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설진 김기수 안무가 "10년전과 달라진 위상 체감"
01-02: 문화체육관광부가 6월 29일에 개최한 '2023 코리아시즌'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예술인들이 '2023 코리아시즌' 대상 국가인 영국 현지 문화예술행사에 참여하는 소감을 밝혔다. 좌측부터 무버 김설진, 김기수(무버)/ 안은미(안은미컴퍼니)/ 배삼식(국립창극단)/ 손유리(KBS교향악단)/ 이진준(뉴미디어아티스트)/ 김희천(현대미술작가)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멕시코에 이어 올해 영국에서 ‘2023 코리아 시즌’이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부터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과 K컬처 확산 잠재력이 큰 국가를 대상으로 연중 문화교류 행사 ‘코리아시즌’을 개최해왔다.
올해는 한-영 수교 140주년과 세계적 축제인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의 한국 특집주간 운영을 계기로 영국을 두 번째 ‘코리아 시즌’ 국가로 선정했다.
문체부의 권도연 국제문화과장은 29일 ‘2023 코리아시즌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에 영국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2월), 김선욱(5월)의 공연을 하는 등 코리아시즌 프로그램이 시작됐다”며 “하반기에도 K컬처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은 “에딘버러 국제 축제는 마리아 칼라스, 파바로티 등이 무대에 올랐던 유수 깊은 행사로 한국이 올해 중점국가로 초대받은 것은 K컬처의 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평했다.
강예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교류기획팀장은 “코리아시즌은 연중 개최돼 한국의 다양한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올해는 연결성, 다양성, 확장성을 키워드로 식문화부터 공연 및 시각예술까지 두루 소개한다”고 말했다.
■ 에든버러 페스티벌서 ‘포커스 온 코리아’ 운영
오는 8월 4~27일 개최되는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기간 중에 열리는 한국 특집주간 ‘포커스 온 코리아’에서는 한국문화예술가와 단체의 5개 작품이 집중 조명된다.
노부스 콰르텟의 현악 사중주, KBS교향악단의 드보르자크와 차이콥스키 작품 연주,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19세기 작품 리사이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리사이틀 그리고 국립창극단의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이 현지 관객을 만난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고대 그리스 트로이 전쟁 신화에 우리 판소리를 입혀 재탄생했다. 유럽 클래식을 아시아 스타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싱가포르의 옹켕센이 연출했다. 또 대명창 안숙선의 작창과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정재일이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았다.
2016년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영국 런던국제연극제, 오스트리아 빈 페스티벌 등 해외 무대에 소개됐다. 뉴욕 브루클린음악원의 오페라하우스에서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선보인 창극이기도 했다.
극본을 쓴 배심식 작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소 창극이 가진 음악과 드라마 형식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언젠가는 서양 고전을 창극 형식에 녹여내고 싶었는데, 2016년에 처음 이 작품을 하게 돼 무척 즐거웠다. 앞서 네덜란드 뉴욕 등지에서 공연했는데, 이번에는 직접 현장에 가게 돼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국의 창극이 해외 현대 관객에게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삼식 작가는 “현시대에도 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낮은 자리에서도 인간으로서 자존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여인들의 이야기가 지금도 유의미하다. 또 해외 관객에겐 판소리가 지닌 음악적 형식의 아름다움, 힘이 크게 호소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지금은 텍스트로 남아있지만 그리스 연극은 기본적으로 노래고, 뮤지컬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텍스트로만 접했던, 그들이 잠시 잊고 있었던 노래와 음악의 힘을 해외 관객도 느끼면서 놀라워한 게 아닌가 싶다.”
배삼식은 또 “싱가포르 연출가가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현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깊이 고민하면서 작업했다. 공연 때마다 번역 문제, 다시 말해 원본의 텍스트가 번역되면서 어쩔수 없이 일어나는 변형을 민감하게 체크하면서 같은 영어로 번역해도 영국과 미국의 상황을 고려했다. 현지 극장에 상주한 드라마투르기와 작업하면서 작은 뉘앙스도 살려 관객에게 잘 전달하려고 애썼다"고 부연했다.
■ 김설진 김기수 안무가 "10년전과 달라진 위상 체감"
“우리가 춤출 당시 미국, 유럽을 동경했는데, 이젠 유럽 댄서들이 우리를 궁금해 하더라. 비단 팀이 아니라 댄서 개개인을 다 알고 있어서 놀랐고, 달라진 위상을 체감했다.”
크리에이터 그룹 ‘무버’의 김설진 예술감독과 김기수 안무가가 영국의 9개 도시 투어를 마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2023 코리아 시즌’을 계기로 지난 4월 28~29일과 5월 17일~6월 14일 힙합 축제 ‘브레이킹 컨벤션’에 참가하고, 9개 도시 영국 투어를 마쳤다.
김기수 안무가는 “한국 비보이나 댄서가 영국에서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는지 체감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지역마다 반응이 달랐는데, 가장 재밌었던 것은 우리 팀을 아는데서 나아가 개개인을 다 안다는 사실에 아주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설진은 “관객층이 정말 다양했다”며 “아이를 데리고 온 할머니부터 가족 단위 관객이 많았고, 직업군도 다양해 놀랐다”고 부연했다.
두 사람은 한국 춤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확대된 이유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꼽았다. 김설진은 “팬데믹 기간 영상을 통해 공연을 접한 뒤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들은 한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역시 급속도로 성장했다는데 주목했다. 한국이 어떤 것을 먹고 어떤 교육을 받는지, 한국의 시스템을 배우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 이진준, 김희천 작가 시각예술 전시도
문화체육관광부가 6월 29일에 개최한 '2023 코리아시즌' 기자간담회에 문화예술인들이 함께했다. 좌측부터 김희천(현대미술작가)/ 김기수 김설진(무버)/ 안은미(안은미컴퍼니)/ 이진준(뉴미디어아티스트)/ 손유리(KBS교향악단)/ 배삼식(국립창극단)
뉴미디어 아티스트 이진준은 오는 7월 20일-10월 13일 주영한국문화원 및 이씨 컨템포러리에서 인간-환경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를 연다.
작품 설치를 위해 출국을 앞둔 이진준 작가는 이날 “작가에게 개인전은 책을 한 권 출판하는 것과 같다. 2011년 이후 12년만에 개인전을 한다. 영국사회에서 동아시아 작가가 어떤 작품을 보일지 고민이 많았다. 서구의 유토피아와 한국의 이상향의 차이를 사운드로 고민한 작품을 전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들리는 정원’ 전시는 현대사회에서 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이 어떻게 우리세계를 재구성하고,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에 주목한다.
제20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수상한 김희천 작가는 오는 11월 세계적 갤러리인 런던 사우스뱅크센터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한국의 아트선재센터와 협업해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주제로 비디오 아트를 전시한다.
■ 안은미, KBS교향악단도 영국 관객 만나러 간다
오는 9월에는 영국의 런던 바비칸센터와 맨체스터 라우리 극장에서 무용가 안은미가 이끄는 안은미 컴퍼니의 '드래곤즈(Dragons)' 공연이 열린다.
안은미는 2009년 백남준 국제예술상을 수상하고 2018년 프랑스 대표 극장 ‘파리 시립극장’의 한국인 최초 상주 안무가로 선정되는 등 세계 무용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아시아 무용수들과 함께 3차원(3D) 영상작업과 매핑 이미지를 활용해 초월적 힘과 지혜를 상징하는 아시아의 ‘용’을 구현한다.
또 피에타리 잉키넨 지휘자가 이끄는 KBS교향악단은 현지에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과 차이콥스키의 제5번 교향곡을 연주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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