하면서 화를 냈다. 아버지가 “숙맥”이라고 하면 아들도 “쑥맥”하고 따라했다. 마당 울타리 밖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동네 아이들은 그날 이후부터 사내에게 쑥맥! 쑥맥! 하고 놀렸다. “누구는 쑥맥이래요.” “누구는 쑥맥같데요.” 사실 동네 아이들은 쑥맥이 그냥 바보 멍청이에게 하는 욕인 줄만 알았다. 아이들이 어느 날 서당에서 글공부를 하는데, 한 아이가 글을 잘 읽는 못하는 아이이게 “너도 쑥맥이구나.”하고 놀렸다. 그랬더니 훈장 선생님이 쑥맥이라고 놀린 아이에게 “너는 숙맥이 무슨 뜻인 줄 아느냐?”하고 물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쑥맥은 바보라는 뜻이 아닙니까?”라고 했다. 훈장은 아이들을 모아 놓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줬다. “옛날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 왕인 주자에게는 형이 있었단다. 주자가 당시 왕이 된 나이가 고작 14세이었는데, 주자에는 형이 한 명 있었지. 그런데 형님은 지혜롭지 못하고 어리석은 데가 있었단다. 주자는 형을 두고 자신이 왕에 오른 것이 몹시 마음에 걸려 했지. 신하들은 주자 왕에게 ‘형님은 숙맥(菽麥)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왕으로 모실 수가 없었습니다. 형님의 지혜롭지 못함을 온 세상이 다 알고 있사옵니다. 괘념치 마시옵서서.’라고 했지. 신하들의 말 그대로 주자의 형은 지혜롭지 못하고 사물을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졌단다. 실제 형은 콩인 숙(菽)과 보리인 맥(麥)을 구별하지 못했어. 그래서 어리석고 바보같은 사람에게 ‘숙맥’이라고 하는 것이다. 너희들이 지금 ‘쑥맥’이라고 놀리는 그 말은 숙맥(菽麥)이란 한자어인 것이다.”라고 했다. 서당의 학동들은 흥미롭다는 듯이 훈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때 글공부를 많이 한 한 아이가 “훈장님, 논어에 보면 어떤 노인이 자로에게 ‘오곡(五穀)도 분별하지 못한다’고 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것도 같은 의미입니까?”하고 물었다. 훈장은 ‘기특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네가 말한 것은 논어의 미자편에 나온다. 이 내용을 모르는 녀석들이 있으니 자세하게 설명해 주마. 옛날,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스승인 공자와 함께 시골길을 걷다가 처져서 공자를 놓쳤단다. 자로가 이리저리 스승을 찾아다녔는데, 그때 우연히 길가에서 바닥에 쭈그려 앉아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노인을 만났지. 노인은 땅바닥에 쏟아져 있는 곡물을 서로 다른 작은 주머니에 구분해서 담고 있었어. 자로는 노인에게 다가가서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신 겁니까? 제가 도와드릴까요?’하고 물었어. 노인은 ‘내 삼태기 안에 들어있던 오곡 주머니가 쏟아져서 곡물들이 서로 섞여 있어서 구분해서 다시 나눠담고 있네.’라고 했지. 그러나 자로는 오곡을 구분할 수 없어서 멀뚱멀뚱 쳐다만 보았단다. 노인은 이런 자로가 한심해 보였어. 자로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서 노인에게 ‘어르신 혹시 제 스승님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하고 물었단다. 그러자 노인은 자로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자네는 팔다리를 움직이는 일은 한번 해 본 것 같지도 않고, 게다가 오곡도 구분하지 못하는데. 도대체 자네의 스승이 누구라는 말인가?’하고 핀잔을 주고 나서 거들떠보지도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단다.”라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훈장은 잠시 이야기를 멈추더니 학동들에게 물었다. “노인이 자로에게 한 말은 어떤 뜻일 것 같으냐?” 그러자 논어를 많이 읽은 학동이 “노인이 말한 ‘오곡(五穀)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하는 말은 바로 ‘숙맥(菽麥)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 말과 같은 뜻인 것 같사옵니다. 그래서 노인은 자로가 농사를 짓지 않고 글공부를 한답시고 스승만 따라다니면서 떠도는 것을 책망한 말이옵니다. 즉, 자로에게 어리석다고 꾸짖는 것과 같사옵니다.”라고 했다. 훈장은 학동의 말을 듣고서는 흐뭇해했다. 옛날에는 곡식이 무척 중요했다. 