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제 진짜 운명의 시간이 째각째각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실제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내의 분위기만 보면 류현진의 행선지는 어느정도 결정된 분위기같은 느낌을 준다. 뉴욕 메츠가 이마나가 쇼타의 영입전에서 발을 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만약,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제 진짜로 류현진만 남아있는 모양세다. 뉴욕메츠는 애초에 야마모토 요시노부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보기 좋게 물을 먹었다. 두번 째 타깃은 지올리토 였다. 하지만 보스턴에게 빼앗겼다. 그리고 이마나가는 포기했다. ‘디애슬레틱’ 칼럼니스트 짐 보든은 1월 5일 이마나가 영입전의 최종 경쟁팀은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LA 에인절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라고 말했다. 결국, 뉴욕 메츠는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노렸지만 불발되었고, 이번 시즌 전력 보강을 포기하는 모양세다. 사실 뉴욕 메츠가 현 시점에서 거액의 장기계약을 다시 하기에는 꽤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은 맞다. 뉴욕 메츠는 작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연봉을 받았다. AP는 "메츠는 총 1억78만1천932달러(약 1천313억원)를 내야 한다"라며 "이는 2015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기록한 종전 최고치, 4천360만달러의 두배가 넘는 금액"이라고 전한 바 있다. 메츠는 헤지펀드계 거물 인사인 스티브 코언이 2020년 9월 구단주가 된 뒤 천문학적인 자금을 풀어 주요 선수를 끌어모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마무리 투수 에드윈 디아즈(5년 1억200만 달러), 선발투수 저스틴 벌랜더(2년 8천666만 달러·현 휴스턴 애스트로스), 좌완 투수 호세 킨타나(2년 2천600만 달러), 외야수 브 랜던 니모(8년 1억6천200만 달러), 일본인 투수 센가 고다이(5년 7천500만 달러) 등 주축선수와 거액에 계약했다. 하지만 성적은 형편없었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4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메츠는 맥스 슈어저(텍사스 레인저스), 벌랜더, 데이비드 로버트슨(마이애미 말린스), 마크 캐나(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을 트레이드하며 부유세 줄이기에 안간힘을 기울였으나 세금 폭탄 총량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해당 언론은 이를 두고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구매자의 후회 때문에 메츠는 며칠 사이에 미래의 명예의 전당에 오를 두 명의 선수를 트레이드하여 맥스 슈어저를 텍사스 레인저스로, 저스틴 벌랜더를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보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올해 부유세를 내는 팀은 총 8개로, 메츠가 내야 할 부유세 규모는 2~7위 팀의 부유세 총액보다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이마나가에게 많은 금액을 쓸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그리고 설령 이마나가를 영입한다고 하더라도, 메츠는 당장 우승권에 도전할 팀이 아니다. 아직 남아있는 청구서가 한트럭이다. 다라서 잠재력이 있지만, 가성비가 좋은 선수를 단기 계약으로 대박을 노리는 것이 현재 뉴욕 메츠가 정한 전략이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양키스의 루이스 세베리노다. 메츠는 우완투수인 루이스 세베리노(29)와 1천300만달러(약 167억원)에 1년 계약을 맺었다 2015년 양키스에서 데뷔한 세베리노는 최고시속 160㎞를 웃도는 강속구 투수다. 2017년에는 14승 6패, 평균자책점 2.98, 2018년 19승 8패, 평균자책점 3.39를 기록하며 양키스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9년 이후 어깨 회전근개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는 등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는 19경기에서 4승 8패, 평균자책점 6.65를 기록한 뒤 양키스에서 풀려났다. 과거에 화려한 선수였지만, 부상 이력이 있고 최근 성적이 좋지 않다는 점은 류현진과 비슷한 점이 있다. 다른 점이라면 작년 류현진이 보여준 11경기에서의 모습이 세베리노보다는 훨씬 나았다는 점이다. 메츠는 트레이드로 밀워키에서 애드리안 하우저를 데려왔다. 하지만 작년에 영입한 퀸타나나 올해 영입한 세베리노, 하우저 등은 부상 리스크가 있는 투수들이다. 센가 코다이도 작년같은 위용을 보여준다는 보장이 없다. 뉴욕 언론에서 류현진을 영입하는 것도 그때문이다. 미 팬사이드에서는 “메츠는 믿을 수 있는 베테랑 류현진과 계약해야 한다” 라며 “37세 시즌을 앞두고 있는 류현진은 예전과 같은 에이스는 아니지만 메츠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면서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을 수 있는 선수다”라고 말했다. 그밖에 디애슬래틱, 뉴욕 포스트 등 수많은 언론들이 뉴욕 메츠와 류현진을 연결시키며 가장 잘 맞는 조합이라는 논조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특정 팀과 특정 선수가 이렇게 많이 연결 되기도 쉬운 것이 아니다. 특정팀과 특정 선수가 굉장히 많이 연결되었고 실제로 그 조합이 완성된 대표적인 사례가 오타니 쇼헤이와 LA 다저스였다. 과연, 미국 언론들의 말대로 류현진은 뉴욕 메츠의 유니폼을 입을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1-06 19:27:14[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조선 초기 태종 17년(1417년) 음력 1월, 태종은 명나라 황제인 영락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사신을 보냈다. 사신으로는 의정부 정2품에 해당하는 참찬 정구(鄭矩)가 축하 사절단의 대표로 선정되었고, 사절단에는 김을현(金乙玄)이 통역관으로 동행했다. 영락제의 생일이 음력 5월 2일인데, 조선에서 남경까지 가려면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음력 1월이면 출발해야 했다. 사신들은 남경(南京)으로 향했다. 남경은 송나라 때부터 명나라 수도였다. 그런데 남경에 있던 영락제가 음력 2월 13일 남경을 출발하여 북경(北京)을 향했다. 