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손가락 길이의 비율로 남성의 성욕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내용의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일본 오카야마 대학교의 사카모토 히로타카 교수와 하야시 히메카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실험동물(Experimental Animals)에 발표한 연구에서 쥐의 두 번째 발가락(검지)과 4번째 발가락(약지)의 길이 비율인 ‘2D:4D 비율’을 통해 설치류의 성행동과 성적 취향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약지(4D)와 검지(2D)의 비율은 태아가 자궁 속에서 어떤 성 호르몬에 노출됐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연구에 따르면 태아가 자궁 내에서 안드로겐(남성 호르몬)에 더 많이 노출되면 검지보다 약지가 더 길었고,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에 더 노출되면 약지보다 검지가 길었다. 평균적으로 남성은 약지가 더 길고, 여성은 비슷하거나 검지가 약간 더 긴 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결과 검지가 짧은 쥐는 성적으로 활발했을 뿐 아니라 명확한 이성 선호를 보였다. 연구진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쥐들에게 짝짓기 환경을 제공한 결과 검지가 짧은 수컷 쥐들은 그렇지 않은 쥐들보다 성욕이 더 강했고 발기 기능도 강했다. 또한 수컷 쥐들에게 수컷 냄새가 밴 침구와 암컷 냄새가 밴 침구 중 선택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검지가 짧은 쥐들만 암컷 침구에 지속적으로 흥미를 보였다. 연구를 진행한 시카모토 교수는 “검지와 약지의 비율이 쥐의 성적 활동을 예측하는 신뢰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임을 확인했다”며 “검지가 짧은 쥐는 성적으로 더 활발했을 뿐 아니라 암컷 냄새에 대한 명확한 선호도 보였다”고 말했다. 손가락 길이가 뇌 구조 반영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단순히 쥐의 성적 행동을 넘어, 태아기 호르몬 노출이 뇌에 영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즉 손가락 길이 비율이 뇌 구조의 생물학적 지표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궁 속 태아에게 노출되는 호르몬이 성적 취향이나 성욕, 정서적 애착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카모토 교수는 “이번 결과는 신체와 정신의 깊은 연결성을 보여주며 과학적·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손가락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언젠가는 우리의 행동 경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비율은 인지 특성이나 정신 건강 상태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자폐증, 우울증, 애착 장애 같은 성별 차이를 보이는 질환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연구는 수컷 쥐만을 대상으로 진행돼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한계가 있다. 통제된 실험실 환경에서의 쥐와 다르게 인간의 성적 행동은 생물학적 요소를 뛰어넘는 문화적, 사회적, 심리적 요인 등 복잡한 요소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검지 짧으면 운동 잘하지만 반사회적? 한편 앞서 호주 남호주대와 미국 노스다코타대 공동 연구팀은 손가락 길이로 운동 능력과 성격, 행동 패턴 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약지가 검지보다 긴 사람은 심폐지구력이 더 뛰어나 장거리 운동 등에서 좋은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또 고강도 운동을 더 오래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도 더 크다. 또한 연구팀은 약지가 더 긴 사람은 운동능력이 뛰어나지만 반사회적 성향이 강하고, 정신병적 경향, 약물 남용 관련 위험이 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검지가 더 긴 사람은 공격성이 낮고 통증에 대한 내성이 낮으며, 비만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손가락 길이 비율과 태아기 호르몬 노출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7-11 08:36:11[파이낸셜뉴스] 복부 지방흡입 수술 후 가슴이 커지는 부작용을 겪고 있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1일 영국 더미러에 따르면 모델이자 인플루언서인 엘레이나 세인트 제임스(58)는 수년간 배에 대한 콤플렉스를 안고 살았다. 엘레이나는 "늘 배를 드러낸 채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편하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식단과 운동으로도 배를 탄탄하게 만들지 못했고, 결국 지방흡입술에 눈을 놀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1만 달러(약 1350만원)를 들여 복부 지방흡입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엘레이나는 "복부가 울퉁불퉁해졌고, 전혀 예상치 못한 부작용까지 생겼다"며 "수술 후 가슴이 계속해서 커져 기존 DD(E컵) 사이즈에서 36G(G컵) 사이즈 속옷을 입어야 할 정도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생활 습관을 크게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의사에게 지방흡입술로 인해 가슴이 커진 것인지 물었다"고 전했다. 