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겨냥해 “눈 밖에 난 모든 이들을 독살, 폭사, 확인 사살로 집단 학살하려 했던 윤석열 파시즘”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영구 집권을 위한 친위 군사 쿠데타가 다행히 시민들에 (의해) 진압돼 실패하였음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그들의 궤변에 동의한다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짧은 글과 함께 이 대표는 독일의 목사이자 반나치 운동가인 마르틴 니묄러의 시 ‘침묵의 대가’(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를 인용했다. 그가 인용한 시는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라는 구절로 시작해 “마침내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 나를 위해 말해줄 이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라는 내용으로 끝맺는다. 이 시는 나치 정부의 폭정에 눈 감은 독일 시민들의 정치적 방조가 가져왔던 무서운 결과를 경고하는 내용으로 자주 인용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5-02-16 08:49:28` [파이낸셜뉴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민주당 상임고문)가 4일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방문해 "(윤석열 정부는) 이대로 가면 파시즘"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이 대표가 있는 국회 본청 앞 단식 투쟁 천막을 찾아 "(윤 정부는) 국회에서 법을 만들면 시행령으로 부수고 대법원에서 '강제 징용' 판결을 내리면 대리 변제해 버리고 헌법재판소에서 야간 집회를 허용하면 현장에서 막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이 대표도 최근 한일 관계·민생 경제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윤 정부가 ‘연성 독재’로 가는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고 동조했다. 이 대표는 “뭔가 깊은 뿌리에서 민주주의도, 법 체제도, 상식도, 원칙도 다 들어 엎어 버리려는 느낌이 든다”며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전혀 맞지 않는, 정보 통제를 통한 공포 정치를 꿈꾸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큰 결단을 해 국민들도 굉장히 주의 깊게 경각심을 갖고 보고 있다”며 이 대표의 단식을 격려하기도 했다. 둘은 이후 당대표실로 이석해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면담을 마친 후 나온 이 전 대표는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인터뷰 안 한다. 괴롭히지 말라”며 답하지 않았다. 한편 앞서 김태랑 고문을 비롯한 상임고문 5명도 이날 이 대표를 격려 방문했다. 이들은 이 대표와 대화에서 "촛불 집회로 이런 투쟁은 끝날 줄 알았는데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다", "대통령이 국민과 싸우려고 하니 국민이 들고일어나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2023-09-04 17:41:02[파이낸셜뉴스] “게임스톱 사태는 일종의 파시즘으로 보였다. 나치 괴벨스처럼 개인투자자들을 선동해 한쪽으로 몰아간 측면이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은 서울시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본사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분노한 개인들의 심리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워 피해를 끼치는 일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스톱 사태는 헤지펀드 등 공매도 세력에 대항한 ‘개인들의 반란’으로 출발했지만, 결국 패자는 대다수의 개인으로 끝나가는 모양새다. 게임스톱의 주가는 한 때 483달러까지 치솟으며, 일부 헤지펀드들을 유동성 위기로 몰아넣었으나 이후 주가는 90% 넘게 폭락했다. ■"공매도 문제는 제도의 불투명성" 이 센터장은 “‘공매도 세력과 개인’ 양측 모두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가진 이들이 있다”며 “일부 헤지펀드가 과도한 이득을 노리고 공매도를 친 부분이 있는 반면, IT의 발달에 따른 실시간 정보 확산 기능을 통해 ‘쏠림현상’을 일으켜 이득을 본 세력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공매도에 대한 개인의 불만이 심화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제도의 불투명성’을 꼽았다. 