자칫 길이 어긋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사신들은 남경으로 가던 도중 숙주(宿州) 근처에서 이동 중인 황제의 행차를 알현하게 되었다. 숙주(안휘성)는 북경과 남경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도시다. 영락제는 숙주의 임시 거처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사절단의 대표인 정구는 명나라 황제에게 “저는 조선의 의정부 참찬 정구(鄭矩)라고 하옵니다. 조선의 태종께서 황제의 성절(聖節)을 축하하기 위해 저희가 사절단으로 왔습니다. 감축드리옵니다.”하고 선물을 내밀었다. 김을현이 통역을 했다. 그러자 영락제가 “조선 사신의 이름이 정구(鄭矩)라면 여러 후궁 중 한 명과 친척인가?”라고 하고 물었다. 명나라 신하가 “사신 정구는 후궁 중 한 명인 정비(鄭妃)와 성이 같은 친척이 됩니다.”라고 아뢰었다. 영락제는 당시 총 24명의 비(妃)를 두었는데, 그중 9명이 조선 출신이었다. 정비가 영락제 후궁이 된 지도 벌써 9년이 되었다. 황제는 사신들 중에 정비의 친척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황제는 내관을 불러서 “조선의 사신들에게 고기와 술을 대접하도록 하라. 그런데 내가 익히 조선의 후궁들에게 듣기로 ‘조선인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하니, 돼지고기는 빼고 대신 소고기와 양고기를 내어 주도록 하거라.”라고 했다. 내관은 술과 함께 소고기, 양고기 등 진수성찬을 내어 왔다. 황제가 자리를 비우자 내관이 사신들에게 “조선인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요? 무릇 돼지는 집에서 기르는 말, 소, 양, 돼지, 개, 닭에 해당하는 육축(六畜) 중 하나가 아닙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통역사 김을현이 “사실 조선에서는 돼지를 구경하기가 어렵습니다. 조선의 궁에서는 중국돼지인 당저(唐猪)를 제례용으로 사용하는데, 이마저도 사료가 부족해서 당저를 몇 마리만 암기고 외방 각도로 보내어 번식하도록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백성들도 먹을 것이 부족해서 돼지를 기르기가 쉽게 않습니다. 돼지는 다른 가축과 달리 먹이를 너무 많이 먹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조선의 궁에서는 전구서와 예빈시에서 염소, 양, 돼지, 기러기, 오리, 닭 등의 가축을 키우는데, 쌀이나 콩 등의 사료가 많이 들어서 태종은 친히 <농상집요(農桑輯要)>에 따라서 관리하도록 했다. 특히 조선의 토종돼지는 크기가 작아서 살찐 돼지로 키우려면 사료가 너무 많이 들어서 중국에서 수입한 당저(唐猪)를 키웠다. 태종이 당저를 일반 백성에게 번식시켜 키우게 한 것은 제사에도 사용하고 노인을 봉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사실 궁에서도 사료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으니 일반 백성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명나라 내관은 “명나라 또한 요즘이 돼서야 돼지고기를 즐겨 먹기 시작했소. 과거 송나라 때 보면 우리나라도 돼지를 먹지 않았소이다. 송나라 때 소동파도 돼지고기를 노래한 시에서 ‘부자는 먹으려 하지 않고(貴者不肯吃), 가난한 이는 요리할 줄 모르네(貧者不解煮)’라고 했다오.”라고 했다. 그러자 김을현은 “게다가 조선에서는 돼지고기는 독이 있고 많이 먹으면 풍(風)이 생긴다는 소문이 있어서 안 먹는 사람들도 있소이다.”라고 했다. 내관이 그런 소리는 처음 듣는다는 것처럼 놀라는 눈치였다. 그때 황제의 행차에 따라나섰던 의관(醫官)들이 이들을 말을 듣고 있다가 “조선에서 온 사신의 말이 맞소. 그러한 이야기는 원래 당나라 때부터 있었소이다. 당나라 때 저술된 <식료본초>에는 보면 돼지고기는 사람을 허(虛)하게 하고 풍(風)을 동하게 하기 때문에 오래 먹을 수 없다고 했소이다. 다른 의서들도 보면 돼지는 약간 독이 있다고 했고, 뇌를 제외하고서 혀, 밥통, 폐, 간, 쓸개, 창자, 콩팥, 다리 발굽, 기름 등 모든 부위를 약으로 사용하지만 고기만은 먹기에 알맞지 않다고 했소이다. 의서에 독이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돼지고기는 상식(常食)이 아닌 약식(藥食)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요. 그래서 돼지고기를 다린 것을 저육탕(猪肉湯)이라고 해서 소갈증에 약으로 먹기도 했소.”라고 했다. 내관이 의관에게 물었다. “그런데 돼지고기를 많이 먹으면 풍(風)이 온다는 것은 무슨 말입니까?” 의관은 “사실 돼지고기는 음물(陰物)이라 풍을 진정시킬 뿐 풍을 동(動)하게 하지 않소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과거 의서에 적힌 것을 비판하지 않고 그대로 믿었기 때문에 생긴 기우(杞憂)일 뿐이오. 특히 양나라 때 의사인 도홍경이 ‘돼지는 최고로 많이 사용되는데, 오직 고기만은 먹을 수 없으니 사람이 많이 먹게 되면 모두 갑자기 살이 찌게 되는데 이것은 대개 기육(肌肉)을 허하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한 바람에 후세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으면 물살이 찔까 봐 걱정하지만 돼지고기는 오히려 기운이 나게 하고 살집을 튼실하게 할 뿐이요.”라고 했다. 조선의 사신들과 내관은 의관의 말을 듣고서는 다행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신들은 돼지고기를 맛보지 못해 아쉬웠다. 사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돼지가 없어서 못 먹었을 뿐이거늘, 명나라 황제가 ‘조선인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라고 하는 바람에 잔치에 나오지도 않았던 것을 안타까워했다. 사신들은 어쨌든지 돼지고기는 없었지만 융숭한 대접을 받고서 다음 날 황제의 대가 행렬을 따라서 북경으로 향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렀어도 조선에는 돼지가 늘어나지 않았다. 이로부터 약 70여 년이 지난 1488년경, 명나라에서 온 사신 동월(董越)이란 자는 조선을 돌아보고 나서 <조선부(朝鮮賦)>를 기록했는데, “알 수 없는 일은 조선인들은 집에서 돼지를 기르지 않고 채소밭에는 울타리를 치지 않는다. 중략. 촌 늙은이 중에는 한 번도 돼지고기 맛을 모르다가 우연히 관청에서 베푸는 잔치에서 먹게 되면 곧 꿈속에서 돼지가 채소밭을 망치게 되는 꿈을 꾸는 자도 있다. 관청에서라야 양이나 돼지를 두었다가 향음례 때에 더러 쓰기도 한다.”라고 하였다. 돼지는 조선 중기를 넘어서야 명실공히 조선인들의 가축(家畜)이 되었다. 농업이 발전하면서 식량이 늘었고 그래서 돼지 사료를 충당할 수 있는 집들은 돼지를 길렀다. 우리에 넣고 키우기도 하고 때에 따라 방목(放牧)되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 실학자인 홍만선의 <산림경제(山林經濟), 1715년>, 서명응의 <고사신서(攷事新書), 1771년> 그리고 서호수가 편찬한 <해동농서(해동농서(海東農書), 1798년>에는 돼지사육 방법이 나와서 사람들은 돼지를 비교적 수월하게 기를 수 있었다. 