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손흥민(33·토트넘 홋스퍼)의 명성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려 한 남녀 일당 2명에 대한 재판이 17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정빈 판사는 이날 오전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 양모씨와 공범인 40대 남성 용모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여성 양씨는 지난해 6월 손흥민 선수에게 태아 초음파 사진을 보내며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 무려 3억 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양씨가 당초 손흥민 선수가 아닌 다른 남성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며 금품을 요구하려 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자, 그 타깃을 손흥민으로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이다. 손흥민 측은 자신의 사회적 명성과 운동선수로서 쌓아온 커리어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양씨에게 3억 원을 건넨 것으로 파악되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양씨는 연인 관계가 된 용모씨와 함께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다시 한번 손흥민을 압박했다. 이번에는 임신과 낙태 사실을 언론과 손흥민의 가족 등에게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추가로 7천만 원을 갈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수사를 받던 이들은 지난 5월 법원으로부터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할 염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구속됐다. 검찰은 이들을 구속 상태로 지난 10일 재판에 넘기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게 됐다. 이날 첫 공판에서 양씨 측 변호인은 "공모와 공갈미수 부분 범죄사실은 부정하겠다"고 밝히며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공범 용씨는 기소 혐의에 관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재판을 분리해 진행하기로 결정했으며, 양씨의 다음 공판기일은 다음 달 28일로 지정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5-07-17 19:10:26[파이낸셜뉴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논문 표절 및 쪼개기 의혹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13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준비단은 지난 7일 국회에 '인사청문회 관련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6월29일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제자의 석·박사 논문을 가로채기해 제1저자에 이름을 올렸다는 표절 의혹과 이른바 '논문 쪼개기'로 불리는 중복게재 의혹 등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참고자료에서 "언론에서는 제자인 A씨와 공동으로 작성한 학술지 게재 논문과 A씨의 석사학위 논문 간 유사도를 43%라고 주장하지만, 한국연구재단 검사 결과 유사도는 13%로 확인돼 다른 논문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의 석사논문은 본인이 연구책임자인 국가 연구과제의 일부를 활용한 것"이라며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의 실질적 저자(제1저자)는 논문 작성 기여도가 큰 본인"이라고 했다. 쪼개기 의혹과 관련해서도 "두 논문은 실험 설계는 동일하나 각각 개념이 다른 변수에 대해 실험한 결과를 작성한 것으로 서로 다른 논문"이라고 부인했다. 또 이 후보자는 이와 함께 '하나의 실험이라도 결과와 의미가 다르면 개별 논문으로 볼 수 있어 2개 학술지에 게재하더라도 부당한 중복게재가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윤리 통합 안내서 문구를 첨부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논문 의혹 외에도 2022년 충남대 총장 시절 교내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 요구했다는 논란에 대해 "국유재산법에 따른 관리자 동의 없이 설치된 것이라 추후 관련된 문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부득이한 절차였다"며 "당시 충남대와 '평화의소녀상추진위원회' 간 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시 총장으로서 소녀상 설치 관련 협의 과정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역사의식이 부재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5-07-13 15:45:05배우 전익령이 '반전 캐릭터'로 스크린을 물들였다. 영화 '노이즈'는 층간소음으로 매일 시끄러운 아파트 단지에서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 나선 주영(이선빈)이 미스터리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 현실 공포 스릴러다. 제57회 시체스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받는 등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개봉 3주차를 맞이한 '노이즈'는 관객수가 떨어지지 않고 뒷심 발휘에 성공하고 있다. 