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보·현수막 훼손 잇따라
유세 현장서 선거운동원 폭행하기도
"정치 양극화가 원인…정치인이 모범 보여야"
지난달 16일 오후 대구 중구 남산초 외벽에 설치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 홍보물이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뉴스1(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제공)
[파이낸셜뉴스] 6·3 대선을 앞두고 정당 현수막이나 대선 후보자의 얼굴과 기호 등이 표시된 벽보를 훼손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선거운동원을 폭행하는 사례까지 잇따르는 상황이다. 모두 공직선거법상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는 범죄다. 이러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탄핵 정국을 거치며 정치 양극화가 극심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인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선거 현수막과 벽보를 훼손한 690명 가운데 12명이 검찰에 송치됐으며, 그중 1명은 구속됐다.
대선 현수막과 벽보를 훼손하는 범죄는 늘어나는 추세다. 관련 사범은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 당시 141명, 2017년 제19대 645명, 2022년 제20대 85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2일 벽보·현수막 훼손 혐의로 120명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제20대 대선 당시 같은 기간 45명을 수사한 것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선거운동원을 폭행하는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위협 운전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운동원들을 다치게 한 20대 남성을 입건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같은 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선거운동원들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 벽보나 현수막 등을 훼손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선거운동원을 폭행 또는 협박하는 행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범죄다.
현행법상 처벌이 가능함에도 이러한 범죄가 잇따르는 배경에는 정치 양극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정치가 양극화돼 있다 보니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소속감과 상대 진영에 대한 반감이 지나치게 표출되고 있다"면서 "민주주의 규범과 원칙에 대한 지지 자체가 약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전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한국의 정치가 극단화된 탓에 관련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정치평론가인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대선인데 여전히 탄핵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여론이 공존한다"면서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가 일어났고, 상대 진영에 대한 과격한 폭력 행위도 그 연장선상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유사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치인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정치인이 스스로 윤리적인 언행을 보여야 시민들이 갈등을 이용해 돈벌이하는 유튜버들의 영향을 덜 받고, 극단적인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미 현행법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마련돼 있다"고 분석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최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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