그의 질문에 의사는 "지방흡입으로 복부의 지방세포를 제거할 때, 신체가 이를 보상하기 위해 다른 부위의 지방세포를 증가시킬 수 있다.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몇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술로 인해 복부 지방세포가 제거되면 신체는 체지방 균형 유지를 위해 가슴 등 다른 부위에 지방을 저장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 연구에서는 지방 제거 이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비율이 남성호르몬 안드로겐보다 높아져 가슴에 지방 조직이 더 잘 축적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지방흡입술 이후 가슴이 커졌다는 사례는 실제로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2007년 미국 국립의학도서관(US National Library of Medicine)의 연구에 따르면 복부 지방흡입술을 받은 여성의 약 48%가 수술 후 가슴 크기가 커졌다고 보고했다. 이들은 큰 체중 증가가 없었음에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2005년 발표된 연구에서도 지방흡입술을 받은 여성 중 약 37%가 가슴 크기가 커졌으며, 이 중 65%는 속옷 사이즈가 한 컵 이상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지방흡입은 팔이나 허벅지, 복부 등 원하는 부위의 지방조직을 흡입하는 수술이다. 피부에 작은 구멍을 내고 지방 흡입액을 주입한 후 흡입관을 통해 피하지방을 빼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원하는 부위의 지방을 제거해 체형을 다듬어 주는 효과가 있으며, 운동이나 식단 조절로도 쉽게 살이 빠지지 않는 팔뚝이나 복부, 허벅지 등에 지방흡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원하는 부위의 지방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고, 지방세포 수 자체를 줄여 체중이 다시 늘어도 수술로 교정된 부위는 어느 정도 유지가 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7-01 17:25:57[파이낸셜뉴스]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통해 탈모를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 산카를로스 임상병원 연구팀은 안드로겐성 탈모증 치료를 위한 새로운 줄기세포 치료법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수컷 쥐, 줄기세포와 ATP 주입 3주 후 100% 모발 재생효과 연구팀은 인간의 지방에서 추출한 지방유래 줄기세포(ASC)와 아데노신 삼인산(ATP)을 함께 쥐 피부에 주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수컷 쥐에 저용량 줄기세포와 ATP를 투여한 결과 3주 후 100% 모발 재생 효과가 나타났다. ATP가 함께 투여된 모든 실험군에서 수컷 쥐의 모발 재생이 크게 향상됐으며, 암컷 쥐는 저용량과 고용량에서는 효과가 없었으나 중간 용량에서 최대 90% 모발이 재생됐다. 연구를 이끈 에두아르도 로페스 브란 박사(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 피부과 교수)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높은 수준의 발모 반응이 관찰됐다"며 "줄기세포에 기반한 이 치료법이 기존 치료법이 없던 다양한 질환에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브란 박사는 "쥐의 피부가 얇아 주사 적용이 어려웠고, 이는 인간 임상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쥐에서의 성과는 고무적이지만, 인간 대상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가 입증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구진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5년 내 상용화" 현재 연구진은 18세에서 50세 사이의 중등도 안드로겐성 탈모증 환자를 대상으로 인간 임상시험의 안전성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란 박사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5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뉴욕의 피부과 전문의 브렌던 캠프 박사는 "줄기세포와 ATP의 병용이 탈모 치료에 효과를 보일 가능성을 시사한 작은 규모의 연구"라며 "상업적 이용에는 추가적인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줄기세포 연구와 치료(Stem Cell Research & Therapy)'에 게재됐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5-06-30 14:34:39[파이낸셜뉴스] 암세포 부위만 정확히 파괴하는 치료법으로 각광받는 플루빅토 치료법이 비수도권 최초로 부산에 도입, 암 환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지난 5월 29일부터 플루빅토 치료를 본격 시작했다고 1일 밝혔다. 플루빅토는 스위스 노바티스 제약회사가 개발한 차세대 표적 방사선 리간드 치료제다. 이는 전립선암 세포의 전립선특이막항원(전립선 표면 단백질·PSMA)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사멸시킨다. 전립선암 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PSMA 단백질을 더 많이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루빅토는 이를 찾아내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원리로 암을 치료한다. 