할리우드 대작들 사이에서 박스오피스 2, 3위를 계속 유지하면서 현재 누적 관객수 80만명을 돌파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인 역을 맡은 전익령의 눈부신 활약이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804호에 사는 정인은 동생을 찾는 주영을 도와주는 유일한 주민이다. 아파트에 대해서 주영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묘한 분위기와 함께 충격적인 반전을 몰고 오는 인물이다. 다정한 행동으로 외로웠던 주영을 위로해주지만 언뜻 드러나는 서늘한 눈빛과 분위기로 긴장감을 조성하는 정인 역을 맡은 전익령은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 든 소화력으로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따뜻한 외양 뒤 감춰진 소름 끼치는 본 모습은 반전의 충격과 함께 관객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감정이 결여된 듯한 눈빛과 클라이맥스를 달려가면서 선보이는 감정 연기의 진폭을 극대화한 전익령의 연기 열정은 관객을 더 큰 공포로 밀어 넣으며 극 전체에 긴장감을 팽팽하게 불러일으켰다. 특히 극 후반부 독보적인 임팩트를 선사하며 명불허전 소름 유발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전익령에 대해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큰 화제를 모았던 JTBC '옥씨부인전'에서 전익령은 송씨부인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비인간적일 정도로 잔인한 송씨부인을 생생하게 그려낸 전익령은 자식을 잃은 아픔을 지닌 송씨부인의 입체적인 모습 또한 극적으로 완성시키며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화제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며 캐릭터에 매력을 더한 전익령의 연기 내공은 현재 연극 '킬 미 나우'에서도 만날 수 있다. 현실적인 이야기 속 따뜻한 인간미가 묻어나는 로빈 역을 맡은 전익령은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한편, 영화 '노이즈'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enterjin@fnnews.com 한아진 기자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2025-07-10 11:52:37[파이낸셜뉴스] 코요태 멤버 신지 소속사가 예비 신랑 문원의 과거 이혼 합의서까지 공개하며 예비 신랑 보호에 나섰다. 8일 코요태 소속사는 '신지 결혼 관련 소속사 입장문'을 통해 문원에 대한 신지의 변함없는 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소속사 측은 "당사는 평소 신지 씨를 대하는 문원 씨의 태도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며 "두 사람은 여느 커플과 다름없이 사랑하며 서로의 곁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이에 당사도 신지 씨로부터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누구보다 진심으로 축하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원 씨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여러분이 지적하신 부분들을 고쳐나가기로 약속했다"며 "신지 씨 또한 이번 일을 통해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여러분의 말씀을 꼼꼼히 살피며 믿음과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충분한 시간을 주시고,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무엇보다 당사는 신지 씨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강조한 뒤 "신지 씨는 오늘(8일) 코요태 컴백을 위해 뮤직비디오 촬영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코요태는 오는 8월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남은 시간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향후 활동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문원에 대한 몇 가지 논란에 대해서도 다시금 해명했다. 먼저 '학창시절 및 군 복무 시절 괴롭힘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당사가 함께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온 동창생들 및 군 복무를 함께했던 후임들의 번호를 수소문해 연락을 취해본 결과, 하나같이 허위 사실이라고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위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증언해 주겠다는 동창생 등이 다수 연락을 취해오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보았을 때 당사는 위 의혹 또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혼 및 양다리 의혹에 대해서는 앞서 밝힌대로 "전 부인과 원만한 협의이혼을 했다"고 말했다. "‘이혼 사건 기록을 열람해 보라’ 등 사유를 암시하는 댓글이 다수 있었지만 당사가 협의이혼서를 확인, 그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사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양다리 논란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 부인 또한 두 사람이 행복하길 바란다고 응원한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부연했다. 소속사는 이에 따라 허위사실 유포를 우려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명예를 훼손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7-08 18:37:51▲ 김채진씨 별세· 이중훈씨(전 청주시 상당구청장) 부인상=5일 충북대병원, 발인 8일 오전 6시. (043)269-7211
