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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등기이사 선임 불투명… 책임경영 복귀 '머나먼 길' [사법리스크 벗지 못한 이재용]

삼성 이사회 안건 상정 여부 주목
檢 항소·대법원 상고 가능성 감안
재계 "조기 복귀 가능성 낮은 편"
李 회장 '현장경영' 집중할 듯

이재용 등기이사 선임 불투명… 책임경영 복귀 '머나먼 길' [사법리스크 벗지 못한 이재용]
지난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항체·약물 접합체(ADC) 제조시설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이번주 이사회를 열고 3월 정기주주총회 안건을 논의하는 가운데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 상정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관련 1심 무죄 선고 이후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이 대두된 상황이다. 그러나 검찰 항소로 2심과 대법원 상고 등 사법리스크가 수년간 지속될 수밖에 없어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시기까지 하세월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검찰 항소에 이사회 복귀 무산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19일 이사회를 개최해 3월 중순 정기주총 소집을 결의하고 주총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올해 삼성전자 정기주총은 이 회장의 1심 무죄판결 후 열려 더 주목받고 있다.

재계의 관심사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다.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 중 등기이사가 아닌 총수는 이 회장이 유일하다.

앞서 이 회장은 부회장이던 2016년 10월 임시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부친인 이건희 선대 회장이 비자금 특검 수사로 전격 퇴진한 이후 8년6개월 만에 등기이사직을 맡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2019년 10월 임기 만료로 물러났다. 이 회장은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5년간 등기이사 선임이 제한됐지만,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이사회 복귀 길이 열렸다.

인수합병(M&A)·대규모 투자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이 회장도 이사회에 복귀해 경영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구성원이 되면 기업 경영의 법적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진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회장 승진 당시에도 별도의 이사회 승인이 필요없었는데도 이사회 절차를 거쳤다.

다만 검찰이 항소한 지난 8일을 기점으로 삼성 내부 기류는 바뀌었다. 사법리스크가 다시 불거진 상황에서 이사회 복귀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는 것이다. 항소심과 추후 대법원 상고 가능성까지 고려할 때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사법리스크가 아직 잔존하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시기상조"라며 "총수인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활동을 이끌고 있고, 무보수 책임경영에도 나서는 만큼 조기에 이사회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사법리스크에도 현장경영 강화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 지속에도 국내외 사업장을 잇따라 찾으며 연초 현장경영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의 연초 현장경영은 삼성이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배터리·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육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회장은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 소재 삼성SDI 생산법인을 방문,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며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하자"고 강조했다.

지난 16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방문해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5공장 현장과 현재 본격 가동 중인 4공장 생산라인을 점검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으로부터 기술개발 로드맵, 중장기 사업전략 등을 보고받았다. 이 회장은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과감하게 도전하자"며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미래로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한편 다음달 삼성전자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후임으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