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늦게나마 알게된 쌍둥이 자매를 다시 찾으면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요. 각자 가족이 있을테니까요."
출생 후 생이별을 겪은 쌍둥이 자매를 언급하며 조모씨(43)는 덤덤하게 이같이 말했다. 1979년 10월 18일 서울 중랑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조씨는 태어나자마자 쌍둥이 자매와 헤어졌다. 어렴풋이 본인이 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또한 확실하지 않다.
현재 43세가 된 조씨는 서울시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조씨는 "저는 국내의 여느 가정에서 외동딸로 평범하게 성장했다"며 "부모님은 제가 한번은 쌍둥이를 찾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양 사실과 쌍둥이로 출생했다는 것을 알려주셨다"고 말했다.
조씨는 "수년 전에 알게 되긴 했어도 마음에 간직해왔을 뿐 시간이 더 흐르면 찾아보기로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조씨의 가족 찾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는 "마흔이 넘어 쌍둥이 자매를 찾기로 마음 먹으면서 경찰서에 유전자 등록을 하고 아동권리보장원에 입양정보들을 조회해 보았고 오래전 산부인과 소재지였던 곳을 찾아가보기도 했다"며 "병원은 없어졌지만 우연히 당시 제가 태어난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의 가족분과 연락이 닿게 되어 간단한 출생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출생기록에 쌍둥이 자매이고 이란성으로 기록이 되어있는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생부모와의 만남도 가졌다. 조씨는 "저와 쌍둥이 자매를 낳으신 분들을 찾게 되고 만남도 가졌다"며 "만남을 지속해 오지 않고 있지만 제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알게된 것 만으로도 마음의 큰 숙제를 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는 아직 쌍둥이 자매가 있다는 사실이 생경하다고 토로했다. 조씨는 "아직도 쌍둥이로 태어났다는게 실감이 안될 때가 있고 얼굴은 얼마나 닮았을지 정말 궁금할 때가 있다"며 "늦게라도 쌍둥이로 태어난걸 알게 된 것을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알려주기로 결정한 부모님 심정도 알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엔 용기가 나지 않았다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실종 가족 분들의 사연을 종종 접하게 됐고 지난 9월 실종아동 간담회에서 직접 뵙기도 했다"며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잃어버린 자녀 혹은 형제를 찾고자 희망을 놓지 않고 용기도 잃지 않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용기를 얻게됐다"고 말했다.
조씨는 "저와 같은 분들의 다양한 입장과 상황이 있는 것 같다"며 "각각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걸 알게 됐다.
그분들이 마음의 숙제를 꼭 풀 수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쌍둥이 자매에게 할말은 없을까. 조씨는 "언젠가는 꼭 만날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란다. 43여년의 세월도 짧지는 않으니 말이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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