이들 책에는 돼지 사료를 줄이는 법이며 돼지를 쉽게 살찌게 하는 방법도 나왔다. 조선 후기, 집집마다 토종돼지를 많이 길렀다. 돼지는 언제 있을지 모르는 잔치를 위해서라도 충분하게 기를만했다. 도처에 없는 곳이 없었다. 여인들조차도 돼지 귀에 줄을 묶어 끌고 다녔다. 토종돼지는 덩치가 작아 얻을 수 있는 고기양은 적었지만 육질이 선명하고 맛이 좋았다. 토종돼지는 작지만 탄탄한 체구에 검은 털로 뒤덮여 있고 이마에는 내 천자가 선명하고 꼬리는 위로 말려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명실공히 토종흑돼지야 말로 진정한 한돈이었다. 돼지는 한 마리만 잡아도 온 가족이 오랫동안 몸보신을 할 수 있었고, 노령의 부모님께 고기를 올려 봉양할 수 있었다. 한꺼번에 먹지 못한 고기는 말려서 포(脯)로 만들어 오랫동안 먹었고, 나머지 허파나 염통, 발굽 등 모든 부속기관들은 제각기 쓰임에 따라서 약으로 사용했다. 돼지고기는 조선인들에게 언제부터인가 가장 흔하게 찾는 고기가 되었다. * 제목의 ○○은 ‘돼지’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태종실록> ○ 태종 16년 병신(1416) 5월 7일. 命典廐署及禮賓寺所畜羔羊, 唐猪, 雁鴨, 雞所飼米豆甚多, 自今一依農桑輯要之法養飼. 且唐猪量宜留養, 餘送外方各道, 孶息料米豆, 亦依京中例養飼. (명하여 전구서와 예빈시에서 기르는 염소, 양, 당나라 돼지, 기러기, 오리, 닭 등을 사육하는 쌀과 콩이 너무 많으니, 이제부터 한결같이 농상집요의 법에 의하여 양사하고, 또한 당나라 돼지는 적당히 요량하여 남겨 두어 기르고, 나머지는 외방 각도로 보내어 번식하는 사료인 쌀과 콩은 또한 경중의 예에 의하여 양사하라고 하였다.) ○ 태종 17년 정유(1417) 1월 19일. 遣議政府參贊鄭矩如京師, 賀聖節也. 命買洪武年間建康所造角弓以來. (의정부 참찬 정구를 명나라의 경사로 보냈다. 이는 성절을 하례하기 위해서였다. 홍무 연간에 건강에서 만든 각궁을 사 오라고 명하였다.) ○ 태종 17년 정유(1417) 윤5월 8일. 節日使通事金乙玄回自北京啓曰: "皇帝於二月十三日發南京, 五月初一日下輦于北京. 皇太子在南京, 臣等向南京, 行至宿州, 謁皇帝大駕, 帝曰: ‘今來使臣, 無乃諸妃之親乎?’ 臣奏: ‘使鄭矩, 於鄭妃爲同姓之親.’ 帝召內官狗兒曰: ‘朝鮮人不食豬肉, 令光祿寺以牛羊肉供給.’ 遂命隨駕, 十日到北京" (절일사의 통사 김을현이 북경에서 돌아왔다. 그 아뢴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황제가 2월 13일에 남경을 출발하여 5월 1일에 북경에 도착하였습니다. 황태자가 남경에 있으므로 신들이 남경으로 향해 가다가 숙주에 이르러 황제의 대가를 알현하였습니다. 황제가 ‘지금 오는 사신이 제비의 친척이 아닌가?’라고 하기에 신이 ‘사신 정구는 정비에게 동성의 친척이 됩니다.’라고 아뢰었습니다. 황제가 내관 구아를 불러 ‘조선인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니, 광록시로 하여금 쇠고기와 양고기를 공급하도록 하라.’라고 하였으며 마침내 수가하라고 명하여 10일에 북경에 도착하였습니다.”) <세종실록> 세종 25년 계해(1443) 3월 4일. 都承旨趙瑞康, 與扈駕宰樞議啓曰: "我國之人, 不嗜猪肉, 凡人尙然, 豈可用於闕內乎? 遠道姑停進上, 近道則不可停之."(도승지 조서강이 호가한 대신들과 함께 의논하여 아뢰기를, “우리나라 사람이 돼지고기를 즐기지 않사오니, 보통 사람도 그러하온데 어찌 궐내에서 쓸 수가 있겠습니까. 먼 도는 진상하는 것을 우선 정지시키되, 가까운 도는 정지시킬 수 없사옵니다.”라고 하였다.) <식료본초, 당나라> 猪. 肉: 味苦, 微寒. 壓丹石, 療熱閉血脈. 虛人動風, 不可久食. 令人少子精, 發宿疹. 主療人腎虛. 肉發痰, 若患瘧疾人切忌食, 必再發. (돼지, 육. 고기: 맛이 쓰고 성질이 약간 차다. 단석을 눌러 혈맥이 열폐된 것을 치료한다. 사람을 허하게 하고 풍을 동하여 오래 먹을 수 없다. 정을 적어지게 하고 숙진을 일으킨다. 신허를 주로 치료하고 고기는 담을 일으킨다. 학질을 앓는 사람은 절대 먹어서는 안되니, 반드시 재발한다.) <증류본초, 11C말> 陶隱居云, 猪, 爲用最多, 惟肉不宜食, 人有多食, 皆能暴肥, 此蓋虛肌故也. (도홍경이 말하기는 돼지는 최고고 많이 사용되는데, 오직 고기만은 먹을 수 없으니 사람이 많이 먹게 되면 모두 갑자기 살이 찌게 되는데 이것은 대개 기육을 허하게 하기 때문이다.) <조선부(朝鮮賦), 1488년> 所不可曉者, 家不豢豕, 蔬不設樊. 引重則惟見牛馬, 用馬馱者為多, 用牛者亦少. 芻牧絕不見羊羱. 鮮食則蹄荃山海, 蔬茹則采掇江灣. 自平安至黃海二道所見皆如此. 有至老村民而不一沾豕味者, 有偶沾燕賜而即夢踏菜園者. 官府乃有羊豕, 鄉飲時或用之. (알 수 없는 일은 집에서 돼지를 기르지 않고 채소밭에는 울타리를 치지 않는다. 무거운 짐을 끄는 데에는 오직 소나 말 외에는 쓰는 것이 없고, 말을 부리는 사람은 많고 소를 부리는 사람은 적다. 목축에는 전혀 양을 볼 수 없다. 신선한 음식을 먹으려면 산이나 바다에 그물이나 통발을 쓰고, 나물을 먹으려면 강이나 바다에 나가 캔다. 평안도에서 황해도까지 오면서 본 것이 이러하였다. 촌 늙은이 중에는 한 번도 돼지고기 맛을 모르다가 우연히 관청에서 베푸는 잔치에서 먹게 되면, 곧 꿈속에서 돼지가 채소밭을 망치게 되는 꿈을 꾸는 자도 있다. 관청에서라야 양이나 돼지를 두었다가 향음례 때에 더러 쓰기도 한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7-24 11:06:51[파이낸셜뉴스 = 전상일 기자] 후안 소토의 트레이드가 임박하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생각지도 못한 팀이 튀어나온 모양세다. 김하성의 소속 팀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미국 MLB 네트워크 존 헤이먼 기자는 12월 7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주전 외야수 후안 소토, 트렌트 그리셤이 뉴욕 양키스로 이적할 것이라고 보도한 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국 출신 중견수 이정후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라며 "샌디에이고가 이정후의 유력한 행선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정후는 2024년 연봉이 소토보다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며, 탄탄한 수비력을 갖춘 선수로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컨택 능력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MLB 수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샌디에이고가 이정후 영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김하성 영입을 주도했던 A.J.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이 KBO리그 출신 선수 영입 성공 사례를 다시 쓰기 위해 이정후를 눈여겨본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이런 예상을 감히 하기 힘들었던 것은 샌디에이고의 팀 구성 때문이었다. 샌디에이고는 소토, 그리셤, 그리고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도 있었다. 