2025-07-06 14:56:15[파이낸셜뉴스] 코스닥 상장사 3곳의 주식 시세를 잇달아 조종해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이승기의 장인 이모씨(57)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2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 등 5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씨를 포함한 피고인 전원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공소장에는 3000만원을 수수한 사람이 공범으로 돼 있는데 피고인은 돈을 받은 적이 없어 공범이 될 수 없다"며 "또 퀀타피아 거래가 재개되면 성공보수 명목으로 10억원을 요구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나머지 4명의 피고인 변호인들도 "구체적인 의견은 기록을 검토하며 사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 일당은 코스닥 상장업체 3곳이 첨단기술을 이용한 '펄(Pearl·주가 부양을 위한 호재성 신규사업)‘을 추진한다고 속이는 등의 방식으로 주가를 부양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22년 11월부터 약 1년간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중앙첨단소재에 대해 시세조종 주문을 넣어 주가를 주당 490원에서 5850원으로 10배 이상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약 140억원의 부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재생에너지 업체인 퀀타피아에 대해서도 '1000억원 상당의 투자가 확정됐다'는 허위 투자확약서를 공시하는 등의 수법으로 주가를 부풀려 약 60억원을 추가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지난해 2월 퀀타피아의 거래가 정지되자 이를 해결해주겠다며 전직 검찰수사관 이모씨로부터 착수금 3000만원을 받고 성공보수로 10억원을 약속받는 등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안창주 부장검사)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퀀타피아 시세조종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5월 이씨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2025-06-25 11:57:00[파이낸셜뉴스] 프로축구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의 공격수 천성훈이 성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결백을 주장하며 고소인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천성훈은 이날 자필 입장문을 통해 "나에게 성범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앞서 천성훈은 강제추행, 강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지난 4월 고소당해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천성훈은 "전날 이적 보도가 나오자 상대방이 나에게 손해를 입히기 위해 온라인에 글을 올린 것"이라며 "상대방을 무고, 공갈미수, 스토킹,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대방과의 두 차례 만남 이후 지난해 12월 말 갑자기 고소를 당하고 언론에 알리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천성훈에 따르면, 상대방은 명품 선물과 현금 2억원 등을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사과와 협박을 반복했다. 합의 요구에 응하지 않자, 상대방은 강간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것이 천성훈의 설명이다. 천성훈은 "지난달 23일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성실하게 조사를 받았으며, 수집한 여러 객관적 증거를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증거가 명백하며 수사 결과도 어렵지 않게 예상된다고 덧붙이며 결백을 강조했다. 천성훈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구단과 축구 팬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입장문을 마무리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5-06-21 14:30:20[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옛날 어느 약방에 우연히 세 명의 부인들이 속이 불편하다고 하면서 환자로 내원했다. 의원은 모두들 위장이 불편하다고 하기에 함께 약방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의원은 “어디가 불편해서들 온 것이요?”하고 물었다. 먼저 한 부인이 “저는 요즘 입맛이 별로 없으면서 가슴속이 아픈 듯하면서 아프지 않고, 고픈 듯하면서 고프지 않은 등 편하지 못하며, 간혹 가마를 탄 듯 머리가 어지럽고 구역감이 있으면서 가래를 토합니다.”라고 했다. 의원이 진맥과 함께 복진을 해보더니 “이것은 중기(中氣) 부족으로 인해 위장에 담음(痰飮)이 생긴 것이 원인이요. 그래서 기운이 제대로 위장을 감싸주지 못하니 식욕이 없고, 속은 허한 듯하면서도 거북해지지요. 어지럽고 가래가 생기는 것도 모두 담음 때문이오. 맥을 보니 촌맥이 부삭(浮數)한 것을 보니 평소 화(火)가 잠복해 있구려. 그 화가 가슴을 막고 위기(胃氣)가 상역하게 된 것입니다.”라고 했다. 