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위기를 기회로
반도체 한파에도 초격차 속도전
평택 6공장 벌써 지질공사 돌입
하만 이후 끊긴 인수합병도 추진
비메모리 기술확보 적극 나설듯
올해 3·4분기 사상 최대 매출에도 6분기 만에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련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 취임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기지인 평택캠퍼스 6공장(P6) 부지의 지질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반도체 한파 속에서도 감산 없이 투자를 이어가고, 명맥이 끊긴 대형 인수합병(M&A)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뉴스는 이 회장 취임을 계기로 '뉴 삼성' 도약을 위한 방안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반도체 '초격차 전략' 고삐
2일 파이낸셜뉴스가 취재를 종합한 결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6 부지의 지질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9월 지질조사를 한 P5와 P6 부지가 한 블록으로 이어져 함께 지질검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아직 P4 기초공사를 진행 중인데 벌써 P6의 지질조사를 하는 건 상당히 빠르고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지질조사는 건축구조물 착공의 첫 단계로, 이를 마치면 설계도면이 나와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초격차'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 2주기 당시 사장단과 간담회에서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4분기 혹독한 '시련의 가을'을 맞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으며 매출은 76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5조원 넘게 급감한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2030년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를 선언한 이 회장의 '뉴 삼성'은 주력사업인 반도체의 시장지배력 강화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대다수 업체들이 투자속도와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달 실적발표 뒤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중장기적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자신감이자, 불황 끝에 벌어질 '옥석 가리기'를 통해 반도체 1위 기업 명성을 공고히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M&A' 재개에 무게
대형 M&A를 토대로 한 수익다각화 발판 마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사장단과 간담회에서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면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와 관련기업 M&A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국가 간 전략산업과 미래기술 선점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며 기술내재화를 통한 방법과 M&A를 통해 기술을 사들이는 것도 중요해졌다"며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에 특화된 만큼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기술획득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기업 등에 대한 M&A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를 논의한 바 있다. 전장사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차량용 반도체기업들도 주요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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