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경찰서 오는 30일 감사장 전달 예정
유세림(34)씨가 22일 밤 화염에 휩싸인 택시에서 운전사를 구조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유세림(34)씨가 22일 밤 화염에 휩싸인 택시에서 운전사를 구조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건물을 들이받고 화염에 휩싸인 택시안에서 나오지 못하는 70대 운전자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시민의 사연이 전해졌다. 경찰은 이 시민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지난 22일 오후 9시40분쯤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교차로 내리막을 달리던 전기차 택시가 건물을 들이받고 불길에 휩싸였다. 불은 5초여만에 차량 내부와 건물까지 옮겨붙었다. 언제든 더 큰 사고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70대 택시 운전사는 문이 열렸지만 안전벨트가 풀리질 않아 탈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사고 현장 인근에는 전기업체 직원인 유세림(34)씨도 있었다. 유씨가 굉음소리에 사고가 난 현장을 돌아본 순간 택시에서 거센 불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곧 운전석의 문이 열리고 운전사가 왼발을 도로에 내딛었다. 하지만 안전벨트를 매고 있던 운전사는 오른발을 마저 빼내지 못했다.
유씨는 “(운전사를) 무조건 빨리 꺼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유씨는 약 20m 거리를 뛰어가 택시 속으로 몸을 집어넣은 뒤 운전사의 손을 잡아 밖으로 빠져나오게끔 했다.
화재 현장에 접근했을 땐 이미 택시 운전사의 얼굴을 포함한 전신에 불이 붙은 상태였다. 유 씨의 구조가 없었다면 더욱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유씨는 “황급히 구출하려 했지만 안전벨트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며 “안전벨트가 운전사 몸에 한 차례 걸렸고, 운전사를 한 번 더 택시 밖으로 끌어당기고서야 빼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사이 유씨 옷에도 불이 옮겨 붙어 손에 화상도 입었다.
유씨는 연합뉴스에 “눈 앞에 사람이 불타고 있는데 그냥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며 “지금 꺼내지 않으면 죽거나 심각한 장애가 남을 듯해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불 붙은 택시로) 뛰어들게 됐다. 불에 탄 옷은 나중에 바꿔 입으면 된다”며 “원래 모든 일이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오히려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했다.
택시 운전사는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용감하게 구조에 뛰어든 유씨에게 오는 30일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불은 택시와 건물 일부를 태워 50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낸 후 50여분만에 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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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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