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파부 "닫힘 버튼 누를 때 타려는 사람
확인하는 등 사회상 주의의무 있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자료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뉴스] 승강기 ‘닫힘 버튼’을 서둘러 눌러 사람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40대 강사에게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내부에 먼저 탑승하고 있는 사람이 버튼을 조작할 때 주의할 의무가 있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김양섭·전연숙·차은경 부장판사)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40)와 폭행 혐의로 기소된 B씨(82)의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벌금 100만원과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5월 서울 서초동 모 빌딩 승강기에서 문이 자동으로 닫히기 전 닫힘 버튼을 눌러 B씨를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A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멱살과 손목을 잡아당기는 등 A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폐쇄회로(CC)TV 조사 결과 당시 승강기에는 A씨 외에 C씨도 타고 있었다. A씨는 C씨가 내리자마자 닫힘 버튼을 눌렀다. C씨가 내리는 걸 보고 타려던 B씨는 승강기 문이 닫히면서 오른팔을 부딪혔고, 그 충격으로 중심을 잃고 넘어져 부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가 ‘주의의무’를 어겼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바깥을 확인하지 않고 승강기 닫힘 버튼을 눌렀다”며 “이런 주의의무를 어겨 B씨가 넘어진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승강기 문이 2~3초 만에 닫히는 건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항소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승강기 문을 닫는 것과 관련해 주의의무가 없다”며 “B씨가 넘어진 것과 승강기 닫힘 버튼을 누른 것도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B씨도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장을 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승강기 사고는 이용자에 의해서도 발생하기 때문에 이용자 상호간에 피해 발생을 막을 사회생활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승강기 밖에 있는 사람들은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닫힘 버튼을 누르는 걸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닫힘 버튼을 누를 때에는 타려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는 등 사회생활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의 행위는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났고 승강기의 기본 설정 시스템을 믿고 탄 B씨에게 부적법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또한) A씨는 당초 설정과 달리 닫힘 버튼을 눌러 빨리 닫게 한 점 등에 비춰보면 A씨가 주의의무를 위반한 점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폭행 혐의가 명백해 원심이 정당하다고 본 재판부의 판단에 불복한 B씨는 상고장을 제출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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