그런데 상황은 급변했다. 샌디에이고가 소토와 그리셤을 양키스로 내주고 투수 4명, 포수 1명을 영입하는 대형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LB닷컴은 "건강검진 등 사소한 과정만 남았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미 김하성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샌디에이고가 이정후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존 헤이먼 기자는 “파드리스는 페이롤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후안 소토를 트레이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소토에게 갈 예정이었던 돈을 확보하면 팀 로스터를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파드리스가 양키스와의 잠재적 거래에서 영입할 투수들은 로테이션과 불펜 모두에서 팀의 투수진을 강화하는 동시에 포수 한 명도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종 샌디에이고행이 이뤄질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라는 거대한 벽이 있어서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번 FA 시장에 올인을 선언했다. 오타니 쇼헤이에게도 접근했지만, 현재는 야마모토 요시노무, 이마나가, 이정후에게 좀 더 집중하고 있는 모양세다. 피트 퍼텔러 샌프란시스코 단장은 지난 10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이정후의 활약상을 직접 보기도 했다. 2023시즌까지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을 중용했던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최근 윈터미팅 현장에서 이정후의 이름을 언급하며 새로운 외야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분위기라면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는 치열한 영입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후에게 나쁜 소식은 아니다. 어쨋뜬 경쟁이 붙으면 몸값은 뛰기 마련이다. 애초에 이정후의 몸값은 5천만불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6천만불을 넘어 7천만불 이야기도 솔솔나오고 있다. 이정후는 한국시간으로 내년 1월 4일 오전 7시까지 MLB 3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3-12-07 21:49:06[파이낸셜뉴스] 전북 군산의 한 중학교 남학생이 수업 중이던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학생 부모 측은 되레 "교사가 아들 멱살을 잡아 맞대응 차원에서 한 폭행"이라며 교사를 고소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23일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군산의 한 중학교 3학년 A군은 특별활동 시간에 영화를 상영 중인 특별실로 불쑥 들어가 친구를 불러냈다. 이 수업을 담당하던 기간제 B교사가 복도로 데리고 나가 수업을 방해한 것을 나무라자 A군은 교사의 얼굴을 주먹 등으로 수차례 때렸다. B교사는 얼굴과 이·코·턱·목·이마 등을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전치 2주 상해 진단이 나왔다. 현재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 이후 학교 측은 교권보호위원회와 분쟁조정위원회 등을 열었다. B교사는 학생 징계와 정중한 사과, 치료비·위자료 300만원 보상, 학교 정상 근무 등을 요구했다. 이에 A군 부모와 학교 측은 합의했다. 하지만 최근 가해 학생 측 부모는 "어쩔 수 없이 합의했다"며 입장을 바꿨다. A군 부모는 "아들이 친구를 보러 다른 교실로 찾아갔다가 영화가 상영 중이어서 곧바로 나왔는데, 교사가 20여 분간 아들을 복도에 세워둔 채 폭언하고 멱살까지 잡아 맞대응 차원에서 폭행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A군 부모는 "교권보호위원회와 조정위원회에 참석한 교사들이 한결같이 아들 잘못을 주장해 당시엔 이 말만 믿고 어쩔 수 없이 합의했다"며 "하지만 나중에 아들과 현장에 있던 동급생 이야기를 듣고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돼 얼마 전 전북교육청 홈페이지에 진상 파악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오히려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변호사를 통해 맞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A군 부모가 합의를 뒤집자 B교사는 지난 21일 치료 사진 등을 첨부해 상해·폭행 등 혐의로 A군을 군산경찰서에 고소했다. B교사는 "정식 교사가 아닌 기간제 신분이어서 조용히 사건을 끝내고 싶었다"며 "부모와 학생이 '죄송하다. 한 번만 봐달라'고 해서 합의했는데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해 고소장을 내게 됐다"고 했다. 이어 "학생 10여 명이 보는 앞에서 무차별적으로 6대를 맞았다"며 "당시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있어서 멱살을 잡을 수도 없었고, 욕설한 적도 없다"고 했다. 한편, 교사와 학생 부모 간 맞고소가 예상되자 학교 측과 도교육청은 이 사안을 다시 들여다볼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가해 학생에게는 학교 봉사, 출석정지, 전학, 퇴학 등 1∼7호의 조치가 정도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면서 "단, 전학이나 퇴학 같은 중징계는 사안이 여러 차례 반복됐을 때 내려진다"고 설명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2-12-23 08:40:22[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먼 옛날, 젊은 부인이 있었다. 부인은 결혼을 한 지 3년이 되었는데, 아직 슬하에 자녀는 없었다. 그 때문에 시어머니와 남편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되고 하루 이틀 살아가는 것이 마치 하루살이와 같았다. 그래서인지 어느 날부터 한숨이 많아지고 식탐이 생기더니 먹고 먹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살이 찌기 시작했고 몸도 무거워졌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초봄의 어느 날 밤, 부인은 남편과 저녁밥상 앞에서 심한 말다툼을 하다가 갑자기 명치가 답답해서 견딜 수 없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양의 밥을 먹은 상태에서 남편의 ‘아이를 낳지 못할 바에 차라리 나가 죽어라’는 말을 듣고 심하게 체한 것이다. 