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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 연구원 80% 비정규직.. 이래서야 창조경제 되겠나”

#. 30대 중반의 김모씨는 지난해까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연구원이었다. 기초과학 대학을 진학해 학·석사 연계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고, 캐나다 모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에서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3년 동안 하다가 귀국했다. 국가연구기관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 2010년 출연연의 비정규직 연구원직에 지원·입사했다. "낮은 보수도 상관없었어요. 조금 지나면 정규직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죠." 하지만 믿음은 2년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나이는 들어가고 직업적 불안정성에 그는 결국 지난해 말 출연연을 나와 이제 외국의 연구소로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미래먹거리산업 육성을 위한 새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의 동력 축인 과학기술계 연구인력이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이들 과학기술 연구인력의 과반이 여전히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나 집중적인 연구는커녕 계약만료와 함께 해고되는 악습이 반복돼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구나 이를 해결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임명이 무산되는 데다 예산과 인력선출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하는 공공기관 선진화법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어 비정규직 연구인력의 정규직 전환은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 창조경제가 사장될 위험에 처해 있다.

10일 과학기술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출연연구기관 비정규직의 비중은 전체 고용 인원의 약 4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가운데 일반 사무직 및 노무직을 제외한 순수 연구인력만을 따지면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비정규직 연구직 고용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출연연에서 비정규직 연구인력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 연구인력들이 대부분 2년마다 계약만료로 해고되고 새로운 비정규직이 대체되는 등 고용불안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창조경제가 뒷걸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미래부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기반으로 출연연 지원 비중 확대와 총액인건비제도의 확충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나 현재 장관 임명이 지연되는 등 정부부처가 제역할을 못해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부 이상목 제1차관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일을 할 경우 같은 처우 및 대우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기본원칙을 갖고 있다"면서 "비정규직 연구직의 처우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전환과정이 복잡한 만큼 향후 장관 업무보고 이후 국정과제를 수행하면서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 등은 현재 과학기술계 비정규직 양산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공공기관 선진화 법 개정을 지난 2월 발의했다.

민 의원은 "법에 가로막혀 출연연에 예산이 있어도 사람을 뽑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열쇠는 예산과 인력에 대한 자율권을 출연연에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기초연구분야의 경우 중장기연구가 많은데 연구과제중심제도(PBS)로 인한 어려움은 제도 개선후 묶음 예산 등을 통해 지원을 확대하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어 법제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 통과는 현재 언제쯤 가능할지 가늠할 수 없다. 국회가 정부조직 청문회 등으로 분주한데다 공공기관 선진화 법 개정의 소관부서가 기획재정위원회여서 기획재정부와 소관 국회의원들의 적극 지원이 없으면 법 개정이 어려울 수 있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 문제 개선은 출연연들의 오랜 숙원"이라며 "과학기술계의 모순을 먼저 해결해야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