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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뚫은 환율에 물가 들썩, 금리인상 가능성 열어둔 한국은행 선택은?

금리인상 기회 두 번 남겨둔 한은 금통위
고환율·고금리에 3.75%로 한 차례 인상 가능성
시장에선 "금융안정+경제성장 고려할 때 동결" 무게
"지금은 매파적 발언 아닌 인생 액션 필요할 때" 지적도

천장 뚫은 환율에 물가 들썩, 금리인상 가능성 열어둔 한국은행 선택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천장 뚫은 환율에 물가 들썩, 금리인상 가능성 열어둔 한국은행 선택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다. 다만 연준은 올해 말까지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래픽=뉴시스

[파이낸셜뉴스]'연내 3.50% 유지냐, 3.75%로 인상이냐.'
한국은행이 오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강세에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도 3%대 중후반으로 반등한 상황에서다. 올해 2월부터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한은이 이번에도 동결을 결정할 경우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라는 신호가 분명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차주들의 금리 부담,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할 때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고환율·고물가에 금통위 '고심'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단 두번의 금리 결정을 남겨두고 있다. 오는 10월 19일, 11월 3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통방회의)에서 금리를 올릴지, 3.50%로 동결할지 결단을 내리게 된다.

지난 8월 24일 통방회의 이후 두 달간 금리인상 재료들이 쌓였다. 1년 전과 마찬가지로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이른바 3고(高) 상황을 맞이했다. 8월 통방회의 당시 132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천장을 뚫고 지난 3일 1363.5원에 거래를 마쳐 연고점을 경신했다. 미국 달러화 초강세로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해 11월 10일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런 상황에 9월말 외환보유액은 4141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10월(4140억달러) 이후 가장 적었다. 환율이 1440원대로 올라 외환당국이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했던 지난해 10월 수준으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이다. 현재 상단 기준 2%p인 미국과의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자본 유출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 제1의 목표인 물가안정도 아직 갈길이 멀다.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7% 올라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으로 한은 물가안정 목표수준(2%)을 웃돈다. 국제유가와 농산물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다. 물가상승률 반등을 예상했던 한은에서도 "전망경로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이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다고 평가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미국이 금리를 오래 가져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는 5.25~5.50%로 유지됐지만 점도표는 상향 조정됐다. 올해말 금리 전망은 5.6%로 한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내년 점도표는 5.1%로 0.5%p 상향 조정돼 내년 금리인하가 두 차례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5일 "앞으로 높은 금리수준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차주 부담·경제성장 고려, 시장에선 '동결' 전망
금리인상 명분이 축적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동결에 무게가 실린다. 2·4분기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1.7%, 기업부채 비율은 124.1%까지 오른 가운데 금리를 올릴 경우 차주 부담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대출 부실 폭탄이 터져 금융안정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연내 인상 가능성은 낮다. 물가가 4%를 넘어선다면 모르겠지만 3.7%는 금리를 인상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높은 레버리지로 인한 금융안정 리스크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불안과 경기부진 심화 리스크를 감수하고 금리를 높일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며 “물가가 오르긴 했지만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이고 추석연휴 시기 유가도 소폭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한은 부총재가 동결 신호를 내비쳤다”면서 “만약 금통위원 1명 정도가 소수의견을 낼 수 있고, 2명 정도가 소수의견으로 인상 의견을 피력한다면 시장에 경고하는 의미가 될 수 있겠지만 이번에도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위원은 “채권시장에서 단기물의 경우 일부 자금 유출이 나타났지만 10년물 등 장기 상품은 오히려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외화 유출의 가능성도 낮게 봤다.

시장의 자정작용만 믿기에는 변동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매파적 발언'이 아니라 '인상 액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금통위가 금리를 올려야할 시점”이라며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에 물가 상승 압력, 채권시장의 금리 상승 등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 차례 금리인상을 시사한 데다, 전기요금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연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경제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경제지표들이 미 국채 금리인상으로 이어졌다”며 “한국도 기준금리를 올려 격차는 줄이되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자 등 취약차주에게는 유동성을 따로 공급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