부인은 얼굴이 화끈거리고 분하고 열불이 나서 대청마루에 나가 앉았다. 밤이 깊었음에도 자존심이 상해서 방에는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씩씩거리면서 대청마루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끼더니 옆으로 푹하고 쓰러졌다. 부인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으나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바로 옆에 있던 다듬잇돌을 베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대청마루에 나온 남편은 깜짝 놀랐다. 인기척을 냈음에도 부인이 꼼짝을 안 하는 것이다. 흔들어도 깨어나지 못한 것을 보면 인사불성이 된 듯 했다. 날이 쌀쌀했음에도 온 몸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똑바로 눕혀서 얼굴을 보니 입과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고, 팔다리를 들었다 놓아도 힘이 없이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언뜻 지린내가 나는 것을 보니 소변도 지린 듯했다. 남편은 부랴부랴 마을에 있는 의원을 불러 진찰을 맡겼다. “의원님 제 부인이 중풍으로 쓰러졌습니다!” 의원은 중풍으로 쓰려졌다는 말에 진맥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청심원(淸心元)과 소합향원(蘇合香元) 2~3개씩을 계속해서 먹였다. 사실 의식이 없어서 환약을 으깨서 입안에만 넣어 준 것으로 삼킬 수 없으니 입안에 반죽 된 환약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의원이 억지로 먹이려고 해 봤으나 사례에 걸리자 더이상 먹이는 것을 포기했다. 보통 청심원은 중풍이나 심장병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급성기에 많이 처방하고, 소합향원은 중풍이 아닌 기절이나 상기, 기울 등 일체의 기병(氣病)에 많이 사용하는 처방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처방했다는 것은 제대로 진단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인사불성으로 삼킬 수가 없으니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설령 있을 법한 효과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부인의 증상은 점점 심해지는 듯했다. 남편은 수소문해서 침과 약을 잘 쓴다는 의원에게 왕진을 부탁했다. 의원이 남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된 것이요?” 남편은 아이가 없어서 생긴 불화와 최근 부인의 한숨과 식탐 등이 있었다는 것과 함께 어젯밤 말다툼했던 일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의원은 진찰을 마치자 “부인에게 3불치증(三不治症)이 보이니 내가 어떻게 무얼 할 수 있겠소?” 그러나 남편은 “의원님, 가망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삼불치(三不治)이란 게 대체 뭡니까?”하고 다급히 물었다. 의원은 “손발이 축 늘어진 것은 비기(脾氣)가 막히고 끊어진 것이니 이것이 첫 번째 불치(不治)이고, 대변이 막히고 자기도 모르게 오줌이 나오는 것은 신기(腎氣)가 막히고 끊어진 것이니 이것이 두 번째 불치이며, 눈을 뜨고 있지만 물고기 눈알처럼 눈빛이 흐린 것은 간기(肝氣)가 막히고 끊어진 것이니 이것이 세 번째 불치요.”라고 했다. 그러나 남편은 “이 사람은 본래 청맹(靑盲)이어서 눈을 뜨고도 볼 수 없게 된 지 지금까지 3년째입니다. 그렇다면 2가지 증세뿐인 것이니 혹시 살아날 가망이 없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러나 의원은 “세 가지 불치증 중에 두 가지만 있다 하더라고 옛날 사리에 통달한 명의들조차 감히 치료하지 못했는데, 하물며 나와 같은 의술이 미천하고 하찮은 후학에게 무엇을 기댈 바가 있겠소?”라는 답을 했다. 사실 의원은 아내의 증상이 중풍이 아님을 확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치를 장담하지 않았다. 모름지기 아무리 가볍게 보이는 병이라도 치료를 해 봐야 하는 법이었다. 의원의 말이 끝나자 남편의 얼굴이 어둡게 변하면서 쓰러져 있는 아내의 손을 잡고 흐느꼈다. “부인~ 아이가 없으면 어떻소. 우리 둘만이라도 잘 살면 될 것을. 내가 부인에게 너무 모질게 굴었소. 미안하구려. 부인~ 흑흑~” 명의로 소문났다는 의원에게서조차 들은 말이 희망은커녕 자신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니 낙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모습을 본 의원은 “무엇을 그리 슬퍼하는 것이요. 진짜 중풍이면 객담(喀痰)이 치성해야 하거늘 부인의 기도에 가래가 차 있지 않소. 중풍(中風)에는 중혈맥(中血脈), 중부(中腑), 중장(中臟)의 차이가 있소이다. 풍(風)이 혈맥에 맞으면 구안와사가 되고, 육부에 맞으면 사지와 관절을 쓰지 못하고, 오장에 맞으면 구규(九竅)가 막히며 생명이 위태롭소.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중장(中臟)은 아닌 듯하오.”라고 안심을 시켰다. 그러자 남편은 “그럼 심각한 중풍은 아니란 말씀이시오? 살릴 가망이 있다는 말씀이시오?”라고 다급히 물었다. 의원은 잠시 말없이 진맥을 하고 난 이후 말을 이어갔다. “부인은 중풍(中風)이 아니라 기병(氣病)의 일종인 중기(中氣)요. 부인의 촌맥과 관맥이 지완(遲緩, 느리고 완만함)하면서 부(浮, 들떠 있음)한 것을 보니 이는 생사를 넘나드는 진중풍(眞中風)은 아니요. 아마도 부인은 간의 기운이 너무 약해서 비위의 기운을 견제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생각되오. 한마디로 위토(胃土)가 간목(肝木)을 두려워하지 않고 날뛰는 것으로 그래서 최근에 항상 한숨을 쉬면서 그렇게 허겁지겁 먹기만 하고 결국 살이 급하게 쪘던 것이요. 비위(脾胃)는 사지를 주관하는데, 비위의 기운이 막혀 팔다리로 기운이 소통되지 못하니 마치 중풍으로 마비된 것처럼 증상이 나타났던 것 뿐이요. 이것을 중풍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고 해서 유중풍(類中風)이라고 하오.”라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부인의 입과 눈이 돌아간 것도 중풍에 의한 것이 아니오. 지금 부인의 얼굴을 보면 입이 돌아가고 동시에 눈도 깜빡임이 없고 이마에 주름도 잡을 수 없는 것을 보면 중풍에 의한 것이 아니요. 입과 눈이 동시에 마비되는 것은 구안와사(口眼喎斜)라고 하는데, 아마도 다듬잇돌을 베고 잠이 들어 풍한사(風寒邪)가 원인으로 생각되오. 중풍에 의한 얼굴 마비는 입만 돌아간다오. 입만 돌아간 와사풍(喎斜風)이 보기에는 가벼워 보이지만 사실 뇌혈맥의 중풍에 의한 증상으로 눈과 입이 함께 마비된 증상보다 심각한 것이요. 어쨌든지 부인은 처음에 증상이 생기자마자 침을 놓아서 막힌 혈맥을 통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였소. 