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진영 오픈채팅방 '좌표' 찍어 공습… 유튜버 '신고'해 수익 막기도
/사진=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캡처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이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일이 임박하면서 탄핵찬성과 반대 쪽 집회가 광장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가열되고 있다.
온라인 집회는 단순히 커뮤니티에 개인의 의견을 개진하는 데서 나아가 전략적으로 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불법이 될 수 있는 매크로(자동입력 반복 프로그램)까지 사용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온라인 집회 도구된 '매크로'
10일 오후 6시 현재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 게시글 번호(왼쪽)와 1분 뒤 게시글 번호. /사진=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캡처
헌재 자유게시판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직후부터 무더기 글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지난 주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 이후엔 정도가 더 심해졌다. 자유게시판 '등록' 버튼을 누르면 수천명의 대기자가 나왔다.
게시글도 빠르게 늘었다.
10일 오후 6시 현재 251만3406번째 글에서 1분만에 50개가 새롭게 등록됐다. '등록' 버튼을 클릭하니 3850번째 대기순번이 떴다.
헌재 게시판에 사람이 몰린 이유 중 하나로 ‘매크로’가 지목됐다.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 탄핵 반대 딸깍으로 끝내기'라는 제목의 글은 매크로를 활용해 헌재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방법이 소개됐다.
게시글에 올라온 ‘코드’를 복사해 북마크를 생성하고, 북마크를 세 번 누르면 헌재 자유게시판에 자동으로 글이 등록되는 방식이었다. ‘사기탄핵 각하하라!’ ‘헌법재판소는 정치도구가 아닙니다! 탄핵을 반대합니다!’ ‘정치적 탄핵 반대! 대한민국 법치주의에 반합니다’ 등의 내용이 무작위로 게시된다는 설명도 붙었다.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 탄핵 반대 딸깍으로 끝내기'라는 제목의 글에 매크로를 활용해 헌재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방법이 소개됐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해당 게시글엔 ‘창 수십개 열어놓고 계속 등록중’이라거나 ‘계속하니까 중독성 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10일 하루 동안 올라온 글은 25만5300여건이나 됐고 대부분은 탄핵 무효를 주장했다. 지난 8일까지 하루 1만5000건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증가한 양이 폭발적이다.
매크로를 사용한 정황이 나타나면서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허위조작감시단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조직적인 여론 조작 공격을 받고 있다”며 “불법 매크로를 제작·배포한 자들을 수사하고 강력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도 "정상적인 게시판 이용을 가로막는 행위인 만큼 형법상 업무방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0시 '야간공습'
야간공습을 받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반극우-민주진보 2040 모임’. /사진=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캡처
"0시에 시작할 겁니다. 지금부터 들어갈 수 있는 인원들 좌빨식 이름으로 들어가서 매니저 '신고' 누르고 12시에 총공합니다."
이달 초 보수 커뮤니티에 '야간공습'이라며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은 공습 방법을 설명하면서 대상이 될 타깃도 알려줬다. 이날 타깃은 140여명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반극우-민주진보 2040 모임’이었다.
0시가 되자 사람들이 채팅방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게시글에서 가르쳐 준대로 '탄핵 찬성' 등 진보 진영이 오해할 만한 닉네임으로 위장했다. 그리고 행동에 들어갔다.
욕설, 상대 진영을 비방하는 글, 주제에 상관없는 글 등 채팅방에 올리는 게시물의 종류는 달라도 공통점은 있었다. 일단 기존 채팅방에 있었던 사람들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쉴 틈없이 게시물을 올렸다.
가령 "여기 축구 오픈채팅방인가 보다"라고 쓴 뒤 손흥민이 소속돼 있는 영국 프리미엄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선수들 사진을 수백장 올리는 식이다.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미련없이 채팅방에서 나가는 점도 같았다.
며칠 뒤 온라인게시판에는 새로운 타깃을 설정한 '야간공습'이 예고됐다.
'추적해서 신고'
'극우 추적단'의 신고로 사용 정지된 오픈채팅방. /사진=X 캡처
‘반극우-민주진보 2040 모임’이 탄핵을 반대하는 쪽에 공습 타깃이 된 데는 그들이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활동 때문이다.
‘극우 추적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 방은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추적해 폭력 선동, 가짜뉴스, 명예훼손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신고하고 있다.
보수 진영 오픈채팅방을 신고해 참여자들이 일정 기간 채팅방에서 활동할 수 없도록 한다.
이날도 카운터스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활동이 정지된 오픈채팅방 내역을 알렸다.
유튜브의 경우 신고의 타격이 더 크다. 유튜버의 수익 활동도 정지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을 옹호하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하는 영상을 올리던 독자 27만명의 유튜브 채널 '노매드 크리틱'은 지난달 11일 계정이 정지됐다.
해당 채널을 운영하는 윤석종씨는 "수익 창출이 정지됐다. 조회수 수익이나 슈퍼챗 수익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윤 대통령 복귀를 희망하는 사람이지 유튜브로 인생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안타깝다"는 입장을 전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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