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왜곡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보고한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오는 2032년까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려면 최대 89만4000명의 인력이 노동시장에 추가 투입돼야 한다. 노동력이 부족한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노동시장 수급을 맞추려면 하나가 아닌 다각도의 정책적 보완이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8년간 약 90만명의 추가 고용이 필요한 만큼 인구정책을 비롯한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저출산이 노동력 감소의 직격탄이 된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1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을 상근직으로 전환, 의사결정 과정에 힘을 실어준 것이 골자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인구정책을 전면적으로 추진할 길이 열렸다. 저고위의 기능이 보강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멀었다. 재정과 정책을 직접 관할할 강력한 통합 컨트롤타워 기구가 필요하다. 문제는 인구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어도 그 효과를 짧은 시간 안에 기대한 만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인구부족 문제는 불가피하게 안고 가면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 그 하나다. 핵심인력 양성도 중요한 과제다. 주요 강소국가들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주도하는 핵심인력을 육성함으로써 노동력 부족에 대처하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벌어지는 반도체 기술전쟁에서 보이듯이 핵심 기술인재를 양성하는 것이야말로 단순 노동력 부재를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있다. 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 여성, 중고령층 등 잠재인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노력도 따라야 한다. 유휴노동 인력들을 노동시장 현장으로 진입시키는 것은 인구소멸을 막는 정책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산업강국이라는 전제에서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산업구조 개편을 예의주시하며 노동인력을 합리적으로 재배치하고 구조조정하는 일이다. 갈수록 퇴보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 등 전통적 제조산업군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들 업종의 쇠퇴는 자연스러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반면 디지털 전환에 따라 보건복지업·정보통신업·전문과학기술업의 일자리는 늘어나는 추세다. 전통 업종에서 미래핵심 업종으로 전환하는 산업 트렌드를 잘 읽어 그에 걸맞은 노동인력 육성과 공급대책을 세워야 한다. 노동시장의 파괴적 혁신은 더 강조할 것도 없다. 돌봄서비스와 관련, 인력부족과 비용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국인 인력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안이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차등적용을 합리적 선택이 아닌 차별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 차등적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매년 헛물만 켜고 마는 이유다. 가장 시급한 건 우리의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노동시장 경직성을 하루빨리 해소하는 일이다. 노동인구가 부족한 것도 그렇지만 현 노동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경직된 우리나라 노동시장 현실로는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없는 구조다. 21대 국회에서도 물 건너간 노동개혁을 하루빨리 단행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2024-03-19 18:40:45[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제8차 국무회의에서 노동의 유연성 확보와 관련해 "우리 경제의 탄력성, 회복력을 탱글탱글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에서 "3대 개혁인 노동·교육·연금개혁 가운데 노동개혁이 가장 중요하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산업현장에서의 노사법치 확립"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28일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의 당시 발언과 함께 최근 관계 수석들과의 회의에서 노동개혁의 차질 없는 추진을 당부한 내용을 국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짧은 영상 콘텐츠인 쇼츠로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의 공정성과 관련해 "같은 노동에 대한 보상체계가 동일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이런 것들을 제대로 잡아 나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조 회계 투명성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노조의 회계 투명성이 뒷받침되지 않고 부패하게 되면 기업의 납품 시스템 등 기업 생태계 시스템이 모두 왜곡되기 때문에 철저하게 출처와 용처를 파악해야 한다"며 "돈이 얼마나 입금돼서 얼마나 쓰이고 어디에 쓰이는지, 출처와 용처가 정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우리 노동법은 과태료 정도로만 규정하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기업 공개와 비슷한 수준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노조 회계 감사를 공인회계사가 하도록 한 해외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기업 회계의 반칙을 바로잡고 투명성을 강화하는데 대부분의 공직 생활을 쏟아부었다"며 "기업과 노조의 회계가 동시에 투명해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노사 법치주의 확립은 윤석열 정부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인 취임사 내용도 언급하며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공정한 경쟁 원리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노조가 정상화돼야 기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돼 올라가고, 우리나라 자본시장도 발전하며 수많은 일자리도 생겨날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금리 불안정 등 외생적인 경제 요인과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가 많다. 