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포괄임금제로 급여를 주더라도 기본급이 최저임금보다는 높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씨가 자신이 근무하던 호텔 대표 B씨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B씨가 운영하던 호텔에서 근무한 A씨는 포괄임금제가 적용되는 격일제 근로계약을 맺고 호텔에서 근무하다 퇴직했다. 그런데 A씨는 연장근무, 야간근로, 주휴 등 각종 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1568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포괄임금제는 통상 근로 시간을 넘겨 일했을 때 주는 수당을 실제 일한 시간과 상관없이 임금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1심과 2심은 A씨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A씨가 작성한 근로계약은 포괄임금제로 매월 각종 수당이 기본급과 합께 지급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봤다. 2심에서 A씨는 각종 수당을 제외한 기본급이 최저임금 보다 낮아 그 차액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2심은 A씨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근로계약서에 따라 2016년 기본금 126만원, 연장근로수당 40만원, 야간근로수당 9만원을 받았고, 2017년 월 195만원, 2018년 월 220만원 등을 받았는데, 이는 모두 최저임금을 넘었다는 것이 2심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가 매달 받은 급여에 각종 수당이 포함된 것은 맞지만, 각종 수당이 포함됐다면 최저임금법 시행규칙에 따라 최저임금 계산에서 제외되는 수당을 뺀 기본급을 최저임금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최저임금법 시행규칙에는 연장·휴일·야간근로 수당과 연차 미사용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A씨가 포괄임금으로 받은 이 사건 급여액에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등 최저임금 산입 제외 임금이 포함돼 있다면, 이를 제외한 급여액과 최저임금액을 비교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 판단에 비교대상 임금 산정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3-10-10 13:43:37[파이낸셜뉴스]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사업장에서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씨 등 23명이 B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씨 등은 2004년부터 2017년 3월까지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근무하며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한 기본임금과 1년에 660시간분으로 정해진 각종 수당을 모두 더한 금액을 연봉액에 포함시켜 12개월로 균분해 매월 받아왔다. A씨 등은 정해진 시간보다 더 많이 일했다며 2019년 회사를 상대로 추가수당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사업장의 소각시설은 원칙적으로 24시간 중단 없이 가동되지만 1년에 60일 가량 소각시설을 정지하고 대규모 정비를 실시하는 '대정비기간'이 있다. 이 기간에는 교대근무가 아닌 평일 주간근무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A씨 등은 많은 업무량으로 휴기시간에는 전혀 쉬지 못했고 교대 시 인수인계 등으로 추가 근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심은 회사 손을 들어줬다. 회사가 기본급과 연장, 야간, 휴일근로 수당을 세부 항목으로 나눠 지급했고 그 구체적인 금액이 실제 근무시간과는 무관하게 사전에 고정된 금액으로 정해져 있다는 점 볼 때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계약이 아닌 만큼 해당 임금 약정은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반면 2심은 추가 근로시간에 통상시급을 곱한 임금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포괄임금 약정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 등이 매일 30∼40분씩 추가로 일했다고 인정하고 그만큼 회사가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판단이다. 대법원 역시 포괄임금 약정을 인정하지 않은 2심 판단을 수긍하면서도, 기지급 수당에 대한 공제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봤다. 대법원은 "B사는 원고들에게 기본임금 외에 연장수당과 야간수당, 휴일수당 명목으로 기지급 수당을 지급했다"며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계산한 법정수당보다 많다면 B사는 원고들에게 임금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없고, 미달하는 부분이 있다면 차액을 지급할 의무만 있을 뿐"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원심은 기지급 수당이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계산한 법정수당에 미달하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3-08-23 07:59:57[파이낸셜뉴스] 정부여당이 오는 6월 회계를 공시한 노동조합에 대해서만 조합비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입법 예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같은 달 포괄임금제 오남용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8월 중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인 노동 개혁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리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임이자 의원은 5월 31일 고용노동부와 대통령실 관계자와 회의를 가진 뒤 이같이 밝혔다. 