특히, 주식을 빌리지 않고 없는 주식을 파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지난 2018년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가 일어난 뒤 공매도에 대한 개인의 ‘피해의식’이 커졌으나 이를 시스템적으로 막는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크지 않도록 과도한 공매도 비율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매도는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 센터장은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들거나 경영진에 대한 감시 등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며 “실례로 엔논의 분식회계와 리먼브라더스 사태, 루이싱커피 회계부정 사건 등은 금융당국보다 헤지펀드들이 먼저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매도 금지를 풀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얘기도 사실과 다르다”며 “프랑스, 이태리, 대만 등도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를 허용한 뒤 재개했지만 주가는 오르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올해 증시 키워드는 '백신'과 '테이퍼링' 올해 국내 증시를 움직일 변수로는 △백신 접종 속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중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을 제시했다. 이 센터장은 “앞서 달러 약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음에도 지난 5일 환율은 1120원선을 넘어서기도 했다”며 “국내 백신 도입이 다른 선진국보다 지연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달러 강세가 최근 외국인의 이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백신 확보가 안정화된다면, 원화에 대한 '롱 포지션(매수)'이 유지돼 주가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이 센터장은 내다봤다. 그는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연말이나 내년 초 미국 테이퍼링 가능성이다. 올해는 안한다고 했으니 넘어가겠지만 시장은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며 “이외에 중국의 통화정책 가능성 등 하반기에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최대 변수로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눈여겨 볼 업종과 종목으로는 △언택트(카카오) △반도체(삼성전자) △모빌리티(현대모비스) △녹색산업(두산퓨얼셀) 등을 거론했다. 언택트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 기술이 반도체이고, 모빌리티는 테슬러와 애플 효과로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고 봤다. 또 녹색산업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적 수혜를 입을 것이란 진단이다.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등 IPO 모멘텀,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 호황에 따른 파운더리 분야의 기대감, 현대모비스는 결국 전기차의 핵심은 조립이 아닌 소프트웨어와 핵심부품이기에 완성차 브랜드보다 좋게 보고 있고, 두산퓨얼셀은 이제 개화하는 수소화 시대의 대표주로써 추천드린다” 이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리서치센터의 새로운 수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향후 운영 방침으로 “글로벌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언택트 리서치 문화를 정착 시키겠다”며 “이를 위해 리서치센터의 인원도 기존보다 30% 보강할 계획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2021-02-07 11:37:33식품유통업체 홀푸드의 공동창업자 존 매케이가 '오바마케어'를 파시즘에 비유한데 대해 "형편없는 단어선택"이었다고 17일(이하 현지시간) 사과했다. 존 매케이는 16일 미 공영라디오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건강보험인 오바마케어로 인해 건강보험료가 올랐다"며 "결국 이는 자신의 직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 매케이는 오바마케어는 사회주의라는 내용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을 인용, "오바마케어는 사회주의 보다는 파시즘에 가깝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하에서는 국가가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반면 파시즘 체제에서는 국가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은 채 이를 통제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파시즘)이 바로 오바마케어를 통한 의료보험개혁에서 자행되고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으로 일부 미국민들은 홀푸드 페이스북에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협박하는 등 단체 행동에 들어갔다. 