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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걸린 한국 수출, 현장을 가다](4) 인천 내항, 송도 중고차 수출단지.. 중동행 수출도 추락

유가급락에 중동행 중고차 수출도 추락
리비아 月 5000대→2000대, 작년에만 전체 18%나 줄어
수입국 화폐가치 하락 타격.. 가격 경쟁력마저 日에 밀려
관련 세금도 100%나 뛰어 영세 수출업체들 부담 급증

【 인천=이정은 기자】 우리나라 중고차의 90%가 해외로 수출되는 인천 내항. 최근 찾은 이곳에는 새 주인을 만나기 위해 선적을 기다리는 중고차들로 빼곡히 차 있었다. 차 유리에는 뽀얀 먼지와 함께 '리비아' 등의 행선지가 하얀색 펜으로 휘갈겨 적혀 있었고, 미처 떼지 못한 '아기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와 차내 장식품 등이 한때는 주인으로부터 사랑받았다는 증거물처럼 남아 있었다.

[비상 걸린 한국 수출, 현장을 가다](4) 인천 내항, 송도 중고차 수출단지.. 중동행 수출도 추락
우리나라 중고차 수출이 지난 2012년 20억달러에서 2014년 12억달러로 급감하는 등 중고차 수출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인천 내항 야드에서 수출용 중고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정은 기자

중고차는 주로 1.3.4.8 부두에서 선적되는데 이날 4부두 한쪽에서는 '그랜드 펄'이라고 적힌 대형 화물선에서 한창 중고차 선적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전에 비해 중고차 수출물량이 큰 폭 줄었다고 전했다. 선적 작업 중인 한 관계자는 "이 배는 5000대를 실을 수 있는 용량이지만 지금은 중고차 2800대를 실을 예정"이라며 "많이 비어가는 경우에는 평택에 들러 신차를 싣고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1부두에서 정리작업 중이던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주요 수출국인 리비아만 해도 많을 땐 한 달에 5000대씩 나가기도 했으나 지금은 1500~2000대 정도 수출된다"고 추산했다.

■환율·규제강화에 경쟁심화까지

옛 송도유원지(송도관광단지 4블록) 자동차수출단지에 자리잡은 업체들도 수출물량이 매년 큰 폭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20만8710㎡에 달하는 이곳에서는 주로 컨테이너를 사무실로 쓰고 있는 영세 중고차업체들이 외국인 바이어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사무실로 사용하는 350여개의 컨테이너가 있는데 한 개의 컨테이너를 주로 1~3개 업체가 나눠 쓰고 있어 어림잡아 1000여개 업체가 이곳에서 성업 중이라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한 영세업체 관계자는 "잘될 때는 한 달에 100대도 수출했으나 지금은 많아봤자 20~30대 수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수출된 중고차는 20만대로 추산되며 전년 대비 18% 정도 감소했다.

수출업체들은 수출이 크게 줄어든 이유로 환율 등 외부적인 요인을 꼽고 있다. 주로 제3세계 국가들이 우리 중고차를 수입해가는데 이들 국가의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중고차 가격이 비싸졌고, 또 유가하락 등으로 이들 국가의 경기가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반면 우리와 경쟁관계였던 일본은 엔저로 인해 중고차 수출이 유리해졌다.

Y업체 대표는 "지난해 제3국의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단가가 올라갔고, 또 러시아나 중동의 경우에는 유가하락으로 인해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수입해가는 물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R업체 관계자도 "과거에는 미국 1달러가 리비아 화폐로 1.2디나르였는데 지금은 3.3디나르 수준으로 디나르 가치가 떨어졌다"며 "우리나라 환율은 이들 국가에 비해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들이 체감하기에는 중고차 가격이 전보다 2배 반~3배 오른 셈"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업체들이 수출경쟁에 가세하면서 한국 업체들의 파이가 줄어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중고차수출단지에는 군데군데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사무실이 눈에 띄었다. 이들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라는 P업체는 한 달에 200대를 리비아 등에 수출하고 있었다.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은 일본 중고차시장에서는 이미 파키스탄 자본이 장악했다고 전했다.

■수출 인프라부터 갖춰야

내부적으로는 중고차 유통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구조적인 문제점도 있다. 일단 일본 등에 비해 중고차경매장도 많지 않고 유통되는 거래시스템 역시 잘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 바이어가 중고차의 품질을 체크할 수 있는 품질평가기준도 통일돼 있지 않다. 결국 바이어가 차량을 일일이 한 대씩 확인해야 해서 불편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고차 수출업체들은 제도적 규제가 많다는 점도 꼬집었다. 한 중고차 수출업체는 "자동차를 말소할 때 부과하는 세금이 지난 2014년 1월 1일부터 100% 올라 7500원에서 1만5000원이 됐다"며 "영세한 수출업체로서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또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던 과거에는 통관 시 샘플 검사만 실시했으나 지금은 '적체 전 검사'를 추가하는 등 검사를 강화해 전보다 수출이 지연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규제 개선에 앞서 중고차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수출업체는 "사실상 수출로 20억달러를 거둬들이는 효자종목임에도 여전히 '조폭'과 연관 짓거나 혐오시설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며 "고철을 수출하는 것보다 부가가치가 큰 데다 사실상 국내에서 폐차할 경우 폐유 등으로 인해 환경오염물질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수출로 인한 환경개선 효과도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저렴한 임대료로 중고차 수출을 용이하게 해줄 수 있는 단지가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곳의 임대료는 매달 3.3㎡당 8500원 선이지만 아스팔트가 아닌 흙바닥 위에 있어 대부분의 차들이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수출업체들은 "바이어들이 편하게 와서 사갈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며 "이곳에는 제대로 갖춰진 화장실 하나 없어 열악하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일본의 고베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 중고차수출단지처럼 제대로 인프라가 갖춰진 장소에서 차를 전시해 놓을 경우, 더 많은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한 수출업자는 "두바이 중고차수출단지의 경우에는 2만명 이상이 고용돼 있다"며 "우리도 제대로 된 단지를 갖춘다면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한 수출업체 관계자도 "인천 중고차 수출단지의 불법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면서 업주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해한다는 점도 수출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단지조성이 급선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nvcess@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