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저기 무지개가 있어.” 고등학교 수업시간 이었다. 무지개가 떴다고 말하자 친구들이 한 곳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때였다. ‘무지개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한 때가.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한, 아름다운 경험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하다 공연기획자가 되기로 했다. 공연기획자가 된 후에도 무지개를 종종 생각한다.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반문한다. 세종문화회관의 신입 공연기획자, 박선미 씨를 만났다.
<편집자 주> 파이낸셜뉴스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영상 시리즈 [루틴]은 다양한 직군에서 근무하는 N년차 신입 사원&경력 사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직 종사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모먼트는 물론이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열정으로 만들어 온 스펙과 사소한 팁까지 가감 없이 담았습니다. 인터뷰는 유튜브 채널 [루틴]에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하 인터뷰어는 ‘김’ 인터뷰이는 ‘선’으로 표시합니다.
[Interview Chapter 1: 세종문화회관 공연제작자 박선미]
세종문화회관 공연제작2팀에서 일하는 신입 공연제작자 박선미 씨. 6개월 남짓 일한 '신입' 직원이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는 사람들을 위해 인터뷰에 응했다.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루틴] 영상 갈무리. 2024년 11월.
김: 선미 님 안녕하세요. 축하합니다. 이제 갓 공연기획자가 되셨네요.
선: 감사합니다. 세종문화회관에 입사한지 6개월 됐고요. 공연제작2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김: 주로 제작하는 공연의 종류를 알 수 있을까요?
선: 공연제작2팀에서는 서울시오페라단, 서울시합창단,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공연 사업을 기획·제작합니다. ‘광장 활성화 사업’의 일환인 ‘누구나 세종썸머페스티벌’도 맡고 있습니다. 누구나 세종썸머페스티벌은 야외 공연예술 축제인데요. 광화문광장에서 열려 시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답니다. 그 외에도 오케스트라와 관련한 굵직한 기획 공연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2회를 맞은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 축제에서 오퍼레이팅을 지원한 박선미 씨는 국악인 이희문의 공연 덕분에 국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루틴] 영상 갈무리. 2024년 11월.
김: 최근에는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를 진행하셨네요. 소개를 해주신다면?
선: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는 올해로 2회를 맞이한 신생 축제입니다. 10개 지역의 국악·관현악 단체들이 공연을 진행하고 교류하는 사업이에요.
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네요.
선: 제가 축제 기간에 자막 오퍼레이팅을 지원했는데요. 이희문 선생님이 공연하실 때 공연에 빠져들었지 뭐예요. 그래서 자막을 넘겨야 하는 타이밍을 놓칠 뻔했습니다. 옆에 계신 과장님이 “넘겨”라고 속삭이듯 말씀해 주셔서 다행히 실수를 면한 기억이 있어요.
김: 이희문 선생님 팬이 되셨군요?
선: 완전히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무대에서 한 소절을 하시는 순간 완전히 사로잡히는 기분이었어요.
김: 오페라, 합창, 국악, 야외 공연예술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계시는데요. 가장 좋아하는 공연은 무엇인가요?
박선미 씨가 가장 좋아하는 공연은 세종문화회관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누구나 클래식'이다. 관객이 직접 관람료를 선택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잊고 지내던 공연예술의 가치를 고민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루틴] 영상 갈무리. 2024년 11월.
선: 저의 ‘최애’ 공연은 ‘누구나 클래식’입니다. 세종문화회관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에요. 문화 소외계층분들을 위해 좌석을 배정하기도 하고, 직접 관람료를 선택해서 결제하실 수 있는 ‘관람료 선택제’도 운영하는데요. 1000원부터 1만 원까지 관객이 원하는 가격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공연예술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답니다. 자세한 내용은 우리 세종문화회관의 홈페이지에서 참고해 주시면 됩니다. 하하하.
김: 세종문화회관 하면 말씀하신 것처럼 정제되고 우아한 공연을 많이 선보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스트릿댄스나 케이팝 콘서트와 같이 캐주얼한 공연들을 선보일 계획도 있나요?
선: 공연예술의 확장이라고 할까요? 세종문화회관이 그런 면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싱크넥스트’라는 기획공연 시리즈가 있는데요. 시리즈를 통해 대중음악부터 현대미술, 코미디까지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MZ들의 성지라 할만한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도 열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충분히 캐주얼해질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Interview Chapter 2: 무지개를 그리는 사람]
김: 공연에 푹 빠지셨네요. 공연은 언제부터 좋아하셨나요? 공연제작자가 되고 싶었던 때는요?