담음(痰飮)은 체내 수액 대사 장애로 생긴 병적인 진액으로, 단순한 가래를 넘어서 전신에 다양한 병증을 유발하는 한의학적 병리 개념이다. 담이 머무르는 장부에 따라 증상도 달라지는데, 위장에 머무르는 경우 식욕부진, 소화불량, 느글거림, 어지럼증이 동반된다. 제자가 조심스레 묻기를 “스승님, 이럴 땐 기허와 담음, 복화(伏火) 중에 어떤 것을 먼저 치료해야 합니까?”라고 하자, 의원은 “기는 보하고 담음과 열은 함께 꺼야 한다. 이때는 단순한 사군자탕으로는 부족하니, 육군자탕을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에 치자와 길경을 가하면 심폐의 화를 끄고 동시에 담음을 삭히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의원은 부인에게 육군자탕에 산치자와 길경을 가미해서 처방해 주었다. 육군자탕은 기허와 담음이 함께 있는 위장 질환을 치료하는 기본 처방으로 식욕부진, 더부룩함, 위염, 역류성 식도염 등에 응용된다. 그때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부인이 “저도 이 여편네와 증상이 똑같습니다요. 그래서 음식을 먹은 다음에는 속이 아픈 듯하면서 아프지 않고, 고픈 듯하면서 고프지 않은 등 편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가장 불편한 것은 신물이 계속 올라옵니다. 밤에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면서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의원은 이 환자의 원인도 위허(胃虛)와 함께 담(痰)으로 봤다. 그래서 “이것은 비위 기능이 약해서 음식이 자주 체한 결과, 담(痰)이 된 것이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육군자탕을 달여서 오패환(烏貝丸)을 함께 복용하도록 했다. 오패환(烏貝丸)은 갑오징어의 뼈인 오적골과 패모가 주된 약재로 들어간 처방으로, 주로 위완통, 탄산, 위산 역류 등의 증상에 쓰이는 처방이다. 임상에서는 위산을 중화하고 궤양의 상처를 낫게 하는 데 활용되며, 위완부 작열감과 역류성 식도염에 의한 가슴탐 증상에도 효과적이다. 마지막 부인은 별말이 없이 고통스러워만 했다. 그러자 의원이 “부인은 어디가 그리 불편한 것이요?”라고 물었다. 부인은 “저는 음식을 먹은 후에 배가 팽창되면서 더부룩하고 신물이 오르내립니다. 이전 약방에서 지출환(枳朮丸)을 구해서 복용하자 신물 오르내리는 것이 더욱 심해지고, 날이 갈수록 음식을 덜 먹게 되고 가슴과 횡격막 부분이 더부룩하고 그득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다른 약방에서 치료를 했는데, 이제는 월경도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라고 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의원은 진맥을 해보더니 “부인은 울결(鬱結)에 의해 비위기능이 손상되었으며, 결국 습열(濕熱)이 아래로 쳐져서 월사(月事)를 막은 것이요.”라고 했다. 사실 이 부인은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매우 심해진 이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의원은 부인에게 육군자탕(六君子湯)에 천궁과 당귀를 가한 후 새벽녘에 일어나서는 탕약만 복용하고, 오후에는 월국환(越麴丸)을 함께 복용하도록 했다. 월국환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기운이 체하고 복부창만,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부인들이 모두 가고 나자, 제자는 이들 환자의 병증과 처방에 대해 문득 궁금해졌다. “스승님, 세 명의 환자들에게 어찌 모두 육군자탕을 처방하신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의원은 “이들 환자들은 모두 비기허(脾氣虛)에서 비롯된 담음(痰飮)이 원인이다. 특히 기허와 담음으로 인한 위장병에는 육군자탕이 명방이다.”라고 설명했다. 육군자탕(六君子湯; 인삼, 백출, 복령, 감초, 반하, 진피)은 사군자탕(四君子湯; 인삼, 백출, 복령, 감초)에 반하와 진피를 더하거나, 이진탕(二陳湯; 반하, 진피, 복령, 감초)에 인삼, 배출을 더한 처방이다. 사군자탕은 비위 기허로 인한 피로, 식욕부진, 소화불량을 개선하고, 이진탕은 비위의 담음으로 인한 가래, 구토, 소화불량을 치료한다. 따라서 이 두 처방이 섞인 육군자탕은 기허(氣虛)와 담음(痰飮)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소화불량, 식욕부진, 구역감, 신물, 가래 등에 효과적이다. 의원을 찾아왔던 부인들의 병은 만성 위염, 소화성 궤양, 기능성 위장장애, 역류성 식도염 등으로 볼 수 있다. 부인들의 위장장애는 육군자탕을 복용하고서 증상이 대부분 개선되었고, 이후 남아 있는 증상들은 다른 몇 가지 처방으로 해서 모두 완치되었다. 육군자탕은 요즘에도 위장병 환자의 위염이나 기능성 위장장애, 역류성 식도염에 특효방으로 많이 처방된다. 육군자탕은 현대적 연구결과로도 기능성 위장장애 개선, 항염증 및 면역 조절, 장내 미생물 조절, 항암효과, 항우울 및 인지기능 강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 제목의 ○○○○은 ‘육군자탕’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교주부인양방> ○ 一婦人飮食少思, 胸中嘈雜, 頭暈吐痰, 此中氣虛而有熱. 用六君子湯加炒黑山梔ㆍ桔梗而愈. 後因勞碌, 頭暈發熱, 吐痰不食, 用補中益氣加半夏茯苓天麻而痊. (어떤 부인이 입맛이 별로 없으면서 가슴속이 아픈 듯 하면서 아프지 않고, 고픈 듯하면서 고프지 않은 등 편하지 못하며, 머리가 어지럽고 가래를 토하였다. 이것은 중기가 허하고 열이 있는 것이었다. 육군자탕에 검게 볶은 산치자와 길경을 가미하여 썼더니 나았다. 나중에 아주 힘든 일을 하여 머리가 어지럽고 열이 났으며, 가래를 토하고 음식을 먹지 못해 보중익기탕에 반하·복령·천마를 가미하여 썼더니 나았다.) ○ 一婦人飮食後, 嘈雜呑酸, 此食鬱爲痰. 用六君子湯送越麴丸漸愈, 又用加味歸脾湯而痊. 後因怒, 兩脇脹痛, 中脘作酸, 用四君湯送越麴丸而瘥. (어떤 부인이 음식을 먹은 다음에는 속이 아픈 듯 하면서 아프지 않고 고픈 듯 하면서 고프지 않은 등 편하지 못하고 신물이 올라왔다. 이것은 음식이 체해서 담이 된 것이었다. 그래서 육군자탕으로 월국환을 복용하였더니 차츰 나았고, 또 가미귀비탕을 썼더니 다 나았다. 