먼저 임 위원장은 "지난 4월 3일 국민의힘은 민당정 논의를 통해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며 "당정은 소득세법 관련 시행령을 신속히 입법 예고하고,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노조는 회계를 공시하는 조건으로 2024년 조합비부터 세액 공제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임 위원장은 "당은 지난 22일 노동특위 1호 법안으로 공정채용법을 당론으로 발의해 채용 강요와 고용 세습, 아빠 찬스와 같은 채용 반칙·근절을 추진하고 있다"며 "입법과 별도로 6월 말까지 건설현장의 채용 강요 등 불공정 채용의 근절을 위한 감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위원장은 "포괄 임금은 10인 이상 사업체의 37.7%가 운영하고 있는 만큼 오랫동안 많은 사업장에 확산돼 있다"며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 불가피하거나 근로자에게 유리한 경우도 있으나, 포괄임금 계약이 장시간 근로나 공짜 야근에 남용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임 위원장은 "이러한 남용은 용인될 수 없으며, '장시간 근로 관행에서 벗어나고 일한 만큼 공정한 보상 받는다'는 원칙하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6월 중 포괄임금 근절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고, 전문가 논의·설문조사·노사 의견 수렴을 토대로 8월 중 최종 입법안을 마련해 근로시간 (개편) 보완 입법안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선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 및 금속 노조의 총파업, 그리고 야당이 이달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임 위원장은 "거대 정치 노조의 행보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타격을 주고 소상공인과 국민, 선량한 조합원의 피해로 이어진다"며 "법과 원칙을 훼손하고 국민에 피해를 주는 정치 노조의 불법 파업에 엄중하게 대응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노사 관계에 있어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노란봉투법을 "민노총 청부 입법"이라고 규정하며, "국민의힘은 법과 원칙을 세우고, 이들의 불법 행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 입법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3-05-31 18:42:12[파이낸셜뉴스] 정부·여당이 13일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들과 만나 '주69시간제'와 관련해 의견 청취에 나섰다. 청년들은 주로 포괄임금제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초과 수당과 연차 보장 등을 강조했다. 정부·여당은 오는 19일 이와 관련해 보완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이날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내일을 위한 두 번째 이야기' 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달 24일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치맥 간담회를 가진 후 두 번째 당·정·대 현장 행보다. 앞선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에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이날 간담회에는 김병민 최고위원과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중소벤처기업부와 대통령실 청년 TF 관계자가 참석했다. 중소기업 청년들의 불안과 불만 "52시간제도 기본이 안지켜지는데.." 이날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들은 포괄임금제로 인해 초과 근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사용하지 못한 연차를 수당으로 받지 못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특히 제조업 분야 특수성에 따라 주69시간 근무를 가능토록 하는 방안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이나, 초과 수당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군수물품업체의 생산관리팀장 김지호씨는 "계약이 많을 경우 3개월 이내에 집중 생산·납품해야 해서 우리는 주69시간으로 늘어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지 않다"면서도 "일한 만큼 돈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주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주70시간을 일해도 돈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은 남은 연차가 있으면 (수당으로) 보상해 주지만 중소기업은 연차를 못 쓰면 넘어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렇다고 자유롭게 연차를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52시간제를 시행해도 이런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느껴지는데 주69제로 넘어가면 과연 신뢰감 있게 지켜질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든다"며 "좋은 취지일 수는 있으나 많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IT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김마리나씨는 "앱 출시가 다가오면 초과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포괄임금제 문제가 해결되면 불만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의류업계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이수진씨도 