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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3~4년간 암흑기… 북극항로 개척 등 정부 지원 절실" [인터뷰]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
업계, 2029년까지 공급과잉 전망
관세영향 운임비 일시적 증가일뿐
"밀어내기 물량에 수요 하락" 지적
온실가스 감축 조치도 우려 증폭
"국내 선사 1조5000억 부담해야"
해수부·HMM 부산 이전 기대감

"해운업 3~4년간 암흑기… 북극항로 개척 등 정부 지원 절실" [인터뷰]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
"해운산업은 향후 3~4년간 암흑기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해사기구(IMO) 규제로 전체 선박 운항비의 2~3배의 탄소세를 내야하는 상황에서도, 값비싼 친환경 선박은 계속 발주를 해야 한다. 친환경 선박도 부담인데, 친환경 연료도 비싸다. 결국 선사들은 자기 부담으로 탄소세를 내던가 선박을 팔아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다. 문제는 그렇게 우리나라 선대가 부족해지면, 수출하고 싶어도 수출하지 못하는 '물류대란'이 오게 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선사들의 활로를 뚫는 것이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이 올해 1·4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매출 2조8547억원, 영업이익 6139억원을 기록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올해 해운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전망을 보기 좋게 깨뜨린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 여의도 한국해운협회 본사에서 25일 만난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사진)은 "현재 해운 업계는 구조적으로 2028~2029년까지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착시 현상에 빠지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탈탄소세 2035년 6조5000억

양 부회장은 "2023년 말 공급과잉이 오면서 불황이 온다고 했지만, 2024년 초 홍해사태가 발생하며 수에즈 운하가 막혔다"라며 "유럽 항로는 30% 이상의 선박이 더 필요해지며 오히려 운임이 오르고 해운사들의 실적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년에도 코로나19 당시 발주된 많은 컨선으로 인한 공급과잉은 해소되지 않았는데, 미중 관세전쟁에 따른 밀어내기 물량으로 운임이 올라 업황이 좋아보이는 것 뿐"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향후 전망은 더 암울하다고 관측했다. 우선 미중 관세전쟁으로 인해 늘어난 밀어내기 물량으로 하반기부터 재고가 쌓여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이란의 지지를 받는 후티 반군이 약해지면 수에즈 운하가 오픈돼 유럽 물량도 공급과잉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당장 금년 하반기부터 아주 심각한 운임 하락이 발생할 수 있고, 꽤 오래 갈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2028~2030년까지 운임 하락기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운산업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감축 조치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미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배출권 거래제도에 국제 해운 부문을 포함했고, 올해 1월부터는 연료유 온실가스 함량 규제인 FuelEU Maritime을 시행하면서 선사들에 부담을 주고 있다. 게다가 올해 10월 채택을 목표로 하는 IMO의 온실가스 감축 중기 조치가 2027년 3월 발효를 앞두고 있어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 부회장은 "한국해운협회의 자체 추산에 따르면, 2028년 IMO 중기 조치로 인해 국내 선사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연료비용을 제외하고도 약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부담액은 매년 늘며 2035년에는 약 6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극항로·해양수산비서관 공약 기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선사들이 연간 수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이는 중소 선사들을 강제로 생존의 기로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양 부회장은 △정책금융 및 인센티브 지원 확대 △대체연료 생태계 조성 및 인프라 구축 △자율운항 시스템 등 디지털 혁신 가속화 △IMO 및 EU의 중복 환경규제 해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 △중소·중견선사 맞춤형 금융 지원 및 협력 강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해운의 부정적 전망과 달리 이재명 정부의 해운 공약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재명 대통령의 해운 관련 가장 대표적인 공약은 '북극항로 개척'이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와 HMM의 부산 이전을 약속하기도 했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로, 운항 거리 단축을 통해 운항 시간 및 연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해운사들의 비용 절감과 더불어 선박 운용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 부회장은 "북극해 항로와 같은 신항로 개척은 해운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투자 영역"이라며 "북극항로 활성화로 부산항뿐만 아니라 울산, 광양 등 국내 주요 항만들의 연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항이 북극항로라는 재료로 더욱 세계적 항만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키울 수 있다"고 부연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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