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생동식물 보호 및 관리사업 예산의 70%가 보호 아닌 야생멧돼지 관리예산
- 기재부 반대로 사육곰 생츄어리(보호시설) 증액안 누락
-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공약한 현 정부, 사육곰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지난 10일 2020년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댔다.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슈퍼 예산으로 전방위적으로 확대된 예산안에는 야생동식물 보호 및 관리 예산 역시 올해보다 154억원 증가한 284억원 규모로 편성되었다. 일견 정부가 야생동물의 보호에 보다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생동식물의 보호 및 관리 예산의 실상은 이러한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양새다. 284억 예산에서 203억의 예산이 야생동식물의 보호가 아닌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한 야생 멧돼지의 관리 예산이다. 멧돼지 차단울타리 등 피해예방시설 설치 138억, 멧돼지 폐사체 신고 포상금 50억, 폐사체 검사비용 15억 등 예산의 7할이 야생멧돼지를 죽이고 관리하기 위한 비용이다. 반면 야생동식물의 ‘보호’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사업이었던 사육곰 생츄어리 건립사업 증액안은 기재부의 반대로 내년도 예산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 했다. 기재부는 ‘사육곰 생츄어리(보호시설) 관련 예산’ 증액안은 사육곰 증식금지 사업 당시에 사료비 명목의 지원금이 지급되었으므로 사육곰 농가의 전·폐업지원은 불가하다는 이유로 별개의 사안인 생츄어리 건립에까지 어깃장을 놓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반대는 야생동식물의 보호 및 관리예산을 그 명칭이 무색한 사실상 동물을 죽이는 예산으로 변질시켰다. 이쯤 되면 야생동식물 보호 및 관리사업이 아닌 ‘야생동식물 박멸예산’이라 불러 마땅하다.
이는 야생동물의 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일반적 기대와 사회적 요구에 반하는 결과이다. 동물자유연대의 설문에서 대다수인 79.3% 시민들은 정부가 사육곰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또한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생츄어리 예산안 통과를 촉구하는 온라인서명에는 단 이틀만에 5천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하며 다시 한번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한 바 있다. 이에 국민의 대의기관인 환경노동우원회 의원들이 관련 예산 증액안을 포함한 예비심사보고서를 제출해 사육곰 생츄어리 건립의 불씨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사육곰 사업을 장려한 원죄가 있는 정부가 또 다시 찬물을 끼얹으며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환경부와 기재부의 행태는 특정 부처를 넘어 현 정부의 일천한 생명감수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건강한 생명국가를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약속과 정반대의 행보는 정부의 진실성과 공약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한다.
아직 국내에는 39년의 고리를 끊지 못한 채 450여마리의 사육곰이 죽음만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보신을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구시대의 과오를 바로잡지 않은채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문재인 정권이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건강한 생명국가’의 방향성 대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그 과정에서 환경부 한 부처만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사육곰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논의와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동물자유연대는 사육곰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촉구할 것이다.
동물자유연대 기고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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