나중에 화를 낸 탓에 양쪽 옆구리가 부르고 아프며 중완이 부분이 시큰거렸는데, 사군자탕으로 월국환을 복용하였더니 나았다.) ○ 一婦人, 飮食後, 或腹脹, 或呑酸. 彼服枳朮丸, 呑酸益甚, 飮食日少, 胸膈痞滿, 腿內酸痛, 畏見風寒. 又服養胃湯一劑, 腿內作痛. 又二劑, 腿膝陰腫, 月經不行. 余謂鬱結所傷, 脾虛濕熱下注. 侵晨用四君, 二陳, 芎, 歸. 午後, 以前湯送越鞠丸, 飮食漸進, 諸症漸癒. 又用歸脾, 八珍二湯, 兼服兩月餘而經行. (어떤 부인이 음식을 먹은 후에 배가 팽창되거나 신물이 오르내렸다. 그가 枳朮丸을 복용하자 신물 오르내리는 것이 더욱 심해지고, 날이 갈수록 음식을 덜 먹게 되고 가슴과 횡격막 부분이 더부룩하고 그득하였으며, 대퇴부 안쪽이 시큰시큰 아팠고 바람과 한기에 노출되는 것을 싫어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양위탕 한 제를 복용하자 허벅지 안쪽이 아팠다. 다시 두 제를 복용하자 허벅지와 무릎 및 음부가 붓고 월경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울결에 의해 손상되었으며, 비가 허약하여 습열이 아래로 흘러 내려간 것이라 하였다. 그리하여 새벽녘에 사군자탕, 이진탕. 천궁, 당귀를 썼다. 오후에는 앞의 탕약으로 월국환을 복용하자 차츰 음식을 먹게 되고 모든 증상이 차츰 나았다. 다시 귀비탕과 팔진탕 두 탕약을 두 달여 동안 겸복하여 월경이 내조하게 되었다.) <동의보감> 六君子湯. 治氣虛痰盛. 半夏, 白朮 各一錢半, 陳皮, 白茯苓, 人參 各一錢, 甘草(灸) 五分. 右剉, 作一貼, 薑 三片, 棗 二枚, 煎服. (육군자탕. 기가 허하여 담이 성한 것을 치료한다. 반하, 백출 각 1.5돈, 진피, 백복령, 인삼 각 1돈, 감초 구운 것 5푼.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생강 3쪽, 대추 2개와 함께 달여 먹는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5-06-09 15:29:34[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옛날 한 각로(閣老)에게 부인이 있었다. 각로는 조정에서 내각대신이나 대학사를 지낸 고위 관료를 말한다. 각로의 부인은 원래 급하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이었다. 게다가 고관대작의 부인이라는 지위까지 있어서 기고만장했으며 자존심이 강했다. 어느 날 부인은 마당에서 하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늙은 여종과 말다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부인은 아직 젊었기에 경험이 많은 여종 앞에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부인은 기절하듯이 쓰려졌고 팔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는 듯했다. 그날 밤 부인은 억울함을 참다못해 각로에게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이르듯이 들려주었다. 그러나 각로는 늙은 여종의 편을 들면서 부인을 나무라듯이 꾸짖었다. 그날 밤부터 부인은 가슴과 옆구리가 그득하고 아팠고, 팔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증상이 생겼다. 식은땀을 물처럼 흘리고, 소변을 가리지 못하며, 대변도 설사기가 있었다. 계속해서 입이 굳어지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눈꺼풀이 떨리는 등의 증상이 이어졌다. 그러나 다행히 먹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부인의 증상은 이러한 상태가 이미 열흘이 넘었다. 각로의 부인에게 병이 났다는 소문이 나자, 주위의 여러 의원들이 나섰다. 일부는 출세의 발판으로 삼을까 하여 줄을 대서 끼어들기도 했다. 대다수 의원들은 “중풍(中風)입니다.” 혹은 “풍(風)이 오장을 침범한 것입니다.”라 하며 중풍 처방을 내렸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이미 다른 의원들이 치료하지 못한 것을 보고는 “아주 위중한 병증이니 치료가 어렵습니다.”라고 포기하기도 했다. 각로는 걱정이 많았다. 각로는 수소문 끝에 한 명의에게 진료를 부탁했다. 명의가 진찰해 보더니 말했다. “부인은 중풍이 아닙니다. 만일 풍(風)에 의해 증세가 나타난 것이라면, 그 화(禍)는 손바닥 안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순식간일 터이니, 중풍의 양상과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명의는 부인의 안색을 살펴보니, 부인의 얼굴은 붉고 눈빛은 충혈되어 있었다. 얼굴은 때때로 푸른 기운이 돌기도 했다. 맥을 좌측 촌관척(寸關尺) 삼부맥이 모두 흥분되고 빨랐으며, 특히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는 간맥(肝脈)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는 심한 열증이나 화병을 의심할 수 있는 맥상이었다. 명의는 각로에게 물었다. “혹시 최근에 대감께서 부인에게 심하게 화를 내셨거나, 부인에게 이루지 못한 억울함이 있었습니까?” 각로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얼마 전, 나이든 여종이 부인에게 대들어서 내가 부인을 나무란 적이 있었소.” 명의가 다시 물었다. “혹시 여종이 부인에게 대드는 광경을 누가 봤습니까?” 각로는 불쾌한 듯 답했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가? 당시 많은 하인들이 늙은 여종이 대드는 것을 보았소.” 명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습니다. 바로 그 점이 핵심입니다. 남들이 보고 있었기 때문에 부인의 분함이 더 심했고, 대감께서 여종의 편을 들어서 그 억울한 감정이 더욱 극심해진 것입니다. 부인의 증상은 중풍이 아니라, 간의 기운이 막혀서 나타나는 기울병(氣鬱病)입니다. 간의 기운은 풀려야 하는데, 울분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근육 경련, 상열감, 식은땀, 대소변 실금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것은 간기울결(肝氣鬱結)로 인한 기역증(氣逆症)입니다. 