매케이는 이튿날 홀푸드 홈페이지에 사과글을 올리며 "파시즘이라는 용어는 20세기 끔찍한 경험으로 본래 뜻에서 벗어나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보편적 건강보장이 목적이라면 미국은 자본주의를 활용하고 강한 정부 사회 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본사를 둔 홀푸드는 북미 지역과 영국 전역에 340여개 매장을 가지고 있는 식품 유통 체인이다. bobsso85@fnnews.com 박소연 인턴기자
2013-01-18 17:17:12줄기세포 조작파문이 쓰나미처럼 우리 국민을 덮친지 3개월째. 초미의 관심사인 조작 진실규명이 검찰의 마무리 수사로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이번 파문의 행간에 숨어있는 사회적 의미가 참으로 미묘하다는 일부 식자층의 해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파장 또한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말인즉슨, 요즘 항간에서는 황우석 파문을 놓고 우리사회가 파시즘의 직전단계까지 온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의 일단이다. 최근 수년간 우리 국민이 보여준 집단적 열광주의, 여기서 비롯된 맹목적 국수주의가 마치 지난 1930년대 독일국민의 파시즘에 탐닉한 사회현상과 다를 바 없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월드컵 축구대회 당시 범국민적인 열광의 도가니속으로 빠져들었다든가, 황우석의 줄기세포에 열광했다든가 하는 우리사회의 몰입주의가 마치 나치시대의 파시즘적인 사회병리현상과 꼭 빼닮았다는 것이다. 수년간 우리사회를 이끌어온 열광주의, 영웅주의가 바로 부지불식간에 우리 마음속 깊이 생성된 파시즘의 부산물이란 얘기다. 물론 해몽에 불과하지만 새겨들을 구석도 적지않다. ‘황우석파문’ 행간 읽어야 ‘우리의 파시즘’이 싹트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다. 너나 할 것없이 외쳐댄 ‘대∼한민국’의 함성은 정체성, 계층, 나이를 뛰어넘어 전국민을 하나로 묶는 기폭제가 됐다. 이는 당시 애국만능주의로 흐르면서 신세대 국수주의로 변질됐다. 이런 사회분위기는 월드컵대회 직후 발생한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고로 더욱 증폭됐다. 대규모 촛불추모집회로 이어지고 급기야 반미(反美)정서로 이어졌다. 그 여파가 그해 12월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노빠’(노무현 대통령 당선)현상으로 직결됐다.물론 한때 이런 가정과 분석은 항간에서 꽤나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유포되기는 했다. 그후 국가적인 이벤트가 사라져 공허해진 국민의 가슴속으로 파고든게 ‘황우석 신드롬’이다. 대중과 언론은 앞다투어 황우석을 영웅으로 만들었고 우상으로 받들었다. 우리 국민은 그를 통해 비전을 갖고 꿈을 심었고 때로는 우월주의에 젖었다. 황우석은 권력이었다. 감히 황우석에게 비판하거나 딴지를 거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일이고, 허용될 수도 없었다. 파시즘적 분위기가 절정에 달한 것은 이때쯤이다. 이 와중에 그만 우상이 무너지고 만 것이다. 우리사회를 지배해온 우상이 무너지면서 허무주의가 판을 쳤고 우리 국민이 정신적 공황을 겪게 된 것은 당연하다. 우리 국민이 왜 집단적인 열광주의에 몰입했는가. 그 이유는 극심한 사회혼란과 경제난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 많다. 그 발원지는 외환위기로 지목된다. 이런 배경은 지난 1930년대의 나치시대에 파시즘이 출몰한 사회적 분위기와 흡사하다. 제1차 세계대전후 극심한 사회혼란과 대량 실업속에서 독일 국민들은 스스로 절대권력(영웅 및 이벤트)에 신탁하려 했고 구원에의 의지에서 영웅이란 ‘구세주’(아돌프 히틀러)를 찾게 됐다. 경제파탄과 사회혼란을 먹고 산게 바로 파시즘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파시즘은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 이탈리아 파시즘의 발원도 따지고 보면 경제난으로 빚어진 것이다. 경제난·사회혼란 경계를 우리사회도 외환위기, 민주화, 세계화 과정을 거치며 경쟁은 더욱 격화됐고 생활은 팍팍해졌다. 중산층이 대거 몰락하고 빈곤층이 양산됐다. 우울증에 걸린 우리사회는 우리 자신을 이끌어줄 구세주, 영웅, 사회적 이벤트가 필요했고 여기에 빠져들면서 파시즘적인 대중심리가 싹텄다는 추론이 가능해졌다. 일리있는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요즘같은 대명천지에 파시즘국가가 될리가 있겠는가. 