그리고 행침 이후에 약을 썼더라면 증상이 이렇게까지 심해지지는 않았을 것이외다. 안타깝구려.”라고 했다. 그러자 남편은 “다른 의원들의 치료는 이미 깨진 시루와 같으니 지나간 일은 말씀하시지 마시고, 제가 보기엔 제 부인은 지금 생사 간에 놓였으니 그래도 알고 계신 치료방법이 있다면 장차 죽어가는 이 사람이 저승에서 한을 품게 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라면서 재촉했다. 의원도 더이상 구차한 설명으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기에 치료를 시작했다. 먼저 팔에 있는 심포경의 간사혈, 대장경의 삼리혈, 곡지혈과 손등에 있는 합곡혈, 새끼 손가락 끝에 있는 심경의 소택혈, 정수리에 있는 백회혈에 삼릉침으로 사혈(瀉血)을 시켰다. 이어서 청양탕(淸陽湯)에 삼화탕(三化湯)을 합방해서 투약했다. 청양탕은 구안와사와 함께 땀이 계속 나고 소변이 잦은 데 쓰는 처방이고, 삼화탕(三化湯)은 장부의 열을 내려서 대소변을 원활하게 하는 처방이다. 의원은 “밤이 되면 반드시 대변이 잘 나오고 흐르는 땀이 멈출 것이니, 이렇게 된다면 다행히 치료할 수 있는 가망이 있는 것이오”라고 했다. 다음날이 되자 정말 대변이 잘 나오고 땀이 멈추더니 의식이 돌아온 듯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행동이 처방을 복용하기 전과는 전혀 달랐다. 의원은 다시 풍증에 사용하는 비전순기산(秘傳順氣散)을 처방해서 하루 2첩을 다려서 복용하고 하고. 3일 동안 자오유주 침법으로 침을 놓자 손이 비로소 움직이고 말소리도 온전해 졌다. 이틀을 쉰 후 다시 화수미제 침법으로 침을 놓은 후 기혈(氣血)을 보하는 가미대보탕(加味大補湯)을 처방해서 하루 한 첩씩을 달여서 복용하게 하였다. 그랬더니 5첩을 넘기지 않아서 비뚤어졌던 입과 눈이 바르게 돌아오고 마비되었던 다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자리에 앉고 일어나서 걷게 되었다. 마을에는 의원이 죽어가는 중풍환자를 살리고, 열흘여 만에 걷게 했다고 소문이 대단했다. 그러나 의원은 “중풍은 진짜와 가짜가 있으니 중풍과 기병(氣病)은 구별해야 합니다. 사실 부인의 병은 진중풍(眞中風)인 아닌 중풍과 유사한 유중풍(類中風)으로 기병의 일종입니다.”라고 겸손해했다. 기병(氣病)은 정서적인 문제가 신체적인 증상으로 요즘으로 말하면 일종의 신체형 장애를 말한다. 의원은 부인을 치료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과장할 수도 있었지만, 있는 그대로의 병증을 설명하고 실력대로 치료했을 뿐이었다. ■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 우잠잡저> 醫案. 婦人中風. 丙申春二月, 二十一歲婦人卒倒, 不省人事, 口眼喎斜, 一醫用淸心元與蘇合丸二三箇式, 連服三日, 無效, 一醫用蓁芃升麻湯, 灌之不納. 無奈治療, 請余診視, 口眼歪喎, 四肢散着, 烝汗偏軆, 遺尿而大便不通, 所謂喎噼 竄視, 癱瘓, 瘖痱, 皆備也. 중략. 然以余愚料, 本非眞中入臟風. 應是陽明胃土之氣太過, 寡于畏, 而厥陰風木之氣, 委和所致也. 不然則上証, 那無上溢之痰喘? 중략. 因刺絡經金穴間使, 陽明經土穴三里, 大膓經土原曲池合谷, 小膓經金穴少澤, 督脈天穴百會等, 以踈血脈之滯澁, 與臟腑中沸烝之火熱, 投劑淸陽湯, 合三化湯. 小有知覺, 其聞聲應音之擧, 切非向日之瘖聾也. 於是, 更劑秘傳順氣散, 日二貼服之, 而子午流注, 逐日行針三日, 左右手始運用, 而語音完然. 乃以大接經, 小接經法, 而休兩日後, 施以火水未濟法針. 又劑加味大補湯, 日一貼用之, 以調養散失之氣血, 未過五貼, 喎斜之口眼反正, 而痱廢之兩脚, 起床步履.(의안. 부인의 중풍. 병신년-1836 봄 2월에 21세 된 아낙이 졸도하여 인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입과 눈이 돌아가서 비뚤어졌는데, 어떤 의원은 청심원과 소합환 2~3개씩을 3일 동안 계속해서 복용하게 했는데 효과가 없었고, 다른 의원은 진교승마탕을 입에 흘려 넣어주었으나 먹지 못하였다. 치료할 방법이 없어서 나에게 진료를 청하기에 살펴보았다. 입과 눈이 돌아가서 비뚤어지고 손발이 축 늘어지고 온 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으며 자기도 모르게 오줌이 나오고 대변은 나오지 않았으니, 이른바 와벽, 찬시, 탄탄, 음비가 모두 나타났다. 중략.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본래 진짜 중장은 아닌 듯하다. 분명 양명위토의 기운이 너무 지나쳐서 두려움이 적어져 궐음풍목의 기운이 위화된 결과이다. 그렇지 않다면 위 증세에 어찌 위로 차오르는 담천이 없단 말인가? 중략. 이에 낙맥과 경맥의 금혈인 간사와 양명경의 토혈인 삼리와 대장경의 토혈과 원혈인 곡지와 합곡, 소장경의 금혈인 소택과 독맥의 천혈인 백회 등을 방혈하여 혈맥의 막히고 껄끄러운 곳과 장부 속의 끓어오르는 뜨거운 열을 소통시킨 뒤 청양탕에 삼화탕을 합하여 투약했다. 약간 의식이 돌아와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행동이 이전의 마치 귀 멀고 말 못하는 때와는 전혀 달랐다. 이에 다시 비전순기산을 지어서 하루에 2첩을 복용하게 하였고, 자오유주침법으로 매일 3일 동안 침을 놓았더니 좌우의 손이 비로소 움직이고 말소리가 완전해졌다. 이에 대접경과 소접경 침법을 사용하고 2일을 쉰 뒤에 화수미제 침법을 시행하였다. 다시 가미대보탕을 지어서 하루에 1첩을 써서 흩어져버린 기혈을 조섭하게 하였더니, 5첩을 넘기지 않아 비뚤어졌던 입과 눈이 바르게 돌아오고 마비되어 쓸 수 없었던 두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나 걸었다.) < 의종손익> 非風一症, 卽時人所謂中風症也. 此症多見卒倒, 卒倒多由昏憒, 本皆內傷積損頹敗而然, 原非外感風寒所致, 而古今相傳, 咸以中風名之, 其誤甚矣. 故余欲易去中風二字, 而擬名類風, 又欲擬名屬風. 중략. 竟以非風名之, 庶乎使人易曉, 而知其本非風症矣.(비풍증이라는 증상이 바로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중풍증이다. 이 증상은 대체로 졸도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졸도는 대부분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생기는 것으로, 근본 원인이 내상으로 몹시 상하여 그런 것이지 원래 외부의 풍한에 감촉하여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예로부터 지금까지 전해 오기로는 이 증상을 모두 중풍이라고 명명했으니 그 오류가 너무 심하다. 그래서 나는 중풍 두 글자를 바꾸어서 ‘유풍’이라고 명명하려고 하며 또 ‘속풍’이라고 칭하려고 한다. 중략. 그래서 마침내 ‘비풍’이라고 명명한 것이니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여 그 병증의 근본 원인이 풍증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하려는 것이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2-11-11 16:09:456월이 되니 30도가 넘는 날이 나타나는 등 벌써 여름에 성큼 다가섰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리면 기운이 빠지기 마련인데, 기력 보강의 대표적인 식품이자 6월부터 8월 한 여름이 제철이기도 한 과일이 있으니 바로 복분자다. 