연차휴가사용촉진제를 언급하면서 "날짜를 겹치지 않도록 연차를 쓰고 있는데, 맞춰 쓰지 않을 경우 임금으로 돌려 받을 수 없다"며 "바쁜 시기에는 연차를 못 쓰고 미루는데 그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장 위원은 "기업 문화가 좋은 곳들만 열심히 일한 사람이 쉴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으로 (좋은 문화가) 퍼져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간담회 중간에 깜짝 방문해 주69시간제 보완책 마련에 대한 당의 의지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공급자 차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 차원에서 청년 목소리를 듣고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오늘 말씀을 들으려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당에서 다양한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채널을 만들려고 한다"며 정책위 부의장과 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에 청년들을 대거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당정 "충분히 일한만큼 보상" 방안 추진 정부·여당은 다가오는 근로제도 개편안 입법 예고 기한(17일) 이후에도 현장 소통을 이어나가며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비공개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가장 중요한 건 충분히 일한만큼 보상 받을 수 있는 신뢰가 쌓여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은 오는 19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임금체불 근절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장 위원은 "초과수당을 못 받는 문제나 임금체불, 공짜 야근 등 표괄임금제의 부작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또 포괄임금제 오남용 사업장에 대한 1차 감독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4월 말에서 5월 초에 발표하기로 했다. 아울러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5월 중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전화를 통해 비공개 자리에서 "노조가 없는 회사에서도 불이익이나 부조리한 사례를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중소기업 권익 신고 센터'를 고용노동부와 협의해서 전국 지자체에 다양하게 확대 설치하겠다. 노조가 보호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들도 정부가 앞장서서 보호하고 입장을 듣는 창구를 열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3-04-13 16:23:35정부가 '공짜 야근' 근절을 위해 포괄임금제 오남용 사업장에 대한 첫 기획감독에 나선다. 19일 고용노동부는 내년 1~3월 포괄임금제 오남용이 의심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 사업장에 대해 기획형 수시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연장근로 시간제한 위반, 연장근로 수당 미지급 등 근로시간 관련 법 위반 여부를 집중 감독한다. 프로그램 개발 등에 따른 초과 근무로 포괄임금제 오남용 위반 가능성이 높은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 10~20개 사업장이 대상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포괄임금제로 인한 문제는 일한 만큼 보상하지 않는 공짜 야근"이라며 "영세기업의 임금·근로시간 관리 어려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포괄임금·고정OT(Over Time) 오남용 방지대책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상 제도가 아닌 판례에 의해 형성된 임금지급 계약 방식이다. 각각 산정해야 할 여러 임금 항목을 포괄해 일정액으로 지급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근로자가 실제 일한 시간에 따라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시간외 근로에 상응하는 법정수당을 산정·지급해야 한다. 다만 판례는 예외적으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등 엄격한 요건 하에서 임금의 포괄적 산정을 인정해왔다. 근로·휴게시간의 구분이 모호하고 근로시간도 일정하지 않은 고속버스 운전기사 등이 대표적이다. 김현철 기자
2022-12-19 18:15:22[파이낸셜뉴스] 데브시스터즈가 오는 7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조직별 선택적 재택근무를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새 임금제도는 본사인 데브시스터즈와 자회사인 데브시스터즈킹덤㈜, ㈜쿠키런, ㈜마이쿠키런 등에 적용된다.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면 법정 표준 근무시간인 주 40시간을 초과한 근무에 대해서는 연봉 외 별도 수당을 지급한다. 데브시스터즈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이후에도 조직 상황에 맞춰 선택적으로 재택근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근무 유연성도 확대한다. 복지제도도 새롭게 추가한다. 