다만 우리 국민이 경제적 피폐, 사회혼란을 계기로 심정적으로 파시즘적인 사회분위기에 동조하거나 조성해온 것은 아닌지 성찰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뜬금없이 검증되지 않은 영웅을 만들어내고 이벤트만 벌어지면 푹 빠지는 국민정서는 지극히 불안하고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제파탄, 사회혼란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국민이 자칫하면 이런 파시즘적인 쓰나미에 쉽게 휩쓸릴 수 있어서다. 파시즘적인 사회분위기를 막으려면 경제를 살리는게 가장 중요하다. 사회가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지 않도록 중산층을 복원해야 한다. 최근 몇년간 우리사회에 횡행한 파시즘적 분위기는 경제난, 이에 따른 자아상실에서 비롯된 필연의 결과였던 셈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6-02-14 14:20:55“부르조아적 상품경제의 확대로 말미암아 신화의 어두운 지평이 산술적 이성의 태양으로 밝게 비춰지고, 이러한 산술적 이성의 차가운 광선아래 새로운 야만성(파시즘)의 싹이 움트고 있다.” 호르크하이머(1895∼1973)와 아도르노(1903∼1969)가 1940년대 망명지 미국에서 집필한 ‘계몽의 변증법’(1947)의 문제의식을 축약적으로 담고 있는 문구다. 나치의 집권과 연이은 망명, 새로이 뉴욕의 콜럼비아 대학에 둥지를 튼 사회과학연구소, 그리고 다시금 미국 서부로 이주해야만 했던 프랑크푸르트학파 두 거장의 당대 현실에 대한 역사철학적 분석은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파시즘의 홀로코스트와 미국적 자본주의가 잉태한 현혹적인 ‘문화산업’의 논리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에 기인한다. 우리세대에게는 마치 신화처럼 여겨졌던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학문적 오디세이의 귀결이 되는 이 ‘철학적 단상’은 호르크하이머가 행한 도구적 이성에 대한 비판과 동일선상에 있는 논의로 이야기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이성의 지배를 일반화시켜 ‘계몽’이라고 규정한다. 계몽의 도구를 두 사람은 개념(화)이라고 규정하는데, 말하자면 이미 신화 역시 이러한 개념화의 소산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보자면 신화 세계 역시 계몽의 단계로 파악된다. 개념화에 성공한 소크라테스 이후의 이론적 인간은 자연을 객관화시키는 주체로 자신들의 위치를 격상시키고, 자연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시킨다. 그러나 그 댓가로 우리가 치러야 하는 바는 ‘소외’이며, 이러한 즉물화의 논리는 역으로 인간사의 제관계에서도 관철된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상품 교환가치의 추상화의 한 표현 양상으로 이해되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주체가 아무 저항 없이 상품경제의 총체적 지배에 몸을 내맡김으로써 계몽의 정신은 ‘신화’가 되어버린다. “애니미즘이 사물들에 영혼을 불러 넣었다면, 산업화는 영혼을 물화시켰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자면 윤리, 문화산업 그리고 학문은 이와 마찬가지로 도구적 이성의 형식주의의 발아래 놓이게 되고, 인간과 자연에 대한 총체적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현혹적인 연관관계에 봉사할 뿐이다. ‘계몽의 변증법’을 집필하던 시기의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는 인류가 처한 야만적 현실에 대한 회한의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음이 확실하다. 그럼에도 이 저작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다루는 부분에서 그들은 모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고향에 대한 향수이며, 웃음은 ‘고향’으로 가는 길을 약속해 준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고향’과 ‘화해’ 사이의 은폐된 심연, 즉 ‘계몽에 대한 (새로운) 계몽’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시대의 어느 누구도 쉽사리 이야기 할 수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서사시는 소설이 됨으로써 비로소 동화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김영룡 문학평론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5-12-14 13:56:35[파이낸셜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의 아들이 러시아군에 입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독립언론 아이스토리스(iStories)는 온라인에 유출된 러시아군 모병 기록을 분석,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전사한 미국 출신의 러시아군 계약병 마이클 알렉산더 글로스는 줄리앤 갈리나 CIA 부국장의 아들이라고 이 매체는 밝혔다. 