우리 내부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고 한 치 앞도 나갈 수가 없다"며 "제대로 된 시장경제 시스템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관계 수석들과 함께 한 회의에서도 "강성 기득권 노조의 노동시장 앙극화는 청년과 서민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노동개혁의 차질없는 추진을 다시 한번 당부했다. 정부는 이러한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회계 자료를 공시하지 않는 노조를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포함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달 중 조속히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정부는 회계자료를 공시하지 않는 노조에 대해 국고보조금 지원을 제한하도록 하는 운영규정 개정안을 전날 관보에 행정예고한데 이어, 노조의 회계감사원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 방안도 조속한 시일 내에 발표할 방침이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23-02-28 14:45:50[파이낸셜뉴스] 국내 기업들은 새 정부 노동개혁 중점 추진과제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있는 기업의 경우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한 산업현장의 법치주의 확립을 가장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9일 200개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 정부에 바라는 고용노동정책' 조사 결과, 전체 응답 기업은 새 정부 노동개혁 중점 추진과제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44.7%)를 가장 많이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노동법제 선진화’(16.6%), ‘협력적 노사문화 확산 지원’(14.6%), ‘안전한 일터 조성’(13.0%), ‘엄정한 법집행을 통한 산업현장 법치주의 확립’(11.1%) 순으로 조사됐다. 노조가 있는 기업의 경우 ‘엄정한 법집행을 통한 산업현장의 법치주의 확립’(38.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해 시급한 과제는 '근로시간 운영의 유연성 확대'(39.6%)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조사됐다.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은 '연장근로 산정기준 변경'(31.5%)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정산기간을 1년으로 확대'(31.0%), '특별연장근로 사유 확대'(29.5%) 순으로 응답했다. 해고제도 개선 등 고용경직성 완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은 ‘경영상 해고 요건 완화’(40.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노사관계에서 노사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쟁의행위시 대체근로 허용’(22.4%)과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확보’(22.1%) 등으로 조사됐다. 이어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제도 폐지’(16.6%),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16.6%), ‘쟁의행위 찬반투표 제도 개선’(15.4%), ‘비종사자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제한’(6.9%) 순으로 나타났다. 경총 장정우 노사협력본부장은 “우리나라가 산업구조 변화 과정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노동개혁이 시급하다”며 “노동개혁을 위한 첫걸음은 산업현장의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불법에 대한 엄정 대응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2-06-09 08:29:06[파이낸셜뉴스] 국내 기업들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 모두 낮게 평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노조가 있는 기업일수록 노동시장 유연성을 더 낮게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낮다고 응답한 기업들 10곳 중 4곳은 신규채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1일 30인 이상 기업 52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에 대한 기업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들의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의 모든 유형에 대한 체감도는 최고 5점 중 중간값인 3.00점 미만으로 집계돼 응답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모두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유연성 중에서는 ‘고용·해고 등 인력조정의 용이성’(2.71점)이 가장 낮았고, '임금 조정의 유연성'(2.78점), '근로시간 조정 용이성'(2.80점), '직무조정·배치전환 용이성'(2.85점) 등의 순이었다. 노조가 있는 기업은 노조가 없는 기업에 비해 모든 유형의 노동시장 유연성 체감도가 낮게 집계됐다. 실제 임금 조정의 유연성의 경우 유노조 기업은 2.66점, 무노조 기업은 2.85점이었다. 노조가 있는 기업일수록 노동시장을 보다 경직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경총은 설명했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낮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법·제도 요인’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답했다. 응답 기업들은 낮은 노동시장 유연성이 인력운용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력 수요가 발생해도 신규채용을 주저하게 된다’는 답변(40.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생산성 향상이 어렵고 전반적 조직 활력이 저하된다’(35.5%), ‘채용 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나 위탁을 선호하게 된다’(33.5%), ‘인력 관리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23.3%), ‘생산성과 비교해 고임금인 고령 근로자의 고용연장을 꺼리게 된다’(22.7%) 순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안정성 중에서는 ‘실직 시 빠른 재취업 가능성(고용 안정성)’(2.71점)이 가장 낮았으며, '실직 시 안정적 소득확보 가능성'(2.73점), '일과 삶의 조화 가능성'(2.84점) 등의 순이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30~299인) ‘소득 안정성’을 낮다고 인식하고, 기업 규모가 클수록(300인 이상) ‘고용 안정성’을 낮다고 인식했다. 