의학원 이홍제 핵의학과장은 “치료 대상은 PSMA 양성의 진행성·전이성·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라며 “기존의 안드로겐 수용체 경로 억제제와 탁산계 항암제를 모두 시행했으나 반응하지 않는 환자 가운데 PSMA 검사를 통해 종양에 PSMA 과발현이 확인된 경우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전신 항암화학요법과 달리 암세포만 표적으로 제거해 부작용이 적고 안전한 내부 방사선 치료로 각광받고 있는 셈이다. 기존 치료로는 어려운 말기 전립선암 환자에 특히 비교적 안전하게 적용 가능한 치료법으로도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인전처 허가를 받아 수도권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 제한적으로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비수도권 지역 거주 환자 입장에서는 첨단 치료를 받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홍제 과장은 “동남권의학원이 비수도권 최초로 플루빅토를 시행하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첨단 암 치료 분야가 수도권에 집중된 가운데 지역 공공의료기관이 이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의료격차를 줄이고 지역 환자들에도 치료 기회를 제공하게 된 것”이라며 “고령 환자가 많은 전립선암의 특성상 먼 거리를 이동하는 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치료 순응도 향상에도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2025-05-30 09:44:16[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에스트로겐의 합성은 시상하부에서 생식샘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시작한다. 생식샘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의 분비는 뇌하수체에서 황체형성호르몬과 여포자극호르몬을 분비하게 하고, 이것이 혈액을 통해 난소에 이르면 안드로겐 수용체와 결합하여 에스트로겐을 합성하게 된다. 그런데 에스트로겐을 합성해내는 곳은 난소만이 아니다. 간, 췌장, 뼈, 부신, 피부, 뇌, 지방조직, 유방에서도 소량의 에스트로겐이 합성된다. 이렇게 합성된 에스트로겐은 폐경기 이후 난소 기능을 잃어버린 여성들이나 난소나 자궁이 없는 여성들에게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혈액으로 나온 에스트로겐은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하여 활성화된다. 에스트로겐 수용체는 난소, 자궁, 유방 등 생식조직에 다량으로 분포한다. 피부, 간, 장, 뇌, 뼈, 침샘 등에도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있다. 다른 안드로겐 호르몬과 마찬가지로 에스트로겐도 자동으로 세포 속으로 들어가서 핵 속의 DNA와 결합하여 유전자를 발현하게 한다. 그런데 혈액으로 나온 에스트로겐이 모두 다 수용체와 결합하는 것은 아니다. 수용체를 만나기 전에 일부는 알부민 혹은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과 결합한다. 이렇게 결합된 에스트로겐은 꽁꽁 묶여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에스트로겐 생산량이 너무 과다할 경우 인체는 이렇게 일부를 무력화시켜 에스트로겐 수치를 스스로 낮춘다. 에스트로겐 수치를 낮추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혈액 내에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너무 높으면 이 정보가 시상하부와 뇌하수체로 되먹임 된다. 그러면 시상하부와 뇌하수체가 스스로 생식샘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 여포자극호르몬의 분비량을 낮춘다. 이렇게 에스트로겐이 높으면 자극 호르몬을 낮추고, 에스트로겐이 낮으면 자극 호르몬을 높이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 축'의 네거티브 되먹임 구조에 의해 에스트로겐의 양이 자율 조절된다. 임신 초기 에스트로겐은 태아를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주로 엄마의 난소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은 자궁 내벽을 두껍게 만들어 태아가 편하게 자리잡게 하고 태반을 무서운 속도로 자라게 하여 아기에게 호흡과 영양분을 공급할 기초 인프라를 만든다. 일단 태반이 자리를 잡으면 그때부터는 태반에서 자체적으로 임신기에 필요한 여러 호르몬을 분비한다.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태반성 젖분비자극호르몬, 인간융모성 생식샘자극호르몬(Human Chorionic Gonadotropin)등이 함께 작용하여 태아의 발달과 산모의 건강을 책임진다. 그렇다면 산모로부터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태아가 스스로 분비하는 에스트로겐은 어떤 역할을 할까? 여자 태아는 약 7주 정도부터 자궁을 형성하고 소량의 에스트로겐을 분비한다. 하지만 이때의 에스트로겐은 거의 존재감이 없다. 그러다 임신 중기로 접어드는 12주 무렵부터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치솟기 시작한다. 에스트로겐뿐만 아니라 황체호르몬과 여포자극호르몬도 동시에 치솟는다. 이렇게 임신 말기까지 쭉 높은 호르몬 수치를 유지하다가 출산하는 순간에는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임신 중기~말기에 걸쳐 치솟았다 추락하는 호르몬이 태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시기 자궁이 완성되고 태아가 처음으로 여포를 만들어내는 등, 여성 생식력의 기초를 다지는 데에 이 호르몬들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추측한다. 