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남해의 고즈넉한 섬, 해말도.
그곳에 살던 평범한 소녀 ‘미래’는 어느 날 갑작스레 들이닥친 악령 ‘이매신’과의 대결로 인해 평화롭던 일상을 잃고, 자신이 저주받은 운명을 지닌 존재임을 깨닫는다. 그렇게 시작된 여정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 한국형 오컬트 판타지의 새 지평을 여는 이야기로 펼쳐진다.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독자를 매 회차마다 예측 불가능한 신비로운 세계로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시즌1에서 시작된 이 대서사는 섬을 떠난 미래가 한반도의 모든 귀혼백의 이름이 적힌 ‘명부록’을 찾기 위해 육지로 향하며 본격화된다. 신비한 골동품 가게 ‘도겁당’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며 퇴마 활동에 나서는 미래의 이야기는, 선과 악의 대립 너머 인간 본성과 삶의 본질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작품은 단순한 판타지 장르가 아니다. 바리공주 설화, 십왕경, 천지팔양신주경 등 동양 고전과 무속 신앙을 치밀하게 엮어내며 현대에서 점점 잊혀가는 한국 전통 문화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복원해냈다. 부적, 굿, 주술, 그리고 악귀와 창귀, 그 하나하나가 허구가 아니라 고증된 전통에 기반하고 있어 현실감이 남다르다.
특히 시즌3에서 절정을 이룬 ‘이매신’ 에피소드는 실제 조선 말기의 '진령군 사건'을 재해석해 눈길을 끈다. 역사와 판타지를 절묘하게 결합해 "이런 게 진짜 한국형 오컬트”라는 평가도 받았다. 지난 2022년 부천만화대상에서 대상과 인기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시즌4가 연재 중인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세계관이 정립된 시즌1, 운명과 사명을 깨닫는 시즌2·3을 지나, ‘명부록’을 찾아 나선 미래의 본격적인 행보를 그린다. 수많은 인연과 과거의 그림자가 얽히며, 이야기는 점점 더 깊어졌다.
작가 구아진은 이미 전작 '연' 등을 통해 뛰어난 스릴러 감각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선 작가 특유의 감각에 동양적 미감과 철학이 더해졌다. 그림체 역시 극찬을 받는다. 섬세한 펜터치와 한국적 채색감, 그리고 때로는 ‘경고문구’가 붙을 만큼 강렬한 그로테스크한 악귀 묘사는 웹툰의 시각적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마치 고전 회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이 웹툰이라는 형식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이 작품은 단지 귀신을 물리치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 시대까지 200년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악귀의 배후에 도사린 인간의 욕망과 역사적 비극을 풀어낸다. "죽음은 육신이 겪는 것이다." 주요 인물인 연화 만신의 이 한 마디는, 작품이 가진 철학적 깊이를 대변한다.
네이버웹툰 평점 9.98점에 달하는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수많은 자료 조사를 기반으로 쌓아올린 탄탄한 스토리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진짜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일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미래는 자신만의 길을 찾고, 우리는 잊고 있던 한국의 정서와 마주하게 된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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