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No, 아기 Yes' 늘어
철저한 기혼자 중심 정책
'출산 친화적'으로 바꿔야
김행 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전 청와대 대변인
#. 방송인 최화정씨. 찐팬이다. 때론 그녀처럼 살고 싶다. 성수동 고급아파트에서 싱글로. 유쾌, 상쾌, 통쾌하게. 유튜브 구독자 수가 60만을 넘었고, 100만 조회 수 콘텐츠도 수두룩하다. 한마디로 파워 셀러브리티. 그런 최씨가 말했다. "(내일 지구 종말이 온다면) 결혼 반대한 전 남친의 엄마가 가장 고맙다"고. 왜? "반대 안 해서 결혼했다면 지금 x 됐다. 사랑은 순간적인 매혹이다. 겉보다는 사람의 깊은 인성이나 매력을 볼 줄 알아야 하는데, 어렸을 땐 그게 안 보인다"고. 혹시 깊이감 있는 남자가 나타나면, 결혼은 안하고 아파트 옆 동에서 살고 싶단다. 맞다. 결혼은 신성하지만, 도박이기도 하니까.
#. 필자가 결혼한 지 거의 40여년. 그중 33년을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결혼할 때 남편은 시간강사, 필자는 구직자. 그러니 돈이 없어 시댁으로 들어갔다. 일테면 빈대살이, 평생 호된 시집살이를 한 친정엄마는 속도 모르고 "시집살이 안 된다"고 펄쩍펄쩍.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어찌 고부갈등이 없었겠는가. 외동딸이 중학교 들어갈 때 당시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싸다는 구로구에 겨우 아파트를 마련했다. 그런데 웬걸? 독립은 언감생심. 야근을 밥 먹듯 하는데, 딸 키워줄 사람은 없으니, 결론은 시어머니 독박육아. 그런데 딸아이가 잘 자랐다. 필자가 키웠다면, 이런 걸작 절대 못 나왔다. 그래서 내일 지구 종말이 온다면 남편의 엄마, 즉 시어머니가 가장 고맙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다. 요즘 여성들에게 이런 얘기 하면 맞아죽는다.
#. 지난 4월, 문화일보가 엠브레인에 의뢰한 MZ세대(19~38세 남녀 1000명) 여론조사 결과. 결혼 '필수' 12.3%, '선택' 87.7%다. 특히 20대 여성 96.5%, 30대 여성 97.2%가 '선택'이란다. 게다가 20대 여성 48.9%, 30대 여성 55.7%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결혼하지 않겠다'는 20대 여성 49.2%, 30대 여성 59.2%. 즉 경제적 자유가 있건 없건 30대 여성이 더 결혼을 기피한다. 그러니 지난해 연간 합계출산율 0.72명. 지구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라며 애국심에 호소한들 먹혀들겠는가. 철이 들수록 결혼하기 싫다는데.
#. 답? 있다.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20대 여성은 60.9%인데, 30대 여성에선 48.8%로 떨어진다. 정리하면 30대 여성 중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결혼은 '노(No)' 58.2%이나 아이도 '노'는 48.8%다. 놀랍게도 10%p 격차. 실제 성공한 싱글녀 중 아이를 낳고 싶다는 여성들을 꽤 봤다.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한다. 현재까지 발표된 정책 수혜대상은 법률혼이 전제된 철저한 '기혼자' 중심이다. 파격적으로 '출산 친화적'으로 정책을 바꾼다면? 즉, 비혼출산도 혁명적으로 받아들이자는 것.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비혼출산율은 2.5%, 합계출산율은 0.84명이다. 반면 프랑스는 비혼출산율 62.2%, 합계출산율 1.79명, 노르웨이 각각 58.1%, 1.48명, 스웨덴 55.2%, 1.66명이다. 2023년엔? 우리나라 비혼출산율이 4.7%로 무려 2배가량 급증했다. 놀랍다. 국가 존립이나 노동인구, 부양인구 등 경제개념으로 접근하면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 당장 여성이 출산 도구냐는 반발에 직면한다.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 분야에 집중한다고 해결될 수도 없다. 2006년 이후 투입된 저출산 예산만도 약 380조원 아닌가. 여성의 행복권과 선택권을 정책의 최우선 기준으로 둬야 길이 보인다.
'메리지 노, 베이비 예스(Marrige No, Baby Yes)'인 여성이 늘어난다. 국가가 지원하면, 잘 키울 자신 있단다. 미래는 이미 성큼 와 있다.
김행 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전 청와대 대변인
■약력 △65세 △연세대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사회개발연구소(현 여의도연구원) 조사부장 △중앙일보 전문기자 및 전문위원 △청와대 대변인(박근혜정부) △위키트리 부회장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 △국민의힘 비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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