응답 기업들은 노동시장 안정성이 낮은 요인들로 ‘제도 부족’과 ‘경직적 조직문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경총 이형준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완화하고, 원할 때 어디서든 일하면서 일의 가치와 성과에 따라 보상받도록 하며, 실직하더라도 신속한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현 고용서비스 체계를 재구축하는 개선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1-10-31 12:13:47[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대권 예비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20일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귀족 노조는 더 많은 특권·특혜를 누릴 것"이라며 정권 탈환과 노동 시장 개혁을 강조했다. 최 전 감사원장은 이날 여의도 캠프에서 열린 노동개혁 공약 발표에서 "노조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국가경쟁력, 민간 고용창출력을 추락시키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전 원장의 대선 공약 발표는 지난 13일 공개한 '규제 모라토리엄'에 이어 이날이 두번째다. 그는 "노조가 근로자의 권익 보호, 지위 향상에 기여한 점은 인정하고 비노조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제가 오늘 제시하는 노동 개혁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청년 일차리 창출, 중소·영세기업 근로자의 소득증대와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동시장의 유연성·안정성을 높여 평생 고용시대를 열어 일자리가 아닌, 근로자가 보호받는 근로자 고용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며 "또 노조의 활동이 치외법권으로 인식되던 관행을 뿌리 뽑고, 노조 운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민주화·투명화를 이뤄내겠다"고 했다. 현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해선 "민노총 등 강성노조를 바탕으로 집권한 태생적 한계에 발목을 잡혀 집권 내내 촛불청구서를 처리하는 데 급급했다"며 "소수 특권 노조의 부당한 기득권 남용, 불법 행위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출범한 최재형 캠프 싱크탱크 ‘그린페이퍼 위원회' 좌장을 맡은 이호선 국민대 법대교수는 노동정책 방향과 관련 △자율임금·자율근로제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귀족노조'의 사회적 책무 △청년창업 투자활성화를 주제로 개략적인 내용을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자율임금·자율근로제란 최저임금 강제 적용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할 대안으로 일부에선 열정페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 교수는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선 손해배상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구체적인 내용은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2021-08-20 15:56:08[파이낸셜뉴스] 한국이 G5(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보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떨어져 각종 비용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근로자 1명을 해고할 때 퇴직금 등 제반비용이 G5보다 약 3배 더 많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일 한국과 G5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비교한 결과, 한국이 고용·해고 규제, 근로시간 규제, 노동비용 등 3가지 측면 모두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발표했다. G5는 제조업을 포함한 대부분 업종에 파견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파견 사용기간도 독일, 프랑스를 제외하면 제한이 없다. 반면 한국은 제조업을 제외한 경비·처소 등 32개 업종에 한해서만 파견이 가능하다. 기간제 사용기간도 18개월 제한을 두고 있는 프랑스를 빼면 미국·영국·독일은 제한이 없다. 일본의 경우 1회 계약 시 36개월 사용 제한이 있으나 계약 갱신이 가능해서 사실상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파견과 기간제 모두 최대 2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은 해고 측면에서도 비용이 많이들고 규제가 엄격한 편이다. 근로자 1명을 해고할 때 퇴직금 등 제반비용으로 G5는 평균 9.6주치의 임금이 소요되는데, 한국은 약 3배에 가까운 27.4주치의 임금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탄력근로 단위기간도 한국은 3개월로 짧고, 특별연장근로도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모두 받아야 도입이 가능해 기업들이 제도를 적기에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독일은 단위기간이 6개월, 일본은 1년, 프랑스는 3년이고, 영국은 제한이 없다. 특별연장근로를 도입할 때도 G5는 근로자 동의 또는 행정관청의 승인만 받으면 된다. 하지만 한국은 야간·연장·휴일근로를 할 때 근로자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법정 수당도 G5에 비해 높은 편이다. 독일과 영국은 야간·연장·휴일근로에 따른 수당 가산율이 없고, 미국은 통상시급 대비 평균 16.7%, 프랑스는 17.5%, 일본은 28.3%로, G5 전체의 수당 가산율은 평균 12.5%였다. 이에 비해 한국은 G5 대비 4배에 달하는 50.0% 수준이었다. 2010~2018년 제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 대비 노동비용 증가율에서도 한국은 연 2.5%씩 증가한 반면, G5는 연 1.5%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한국이 노동생산성보다 노동비용이 빠르게 늘어나 제조원가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도 단일 최저임금제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지역, 영국은 연령, 일본은 지역과 업종별로 차등적용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을 단일 적용하고 있으나 최저임금 예외대상이 더 많거나 감액율이 높았다. 