탄생 전에 호르몬이 감소하는 것은 산모의 태반에서 분비되는 많은 양의 에스트로겐이 태아의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샘 축'을 억제하는 것으로 본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무뇌증이 있는 태아도 임신 34주차까지 호르몬 분비를 포함한 모든 발달이 정상적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 후부터는 정상 태아에서 관찰되는 막 자라나는 어린 여포들이 관찰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태아의 호르몬 분비는 임신 7~8개월까지는 산모의 태반과 태아의 자궁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그 후부터는 뇌와 연결된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샘 축'의 작용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 탄생의 순간 여아의 에스트로겐 수치는 거의 바닥 상태다. 에스트로겐이 이렇게 부족한 상태는 약 6~10일 정도 계속되다가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한다. 에스트로겐 부족 상태가 시상하부로 음성 되먹임되어 다시 왕성하게 호르몬을 분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샘 축'이 활성화된 것이자 미니 사춘기의 시작이기도 하다. 여아의 미니 사춘기는 남아의 미니 사춘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남아의 미니 사춘기가 테스토스테론, 여포자극호르몬, 황체호르몬이 모두 피크인 상태로 3개월을 보내는 것인데 비해, 여아의 미니 사춘기는 매우 높은 여포자극호르몬과 적당한 황체호르몬이 분비되는 상태에서 에스트로겐이 약 1.5개월 간격으로 파도처럼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한다. 이러한 미니 사춘기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까지 지속된다. 미니 사춘기의 에스트로겐 파도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남아의 미니 사춘기는 고환과 음경의 크기가 늘어나고 생식기능이 발달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여아의 미니 사춘기는 아직까지 베일에 싸여있다. 이것이 유선과 자궁을 자극하여 크기를 키울 것이라는 가설을 증명하려고 노력한 과학자들이 있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미니 사춘기 기간 동안 가슴의 크기와 자궁 길이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이 에스트로겐 파도가 여포의 성숙과 위축의 주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과학자들은 미니 사춘기를 '기회의 창'이라고 칭한다. 이 시기가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샘 축'의 결함을 발견하고 치료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샘 축'은 닫히고 10년 후 사춘기가 시작되어 다시 활성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미니 사춘기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이 밝혀진다면 발달 지연이나 성장에서 나타나는 여러 장애들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5-05-08 16:04:12[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니 사춘기가 끝나면 남자 아기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거의 여자 아기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와 동시에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샘 축도 활동을 멈춘다. 이 상태로 거의 10년을 보내다가 갑자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치솟기 시작하는 시기가 온다. 바로 사춘기다. 사춘기가 언제 오는지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보통 9~14세에 시작하는데 더 빠르거나 느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 5~6학년의 교실에 가면 보송보송한 아기 얼굴을 한 아이부터 콧수염 자국이 있는 아이까지 함께 공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래 친구들보다 사춘기가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린 경우 아이가 감정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데 매우 정상적인 것이고 중학교 2~3학년쯤 되면 결국 비슷해진다고 말해주는 것이 좋다. 사춘기의 신체변화는 고환과 음경이 커지고 털이 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와 더불어 발기도 시작하게 된다. 더불어 얼굴의 모양도 달라진다. 턱과 눈썹, 광대, 코 등의 골격이 커져 소년의 티를 벗고 남자의 얼굴에 가까워진다. 이러한 변화에는 성장호르몬도 함께 작용한다. 근육과 근력이 증가하고 어깨와 흉곽도 넓어진다. 목소리가 갈라지는 변성기가 찾아오고 ‘아담의 사과’이라고 불리는 목젖이 불룩 튀어나온다. 목젖이 튀어나오는 이유는 테스토스테론이 성대 주름을 두껍고 길게 만들고 후두에 연골이 자라 부피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후두가 약간 기울면서 튀어나오게 된다. 남자의 목소리가 굵고 우렁찬 것은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해 여성보다 굵어진 후두 때문이다. 음모가 나기 시작한 후 2년 정도가 지났을 무렵에는 얼굴과 겨드랑이에도 털이 난다. 수면 중 무의식적으로 정액을 배출하는 몽정도 시작된다. 