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계부, 중학생 의붓딸과 친구 성폭행...1심 징역 20년
지난해 5월 12일, 의붓딸과 친구 극단적 선택
'충북 청주 성폭행 피해 여중생 투신 사건' 항소심 선고일인 9일 청주지법 앞에서 도내 여성단체가 2심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2.6.9/© 뉴스1 조준영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피해자는 아버지로부터 성폭행당했음에도 그로 인해 가족이 해체될 것을 두려워하며 극심한 내적 갈등과 심적 고통을 당했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 김유진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는 도중 피해자의 심적 고통을 언급하며 목소리가 떨렸다. 김 부장판사는 2분여 동안 감정을 억누르는 듯 여러 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9일 중학생인 의붓딸과 그 친구를 성폭행해 죽음으로 내몬 50대 계부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김유진 부장판사)는 이날 강간 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7)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원심에서 면제한 신상정보 고지·공개도 명령했다. 원심이 정한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10년)과 보호관찰(5년) 명령은 유지했다. 다만 피고인 연령 등을 고려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A씨가 의붓딸을 상대로 한 범죄 행위를 친족관계에 의한 유사 성행위와 강제추행이 아닌 강간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붓딸)를 건전하게 양육할 의무를 저버리고 강간했다"며 "피고와 피해자들의 관계, 범행 수법 등을 보면 극히 죄질이 불량하고 무겁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해자들에게 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줬다"며 "피해자들이 주어진 현실을 더 이상 못 견디고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고 했다.
충북 청주 오창 여중생 성범죄 피해자 유가족이 지난해 12월 청주지법에서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사진=뉴스1
지난해 5월 12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 2명이 처음 발견된 곳에 국화 꽃다발 등이 놓여있다./© 뉴스1 조준영 기자 /사진=뉴스1
A씨는 지난해 1월 중순쯤 자신의 집에 놀러온 의붓딸 친구 B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수년간 의붓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의붓딸과 친구 B양을 잇달아 성폭행한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과거 6~7세이던 의붓딸을 성추행했으며, 의붓딸이이 13세가 된 2020년에도 잠을 자고 있던 딸을 성폭행한 것으로 봤다. 또 지난해 1월 17일 자신의 집에 놀러 온 B양에게 술을 먹이고, B양이 잠든 사이 성폭행을 한 혐의를 유죄로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친족 강간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A씨가 의붓딸을 강간했다는 증거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였다. 다만 숨진 의붓딸의 정신과 의사 면담 기록과 경찰 진술을 토대로 지난해 가을~겨울께 A씨가 의붓딸에게 유사성행위를 가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원심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청주지법 형사11부는 지난해 12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후 A씨 측은 사실 오인과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한편 성범죄 피해로 고통을 호소하던 A씨 의붓딸과 B양은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지난해 5월12일 청주시 한 아파트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이 사건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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