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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에 움츠린 LG엔솔… 인니 이어 베트남 투자도 무산

예상치 못한 캐즘 한파 불어닥쳐
해외 생산기지 확장 전략 급제동
베트남 첫 단독공장 설립 백지화
트럼프 오락가락 관세마저 발목
인니 프로젝트·북미 투자도 연기

캐즘에 움츠린 LG엔솔… 인니 이어 베트남 투자도 무산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배터리 '캐즘(수요 성장의 일시 둔화)'에 한껏 움츠러들고 있다. 인도네시아, 캐나다 등에서 추진하던 대규모 생산기지 구축 계획이 잇따라 보류 또는 철회된 데 이어 최근에는 예정된 베트남 투자 계획까지 없던 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투명한 현재 상황에서 미래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당분간 수익성 확보에 방점을 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글로벌 배터리 업계는 2021~2022년 공격적인 증설 경쟁을 벌인 탓에 현재는 공급과잉 우려로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캐즘 한파'를 맞고 있다.

■캐즘 한파… 베트남 단독공장 접어

20일 베트남 현지 업계 등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베트남 하노이 인근 흥옌성 내 LH 산업단지(VTK) 입주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객사의 요청과 동남아시아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난징에 있는 모바일용 배터리 생산라인과 전기차용 2170(지름 21mm, 높이 70mm)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흥옌성내 생산시설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베트남에 단독으로 투자해 공장을 세우는 건 처음이었다. 이를위해 지난해 2월 실무단을 파견해 흥옌성 인민위원회 등과 회동을 하는 등 제조기지 설립을 위한 단계를 밟아왔다.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은 지난 2019년 베트남 최대 기업인 빈그룹 소속 전기차 업체 빈페스트와 배터리팩 제조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동남아시아 전기차 시장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캐즘으로 해외 투자에 대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관계자는 "VTK내 부지 정지 작업 등 기초 작업에 돌입했으나 LG에너지솔루션이 돌연 지난해 말 투자 철회를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인해 흥옌성 LH 산업단지는 갑작스럽게 30~40%의 공실이 생긴 상황이다. 또 다른 현지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와 지방 당국도 각별한 기대를 한 프로젝트였는데 무산돼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해외 투자 줄줄이 철회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해외 투자 '옥석 고르기'에 한창이다. 지난 4월에는 11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의 '완결형 밸류체인' 프로젝트 투자를 철회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먼저 투자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속도를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언론들은 니켈 배터리의 장래성이나 캐즘, 관세 전쟁 등이 맞물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프로젝트 철회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북미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함께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 45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는 합작법인 '넥스트스타에너지'에 대한 출자 기한을 3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 역시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더불어 캐즘이 그 원인이었다.

■실적 부진에 투자 신중

실적 또한 해외 투자에 신중해진 배경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4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2650억원, 영업이익 374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138.2% 증가한 수치로,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하지만 실적의 대부분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지급된 첨단제조세액공제(AMPC·4577억원)에 기인했다.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1·4분기 영업손실은 약 830억원에 달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과잉 설비 우려까지 맞물려 신규 투자에 대한 본사 판단이 상당히 보수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장 평균 가동률은 2023년(69.3%), 지난해(57.8%)에 이어 올해 1·4분기 51.1%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rejune111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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