특히나 먹을 수 있는 곡식과 그 이름을 아는 것이 중요했다. 곡식에는 오곡과 팔곡이 있었는데, 오곡(五穀)은 도(稻, 벼), 서(黍, 기장), 직(稷, 피), 맥(麥, 보리), 숙(菽, 콩)이고, 여기에 량(梁, 수수), 화(禾, 조), 마(麻, 깨)를 추가해서 팔곡(八穀)이라고 한다. 쌀을 의미하는 미(米)는 벼를 의미하는 도(稻)에 속했다. 보통 식물 자체로는 도(稻, 벼)라고 하고, 추수를 해서 먹는 쌀 형태를 미(米)라고 했다. 그리고 조를 의미하는 자로는 속(粟)도 있었다. 콩을 의미하는 숙(菽)은 다른 말고 두(豆)나 태(太)라고도 했다. 그런데 일반 백성들은 곡물의 이름을 자세하게 알 수가 없었다. 지역에 따라서 나는 곡물이 달랐고 이름도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콩과 보리를 구분하는 것은 가장 쉬웠다. 콩과 보리는 오곡에 속하기도 하면서 거의 모든 지역에서 났기 때문이다. 쌀이 나지 않는 곳이라도 콩과 보리는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한다면 정말 어리석다는 말이 된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쑥맥은 숙맥에서 비롯된 말이다. 숙맥(菽麥)은 콩[숙(菽)]과 보리[맥(麥)]로 불변숙맥(不辨菽麥)의 준말이다. 불변숙맥은 콩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콩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을 ‘숙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제목의 ○○은 ‘숙맥(菽麥)’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의학입문 식치문> 〇 按五榖, 稻黍稷麥菽, 早米晩米 糯米皆稻也. 舊說, 獨以糯爲稻, 則誤也. 陶隱居云詩, 黍稷稻梁禾麻菽麥, 八穀也. 俗人莫能證辨, 而况芝英乎. (생각하건대 오곡은 도, 서, 직, 맥, 숙이다. 조미, 만미, 나미는 모두 벼인데도, 옛날에는 나만을 도라고 했으니, 이것은 틀린 말이다. 도은거는 다음처럼 말했다. 시경에서 서, 직, 도, 량, 화, 마, 숙, 맥을 팔곡이라고 했지만, 속인들은 구별하지 못하거늘 더욱이 영지를 감별할 수 있겠는가?) <춘추좌씨전> 十八年, 春, 王正月, 庚申, 晉欒書, 中行偃, 使程滑弒厲公, 葬之于翼東門之外, 以車一乘, 使荀罃, 士魴, 逆周子于京師而立之, 生十四年矣, 大夫逆于清原, 周子曰, 孤始願不及此, 雖及此, 豈非天乎, 抑人之求君, 使出命也, 立而不從將安用君, 二三子用我今日, 否亦今日, 共而從君, 神之所福也. 對曰: 群臣之願也, 敢不唯命是聽, 庚午, 盟而入, 館于伯子同氏辛巳, 朝于武宮, 逐不臣者七人. 周子有兄而無慧, 不能辨菽麥, 故不可立. (18년 봄 주왕 정월 경신일에 진의 난서와 중행언은 정환으로 하여금 진여공을 죽이게 하고, 익읍의 동문 밖에 매장하였는데, 장거 일승만을 사용하였다. 순앵과 사방을 경사에 보내어 주자를 맞아 그를 임금으로 세웠는데, 나이 열넷이었다. 대부들이 청원에서 맞이하니 주자가 말하기를 “나는 처음에 임금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비록 이렇게 되었으나 어찌 하늘의 뜻이 아니겠소. 또한 사람들이 임금을 구하는 것을 명을 내게 함인데, 세워놓고 따르지 않는다면 장차 임금을 어디에 쓰겠소. 그대들이 나를 필요로 함도 오늘이오, 그렇지 않은 것도 오늘이오. 공손히 임금을 따른다면 신이 복을 내릴 것이오.”라고 하였다. 대답하여 말하기를 “뭇 신하들의 바람이니 감히 명을 따르지 않겠습니다.”라 하였다. 경오일에 맹약하고 국도로 들어가 대부 백자동씨의 집에 머물렀다. 신사일에 무궁에 조현하고 신하답지 않은 사람 일곱을 축출하였다. 주자에게는 형이 있었으나 지혜롭지 못하여 콩과 보리를 분간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임금으로 세울 수 없었던 것이다.) <논어> 微子篇. ○ 子路從而後, 遇丈人, 以杖荷蓧. 子路問曰, “子見夫子乎?” 丈人曰, “四體不勤, 五穀不分, 孰為夫子?” 植其杖而芸. (미자편. ○ 자로가 뒤따르다가 처져 지팡이로 삼태기를 걸쳐 메고 있는 장인을 만났다. 자로가 물었다. “어르신, 혹시 제 스승님을 못 보셨습니까? 장인이 말하길, “사지를 움직여 부지런히 일하지도 않고 오곡도 분별하지 못하는데, 누가 자네의 스승인가?”하고, 지팡이를 땅에 꽂고 김을 매었다.) ○ 集註. 丈人, 亦隱者. 蓧, 竹器. 分, 辨也. 五穀不分, 猶言不辨菽麥爾, 責其不事農業而從師遠遊也.(집주. 노인 역시 은자다. 조는 대나무 그릇이다. 분은 분별이다. 오곡도 분별하지 못한다고 함은 콩과 보리를 분별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으니 농사를 짓지 않고 스승을 따라 멀리 떠돈다고 자로를 책망한 것이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4-30 15:0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