이것은 발기와 사정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아이의 생식 기능이 완성되어가는 것을 뜻한다. 또한, 사춘기에 여드름이 폭발하는 이유는 피지샘과 테스토스테론의 관계 때문이다. 피지샘에는 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전환되는 데 필요한 모든 효소가 있다. 이로 인해 얼굴 피부에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 과다하게 만들어지게 되고, 이것이 안드로겐 수용체와 강력하게 결합하여 피지샘 세포의 양을 늘린다. 이렇게 해서 피지샘이 비대해지면 더 많은 피지를 분비하고 이것이 모공을 막아 염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사춘기 여드름 폭발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여드름이 가장 심한 시기는 10대 중반인 사춘기 중기인데 이때는 성장호르몬이 전생애에서 가장 많이 분비되는 때다.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면 간에서 인슐린유사성장인자(IGF-1)의 분비도 늘어나는데 이 호르몬 역시 피지 분비를 증폭시킨다. 게다가 청소년기는 탄수화물과 당의 섭취가 높아 인슐린과 인슐린유사성장인자-1의 분비가 더욱 높다. 이 호르몬들은 피지 분비를 높이면서 동시에 염증 작용까지 촉진하기 때문에 여드름균이 번식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만들게 된다. 이처럼 사춘기의 여드름은 테스토스테론, 성장호르몬, 인슐린, 인슐린유사성장인자-1의 합작품이다. 여드름을 다스리고 싶다면 얼굴을 하루 두 차례 잘 씻고, 피지를 수시로 잘 제거하고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여드름균을 제거하는 약을 잘 발라주어야 한다. 아울러 당분 섭취를 줄이는 노력도 큰 도움이 된다. 사춘기에 남자 아이의 가슴이 여자처럼 볼록 튀어나올 수 있다. 의학용어로 유방비대증, 혹은 여유증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고 정상적 과정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사춘기소년의 50~70% 정도가 여유증을 경험한다. 여유증 나타나는 이유는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불균형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은 남자 아이의 몸에서도 소량 분비되지만 사춘기에는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워낙 많아서 그 활동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면 에스트로겐이 효과를 발휘하여 가슴이 발달하게 된다. 가슴이 봉긋하게 솟거나 젖꼭지가 부풀거나 쓰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6개월~2년 안에 대부분 사라진다. 사춘기가 계속 진행되면서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계속 높은 상태로 안정이 되고 에스트로겐은 정상 범위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예외적으로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만약 2년이 가깝도록 가슴이 커지고 여성형 유방에 더 가까워진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을 단기간 복용하여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사춘기 아이가 신체적 변화를 잘 받아들이게 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부모의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 또래보다 성장이 느리거나 혹은 너무 빠른 아이들은 종종 놀림감이 된다. 이로 인해 활달하던 아이가 내성적이고 어두운 성격으로 바뀔 수도 있다. 아이가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감정에 공감해주고 다른 아이들과 비슷해지는 데에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여주는 것이 좋다. 아버지의 사춘기 시절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도 아이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5-04-25 16:28:24[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테스토스테론은 임신 8주부터 분비를 시작하여 12~18주에 피크를 이루고 24주까지 높은 분비량을 유지한다. 테스토스테론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뇌 부위는 시상하부 앞쪽의 내측시삭전핵(medial preoptic nucleus)에 있는 성적이형핵(Sexually Dimorphic Nucleus)이다. 이것은 큰 세포들이 조밀하게 타원형으로 뭉쳐져 있는 형태인데 모든 포유류에서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부피가 크다. 인간의 경우 여성보다 남성이 2.2배로 크고 세포의 수도 2.1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이즈 차이는 테스토스테론의 차이로 설명된다. 동물실험에서 어린 암컷 쥐에게 테스토스테론을 인위적으로 주입하자 성적이형핵의 사이즈가 수컷만큼 크게 자랐다. 반대로 어린 수컷 쥐를 거세하자 성적이형핵의 사이즈가 줄어들었다. 한편 테스토스테론은 화학적 변화를 거쳐 여성호르몬으로도 전환된다. 5알파-환원효소(5α-recuctase)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전환하면서 또 다른 효소인 아로마타아제에 의해 에스트라디올로 전환되는 것이다. 특이하게도 여기서의 에스트로겐은 태아의 뇌를 더 남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동물실험에서 막 태어난 수컷은 암컷보다 뇌의 에스트로겐 수치가 2~3배 높게 나타난다. 이때 수컷 뇌에 에스트로겐 활동을 차단하면 뇌의 남성화가 멈춘다. 