임직원 전용 운동 시설, 과일 정기 배송 서비스, 비타민·유산균이 포함된 스낵바, 1대1 전문 심리 상담 등 팀 전체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지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밖에도 △식사 및 음료 무료를 제공하는 사내 레스토랑 및 카페테리아 운영 △연 1회 종합 건강검진 제공 △단체상해보험 가입 △반려동물 보험 지원 △육아 지원금 및 자녀 입학 선물 지원 △가족기념일 및 생일 휴가 추가 △대체 휴일 휴가 지급 △원거리 재직자 사택 지원 △어학 교육 및 도서 지원 △복지카드 지급 등을 진행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구성원들의 처우 향상 및 근무 환경 발전을 위해 포괄임금제 폐지 및 조직별 선택적 재택근무, 전 직원 스톡옵션 부여, 복지 제도 확대 등을 결정했다"면서 "앞으로도 팀과 개인 모두의 성장을 지원하고 구성원들이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긍정적인 기업 문화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2-04-22 10:05:43[파이낸셜뉴스] 시민단체들이 정부에 장시간 노동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을 즉각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알바노조 등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포괄임금제 악용 문제 방치하는 고용노동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포괄임금제를 시급히 규제해야한다"며 "정부는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을 즉각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노동을 비롯한 초과근무수당을 월급에 포함해 일괄지급하는 임금지급 방식이다. 특히 IT업계는 포괄임금제가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판교 IT·게임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성남 판교지역 IT·게임업계 노동자 46.4%가 포괄임금제를 적용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위원장은 "개발자들에게 야근과 밤샘 작업을 밥 먹듯 하고, '직원들을 갈아 마신다'는 말을 현장에서 익숙한 표현이 됐다"며 "장시간노동의 진짜 원인은 업계 특성이 아니며,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위험증가 부담이 없기에 기업들은 이 관행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포괄임금제가 실제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는 공짜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등은 "노동시간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으니 사실상 주52시간 상한제가 무력화되고,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임금이 고정되니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다"며 "포괄임금제는 극히 제한적으로 쓰여야 하지만, 사업장 다수가 초과근로수당 비용을 줄이기 위해 편법으로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이기도 한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 발표를 무려 4년째 반복해서 미루고 있다"며 "사업장에서 포괄임금제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포괄임금제를 시급히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 발표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2017년 8월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제 규제 가이드라인을 그해 10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수차례 포괄임금제 지침 발표를 언급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2021-08-10 11:33:092017년 말쯤 '공짜 야근은 이제 그만'이란 제목의 기자수첩을 썼다. 산업계에 만연한 포괄임금제를 악용하는 나쁜 관행을 끊어내자는 내용이 골자다. 이 제도는 사후에 발생할 각종 근로수당을 포괄해 월 임금으로 미리 지급하는 방식이다. 근무 시간을 정확히 계산해 수당을 지급하라는 근로기준법과는 다른 형태 때문에 임금이 적어 공짜 야근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끊임없이 나왔다. 문재인정부도 제도 개선을 국정 과제로 삼았다. 2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나쁜 포괄임금제'는 제 모습을 찾았을까. 포괄임금제는 산업계 전반에서 여전히 위용을 뽐내고 있다. 도입 목적인 임금 계산 방식의 '편의'가 아닌 임금을 덜 주기 위한 '체불'을 목적으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회원사 600곳(응답 195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57.9%가 포괄임금제를 운용했다. 대상은 주로 사무직인데, '기업 관행'(25.7%)이나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8.0%)란 응답이 다수였다. 사무직은 임금 계산이 어렵지 않아 포괄임금제 적용을 해서는 안되는 대표적인 직군이다. 정부도 2년 전과 달리 제도 개선 의지가 꺾인 것일까. 고용노동부는 2017년 10월 내놓기로 한 제도 개선안을 30개월째 내놓지 못했다. 고용부는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하지만, 직무 유기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바뀐 점이 있다면, 법원 판결이다. 노사 합의 여부를 깐깐하게 보는 것은 물론, 임금 산정이 어렵지 않은 경우엔 포괄임금제 자체를 무효로 보는 추세로 바뀌었다. 기업이 관행적으로 포괄임금제를 운용하다간 줄소송을 당할 수 있게된 것이다. 실제 한국항공우주(KAI)는 2006년부터 포괄임금제를 운용하다 소송을 낸 직원 1428명에게 최근 1심에서 패소해 188억원을 배상할 처지에 놓였다. 이 회사는 연장근무 대가로 시간당 1만원 수준의 교통비를 지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심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까지 추가 소송을 내는 등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2년 전에 쓴 기자수첩에서 나쁜 포괄임금제에 대해 '백반 값을 주고 소고기를 사오라는 불합리한 관행'이라고 쓰고, '바뀔 때도 됐다'라고 했다. 2020년, 노사 간 상생을 깨고 소송이란 최악의 갈등 상황까지 번지게 하는 이 관행, 정말 바꿔야할 때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산업부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2020-04-20 17:06:11[파이낸셜뉴스] 정수기 회사와 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한 후 퇴사한 정수기 설치.