지금은 식사를 잘 하시는 것 같지만, 더 심해지면 간기(肝氣)가 비토(脾土)를 치게 되어 식사도 제대도 드시지 못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명의는 곧바로 서각산(犀角散) 4첩을 써서 복용하게 했다. 서각산은 서각, 생지황, 작약 등으로 구성된 처방으로, 간열(肝熱)에 기인한 출혈이나 경련, 식은땀, 정신 혼미 등을 다스린다. 부인이 서각산을 복용하자 경련이나 마비 증상이 사라졌다. 그러나 가슴이 답답하고 옆구리가 결리면서 열이 오르는 증상은 여전했다. 명의는 이어서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을 처방했다. 가미소요산은 당귀, 작약, 복령, 백출, 시호, 목단피, 치자 등으로 구성된 처방으로, 울화, 흉협창통, 월경불순, 안면홍조, 불면, 신경불안 등에 쓰이는 명방이다. 가미소요산을 복용하자 부인의 증상은 모두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또다시 늙은 여종이 자신을 무시하는 일이 생겨, 울화와 분노를 겪은 뒤 비슷한 증상이 또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발열과 구토가 더해지고, 음식을 먹으려는 생각이 줄어들었으며, 자궁 출혈이 생겼고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각로는 명의를 다시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명의는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간목(肝木)이 성하여 비토(脾土)를 극함으로써, 비가 혈을 통제하지 못한 결과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각로는 다급히 처방을 요청했다. 그런데 명의는 처방을 하지 않고서 “지금은 약으로만은 어렵습니다. 대감께서 부인과 하인들이 보는 앞에서 여종을 붙잡아 크게 혼내 주셔야 합니다. 부인에게도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일부러라도 부인의 편을 들어 여종을 꾸짖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부인의 억울함을 약이 아닌 마음으로써 풀어주고자 한 것이다. 각로는 명의의 말대로 여종을 붙잡아 와서 부인이 보는 앞에서 크게 혼내 주었다. 이후 명의는 가미귀비탕(加味歸脾湯)을 처방했다. 가미귀비탕은 비기허(脾氣虛)로 인해 출혈이 멈추지 않고, 심혈허(心血虛)로 불면, 건망, 피로가 함께 있을 때 기혈을 보하고 지혈하는 데 쓰는 처방이다. 그리고 다시 가미소요산을 보조로 처방했다. 그러자 부인의 증상은 모두 사라졌다. 부인은 이후에도 종들에게 매번 분노한 뒤나, 혹은 잠자는 중 손발이 경련을 일으킬 때가 종종 있었지만, 이때마다 가미귀비탕과 가미소요산을 복용하여 곧바로 회복되었다. 부인의 병은 중풍이 아니라 기병증(氣病症)이었다. 기병증은 요즘으로 치면 화병이나 신체형 장애에 속한다. 신체형 장애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신체화되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또한 히스테리성 반응인 전환장애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전환장애는 신체적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신경학적 손상이 발견되지 않을 때 진단된다. 쉽게 말해, 심리적 갈등이나 스트레스가 신체 증상으로 ‘전환’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환자는 실제 고통스러움을 느끼는데, 기절하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증상은 관심받기나 책임회피 등으로 무의식적으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심리상태를 반영한다. 부인의 증상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는 수치심과 남편마저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억울함이 겹쳐 더욱 심해졌다. 이런 마음의 병은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먼저 마음을 풀어주지 않으면 낫기 어렵다. 욕치기신(欲治其身)하려면 선치기심(先治其心)하라. 몸을 치료하려면 먼저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 부인의 치료에 적합했던 것 같다. * 제목의 ○○○은 ‘기병증(氣病症)’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교주부인양방> 靳閣老夫人, 先胸脇脹痛, 後四肢不收, 自汗如水, 小便自遺, 大便不實, 口緊目瞤, 飮食頗進, 十餘日矣. 或以爲中臟, 公甚憂. 余曰非也. 若風旣脫, 惡症旣見, 禍在反掌, 焉能延之? 乃候其色, 面目俱赤, 而面或靑, 診其脈, 左三部洪數, 惟肝尤甚. 余曰, 胸乳脹痛, 肝經血虛, 肝氣否塞也. 四肢不收, 肝經血虛, 不能養筋也. 自汗不止, 肝經風熱, 津液妄泄也. 小便自遺, 肝經熱甚, 陰挺失藏也. 大便不實, 肝木熾盛, 克脾土也. 遂用犀角散四劑, 諸症頓愈. 又用加味逍遙散, 調理而安. 後因鬱怒, 前症復作, 兼發熱嘔吐, 飮食少思, 月經不止, 此木盛克土, 而脾不能攝血也. 用加味歸脾湯爲主, 佐以加味逍遙散, 調補肝脾之氣, 淸和肝脾之血而愈. 後每遇怒, 或睡中手足抽搐, 服用前藥卽愈. (진씨 각로의 부인은 처음에는 가슴과 옆구리가 그득하고 아팠고, 나중에는 사지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으며, 식은땀을 물처럼 흘리고, 소변을 가리지 못하며, 대변도 무르기만 하고, 입이 굳어지고 눈꺼풀이 떨리는 등의 증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은 제법 잘 먹었으며, 이러한 상태가 이미 열흘이 넘었다. 어떤 이들은 중풍이 장에 침범한 것이라 하여 위중한 병으로 여겼고, 각로께서도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이에 내가 말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만일 풍의 병이 이미 빠져나갔고, 악성의 증세가 드러난 것이라면, 그 화는 손바닥 안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순식간일 터이니, 어찌 이처럼 오래 지속되었겠습니까?” 