프레이저 연구소의 '2020 경제적 자유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 부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G5처럼 고용·해고 규제 완화, 근로시간 유연성 제고, 과도한 노동비용 합리화 등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0-11-19 08:50:01[파이낸셜뉴스] 노동개혁에 성공한 독일과 노동경직성을 강화한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가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악의 청년 실업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독일의 하르츠 개혁이 있었던 2003~2019년 한국과 독일의 노동시장 유연성과 청년실업률을 분석한 결과, 독일의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가 2003년 123개국 중 80위에서 2019년 162개국 중 38위로 42계단 오른 반면 한국은 63위에서 144위로 81계단이나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몇년 새 양국의 순위가 역전된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성 점수(최대 10점)는 같은 기간 독일이 2.9점에서 7.5점으로 4.6점 상승했고, 한국은 3.8점에서 4.8점으로 1.0점 상승하는 데 그쳤다. 또 독일의 청년실업률은 10.2%에서 4.9%로 5.3%포인트 감소했으나 한국은 8.0%에서 8.9%로 0.9%p 악화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경직화되는 동안 독일은 파견·기간제 규제 및 해고규제를 완화하고 노동비용 부담을 경감하는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시키는 노력을 꾸준히 전개한 결과라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독일의 슈뢰더 정부는 하르츠 개혁을 통해 파견기간의 상한(2년)을 폐지했고 해고제한법 적용제외 사업장을 확대(5인→10인 이하)했으며 소규모 일자리(월임금 800유로 이하)에 대한 사회보험료도 경감시켰다. 이후 2006년 메르켈 정부에서도 고용보험료율 인하, 해고제한법 적용제외 사업장 확대(10인→20인 이하) 등 노동개혁 기조를 이어나갔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시적 근로시간 예외조치를 도입해 보건·의료, 생필품 생산, 물류 등의 분야에 폭넓게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파견·기간제 규제 강화, 노조 단결권 강화 등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하는 정책들이 다수 도입됐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최저임금 급증, 근속 2년 미만 근로자 연차유급휴가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기업의 노동비용 부담은 급증했다. 최근 21대 국회에는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 등 대립적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소지가 있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올해 5월 기준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은 166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9월 기준 청년 체감실업률이 25.4%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독일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준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과거 독일은 한국보다 노동시장이 경직적이었지만 성공적으로 노동개혁을 단행해 청년 고용이 크게 개선됐다"며 "우리도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면서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내닫고 있는 청년실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때"라고 강조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0-10-21 09:13:10#OBJECT0# [파이낸셜뉴스] "노사 관계에서 선의를 기대할 수 없다. 법·제도 개선으로 노(勞)로 쏠린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 관계자가 토로한 우려의 목소리다. 개정안이 입법화되면 노조 측으로 기울어진 노사관계 균형이 더 무너져 노동시장 경직성이 가중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동 관계법 개편을 정부에 제의하면서 정부와 여당의 친(親)노동 법안 추진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재계는 노동유연성을 담보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 시급" 5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은 그동안 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 관련 입법안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개정안이 입법화될 경우 노사관계 기본 틀이 흔들리며 노조로 힘의 쏠림 현상이 가중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노동권이 과도하게 보장돼있는 반면, 사용자 대항권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면서 "개정안 그대로 입법화하면 노동시장 경직성은 더 심각해질 게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특히 경영계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으로 노사관계 대립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勞) 편향 정책이 노조에게만 과도하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현재 노조 편향적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현장에서 노사간 힘의 균형이 맞춰지면 대립적 노사갈등이 상당부분 완화되거나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영계는 노동관련 법안은 노동편향적 조항을 대폭 개선해 노동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경우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투쟁적 노동운동 관행이 강한 가운데 해고자나 실업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 회사 경영이슈를 넘어서 사회적 문제 제기와 정치 파업까지 일상화 될 수 있다"면서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하면 근무시간 중 유급 노조활동의 확대요구 등으로 현장 노사관계의 혼란과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기업 대항권 함께 고려해야" 그럼에도 노동법 개정안이 일부 수용되려면 기업들의 '대항권'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노조에 유리한 운동장에서 사용자 측의 대항권을 입법화해 노조로 과도하게 힘이 쏠리는 걸 지양해야 한다"며 "사용자에게만 과도하게 부과된 부당노동행위 규제, 파업시 대체근로 전면금지, 파업시 사업장 점거행위 전면적 금지 등으로 노사관계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기업들은 고임금・저생산성 경제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직적인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기업경쟁력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호봉제가 아닌 직무·성과급제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임금은 노동생산성을 기준으로 주어져야지, 노조가 과도하게 경직적으로 임금체계를 세팅하는 건 기업에게 큰 부담"이라면서 "생산성 이상의 인건비가 발생하면 기업의 고용 창출 여력이 줄어 결국 신규 채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산업화 시대에 근로자 보호를 위한 임금, 근로시간 등 노동 관련 입법이 이제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고용 유연성을 확보해야 앞으로의 시대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