수리기사들이 회사에 휴일근로수당 등 법정 수당을 청구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민사12부(김용두 부장판사)는 정수기 업체 A사 소속이었던 원고 김모씨 등 7명의 설치.수리기사가 피고 A사를 상대로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해 청구한 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소송 재판에서 근로기준법상 법정 수당 각 2억여원을 인정했다.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우선 재판부는 용역위탁계약에 이미 모든 법정수당이 포함돼 있다는 A사의 포괄임금계약과 관련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가 유효하지만 이 사안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다"며 "법정 수당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하다는 점에서 포괄임금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주휴수당이 월급에 포함돼 있어 별도로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A사의 주장도 위법하다고 봤다. 월급과 달리 업무 실적에 따른 수당에는 통상적으로 주휴수당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A사가 정수기 설치.수리기사들에게 지급한 용역비에는 주휴수당이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이외에 재판부는 "정수기 설치.수리 업무의 특성상 출.퇴근 시간 및 근무 시간 자체보다는 업무 건수가 주된 고려요소인 점, 준비 및 이동 시간 등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점, 별도 토요일 수당을 받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됐다"며 1일 8시간을 실제 근무 시간으로 인정했다. 앞서 법무법인 해율(임지석 대표변호사)의 파트너 변호사인 이충윤 변호사(해율 서초 사무소장)와 조성제 변호사(조성제 법률사무소)는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함께 이 사건 소송을 맡아 수행해왔다. 이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정수기 설치.수리기사처럼 정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근로자들도 근로자만 인정되면 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및 연차휴가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법정 수당을 모두 수령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결"이라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회사가 근로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깨닫고 법을 준수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0-03-28 20:44:26산업 현장에서 수십년간 관행적으로 운영돼온 '포괄임금제'가 국내 기업들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현 정부에서 포괄임금제 전면 개선을 추진하면서 제도를 둘러싸고 기업 내부에서 노사분쟁 및 집단소송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어서다. 더욱이 정부가 현장 지침을 내리기로 한 포괄임금제도 개선 가이드라인을 약 3년째 내놓지 않아 산업계의 혼란을 방관한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24일 고용노동부와 업계에 따르면 포괄임금제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시가 늦어지면서 산업계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포괄임금제도는 매달 발생할 수 있는 시간외수당을 미리 계산, 일정액으로 주는 방식이다. 근무시간을 정확히 산정한 뒤 수당을 줘야 한다는 근로기준법과는 다른 형태다. 하지만 무분별한 포괄임금제 도입으로 체불형 근로가 발생하고, 장시간 노동 등 부작용이 생기면서 문재인정부는 지난 2017년 5월 취임 직후 이 제도 개선을 국정과제로 추진했다. 문제는 현재도 정부 차원의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지 않아 산업 현장에서 노사대립과 송사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사무직원들의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내용의 포괄임금제를 운영하다가 지난 2월 초에 법원으로부터 188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소송에 참여한 인원만 1428명에 달해 현 정부 들어 포괄임금제도와 관련한 사실상 첫 대규모 집단 승소 사건으로 꼽힌다. KAI는 지난 2006년부터 직원들의 연장근무 수당을 시간당 1만원 수준의 교통비로 대체 지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KAI는 "기본급의 20%에 해당하는 자기계발비와 교통비를 (시간외수당으로) 지급하는 포괄임금제 합의가 있었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포괄임금제를 전면 무효로 봤다. KAI는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할 계획이다. 포괄임금제 폐지를 놓고 농성·파업 등 노사 간 극한 대립도 잇따르고 있다. 코스콤 노조는 지난해 12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라"며 천막 농성을 진행했으며, 국립암센터는 2018년 사측의 포괄임금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집단 파업을 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김용훈 기자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김용훈 기자
2020-02-24 18: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