그는 2023년 9월 러시아군에 자원 입대했고, 네팔 출신의 다른 병사들과 3개월 간 훈련을 받은 뒤 같은 해 12월 최전방 돌격부대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투입됐다. 그는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브콘탁테(VK)에 올린 글에서 스스로를 '다극화된 세계의 지지자'로 지칭하면서 "난 집에서 달아났고, 세계를 여행했다. 나는 파시즘을 혐오하며 조국을 사랑한다"고 전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러시아에 입국한다는 건 알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사실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CIA는 25일 성명을 통해 "CIA는 마이클의 별세를 국가안보 문제가 아닌 가족의 개인사로 간주한다. CIA 가족 전원은 그들이 맞이한 상실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2025-04-26 13:10:56[파이낸셜뉴스] 오는 4일에 탄핵 선고를 앞두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측이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 등을 담은 ‘87체제를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출간한다. 윤 대통령 지지자인 신평 변호사는 1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 책이 곧 나온다”며 “늦어도 4월 10일부터 예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알렸다. 신 변호사는 정치권에서 윤 대통령과 더불어 김기현· 나경원· 윤상현·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백지원 전 대변인이 참여했고 학계에서 헌법학자인 이인호 중앙대 교수· 심규진 스페인 IE대 교수, 법조계에서 신평· 도태우 변호사, 문화계에서 복거일 작가, 교육계에서 전한길 역사강사 등 12명이 힘을 합쳐 책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신 변호사는 “40년 전 세운 ‘87체제’는 점차 낡은 체제로 바뀌어 갔고 ‘진보귀족’은 기득권 세력화하여 부패의 구린내를 풍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절대 친중국, 친북한의 시대착오적 자세를 벗어나지 못해 실질보다 이념을 중시하는 탓에 전체주의적 성향을 띄게 됐다”며 “이러한 87세력이 의회의 압도적 지배뿐만 아니라 집행권까지 장악한다면, 강한 경찰권력을 구사하며 파시즘적 정치형태로 국민 위에 군림할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으로 언론, 문화, 노동계를 중심으로 막강한 지배력을 갖추게 된 그들에게 저항했다”며 “그러자 청년들이 대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하며 엄청난 시대의 변환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책에 대해 “이러한 사회변혁 운동은 점차 시민혁명으로 커갔고 이것이 추구하는 가치 질서는 곧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으로 추구했던 그것이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은 바로 이 위대한 사회변혁, 시민혁명의 과정을 기술하는 한편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 여권 관계자는 책에 대해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변론을 실었을 뿐,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신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5-04-01 21:24:23[파이낸셜뉴스] 자신을 '웬 아줌마'라 소개한 A씨가 최근 온라인을 통해 작지만 큰 움직임에 나섰다. A씨는 미국 한인 교포들을 위한 커뮤니티 사이트인 미씨USA에 5일(현지시간) "얼마전 동네에 새로 생긴 마켓에서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벽화가 있다는 글을 올린 아짐(아줌마)"이라며 이후 진행된 이야기를 전했다. A씨는 "일단 크로거 측에 항의 이메일을 서너차례 보냈다. 물론 정중하게 뭉개는 답변이 왔다"며 "'왠 아줌마' 한 명이 달랑 그런 메일 보내면 나라도 그럴 거 같았다"고 했다. 그가 말한 크로거(Kroger)는 미국에서 월마트, 코스트코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유통업체다. 전범기 벽화를 발견한 킹수퍼스(King Soopers) 마켓은 크로거 계열사로 미국 내 유통업계에선 영향력이 크다. A씨는 "동네에 있는 대학의 한인 학생회에 연락을 했는데 처음에는 젊은 샤람들이라 이런 문제에 관심 없을 거라는 걱정이 있었다"는 자기 고백을 담았다. 