곧바로 환자의 안색을 살펴보니, 얼굴과 눈빛이 모두 붉었고, 때로는 얼굴에 푸른 기운이 돌기도 하였다. 맥을 진찰해 보니, 좌측 삼부맥이 모두 홍삭하며, 특히 간맥이 더욱 강하였다. 이에 내가 말하였다. “가슴과 유방이 불러 오르고 아픈 것은 간경의 혈이 허하고, 간기의 소통이 막힌 탓입니다. 사지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간경의 혈허로 인하여 근육과 힘줄이 제대로 자양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며, 식은땀이 멈추지 않는 것은 간경의 풍열이 진액을 흩뜨려 무절제하게 빠져나가게 하기 때문입니다.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것은 간경의 열이 극심하여, 음부의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간직하는 기능이 무너진 것입니다. 대변이 무른 것은 간목이 왕성하여 비토를 억제하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곧바로 서각산 4첩 써서 복용하게 하니, 여러 증상이 모두 곧바로 나아졌다. 이어서 가미소요산을 사용하여 몸을 조리하자 안정되었다. 그러나 이후 울화와 분노를 겪은 뒤, 앞서의 증상이 다시 나타났고, 동시에 발열과 구토가 더해지고, 음식을 먹으려는 생각이 줄어들었으며, 월경도 그치지 않았다. 이는 곧 간목이 성하여 비토를 극제함으로써 비가 혈을 통제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에 가미귀비탕을 주된 처방으로 삼고, 가미소요산을 보조로 써서 간비의 기를 조화롭게 보익하고, 간비의 혈을 청화하게 하니 병이 나았다. 이후에도 매번 분노한 뒤나, 혹은 잠자는 중 손발이 경련을 일으킬 때마다, 앞서 썼던 약을 복용하면 곧바로 회복되었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5-06-03 12:45:17[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옛날 음력 4월, 날이 무더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떤 한 부인이 갈증이 많이 났다. 큰 병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갈증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부인은 날이 더워서 그런가 보다 하고, 찬 음식을 많이 찾아 먹었다. 그러나 갈증은 여전했다. 어느 날 남편이 매실을 권했다. “보통 갈증을 느낄 때 '매실'이라는 말만 들어도 입에 침이 나오지 않소. 매실을 한번 먹어 보는 것은 어떻겠소?”라고 하면서 들판에 나가서 매실을 따왔다. 남편이 따온 매실을 이제 익기 시작한 단단하고 신맛이 강한 청매(靑梅)였다. 부인은 남편이 구해 온 청매를 한 개 깨물어 먹었다. 그랬더니 입안에 약간 침이 생기는 것 같아서 갈증이 가시는 듯했다. 그래서 부인은 청매 여러 개를 꽤 많이 씹어 먹었다. 한 식경(食頃) 정도 지나자, 부인은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구토를 했다. 그러면서 윗배와 함께 가슴이 바늘로 찌르는 듯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말겠지 했더니, 저녁이 되자 가슴의 통증은 가라앉았는데, 무릎이 매우 아팠다.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남편은 부인을 데리고 약방을 찾았다. 의원은 “어찌된 것이요?”라고 묻자, 부인의 남편은 “제 부인이 갈증이 난다고 해서 제가 따온 청매실을 따다가 여러 개를 먹였더니 이렇게 병이 났습니다.”라고 했다. 의원은 “어쩌자고 청매를 먹인 것이요? 청매는 독이 있어서 먹으면 안되는데, 부인은 청매독에 의해서 담음(痰飮)이 생긴 것이요.”라고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제자가 “스승님, 원래 매실은 오매(烏梅)라고 해서 약으로 사용하지 않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오매는 청매에 열을 가하고 숙성을 시켜서 독을 제거한 것이다. 청매에 독이 있어서 일부러 오매를 만들어 약으로 썼다는 사실을 몰랐단 말이냐?”라고 하면서 꾸짖었다. 청매(靑梅)에 덜 익어서 푸른 빛을 띤 단단한 매실을 말한다. 그런데 청매에는 청산 배당체인 아미그달린이라는 독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안 익은 과육에도 있지만, 특히 씨앗에 많고, 씨앗 속의 배아에 고농도로 농축되어 있다. 아미그달린은 체내에서 분해되면 청산(시안화수소)이 생성되기 때문에 독성 작용을 나타낸다. 따라서 청매를 과다 섭취하면 구토, 복통, 호흡곤란 등 청산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청매의 아미그달린에 중독되면 흉부 압박감, 복통, 구토, 어지럼증 외에도 사지 저림, 관절통, 근육통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부인에게 나타난 증상은 전형적인 청매 중독이었다. 매실은 노랗게 익은 황매(黃梅)로 식용해야 한다. 그리고 매실을 약용할 때는 오매(烏梅)와 백매(白梅)로 만들어서 사용했다. 오매(烏梅)는 청매를 바구니에 담아서 구들에 놓고 열을 가하면서 검게 그을린 것이다. 또한 청매를 짚불 연기에 구우면서 그을려 말려서 만들기도 했다. 반면에 백매(白梅)는 덜 익은 청매를 소금물에 담갔다가 꺼내어 낮에는 햇볕에 말리고, 밤에는 다시 소금물에 담그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 만드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표면에 소금이 흰 가루처럼 피어나서 백매라 불린다. 아미그달린은 열에 약해서 굽거나 삷거나 찌는 과정에서 분해된다. 또한 청이나 발효액을 만들었을 때 오랫동안 숙성이 된 경우도 자연적으로 분해된다. 요즘 매실청을 많이 만들어 먹는데, 매실청을 만들 때는 씨앗은 제거하고 과육만 넣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그리고 최소 3개월 이상 숙성되기 전에는 절대 음용하면 안된다. 1년 이상 숙성된 경우는 비교적 안전하게 음용이 가능하다. 