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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팔 '툭' 치고, 윤상현·나경원과 이야기.. 이재명 대통령의 첫 국회연설

지난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첫 대통령 시정연설
"민생경제 살리는 게 첫 과제…국회가 함께 해야"
국민의힘 의원들, 연설 내내 박수 한 번도 안 쳐
연설 후 다가간 李에 "김민석 지명 철회" 요청

권성동 팔 '툭' 치고, 윤상현·나경원과 이야기.. 이재명 대통령의 첫 국회연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해 첫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하며 퇴장하고 있다. 2025.6.26 [국회사진기자단]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제출과 관련해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뒤 온라인엔 다양한 의미의 해석들이 올라왔다.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취임선서 후 22일만에 국회에 온 사실과 함께 "엄청 오래 전 일 같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거나 "대한민국이 다시 돌아왔다는 느낌. 지난해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등 긍정적 반응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당선된 22대 초선의원들을 향한 메시지가 눈길을 끌었다.

한 네티즌은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했다"면서 "(초선의원들은) 1년이 지난 뒤 교체된 대통령을 통해 시정연설을 듣게 된 셈"이라고 적었다.

22대 국회, 첫 대통령 시정연설

권성동 팔 '툭' 치고, 윤상현·나경원과 이야기.. 이재명 대통령의 첫 국회연설
지난 2023년 10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국회에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서 계엄의 이유 중 하나로 '야당의 박수'를 거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제가 국회에 예산안 기조연설(시정연설)을 하러 가면 아무리 미워도 얘기 듣고 박수 한번 쳐주는 것이 대화와 타협의 기본"이라며 "취임하고 갔더니 로텐더홀에서 대통령 퇴진 시위를 하면서 의사당(본회의장)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여당 의원만 놓고 반쪽짜리 예산안 기조연설을 했다"고 말했다.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 나선 지난 2022년 10월 얘기다. 다음 해 10월 시정연설을 두고도 "다음번에는 (야당이) 들어왔는데, 전부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고 했다.

두 차례 모두 21대 국회 때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사실상 국회를 보이콧했다.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22대 국회가 열렸고 그해 9월 늦깎이 개원식이 열렸지만, 윤 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첫 현직 대통령' 꼬리표도 달았다. 같은 해 11월 시정연설에도 불참하면서 2013년 이후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직접 해 온 관행을 깼다.

민주당 보다는 국민의힘

권성동 팔 '툭' 치고, 윤상현·나경원과 이야기.. 이재명 대통령의 첫 국회연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통령은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상정한다"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선언과 함께 본회의장으로 들어섰다.

중앙 통로를 이용해 연단으로 향하면서 통로 양옆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악수 등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연단에 오르는 데 2분이면 충분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은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의 문을 열어야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법사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국민의힘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연설하는 내내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외교에 색깔이 없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닌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돼야 한다"는 말과 함께 첫 박수가 나왔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움직임이 없었다.

이에 국민의힘 쪽으로 고개를 돌린 이 대통령은 "감사하다"면서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은 없는데. 쑥스러우니까"라는 말로 가볍게 넘겼다.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응은 없었다. 대신 이 대통령이 '협력', '포용'을 강조할 때마다 시선을 국민의힘 쪽으로 뒀다.

국힘 의원 목소리에 집중

연설의 마무리도 국민의힘과의 협치에 방점을 뒀다.

이 대통령은 "이번 추가 경정 예산안은 경제 위기 가뭄해소를 위한 마중물이자 경제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주저하지 말고 의견을 내 달라"면서 "(국민의힘은) 삭감에 주력하겠지만, 추가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기회복을 위해 여·야·정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앞으로도 든든한 민생의 버팀목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실용정신에 입각해 국민의 삶을 살피고 경기 회복과 경제 성장에 새 길 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경제 활력을 되찾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데 국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의힘 의원님들 어려운 자리 함께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로 끝냈다.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이 향한 곳은 국민의힘 의원들이었다.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만 나누던 데서 나아가 퇴장하는 3분여의 시간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이 말하는 것들은 챙겨 들었다.

尹 탄핵 저지 앞장선 의원들과의 조우


권성동 팔 '툭' 치고, 윤상현·나경원과 이야기.. 이재명 대통령의 첫 국회연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왼쪽), 추경호 의원 등과 아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무엇보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만남에 눈길이 갔다.

앞서 22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만남을 가진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송언석 원내대표와 이날 짧게 인사만 나누는 것과는 달랐다.

중앙대 법대 선배이자 사법고시를 함께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권성동 의원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대화를 이어갔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권 의원은 비상계엄·탄핵정국에서 '쌍권'이라 불리며 당을 이끌었다. 이 대통령이 권 의원의 팔을 '툭' 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권 의원은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에게) 총리 임명은 안 된다고 두 번 얘기하니까 알았다면서 툭 치고 갔다"고 전했다.

계엄 당일 밤 계엄해제를 방해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 헌재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외친 윤상현·나경원 의원 등과도 짧은 대화를 나눴다.

대다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전날 끝난 김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임명 재고 의견을 여러 차례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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