이름의 유래부터가 '뒤집어진다'는 뜻의 '복(覆)'과 '항아리'인 '분(盆)'을 합해 '복분자(覆盆子)'가 된 것인데, 남자들 아침 소변줄기가 강한 것을 기력의 회복이나 정력의 상징으로 보는 속성에 기인해서이다. 그런데 실제로 한약재에서도 복분자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장육부(五臟六腑)를 중시하는 전통의학에서 신장(腎臟)은 단지 비뇨기관 만이 아닌 인체 에너지의 정수(精髓)인 정(精)을 보관하고 배양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래서 보신(補身. 몸을 건강하게 함)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보신(補腎. 신장의 기능을 좋게 함)인데, 복분자는 바로 이 보신(補腎)을 시켜주는 대표적인 한약재인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복분자는 까만색이다. 맛이 아주 좋고 단맛이 난다. 그런데 약용으로 쓰는 복분자는 녹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하는 시점의 상태가 더 좋다. 맛도 시큼하고 떫어야 한다. 신맛을 띄어야 조직을 수축시키는 효능이 발휘되고, 떫은 맛을 띄어야 몸 안에 물질들이 바깥으로 과도하게 새어나가는 막아준다. 그래서 이런 두 가지 맛을 띄고 있는 복분자를 약으로 사용하면 내 몸에 있는 어떤 물질이나 기운이 몸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버리는 효과가 난다. 한의학 고서에 복분자는 유정(遺精), 몽정(夢精), 유뇨(遺尿) 등에 효과가 좋고 시력약화를 방지하며 정력을 강화시킨다고 나와 있는 가장 큰 근거가 되겠다. 그런데 복분자를 식품으로 먹어도 의미는 있다. 복분자의 폴리페놀, 비타민C 성분은 혈관 속 활성산소를 제거해준다. 복분자의 발기능력 개선 효능을 활성산소 제거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또, 안토시아닌은 강력한 항산화효능을 가지고 있어서 피로회복과 노화방지, 면역력 회복에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약성의 의미를 제대로 살려서 시고 떫은 복분자를 먹던 잘 익어서 달달하다 못해 설탕까지 조금 넣어서 화채나 복분자주를 담궈서 먹던, 이제 복분자가 제철인 계절이 되었으니 많이 섭취해 보도록 하자. 이마성 광덕안정한의원 길동점 원장
2021-06-17 18:43:05#. 편집자주: '취재hu'는 기자가 취재 이후 느낀 후일담, '휴'하고 한 숨 돌린 이야기 등을 기사가 아닌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글입니다. 헬조선. 불만이 많았다. 대입은 어렵고, 취업은 더 어렵고, 취업해도 월급은 쥐꼬리. 인(in) 서울 대학을 나와 서울에 있는 직장에 다니지만 내 집 마련은 요원. '85년생 김철수'를 일렬로 새우면 나쁘지 않은 스펙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간사해서 내 앞줄에서 금·은·동 수저를 입에 물고 달리는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불평만 했다. 내 뒤에서 운동화도 없이 맨발로 뛰거나, 목발을 짚고 다리를 절뚝이는 사람까지는 볼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2년 전 캄보디아에 출장을 다녀오고 '헬조선'이란 말을 함부로 입에 담기가 미안해졌다. 그러니까 내가 본 캄보디아, 한국보다 경제 발전이 몇십년이 뒤쳐진 그들은 운동장의 트랙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모래와 자갈이 깔린 비포장도로를 고무신도 없이 걷고 있었다. 세계의 강대국들은 자기들이 밟고 올라간 사다리도 걷어차 버려 캄보디아에 사는 그들에게는 '한강의 기적'마저 불가능할 것이 뻔해 보였다. 2016년 여름, 출장으로 캄보디아에 갔다. 당시 금융부에서 국책은행을 담당했다. 출장 목적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정부 예산으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현장을 취재하는 거였다. 당시 EDCF를 통해 캄보디아 현지에 건설한 댐과 수로 등의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한국은 지구상에 있는 국가 중 유일하게 EDCF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공한 케이스다. 한국 전쟁 종전 이후 우리나라는 캄보디아보다 가난했다고 한다. 2017년 기준 캄보디아의 1인당 명목 GDP는 1309달러, 한국은 약 2만9891달러다. 쉽게 말해 캄보디아는 우리보다 약 20배 정도 못산다. 눈으로 직접 보고, 현장에서 겪은 캄보디아 사람들의 생활은 '20배'라는 숫자로 단순화하기에 미안할 정도였다. 캄보디아 북서부에 있는 몽콜보레이지역에 설치된 댐 현장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기 위해 인근의 한 민가에 들렸다. 갑자기 스콜이 쏟아졌다. 상하수도 시설 등 전반적인 생활 인프라가 없어 그 집에서도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어른 두 명은 들어감 직한 커다란 항아리를 처마 밑에 두고 있었다. 녹슨 지붕에서 떨어진 빗물이 항아리로 떨어졌다. 아이의 엄마는 예닐곱 살 쯤으로 보이는 딸 아이에게 바가지로 항아리의 물을 떠 먹였다. 가장 밑바닥의 물이 몇 개월 전의 것인지 몇 년 전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반바지와 반팔 웃옷 사이로 보이는 여자 아이의 팔과 다리는 버짐과 부스럼으로 얼룩져 있었다. 상하수도 등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이 안 되는데 아이가 아프면 어떻게 합니까,라는 질문에 주재원으로 나가 있는 한국 관계자가 말했다. "여기서는 아이가 아프면 민간요법으로 (근육통이 있을 때 붙이는) 파스를 네모낳게 잘라 아픈 아이의 이마에 붙여 줍니다. 그래도 안 되면 병뚜껑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아이의 등을 피가 날 때까지 긁어요." 그러니까 약이나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대신 더 큰 고통으로 잠시 동안 아픈 아이를 달랜다는 거였다. 사실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얘기를 듣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우리는 사람 수보다 넉넉히 준비해간 도시락을 아이의 엄마에게 줬다. 말은 안 통했지만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필자는 버짐과 부스럼이 있는 여자 아이에게 한국에서 준비해 간 색연필과 수첩을 건넸다. 아이는 자기 이름을 쓸 수 있는 것 같았다. 글은 아직 모르는 듯 했다. 캄보디아 시골의 아이들은 의무 교육을 받기 힘들다고 했다. 특히 음악과 체육 등 예체능은 그것을 가르칠 교사가 거의 없다. "1970년 중반 킬링필드 당시 젊은 지식인을 중심으로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전 인구의 약 4분의 1, 특히 가장 활발하게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다수가 죽임을 당하면서 캄보디아의 인구 구성은 어린이와 고령층이 많은 모래시계형 구조에요." 