그리고 자신의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알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도 전했다. A씨는 "그냥 장사하는 아줌마라 귀담아들을까 걱정하며 이메일을 보냈는데, 고맙게도 학생들이 함께 하기로 했다"며 "일단 진정서부터 내기로 하고 몇 차례 만나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학생의 말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학생이 A씨에게 건넨 말은 "미국에서도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어 뿌듯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A씨는 "(학생의 말을 듣는) 순간 혼자 다짐을 해 버렸다"면서 "이 아이들에게 꼭! 이기는 경험을 하게 해 주고 싶다"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다짐을 공유했다. 경험에 대한 정의도 내렸다. 그는 "미국이든 어디든, 소수에 속한다 해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서 울림을 만들고 답을 받아 변화를 이뤄내는 경험"이라며 "나중에 학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든, 미국이나 다른 어느 나라를 가든 주눅들지 않고 어깨를 쫙 펼 수 있는 힘의 기억을 주고 싶어졌다"고 썼다. 이어 "우리 아이들이 (소소한) 이기는 기억들로 단단해져 반드시 우뚝 서기를 바라면서 지원사격 부탁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A씨가 학생들과 만든 진정서를 볼 수 있는 링크도 알렸다. 이 진정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청원 플랫폼인 체인지에 올려져 있다. 킹수퍼스 매니저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해당 링크로 가면 '마을에 전범기가 없어야 합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큼지막한 사진이 화면 메인에 걸렸다. 전범기와 일본군 위안부였던 한국 여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독일 전범기인 하켄크로이츠 깃발과 수용소에 있는 유태인 사진과 동일하다는 걸 알리는 사진이다. 킹수퍼스에서 발견한 '문제적' 벽화와 2차 세계대전 속 전범기 사진도 공유했다. 진정서는 "(전범기) 패턴은 떠오르는 태양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끔찍한 전쟁, 인권 침해, 인종 차별, 파시즘의 상징"이라며 "아시아에서 이 깃발은 서방 국가의 나치 상징과 같은 의미다. 우리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에 그런 상징을 전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와 진정서 페이지엔 호응과 응원의 댓글이 달렸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이겨 봐야 앞으로도 이긴다"거나 "킹수퍼스가 정의의 편에서 우리의 우려를 경청하기 바란다"는 글이 올라왔다. 특히 한 네티즌은 "이 깃발은 일본 가미카제 항공기가 진주만을 공격해 미국인 2403명을 죽였을 때 내걸었던 깃발"이라며 미국인들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3-06 16:17:27[파이낸셜뉴스] 봉준호 감독의 신작 SF영화 ‘미키 17’를 통해 데뷔 이래 첫 악역에 도전한 마크 러팔로가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살아있는 명감독 중 한 명인 봉준호 감독과 이 자리에 함께 해 기쁘다”며 내한 소감을 밝혔다. 러팔로는 지난 2015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개봉 당시 한국을 찾았다. 차기작 촬영하느라 바쁜 중에도 10년 만에 다시 내한한 그는 “당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저를 질투할 정도로 한국 팬들이 저를 환대해줬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독재자 마셜 연기 "봉준호 겸손, 계속 친구로 남고파" 러팔로는 이번 영화에서 2050년대, 얼음행성 개척단의 독재적인 지도자 ‘케네스 마셜’을 연기했다. 전직 국회의원인 그는 허세 가득한 선동으로 추종자를 이끄나 실제로는 늘 붙어 다니는 아내인 ‘일파’ 없이는 아무것도 혼자 결정하지 못하는 유약한 인물이다. 선민의식 가득한 그는 원정대에서 궂은 일을 맡고 있는 주인공 미키17를 혐오하며 행성의 생명체 크리퍼를 몰살하려 한다. 국내 팬에게는 마블 시리즈의 영웅 ‘헐크’와 ‘스포트라이트’의 정의로운 기자 등 선하고 지적인 역할로 친숙하다. 이에 봉 감독은 앞서 자신의 러브콜을 받고 러팔로가 당황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러팔로는 이에 긍정하며 “출연 제의를 받고 정말 놀랐다”며 “결국엔 감사하게 생각한다. 저 자신도 저를 의심하고 있을 때 감독님이 나를 믿어줘서 감사하다”며 첫 악역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영화의 결과물엔 만족한다. 하지만 겁도 난다. 아직 영화 리뷰를 읽지 않았다. 다만 영화의 취지에 맞게 연기하는 게 배우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연기에 대해 언급했다. 봉 감독과의 첫 작업에 대해선 “섬세하고 꼼꼼하다”며 “동시에 내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모든 장면을 꼼꼼히 그림으로 표현한 스토리보드를 언급하면서 “그렇게 일한 적이 없다”며 “콘티를 보면서 연기적 힌트를 얻었다. 