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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최저임금위 규모 줄이고 전문성 높이는 대수술을

15인으로 줄이는 제안서 나와
실효성 높인 제도개선 불가피

[fn사설] 최저임금위 규모 줄이고 전문성 높이는 대수술을
사진=연합뉴스
현행 최저임금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이 15일 공개됐다.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가 제출한 제안서에 따르면 현행 최저임금위원회 규모를 27인에서 15인으로 줄이는 안이 담겼다. 또 위원회 산하에 두 개의 전문위원회를 두는 방안도 포함됐다. 임금수준전문위는 노사의 최저임금 최초 제시안을 기준으로 최대한 논의를 집중한 결과를 최저임금위원회에 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신설되는 제도개선전문위는 최저임금 관련 다양한 기존 제도들의 효과와 대안을 검토한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매년 되풀이돼왔던 게 사실이다. 이번 제안도 이전부터 나온 개선안들을 대폭 반영했다. 현행 최저임금 결정 구조는 객관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제안서가 실현되려면 법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 벌써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번 제안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현행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은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과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그리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선임하는 공익위원이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각 영역을 대표하는 식으로 위원을 나눈 데다 인원수도 많다. 사공이 많으니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상대측 입장과 틀어지면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버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렇게 노사 합의가 깨지면 공익위원들이 중재자 역할을 하고, 결과적으로 고용부 장관이 최종적으로 다음 해 최저임금을 고시하는 식으로 끝난다. 말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해서 최저임금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최저임금을 제시하는 근거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최저임금은 정확한 산출 근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 정무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목소리가 큰 사람이 회의를 주도하는 식으로 끌려가기 마련이다.

매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 외에 핵심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점도 의사결정 체계를 바꿔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최저임금위 결정 구조가 비탄력적이다 보니 우리나라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다양한 대안들이 올스톱된 상태다. 대표적인 게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한다거나 지역별 차등 적용하는 방안들을 꼽을 수 있다. 최저임금위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노사 대치가 이어지면서 이런 중차대한 제도들은 해마다 제자리걸음이다.

최저임금 의사결정 체계를 손질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일각에선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객관적 산출 근거에 입각해 정부가 정책적 관점을 바탕으로 결론 내리는 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최저임금과 노동시장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갈등도 첨예한 편이다. 대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환경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에 정부의 역할 강화가 어렵다면 최소한 현재 운용 중인 최저임금위 제도를 손질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위원회 구성위원을 줄여 활동의 실효성을 높이고 전문위원회 기능을 강화하는 두 가지 방안을 동시에 담는 개선책이 바람직하다. 이런 제도적 손질을 마지노선으로 삼고 현행 구조를 반드시 바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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