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 지난해 7월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낙태권리를 요구하는 여성들이 낙태권을 보호하고 행동하도록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백악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텍사스주와 워싱턴주가 임신중절(낙태)용 알약인 ‘미페프리스톤’ 사용에 관해 엇갈린 판결을 내놨다.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텍사스주 법원은 낙태약 판매 승인 허가가 무효라고 판결한 반면, 같은 날 진보 성향이 강한 워싱턴주 법원은 해당 약품의 사용 승인을 유지해야 한다고 완전히 상반된 판결을 내린 것이다.
텍사스 “승인 허가 무효” vs. 워싱턴 “승인 유지”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주 애머릴로 연방 법원은 지난 7일 경구용 임신중절약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승인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67쪽짜리 판결문에서 재판을 담당한 매슈 캐스머릭 판사는 해당 약품의 안전성에 대한 FDA 승인 절차를 문제 삼았다. 그는 판결문에서 “FDA의 (승인 과정은) 명백하게 그 결론을 뒷받침하지 않는 불합리한 추론과 연구에 근거했다”면서 “법적 의무에 해당하는 정당한 안전 우려를 묵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캐스머릭 판사는 태아를 ‘태어나지 않은 인간’이라고 표현하는 등 낙태 반대론자가 쓰는 표현을 거듭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판결에 미 법무부와 해당 약품 제조업체인 댄코 연구소는 판결 후 몇 시간 만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미국 제5순회항소법원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약 승인을 유지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해당 판결이 보수 우위로 바뀐 미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6월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를 헌법적으로 보장한 1972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은 이래 낙태 규제와 관련한 가장 논쟁적 판결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반면 텍사스와 반대로 진보 성향이 강한 워싱턴주 연방 법원은 이날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 “FDA가 미페프리스톤의 사용 승인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한편 텍사스주 법원에서 판결을 담당한 캐스머릭 판사는 낙태권에 비판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했으며, 워싱턴주 법원에서 판결을 담당한 토머스 라이스 판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여성들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전례 없는 조치”
텍사스주 법원의 판결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법원이 의약품을 승인하는 전문 기관인 FDA의 판단을 대체했다”며 “이런 종류의 정치적, 이념적 공격에서 안전한 FDA의 승인을 받은 처방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 판결은) 여성에게 기본적인 자유를 빼앗고 그들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또 다른 전례 없는 조치”라고 맹비난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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