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고용불안 OECD 최고수준
경직된 임금체계 등 대수술 시급
지난해 6월 서울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제 허리' 40대 중년 남성들이 노동현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한국의 40대는 가족부양과 소비, 납세 등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연령층이다. 직장에서는 중간 간부의 직위로 중요한 역할을 맡아 가장 열정적으로 일하는 핵심인력이다.
40대의 현장 이탈이 계속되면 국가경제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중년에 적합한 맞춤형 고용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활력을 잃은 고용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을 창의적 아이디어도 나와야 한다. 시대에 맞지 않는 임금체계와 근로제도 개혁도 절실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 연령층에서 고용회복 기조가 뚜렷했으나 40대 남성만 취업자 수가 줄었다. 지난해 40대 취업자 수는 626만명이다. 전년보다 5만명 이상 감소했다. 전체 취업자 수가 32만여명 증가한 것과 다른 흐름이었다. 전체 40대 인구수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40대의 이탈 속도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40대 취업자 감소는 10년째 계속되는 추세다. 남성, 비임금 근로자, 제조업 부문의 감소가 더 두드러졌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40대 제조업 취업자는 15만명 넘게 줄었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부업에 종사하는 40대는 10년 새 10만명 가까이 늘었다. 취업자 감소 폭이 남성보다 덜하긴 하나 40대 여성들 처지도 나은 게 없다.
지난해 경력단절여성 수를 보면 30대보다 40대가 더 많다. 사상 처음이다. 혼인연령이 높아지고 출산이 늦어진 게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여러 이유들로 남녀 모두 40대가 새로운 고용취약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일자리 문제는 청년, 50~60대 중장년층에게도 고통이다. 특히 20대는 청년층 인구 감소로 고용지표는 역대 최고이지만 질은 더 악화됐다. 지난해 청년층 월평균 취업자는 389만명이었고, 이 중 단순노무직이 35만명에 이르렀다. 취업자 10명 중 1명이 단순노무직으로 분류됐는데 택배 라이더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자리만 주로 증가했다. 노인층도 마찬가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날 발표한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에 대한 보고서도 비슷한 분석을 담았다. KDI에 따르면 지난 2022년 55~64세 중장년 근로자 10명 중 3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33.2%, 여성이 35.9%로 OECD 평균(남성 8.2%, 여성 9.0%)의 4배에 달했다. 40대 중반 이후 근속연수 증가세가 멈췄는데 현 직장에서 일하는 기간이 짧은 노동자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경직된 서열 중심의 호봉제 임금체계 등 과도한 정규직 보호책이 결국엔 근로자에게도 불이익을 준다. KDI는 공공부문이 연공체계 완화를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을 주문했는데 지당한 조언이다. 노동유연성이 높은 미국에서 중장년층 고용불안이 덜하다는 것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는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기업들이 쏟아져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기업가가 존경받고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노동 법규와 규제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정부가 다시 노동·구조 개혁의 고삐를 죄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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