2020-10-05 16:39:03[파이낸셜뉴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6일 노동 개혁 필요성을 나타내는 국가경쟁력 평가 지표를 언급하며 “노동시장에서의 유연성을 높이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유연안전성 모델’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날 여의도 국민의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세미나 '온(ON)국민 공부방' 제10강 ‘노동개혁과 사회적 대타협, 어떻게 할 것인가?’ 모두발언에서 “2019년 세계경제포럼에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대한민국 발목을 잡는 주된 요인으로 생산물시장 59위, 노동시장 51위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중에서도 평가대상 141개국 중에서 노사관계 협력 130위, 정리해고비용 116위, 고용 및 해고 관행은 102위 등 노동 개혁 필요성의 주요 지표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대기업과 중고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격차문제도 심각하다”며 “2019년 중소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더 커졌고,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는 더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중소기업 노동자,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들은 더 심각한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안 대표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언급하며 “이는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을 시사한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독일은 경기침체로 ‘병자’라고 불렸지만 슈뢰더 총리는 하르츠 노동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제적 이익을 창출함과 동시에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라는 노동 개혁을 추진하여 오늘 독일 번영의 기초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강연자로 참석한 김대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소개하며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하신 김 전 장관은 노동 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계시다. 또한 노동 개혁 없이는 일자리도 성장도 분배도 없다고 경고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동시장에서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유연안전성 모델로의 개혁을 강조해왔다”며 “그러나 2018년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OECD 평균 대비 노동유연성과 안정성이 모두 낮은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4개국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0-08-26 11:07:06우리나라 대기업의 60%가 채택 중인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떠올랐다. 노조가 강한 대기업일수록 호봉이나 연령에 따른 임금의 자연 증가와 해고 보호가 강해 노동시장을 경직시킨다는 것이다.3일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산업기술대 이상희 교수에게 의뢰한 '주요국의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노동시장은 대기업·정규직·유노조 부문과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 부문으로 양분돼 고용과 임금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고 보호가 잘 되는 대기업·유노조·정규직의 근속연수는 13.7년으로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의 2.3년에 비해 약 6배가 긴 것으로 파악됐다. 또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유노조·정규직이 424만원으로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152만원)보다 2.8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이 교수는 "국내 노동 환경을 고려하면 대기업·정규직·유노조 부문은 유연화가 필요하고,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 부문은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국내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제고는 바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교수는 국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직무급으로 개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유럽연합(EU)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임금연공성이 가장 높은 수준이며, 대기업일수록 연공성이 가중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대비 근속 1~5년 근로자의 임금은 한국이 1.59배, 덴마크가 1.18배로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반면, 근속 1년 미만과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한국이 4.39배, 덴마크가 1.44배로 크게 벌어졌다. 또한 보고서는 우리나라 호봉제 운영 비중이 100인 미만 기업은 15.8%에 불과하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은 60.9%에 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결국 호봉제 같은 연공서열형 임금 관행이 임금의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핵심인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는 게 이 교수의 결론이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는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해고 완화와 같은 노동법 개정에 집중해 왔지만, 사실상 우리나라 노동환경과 노사관계 속에서는 거의 불가능해 유연안정성 정책의 적절한 수단으로 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2020-02-03 17:4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