캐릭터들이 가진 특징을 그림으로 보면서 새로운 면도 발견했다”며 이번 현장만의 차별점을 언급했다. 또 봉 감독에 대해선 “높은 자리까지 올라오고 칭송을 받는데도 늘 겸손했다. 앞으로도 친구로 남고 싶다”며 깊은 신뢰를 표했다. "마셜 캐릭터 특정인 연상되지 않게 연기" 극중 러팔로가 연기한 독재자 캐릭터를 두고 미국의 특정 정치인을 모델로 한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러팔로는 이에 대해 “특정인이 연상되지 않길 바랐다"며 “그저 쩨쩨하고 그릇이 작은 독재자다. 우리가 오랜 세월 반복적으로 봐왔던 독재자. 이기적이고 연약한 자아를 갖고 있는 그런 독재자다. 이 인물이 말할 때마다 악센트나 말하는 방식이 변하는데 사람들이 여러 해석을 하고 여러 인물을 떠올리길 바랐다"라고 덧붙였다. 또 “2년 전에 촬영했는데, 개봉 즈음에 이 영화가 더 많은 의미를 갖게 될지는 몰랐다. 우리 세상과 닮았다고 생각할 여지는 있다”고 답했다. 이에 봉 감독은 “전 세계 정치적 악몽의 이미지가 들어가 있고 그걸 융합해서 보편적인 모습으로 마크가 표현해줬다”며 “여러가지 독재자 모습이 많이 녹아있다보니 각 나라마다 자신들의 상황과 역사를 투사해서 이 캐릭터는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키 17'은 얼마 전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봉 감독은 “베를린영화제에서 한 나이 많은 이탈리아 기자가 (이탈리아 파시즘 체제를 세운) 무솔리니에서 영감받은 거 아니냐고 물었다”며 “또 다른 기자는 1980년대 루마니아 초대 대통령이자 독재자인 차우셰스쿠 부부를 언급했다”고 말했다. 러팔로는 연기자일뿐 아니라 사회운동가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독재자와 같은 권력의 폭력에 어떻게 맞서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사람들의 연대”를 꼽았다. “국가가 행하는 폭력은 특히나 압도적이고 극단적으로 다가온다”며 “그에 맞서 우리가 가진 것은 사람들의 힘이다. 그 힘의 근원은 서로를 향한 사랑이다. ‘미키 17’에서 나샤가 가진 미키에 대한 사랑처럼 말이다. 이 영화 역시 사람들의 힘을 보여준다. 그 힘은 제도가 가진 힘보다 더 크다”고 답했다. 러팔로는 “맨 앞에 서서 주목받고 싶어하지 않고 카메라 뒤편에 있지만,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있는 사람들, 유하고 부드럽고 내향적인 사람들, 그들이 폭력에 대항해 일어나기까지 비록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일단 일어나면 큰 힘이 되며 변화 또한 이끌어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비폭력 운동들, 마틴 루터 킹이나 간디와 같이 비폭력 운동이 우리 역사에서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부연했다. 봉 감독 "미키가 끝까지 부서지지 않고 살아남는 게 중요했다" 극중 원정대의 엘리트 요원이자 미키 17의 여자 친구인 나샤 역의 나오미 애키도 평범함의 힘을 언급했다. 이번 방한이 처음인 그는 극중 러팔로가 연기한 마샬과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애키는 “나샤는 어떤 영광이나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공감과 사랑에 의해 움직인다. 결국 그런 사람이 이긴다”고 짚었다. “나샤와 미키는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 모르는데 그 점이 매력적”이라며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일을 해낸다. 누군가를 사랑하니까 그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데 그게 마치 눈사태처럼 큰 결과를 만들어낸다. 평범함이 가진 힘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봉 감독은 '전작 '기생충'은 자본주의 모순을 꼬집었는데 이번 '미키 17'을 통해선 무엇을 의도했는지' 묻는 질문에 "영화를 만들 때 어떤 목표나 깃발을 들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자본주의 분석은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분들이 책에서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설명한다"며 "영화는 그런 것보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숨 쉬는 인간들의 감정을 나눠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어제 지인들이 영화를 보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고 해서 기뻤다”며 “주인공 미키는 연약하고 불쌍한 친구인데,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부서지지 않고 살아 남는다는게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28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2-20 15:4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