이는 뇌에서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따로 혹은 같이 작용하면서 남성의 뇌를 형성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태아기의 테스토스테론 노출은 뇌에 영구적인 구조적 변화를 남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것을 '구조적 효과'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효과가 반드시 아이의 행동과 성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하면서 그때 그때 일시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의 화학적 활성 효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 효과는 화학적 활성 효과가 수반되어야만 힘을 발휘한다. 단, 이러한 구조적 효과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이 있다. 바로 놀이성향이다. 태아기 때 양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았던 아이일수록 더 활달한 놀이를 좋아하고 자동차나 로봇, 총 같은 장난감을 선호한다. 이러한 성향은 정상적인 남아뿐만 아니라 선천성 부신과형성증(부신피질호르몬 생산에 필요한 효소를 조절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질환)으로 인해 태아기에 높은 농도의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된 여아들에게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또 고환은 정상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하지만 안드로겐 수용체가 없어서 여성에 가까운 성기를 갖고 태어나는 안드로겐 내성증후군(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을 가진 소년들에게서도 유독 활동적인 놀이를 기피하고 인형놀이나 소꿉놀이를 선호하는 특성을 볼 수 있다. 놀이성향은 성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다. 성정체성은 생물학적 성을 떠나 스스로 남자 혹은 여자라고 느끼는 것을 의미하는데 선천성 부신과형성증이 있는 여성들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남자라고 여기는 비율이 일반 여성들보다 높다. 실제로 약 1~3%는 남자로 사는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안드로겐 내성증후군이 있는 남성은 거의 대부분 자신의 성정체성을 여자라고 느낀다. 태아기 과도한 테스토스테론 노출이 자폐증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는 않았다. 자폐증은 인구 1,000명 당 1~2명 발생하는데 남자가 여자보다 4배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폐의 주요 증상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렵다는 것인데 이 역시 남성적 성향에 가깝다. 그래서 자폐가 '극단적으로 남성화된 뇌'의 결과라는 이론이 있지만 과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테스토스테론만으로 남녀의 두뇌 차이, 행동방식의 차이, 성정체성 등을 설명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일 것이다. 두뇌 발달은 성호르몬 이외에도 유전자 발현, 부모의 양육방식, 경험, 교육 등 많은 것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이 태아의 두뇌에 '구조적'인 변화를 주고 그것이 이후 아이의 성격과 성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정신건강적 측면에서 남성은 중독과 반사회적 성격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높고 여성은 불안, 우울증 등의 발병률이 높은데 여기에도 뇌의 구조적 차이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인간의 초기 두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다면 관련 증후군뿐만 아니라 인간의 행동성향, 성정체성 발달, 정신건강 등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5-04-25 15:46:24[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다. 테스토스테론을 남성호르몬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과의 관련성을 간과해온 것이다. 하지만 여성 역시 남성과 마찬가지로 평생 테스토스테론을 필요로 한다. 테스토스테론이 적당히 분비되어야 성욕은 물론 생식능력이 정상을 유지한다. 적당한 근육, 골밀도, 콜라겐 생성, 적혈구 형성에도 테스토스테론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테스토스테론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20대를 피크로 매년 1% 정도 감소하는데 비해 여성은 매년 5%씩 곤두박질친다. 폐경, 고혈압, 비만, 당뇨, 피임약 복용, 난소적출, 암치료를 위한 화학요법 등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정상 범위 이하로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특히 폐경은 자궁이 노화되어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궁에서 분비되는 모든 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한다. 테스토스테론도 그중 하나다. 테스토스테론이 곤두박질치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성욕감퇴와 성생활에 대한 만족도 감소다. 테스토스테론 등의 안드로겐 호르몬이 질과 자궁의 생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질 조직이 활발히 재생·복구되고 성관계시 쾌감을 느끼게 하는데 이 호르몬이 필수다. 