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내 유명 오페라단 소속 성악가
공소시효 만료 두달여 앞두고 재판행
또 다른 제자도 고소..검찰 "증거 없어" 불기소
성악 입시 강사 A씨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B씨가 A씨로부터 받은 메시지. 사진=독자 제공, 중앙일보
[파이낸셜뉴스] 유명 오페라단 소속 성악가였던 입시 성악강사가 여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를 당한 제자들이 5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구미옥 부장검사)는 지난 7일 성악 입시 강습 중 제자를 상대로 성폭력을 반복해 온 혐의(강제추행 및 유사강간)로 성악가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한때 국내 유명 오페라단 소속 성악가였고 부인이 성악과 교수인 A씨는 2013년 7월부터 약 6개월간 제자 B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추행과 유사강간 등 성범죄 공소시효는 10년으로 A씨는 공소시효 만료를 두달여 앞두고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수업 중 B씨에게 “가슴 울림을 체크해야 한다”며 가슴 부위를 만지는가 하면 “성감대를 알려주고 싶다. 한 번만 직접 만져보면 안 되겠냐”고 요구하거나 “힘을 줘야 하는 부분을 모르기 때문에 대학에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노래가 늘지 않는다”며 가스라이팅했고, 결국 위력에 의한 유사강간까지 저질렀다고 한다.
B씨는 중앙일보에 “당시 반드시 대학을 가야 한다는 절박함 속 입시 강사는 동아줄 같은 존재였다. 더구나 성악계의 엄격한 위계와 폐쇄성 때문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없었다”며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 A씨가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마음에 이제야 용기를 내 고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A씨로부터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피해자만 5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제자였던 C씨 역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약 4년에 걸쳐 강제추행, 유사강간, 20여차례 강간했다며 지난 6월 서울 성북경찰서에 A씨를 고소했다.
C씨는 “모든 수업이 1:1로 진행되며, 방음벽 때문에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개인 강습 공간에서 벌어진 일들이다”라며 “A씨의 아내가 유명한 성악과 교수이기 때문에 잘못 보이면 입시에 불이익이 미칠까봐 당시엔 법적 조치를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부지검은 지난 17일 C씨에 대한 성폭행 부분에 대해선 “고소인이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의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C씨는 검찰에 항고할 예정이다.
피해자들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고통 속에 살고 있다. B씨와 C씨 모두 성폭력 피해 이후 성악가로서의 꿈을 포기했다.
B씨는 대학교 성악과에 진학한 후에도 A씨와 얽히고, 음악계에 소문이 잘못 날 것이 두려워 대학교 2학년 때 자퇴를 결정했다. C씨는 A씨에게 강습을 받는 도중 통증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고, 2016년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며 정신병원 보호병동에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A씨로부터 피해를 당한 제자가 5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A씨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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