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정체성 드러날까봐… 사회적 낙인에… 성소수자 청년 절반이 우울증 시달린다

의료·상담 인프라도 없어

정체성 드러날까봐… 사회적 낙인에… 성소수자 청년 절반이 우울증 시달린다
성소수자 청년들의 정신건강이 위태로운 수준이다. 성소수자에게 우호적이지 못한 의료·상담 인프라와 전무하다시피 한 성소수자 건강 정책이 이를 더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림 고려대 보건과학과 보건학 박사는 "성소수자의 취약한 건강 실태는 그동안 비교적 일관되게 보고돼 왔다"며 "이는 이른바 '소수자 스트레스'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6일 성소수자 인권 단체 다움(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이 성소수자 청년 391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1.5%가 '최근 1년간 진지하게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고 응답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청년들에게 '자살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는지'를 물었더니 2.74%가 '그렇다'고 응답한 것과 크게 비교되는 수치다. 다움에 따르면 성소수자 청년 2명 중 1명이 우울 증상을 겪는다. 응답 분석 결과 '우울 증상을 의심할 수 있음'(우울 증상 척도 16점 이상)이 49.8%였다. 전체 응답자 중 37.6%는 최근 1년간 정신과를 방문한 경험이, 30.8%는 정신과에서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한 적이 있었다. 우울 증상 척도 16점 이상 응답자 중에는 50.1%가 최근 1년간 정신과를 방문했고 43%가 정신과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우울 증상 척도가 16점을 넘거나 '지난 1년 사이에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청년들에게 전문가 상담과 약물 처방 경험이 있는지 물었는데 11.9%가 전문가를 만났다고, 8.4%가 약물을 처방받았다고 밝혔다.

동성애자인 A씨(33)는 "알고 지내던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나 성소수자 친구가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최근 계속 듣는다"며 "나는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2~3월 트랜스젠더인 이은용 작가와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변희수 전 하사가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있었다.

이호림 고려대 보건과학과 보건학 박사는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경험, 일상에서 성소수자 정체성이 드러날까 봐 걱정하거나 드러내지 않으려는 노력,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인식하는 것 등이 소수자 스트레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심각성에도 현재 민간단체를 통해 이뤄지는 성소수자 대상 에이즈 예방 사업 말고는 성소수자 건강에 대한 정부의 정책 개입이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정성조 다움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통한 만남이 단절되는 등 성소수자 청년이 느끼는 고립감이 커졌을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른 정신건강의 부정적 변화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성소수자를 위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과 성소수자 친화적인 의료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이승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은 "청년 정신건강을 위한 정책 중 하나인 '마음건강바우처' 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되는데 여기에도 성소수자 문제는 간과됐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앞으로 청년 정신건강 서비스가 확대될 때 종사자와 전문가들이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