그래서 의학계는 약 50년 전부터 성욕감퇴를 겪는 여성들에게 테스토스테론 주사요법을 행해왔는데 부작용이 있을 거라는 우려와 달리 꽤 좋은 치료효과를 보여준다. 2018년 국제의학 학술지 <큐리우스>에 발표된 리뷰논문에 의하면 테스토스테론 주사요법은 총 5건의 임상 연구에서 여성들의 성욕감퇴에 높은 치료효과를 나타냈다. 단 1건의 논문에서 장기간 치료 시 유방암 발병 위험이 0.37% 상승한 것 이외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없었다. 성욕감퇴 이외에도 테스토스테론의 급격한 감소는 여성들에게 우울증, 비만, 근육감소, 탈모, 만성피로, 집중력 저하 등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갱년기 증상과 겹치기 때문에 오진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성욕의 급격한 감퇴와 더불어 갱년기 증상을 겪으면서 에스트로겐 대체요법으로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남성호르몬 결핍을 의심해봐야 한다. 아직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부족을 진단할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보통 50세 미만 여성은 총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혈장 1데시리터당 25나노그램 미만일 때, 50세 이상 여성은 20나노그램 미만일 때 남성호르몬이 결핍되었다고 진단한다. 또한 테스토스테론은 태아의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테스토스테론은 태아의 성기 모양만 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다. 뇌의 모양도 달라진다. 태아의 뇌는 임신 5주경부터 발달이 시작된다. 배아의 등쪽에 신경판이라는 납작한 조직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중추신경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신경판이 점점 길게 자라면 스스로 말려 접혀서 양끝이 붙기 시작한다. 임신 6~7주 차면 완전히 붙어서 튜브 모양이 되는데 이것이 바로 신경관이다. 신경관의 불룩하게 튀어나온 부분은 뇌로 발전하고 나머지는 길게 늘어져서 척수가 된다. 뇌는 전뇌, 중뇌, 후뇌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 각각의 기능으로 분화를 시작한다. 이때부터 태아의 뇌는 빠른 속도로 신경을 만들기 시작한다. 1삼분기(임신 12주까지의 시기)가 끝날 즈음이면 수백만 뉴런이 형성되고 태아는 스스로 움직이며 이 뉴런을 시험 조종한다. 2삼분기(임신 13~26주)가 되면 대뇌, 소뇌, 뇌간이 만들어지면서 아이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진다. 팔다리를 뻗고 다리를 차고 횡경막과 가슴 근육을 움직이며 호흡을 한다. 마지막 3삼분기(임신 27~40주)에 접어들면 대뇌에 홈과 융기가 생기고 좌뇌와 우뇌로 나뉘게 된다. 특히 소뇌의 성장이 엄청나게 빨라진다. 소뇌는 운동조절을 담당하는 부위라서 태아의 움직임을 더 활발하게 만든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스트레칭과 발차기를 하는 등 산모가 깜짝 놀랄 정도로 움직임이 커진다. 뇌하수체와 시상하부도 만들어져 호르몬 분비 및 인체 조절의 기능을 갖춘다. 이 시기 태아의 뇌는 사이즈가 3배나 커지고 무게도 85그램 정도에서 310그램 정도로 커진다. 태어날 준비가 끝난 것이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5-04-25 15:30:30[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테스토스테론의 첫 역할은 성별의 결정이다. 태아의 성별은 언제, 무엇으로 결정될까? 아마도 다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수정의 순간, 성염색체에 의해 결정된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난자는 모두 X염색체를 갖고 있고 정자는 X 또는 Y 중 하나를 갖고 있다. 난자가 X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수정하면 태아는 여자가 되고, Y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수정하면 남자가 된다. 그런데 이 염색체가 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어 태아의 생식기를 남성의 것으로 혹은 여성의 것으로 발달하게 하는 걸까? 바로 이 생식기 분화에 테스토스테론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태아의 생식소는 임신 초기에 남자와 여자 사이에 차이가 없다. 그러다가 임신 6주에 접어들 무렵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먼저 Y염색체 속의 SRY(sex-determining region Y) 유전자가 발현되어 고환을 만들기 시작한다. 고환의 세르톨리 세포는 뮐러억제물질을 분비하여 자궁, 질, 나팔관 등 여성형 생식기의 발달을 퇴행시킨다. 또 고환에는 남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라이디히 세포가 있어서 8주 정도면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테스토스테론 생산량은 12~18주 사이에 피크가 된다. 이 시기 남자 태아의 평균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혈액 1데시리터당 249나노그램에 이른다. 이것은 거의 성인의 수준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다. Y염색체가 없는 태아는 임신 7주부터 자궁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때의 자궁은 아주 소량의 에스트로겐을 생산할 수 있으나 거의 무활동상태다. 여자 태아도 이때 소량의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된다. 