과연 이들에게도 몇 십년 뒤에 ‘가난한 한 때’를 추억하는 일이 가능할까. 다음 일정을 위해 에어컨이 나오는 차로 오르려는데 집에서 기르는 개와 닭이 눈에 들어왔다. 그 집에는 개 한 마리와 4~5마리의 닭이 있었는데 개와 닭은 며칠을 굶은 것인지 뼈가 앙상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18-08-11 19:53:46[제주=좌승훈기자] 폭염에 포획 당한 도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다. 머리위에 햇살이 뜨겁고 땀에 전 옷은 등판이고 허벅지고 거머리처럼 달라붙는다. 본격적인 피서철. 바다로, 산으로, 어딜 가나 사람이 붐빈다. 그래도 폭염을 거뜬히 이기는 장소로 '물'만한 데가 없다. 서귀포시 대포동 지삿개. 주상절리(columnar joint, 柱狀節理) 해안을 따라 제주보트·제주스키가 폭염을 가르며 질주한다. 시원스레 부서지는 파도와 병풍처럼 둘러쳐진 돌기둥이 자연의 위대함과 절묘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운 좋으면, 남방 큰돌고래가 무리를 지어 제주 바다를 뛰노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제주 수목원테마파크 계열사인 제주제트㈜는 뉴질랜드에서 직수입한 19인승 제트보트 4척과 제트스키 2대, 파라세일링 보트 2척을 운영하고 있다. 제트보트는 캐노피를 장착해 눈과 비에도 방해받지 않고 언제나 편안함과 스릴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어 좋다. 360도 회전에 75㎞의 빠른 속도로 바다를 달리다가 날치처럼 점프도 한다. 역동적이고 스릴이 넘쳐 더위를 느낄 새도 없다. 제트스키의 체감속도는 시속 200㎞ 가까이 된다. 무한자유랄까, 짙푸른 바다 위에 하얀 물보라를 새기며 내달리다 보면 더위가 싹 가신다. 파라세일링은 역동적이고 환상적인 해양 레포츠다. 하늘을 나는 듯, 바다를 나는 듯 스트레스를 단방에 날려 버린다. 모터모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낙하산을 띄우는 패러세일링은 100m에서 높게는 200m까지 올라간다. 그렇다고 무서워서 눈 감는 일은 없다. 맑은 날에는 한라산 정상과 중산간지대, 서귀포 칠십리 해안이 눈앞에 펼쳐진다. 눈을 감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제주의 속살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18-08-06 07:31:01갓 태어난 아기의 머리를 하얗게 염색한걸까? 7일(현지시간) 미 CBS8뉴스는 사우스 캘리포니아주 리질랜드에 살고있는 18개월 아기 밀리안나 가족의 독특한 유전을 소개했다. 밀리안나가 태어나자 의료진은 깜짝 놀랐다. 갓 태어난 아기의 이마 윗 부분이 하얗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 출생점을 반겼다. 밀리안나는 가족의 유전인 '백모증(poliosis)'을 갖고 태어났다. 백모증은 흰머리와 다르게 부분적으로 백발이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 집안의 유전형은 이마 위에 일정 부분이 흰 머리카락이다. 밀리안나의 증조 할머니 조앤(59)으로부터 시작된 이 유전은 할머니 제니퍼(41), 엄마 브리아나(23) 그리고 밀리안나(1)에 이르기까지 4대째 내려오고 있다. 증조 할머니가 입양아였기 때문에 정확히 어디에서부터 시작됐고,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족들은 이 독특한 유전을 가족의 상징으로 받아들인다. 엄마 브리아나 씨는 밀리아나가 처음에는 싫어할 수도 있지만 곧 사랑하게 될 것이라 믿고있다. 그는 "초등학교 때는 독특한 머리 때문에 조금 괴롭힘을 당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자 굉장히 멋져보였죠"라고 말했다. 신기하게도 이 유전형은 남자아이에게는 전해지지 않는다. 때문에 브리아나 씨는 "우리 가족 중에는 남자가 없습니다"라고 장난스레 말했다. 흰 머리를 가지고 있어야만 가족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16-11-08 09:11:21미국의 한 여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행복한 척 했다고 고백하며 남자친구의 데이트 폭력을 고발했다. 26일(현지시간) 미 폭스59뉴스는 인디애나폴리스에 살고 있는 칼리 헤이글(25)이 남자친구 라이언 카메론(26)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할 뻔한 사건을 보도했다. 칼리는 지난 22일 남자친구 라이언과 함께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말다툼을 하게됐다. 싸움은 두 사람이 집으로 돌아올 때 까지 끝나지 않았는데, 결국 폭력으로 이어졌다. 라이언은 칼리를 화장실 구석에 몰아넣고 때리기 시작했다. 욕조에 그녀의 머리를 쳐박아두고 주먹질에 발길질까지 했다. 심지어 라이언은 칼리의 혀를 뽑을 기세로 잡아 당기기 시작했다. 계속된 폭력에 칼리는 정신을 잃어갔지만 라이언은 그녀를 집 밖으로 끌고 나와 인정사정없이 폭행했다. 이웃에 살던 한 여성의 신고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칼리는 얼굴과 전신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특히 살점이 떨어져 나가 앞 이마의 4분의 1가량이 움푹 패였다. 칼리의 입원 소식을 들은 엄마와 주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최근 라이언과 동거를 시작해 활발한 SNS활동을 하던 칼리는 그저 행복해 보였다. 엄마 에이미 발라드 씨는 어떤 우려스러운 점도 없었다고 말했다. 알고보니 칼리는 라이언으로부터 신체, 언어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칼리는 "페이스북에서 행복한 척했다. 하지만 그건 단지 허상일 뿐이다. SNS에서 보여주는 사실이 다가 아니다"라며 라이언을 고소했다. 라이언은 현재 매리언 카운티 감옥에 구금돼 있다. 장기간 입원해야 하는 칼리는 혀가 회복될 때 까지 3주가량 딱딱한 음식을 먹지 못한다. 신체적 상처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심각한 상태다. 사연이 알려지자 소셜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는 칼리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한 페이지가 개설됐다. 그녀의 용기있는 고백에 이틀새 900여명이 참가해 벌써 2만2000달러(약 2500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칼리는 "힘든 일이 있다면 당황하지 말고 누군가에게 말해야 한다. 부끄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거의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16-10-28 09:4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