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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붙여 약 주입… 부산서 탄생한 ‘마이크로니들’ 각광[부울경 유망 강소기업]

부산대서 기술 이전받아 창업
차세대 약물전달 기술로 주목
피부 통해 약물 전달하는 ‘TDDS’
고통 적고 자가투여 가능한게 핵심
고령자 등 재택치료 환자에 적합

정량만 투약하는 ‘적층 코팅’ 개발
기존보다 10배 많은 약물 코팅 돼
국제마이크로니들학회 1등상 수상

결핵·말라리아 백신 패치 개발중
광경화 기기 포트폴리오 확장도

피부에 붙여 약 주입… 부산서 탄생한 ‘마이크로니들’ 각광[부울경 유망 강소기업]
지난 20일 이강오 에스엔비아 대표가 인터뷰 후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피부에 붙여 약 주입… 부산서 탄생한 ‘마이크로니들’ 각광[부울경 유망 강소기업]
에스엔비아가 제조한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접목된 결핵 백신패치. 에스엔비아 제공
최근 제약 및 바이오헬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못지않게 약물전달시스템(DDS)의 발전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부산에 본사를 둔 첨단의료기기 제조기업 에스엔비아가 마이크로니들 기반의 혁신적 기술로 국내외 시장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적용한 패치형 제품을 통해 자가투여와 상온보관이 가능해지는 새로운 치료법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량 코팅 마이크로니들로 DDS 혁신

에스엔비아는 부산대학교 바이오소재과학과 팀이 개발한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이전받아 2016년 창업한 벤처기업이다. 마이크로니들은 피부에 부착해 약물을 주입할 수 있는 초소형 바늘로, 기존의 주사기를 대체하는 차세대 약물전달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에스엔비아의 창업자 이강오 대표는 과거 부산에서 창업한 바이오·제약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켰지만, 인프라 부족으로 서울로 이전했던 경험이 있다. 또 한 번 부산에서 회사를 창업한 것에 대해 이 대표는 "당시 부산에서 기업을 키우기엔 인력과 협업 환경이 부족했다"며 "부산대 연구진과의 협업과 기술이전을 계기로 다시 부산에서 도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명인 '에스엔비아(SNvia)'는 'Small Needle Via'의 약자로, 마이크로니들을 통해 피부에 약물 통로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회사는 마이크로니들과 함께 광경화 히알루론산 기반의 의료기기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

에스엔비아가 주력하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은 피부를 통해 약물을 전달하는 경피약물전달시스템(TDDS)의 핵심이다. 이는 피부에 부착해 간편히 사용할 수 있어 고통이 적고, 병원을 찾지 않아도 자가투여가 가능해 고령자나 재택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적합하다.

에스엔비아는 기존 마이크로니들의 한계였던 정량 전달의 어려움을 '적층코팅' 공정으로 극복했다. 이 공정은 약물을 바늘 끝에만 정밀하게 코팅해 일정한 용량만 피부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기존 코팅 공정보다 10배 이상 많은 약물을 코팅할 수 있어 경제성도 뛰어나다. 이 기술은 2023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국제마이크로니들학회에서 1등 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마이크로니들의 강점은 상온보관 가능성과 운반의 용이성이다. 냉장 유통이 필요한 기존 주사제와 달리 마이크로니들은 건조 상태로 제작돼 냉장고 없이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 이는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이나 저개발국가에서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급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한다.

에스엔비아는 이미 질병관리청과 함께 두창 백신 패치를 개발했으며, 국립마산병원과는 결핵 백신,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기관과는 말라리아 백신 패치를 공동 개발 중이다. 이 외에도 국내 주요 제약사와 항비만 치료용 패치, 골다공증 치료용 마이크로니들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광가교 히알루론산 기반 기술

에스엔비아는 광가교 히알루론산을 기반으로 한 광경화 의료기기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적극 확장하고 있다. 이 기술은 빛을 쬐면 수 초 만에 고분자가 하이드로겔로 변하는 성질을 활용해 조직을 접착하거나 지혈하는 방식이다.

주요 응용 제품으로는 조직접착제, 지혈제, 치주조직 재생 유도재 등이 있으며, 각 분야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해 비임상과 임상 단계에서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가장 상용화에 가까운 제품은 수의용 창상피복재로, 전신마취가 어려운 고령 반려동물 환자에게 간단히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실제 임상에서도 수술이 불가능한 노령견에 적용해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 이 외에도 방사성 동위원소를 국소에 전달해 암세포를 표적 치료하는 의료기기 등으로 응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광가교 의료기기 분야의 핵심 소재인 광가교 히알루론산은 생체 안전성이 높고, 체내에서 자연 분해되며, 독성도 없어 의료용 소재로서 적합하다. 특히 가시광선(405㎚)만으로도 수초 내에 결합되는 특성 덕분에 다양한 제형으로 가공이 가능하다.

■지역 인재와 함께 성장

에스엔비아는 본사와 연구소, 공장을 부산에 두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마이크로니들과 광가교 히알루론산은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가능한 플랫폼 기술"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의료기기를 개발해 글로벌 니즈에 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부산이라는 지역에서의 창업과 기업 성장에 대해 이 대표는 "창업 당시에는 공장 부지 확보 등 인프라 부족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부산에는 제조업 기반의 뿌리산업이 살아 있다"며 "부산대 등 지역 대학에서도 우수한 인재가 배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에스엔비아는 전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직원들의 대학원 학비를 지원하며, 근무시간 중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등 인재 육성에 적극적이다.

이 대표는 우수한 인재의 탈부산화는 아쉽지만, 기업이 먼저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협력한다면 지역의 인재가 지역에 정착하고 기술이 세계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스엔비아는 앞으로 3년 내 두 가지 이상의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취득하고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보유를 넘어, 사람 중심의 기술로 재택치료와 헬스케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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