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남부지법 '정인이 사건' 공판 부검의 출석해 부검 당시 손상 설명 최소 2차례 치명적 타격 관심 모아 미필적 고의 살인 혐의 입증될까
[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망사건에서 치명적 외력이 최소 2차례 이상 있었다는 결정적 증언이 나왔다. 정인양 사체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가 췌장과 장간막 손상이 최소 5일 차이를 두고 이뤄졌다고 증언한 것이다. 부검의는 췌장 절단과 장간막 찢어짐은 성인이 성인에게 주먹으로 쳐도 입히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고작 생후 16개월 아이에게 치명적 외력이 상당한 시차를 두고 2차례 이상 가해졌음이 받아들여질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서울남부지법이 정인이 사건 4차 공판을 진행했다. fnDB
■"췌장 손상은 당일 아닌 최소 5일 전"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정인양 양모 장모씨(35)와 양부 안모씨(37) 4차 공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김모씨가 출석해 치명적 외력이 최소 2회 이상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입증에 핵심적 근거가 될 것으로 판단돼 검찰과 피고인 측 변호인도 열띤 공방을 주고받았다.
김씨는 “손상 이후에 회복하며 단단하게 만드는 조직이 콜라젠 섬유인데, 그게 며칠 지나야 생긴다”며 “췌장이나 복강 내 손상부위에 (콜라젠 섬유가) 있어서 최소한 수일 이전에 심각한 손상이 있었을 걸로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이에 재판장이 “얼마나 됐다고 보느냐”고 묻자 “개인적으로는 5일 전에 심각한 손상이 있었을 것”이라며 “최소한이다”라고 주장했다.
췌장 절단 또는 절단에 준하는 손상이 사망 당일이 아닌 최소 5일 전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실제 해외 논문 등에 따르면 췌장은 심각한 수준의 손상에도 며칠 간 생존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지난해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편지와 물품이 놓여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최소 2번 치명적 충격, 살인이냐 학대냐 다만 사인이 된 장간막 찍어짐으로 인한 과다출혈에 대해선 “장간막은 그렇게 크게 찢어진 상태로 오래 방치되기 어려워서 사망할 정도로 크게 찢어진 건 (사망)당일”이라고 설명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이 병원에서 이뤄진 CPR 및 전문 지식이 없는 장씨의 구호활동으로 손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부검의는 “췌장은 그럴 수 있지만 장간막은 아니다”라고 말해 가능성을 일축했다.
췌장과 장간막 손상이 최소 5일 차이를 두고 이뤄진 사실을 입증한다면 정인양에 대한 지속적인 치명적 가해가 있었음을 주장할 수 있다. 둘 모두 단순히 주먹으로 때리는 정도로는 입히기 어려운 상해임을 고려하면 어떤 방식으로 이 같은 상처를 입혔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장씨 등에 의한 CPR 및 단순 추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질의를 이어갔으나 부검의는 부합하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3800여건을 부검한 경력 20년차 부검의 김씨는 “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제일 심한 상처”라고 증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 출석한 장씨와 안씨는 정인양 부검 당시 사진이 띄워진 스크린을 등지고 앉아 한 차례도 돌아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