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3일 금통위서 기준금리 '동결' 무게
물가상승률 2%대 둔화에 경기 부진 여전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승 등 금융불안 리스크도
한미금리차 확대 따른 환율 변동성 부담
가계대출 증가에 '매파적 발언' 이어갈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5.25 한국은행 제공.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4일(현지시간)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기준 금리를 5.00~5.2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연속 동결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렇게 되면 지난 1월 3.25%에서 3.50%로 한 차례 올린 후 2, 4, 5월에 이어 연속 동결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은 예상대로 둔화하고 있는 데다, 수출경기 부진 등을 고려할 때 '물가보다 경기'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다만 현행 1.75%p인 미국과의 금리차 추가 확대로 인한 환율 불안과 통화긴축 기조에도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는 고민거리다. 이에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고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매파적 발언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3일 금통위서 '4연속 동결' 무게.. 물가 잡히고 경기는 부진 여전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13일 하반기 들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갖고 기준금리 동결 여부 등을 결정한다. 물가와 금융안정 등을 고려할 때 '동결'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2.7%를 기록했다. 지난 4월(3.7%), 5월(3.3%)에 3%대로 둔화한 데 이어 21개월 만에 2%대로 둔화한 것이다. 분기별로 봐도 지난 1·4분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7%, 2분기엔 3.2%로 둔화세가 뚜렷하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 또한 둔화폭이 확대됐다. 6월 근원물가상승률은 3.5%로 지난 4월(4.0%), 5월(3.9%)에 비해 상승세가 둔화됐다.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의 리스크를 고려할 때도 금리동결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국제교역 성적표인 경상수지는 5월 19억3000만달러 흑자로 한 달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반도체·화공품 등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누적 경상수지는 34억4000만달러 적자로 여전히 펀더멘털이 부진한 모양새다.
새마을금고 대출 연체율 상승 등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금융안정 리스크도 곳곳에 잠재해 있다. 오는 9월 코로나19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고 자영업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오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취약차주의 상환부담 능력 저하도 하반기 신용리스크로 꼽힌다.
美연준 연속 금리인상 가능성+가계부채 누증은 '부담'.. 매파적 발언 이어갈 듯
다만 한미금리차 확대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가계부채 누증은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실제 지난 5월 금통위에서 "역대 최고 수준인 한미 기준금리차가 환율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국제금융리스크가 증가할 경우 원화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우려도 크다"라는 금통위원들의 지적이 나왔었다. 한미간 금리차가 커지면 금리가 높은 쪽으로 자금이 쏠려 외국인 투자자금 등 외화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
미국이 오는 25~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스텝(한번에 금리 0.25%p 인상)을 밟을 경우 우리나라와 금리차는 상단 기준 2.00%p로 역대 최고를 경신하게 된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는 5.00~5.25%인데, 노동시장이 견고한 흐름을 보이면서 7월과 9월 연속 인상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미국 민간 노동시장 조사업체(ADP)에 따르면 6월 민간 고용은 전월대비 49만7000명 늘어 월가 전망치(22만8000명)의 갑절 이상이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정책모기지 '특례보금자리론'을 비롯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한은 분석이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 5월 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서 디레버리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이 우려스럽다"면서 "높은 가계부채 비율은 향후 정책 운용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매파적 발언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동결로 보고 있다. 물가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금리인상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동결하면서 매파적 입장을 주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당초 4·4분기말 금리인하가 가능하다고 봤었는데 최근 미국 지표 등을 봤을 때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연준이 한번 더 인상하게 되면 한은에서도 금리인하가 부담스러워진다.
연말까지 (한은의) 금리동결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4·4분기 한은이 한 차례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나라 중립금리가 2~3%인데 한은이 4·4분기중 한 차례 인하해서 3.25%가 돼도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이라며 "경기침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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