선: 고3 수업 시간 때였어요. 창문을 봤는데 무지개가 떠 있었습니다. 저만 알고 싶지 않아서 “저기 무지개가 있어.”라고 친구들에게 말했죠. 친구들은 물론이고 선생님까지 무지개를 보기 위해 창문으로 다가갔고, 모두가 예쁜 무지개를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때 처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일을 하게 된다면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것들을 나누는 일을 하고 싶다고요. 지금 저에게 공연은 무지개와 같은 거죠.
고등학생 시절 창 밖의 무지개에 행복해하는 친구들을 보며 '아름다운 것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후 공연제작자가 되기 위해 공연 관련 직무에 입문, 공연기획자에 닿기 위해 업무의 영역을 넓혀왔다.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루틴] 영상 갈무리. 2024년 11월.
김: 무언가를 만들어서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으셨던 거죠?
선: 맞아요.
김: 공연제작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후 준비한 과정을 알 수 있을까요?
선: 저는 대학에서 일본어와 관광을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이 비전공자가 공연 제작팀에 올 수 있었던 루트를 이야기해 드리고 싶은데요. 저는 처음으로 공연예술 관련 연구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이력서에 그 한 줄이 쓰여진 것을 바탕으로 문예회관의 공연장을 컨설팅하는 일도 했고요. 이후에는 예술 단체에 대해 알고 싶어서 국립예술단에서 단원 관리와 아티스트 관리를 했습니다. 차근차근, 한발씩 공연예술에 가까워진 거죠. 다른 분들도 방향만 잡으면 조금씩 조금씩 원하는 분야와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방향의 끝에는 세종문화회관이 있었네요?
선: 당연하죠. 저는 문화예술 관련 전공을 하진 않았지만 늘 문화예술을 사랑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 그런 다양한 것들을 만드는 분들을 동경했고요. 그래서 예술가분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세종문화회관이 딱 그런 곳이잖아요. 특히 지금 사장님께서 취임하신 후 예술단을 중심으로 하는 제작극장을 지향하고 계시거든요. 그런 부분도 저를 사로잡았죠.
공연예술 연구로 시작해 문예회관 컨설팅, 국립예술단 극단매니지먼트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공연예술 분야의 업무를 익혀 온 박선미 씨.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루틴] 영상 갈무리. 2024년 11월.
김: 꿈꾸던 삶을 이루셨네요. 세종문화회관의 채용 과정은 몇 단계인가요?
선: 서류, 필기, 1차 면접, 2차 면접으로 진행합니다. 저는 그나마 필기 단계를 그나마 수월하게 넘겼던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공연예술 쪽에 몸을 담았다 보니 다양한 자료를 읽었고 그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반면 공연 실무 경력이 없던 터라 면접에서 관련 질문을 주시면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김: 공연 실무 경력이 없었는데도 면접을 통과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을까요?
선: 그렇지 않아도 면접에서 “박선미 씨는 실무 경력이 거의 없는데 맞나요?”라는 질문을 들었습니다. 당황스러웠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했죠. ‘10건의 공연예술 연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분석력을 길렀다.’ ‘공연예술 관련 컨설팅 사업을 하면서 지식을 얻었다.’ ‘지식을 바탕으로 실무에 빠르게 적응할 것이며 분석력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을 개선하겠다.’고 경험에 기반해 차근차근 답변했습니다.
선: 면접 전 홈페이지, 관련 뉴스, 애뉴얼 리포트를 살펴보았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에 소속된 기관이라 서울시 관련 자료들도 찾아봤어요. 자료를 모두 살핀 후에는 답을 외우기 위해 연습하고요. 대신 면접 당일에는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습니다. 질문지도, 태블릿도요. ‘내가 할 건 다 했어’라는 마음으로 면접에 임했다고나 할까요.
김: 질문지와 태블릿은 챙기지 않았지만, 행운의 아이템은 꼭 챙기셨네요.
선: 오늘도 착용했는데요. 이 손목시계를 늘 착용합니다. 면접 끝나는 시간을 상상하며 계속 시간을 확인하거든요. ‘6시가 면접이니 7시에는 맛있는 것 먹으면서 놀고 있겠지’라는 식으로요.
면접 당일, 면접이 끝나는 시간을 기다리며 바라본다는 손목 시계. 면접 후 이어질 즐거운 시간을 상상하면 면접에 대한 압박감도 잠시나마 사라진다고.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루틴] 영상 갈무리. 2024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