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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청소의 신'으로 불린 '옐로햇' 창업주 영면

화장실 청소하는 CEO로 유명

'화장실 청소의 신'으로 불린 '옐로햇' 창업주 영면
'옐로햇' 창업주 가기야마 히데사부로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화장실 청소의 신'으로 불린 일본 자동차용품 판매업체 '옐로햇' 창업주 가기야마 히데사부로가 지난 2일 세상을 떠났다고 일본 매체들이 25일 전했다. 향년 92세.

1933년 도쿄에서 태어난 고인은 농고 졸업 후 1953년 자동차용품 판매점인 '디트로이트상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 그는 1962년 '옐로햇'의 전신인 '로열'을 설립했다. 그는 사무실과 공장 등의 화장실을 직접 청소하면서 직원들과 소통했다.

1997년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했고, 1998년 6월 퇴임할 때까지 일선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일본 2위의 자동차용품 판매업체로 성장시켰다. 연 매출 1조원을 넘겼다.

퇴임 후에도 맨손 화장실 청소를 멈추지 않았다. 저서와 인터뷰에서 그는 "사람은 보잘것없는 일을 정성 들여 했을 때 비로소 성장한다고 나는 확신한다."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아무것도 아닌 일에 힘써보기를 권한다. 작은 행동이라도 그곳에 기쁨이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그것은 틀림없이 자신감으로 이어질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일본 기업인이면서도 성과주의나 매뉴얼을 싫어했다.

"경영자가 지나치게 성과주의를 고집한 결과, 모든 직원이 어깨동무하고 밖을 향해 진취적으로 나아가야 할 에너지가 안으로 향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직원 간의 무한경쟁에 빠져버린 것이다"
"자기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에게는 공손하지만, 자신보다 약한 입장의 사람에게는 차가운 사람, 그런 사람의 밑바닥에 있는 것은 반드시 겉으로 드러난다. 매뉴얼화되어 있는 접객 서비스가 전성을 누리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는 지나치게 매뉴얼화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한국어로 번역된 저서 '머리 청소 마음 청소'(2008)에서 "작아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회사로 키우고 싶었지만, 직원에겐 통하지 않았다"며 "외근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책상에 집어 던지고 의자를 발로 차는 직원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잠자코 청소하기 시작했다. 사무실과 화장실을 깨끗하게 해주면 황폐해진 마음도 치유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적었다.

고인은 '경영자통신'이라는 매체와 인터뷰에서 "상품을 팔 때 보통 품목별로 견적서를 써서 주면 고객이 필요한 상품을 고르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견적서를 쓰지 않아도 됐다. 고객이 수천만엔 규모 거래에서도 신뢰해줬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고객이 옐로햇을 신뢰한 건 직원이 변했기 때문이다.
같은 인터뷰에서 "회사에는 직무 규정이나 취업 규칙이 있지만, 그런 걸 제대로 읽는 사람은 없다. 사원은 직무 규정에 따라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사풍(회사 분위기)에 따라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라고도 했다. 고객 신뢰의 근본에 사풍이 있고, 사풍의 근본에 청소가 있었다는 소리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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