의원은 제자에게 설명하기를 “부인의 통증이 낮에는 흉격이 아프고 저녁에는 무릎이 아픈 것은 담음이 기를 따라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청매실이 비록 진액을 생기게는 하나, 그 성질이 껄끄럽고 신미가 강해서 많이 복용하면 담이 쌓여 기의 흐름을 막고 역행케 한 것이다. 이러한 병증은 바로 청매독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때 갑자기 부인이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워했다. 남편은 “의원님,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원인을 찾았으면 약방문을 내서 제발 좀 살려주십시오.”라고 하면서 다그쳤다. 의원은 우선 제자에게 무즙을 만들어 오도록 했다. 의원은 먼저 무즙 반 사발을 마시게 하면서 가래가 나오면 토하도록 했다. 부인이 가래를 토해내자 속을 달래고자 다시 묽은 죽을 몇 차례 나눠 마시게 했다. 또한 죽을 마시는 사이사이 정향, 침향, 필발, 호초를 가루내서 먹게 했다. 이들 약재는 방향성이 있으면서 기운이 따뜻한 약재로 기운을 돌리고 한습(寒濕)을 풀고자 했다. 의원은 이렇게 처방을 해서 부인과 남편을 돌려보냈다. 그런데 부인의 증상은 밤사이 더욱 극심해졌다. 입이 더 마르고 소변까지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이 생겼다. 남편은 부인을 데리고 다음 날 다시 약방을 찾았다. 의원은 부인이 위급하여 죽을 수 있는 급증(急症)으로 보고 약방에서 머물면서 치료를 받도록 했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진맥을 해 보니 맥은 홍삭(洪數)하면서 활(滑)했다. 맥이 크고 빠르다는 것은 아직 기운이 있고 상초에 열기가 있다는 것이고, 매끄롭다는 것은 담음이 중초에 심하게 막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원은 제자에게 “토법(吐法)을 활용해야 하는 맥상인데, 지금 소변이 나오지 않으니 일단 진액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의원은 제자에게 시켜서 맑은 미음을 만들어 우선 먹이고 나서 급히 죽력(竹瀝)까지 달여 먹였다. 미음은 진액을 보충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죽력(竹瀝)은 대나무를 가열해서 얻어낸 즙으로 담열(痰熱)을 식히고 가슴의 답답함을 풀며 정신을 맑게 하는 데 쓰인다. 부인은 약방에 머물며 3일 정도 지나자 입도 마르지 않고 소변도 잘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가슴과 무릎의 통증은 여전했다. 의원은 다시 무즙 반 사발을 마시게 했다. 그랬더니 가래를 반 되 정도 토했고, 밤이 되자 통증이 다시 심해지고 사지가 차가워졌다. 의원은 다음 날 인삼 노두 1냥을 산속의 청정한 물로 달여 먹게 했다. 그러나 토하지 않았다. 인삼노두는 쓴맛이 강해서 옛날에 토법을 적용할 때 많은 양의 노두를 달여서 먹이곤 했다. 의원은 다음 날 고삼가루 1돈에 사향을 약간 넣어서 짠 간장물에 타서 먹게 했다. 고삼과 간장이나 모두 토하게 하는 용도로 쓰였다. 사향은 기운을 돌게 하기 위해서 넣은 것이다. 그랬더니 부인은 처음으로 크게 토했다. 토는 밤새도록 나더니 다음날 날이 밝을 때쯤 멈추었다. 그때 나온 끈적이는 가래가 작은 통으로 1통 정도 되었다. 부인은 가래를 크게 토하고 나서는 “이렇게 토하고 나자 몸의 통증이 마치 무언가 빠져나간 뒤처럼 후련하게 가셨습니다.”라고 했다. 부인은 이후로 부드러운 죽으로 조리하니 편안해졌다. 의원은 부인에게 앞으로는 청매를 생으로 절대 먹지 말도록 주의를 주었다. 남편과 부인은 의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만약 요즘이라고 집에서 청매나 숙성되지 않은 매실청을 과다 섭취해서 중독증상이 발생했다면 미지근한 소금물을 충분하게 마셔서 토해야 한다. 그러나 의식이 흐릿한 경우나 경련이 있을 때는 억지로 토하면 안 된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이나 보리차 등 수분을 조금씩 해서 자주 섭취한다. 만약 경련이 있거나 의식이 혼미하다면 지체없이 119를 불러야 한다. 청매(靑梅)는 독과(毒果)임을 명심해야 한다. * 제목의 ○○는 ‘청매(靑梅)’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명의경험록> 一婦人四月間多食靑梅, 得痰飮病, 日間胸膈大痛如刺, 至晩胸痛止而膝䯊大痛, 盖痰飮降升隨氣故也. [缺] 先與蘿葍子汁半椀, 吐痰后, 與稀粥, 而丁香ㆍ沉香ㆍ蓽蕟, 及胡椒, 粥間與之. 病日劇, 加之口渴小水淋澁, 求余治. 診其六脈, 洪數而滑, 余作淸飮處治, 急煎竹瀝服. 三日, 口不渴, 小水亦利, 但胸中與膝互痛如舊. 用蘿葍子汁半椀飮之, 吐痰半升許, 至夜痛又甚而厥, 政丹溪所謂引動其猖獗之勢耳. 次日用人參蘆一兩, 逆流水煎服, 不吐, 又次日, 苦參[藜芦]末一戈, 入射香小許, 酸醬水調服, 始得大吐, 至次日天明, 吐方止. 前後得頑痰及稠痰一小桶許, 其痛如脫後, 以軟粥將理而安. (어떤 부인이 4월에 청매실을 많이 먹고 담음이 생겼다. 낮에는 흉격이 매우 아파 찌르는 듯 했고 저녁에는 흉격의 통증은 멎었지만 무릎이 매우 아팠는데 담음이 기를 따라 오르내리기 때문인 것 같았다. (중간 생략) 먼저 나복자즙 반 사발을 주어 가래를 토하게 한 후 묽은 죽을 주고 정향·침향·필발·호초를 죽 먹는 사이에 주었다. 병이 날로 극심해져 입이 마르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이 더해져 나에게 치료를 청하였다. 내가 육맥을 짚어보니 홍삭하면서 활했는데 맑은 미음을 만들어 우선 먹이고 급히 죽력을 달여 먹였다. 3일이 지나자 입이 마르지 않고 소변도 잘 나오게 되었는데 가슴과 무릎의 통증은 여전하였다. 나복자즙 반 사발을 마시게 하니 가래를 반 되 정도 토했고 밤이 되자 통증이 또 심해지고 사지가 차가워졌는데 바로 단계(丹溪)가 말한 바의 ‘그 사납게 날뛰는 기세를 끌어 움직이게 한 것’일 뿐이다. 다음 날 인삼노두 1냥을 역류수로 달여 먹게 했더니 토하지 않았고, 그 다음날 고삼[여로] 가루 1돈에 사향을 약간 넣어서 산장수에 타서 먹게 했더니 처음으로 크게 토하여 다음날 날이 밝을 때쯤 토가 멈추었다. 그 때 나온 완담과 조담이 작은 통으로 1통 정도 되었는데 그 통증은 마치 무언가 빠져나간 뒤처럼 후련하게 가셨다고 한다. 부드러운 죽으로 조리하니 편안해졌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5-05-29 16: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