부신에서 만들어진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인해 테스토스테론이 소량 만들어지기도 하고 산모의 부신, 난소, 지방에서 만들어진 테스토스테론이 태아에게 전달된다. 여자 태아의 평균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혈액 1데시리터당 29나노그램으로 남자 태아의 10분의 1 수준이다.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이 충분히 생산되고 이에 맞는 호르몬 수용체가 충분히 존재하면 남자의 성기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여자 태아는 테스토스테론도 많지 않고 수용체도 충분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여자의 성기로 발달한다. 빠르면 임신 14주 정도면 초음파로 태아의 성기 모양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임신 18~21주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테스토스테론은 또 다른 안드로겐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환되어 전립선과 그밖의 외부 생식기 구조를 만들어낸다. 또한 출산 2개월 전에 복강에 있던 고환이 음낭 내로 내려가는 정소하강이 일어나야 하는데 이것 역시 테스토스테론이 해낸다. 이처럼 테스토스테론은 성별을 만드는 결정적 인자다. 여성 생식기로 발달하는 데에는 별다른 호르몬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 X염색체만 있으면 그대로 여성이 되고, Y염색체에 의해 테스토스테론이 다량으로 분비되면 남성으로 발전한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5-04-25 14:49:05[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2000년대 이후로 과학계와 의학계는 테스토스테론을 다른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다. 성욕과 폭력성은 이 호르몬을 들여다보는 아주 작은 관점일 뿐이다. 특히 생리학적 역할이 새삼 주목을 받았다. 최근 20여년 간의 연구를 통해 테스토스테론은 배아(수정 후 첫 8주까지) 태아의 발달, 뇌의 발달, 적혈구의 발달에도 필수 역할을 하며, 여성의 배란을 촉진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근육을 생성하여 지방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고, 나이가 들어서도 튼튼한 뼈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테스토스테론이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것도 임상을 통해 밝혀졌다. 캔자스의대 연구팀이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받은 평균연령 66세의 퇴역 군인 8만3000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남성호르몬 수치를 정상화하면 심장병 위험이 24% 낮아지고 뇌졸중 위험도 36%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토스테론이 폭력성보다도 사회성과 관련이 많다는 것도 여러 논문을 통해 증명되었다. 1996년 캐나다 연구팀은 6~13세의 소년의 사교성과 폭력성의 정도를 조사한 후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검사했다. 그 결과 예상과 달리 사교성이 좋은 소년들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고 폭력성이 높은 소년들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게 나타났다. 젊은 남성들에게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한 후 ‘최후통첩 게임’(경제학의 심리게임. 두 명의 참가자 중 한 사람에게는 돈을 어떻게 나눌지 제안할 권리를 주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수락 혹은 거절할 권리를 준다. 수락하면 두 사람 모두 그만큼의 돈을 받지만, 거절하면 두 사람 모두 한 푼도 못 받는다)을 하게 한 실험에서도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테스토스테론을 주입받으면 더 과감하고 이기적인 제안을 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공정하고 관대하게 돈을 나누겠다는 사람의 수가 늘어났다. 또 불공정한 제안일 경우 거절하여 벌을 준 사람도 늘어났다. 테스토스테론이 남자를 폭력적이고 적대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목적을 이루기 위해 더 유연하게 행동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테스토스테론에 대해 상식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호르몬 이상의 건강 호르몬이고 반사회적 호르몬이 아니라 사회적 호르몬이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잉태의 순간부터 유아기, 청소년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평생 필요한 생명 호르몬이기도 하다. 테스토스테론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 호르몬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테스토스테론이 곧 남성호르몬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남성호르몬을 총칭하는 용어는 ‘안드로겐’이다. 안드로겐은 3개의 육각 벤젠고리에 오각 탄소 링이 특이한 형태로 붙어있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안드로겐 수용체와 결합하여 척추동물의 성장, 발달,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테스토스테론 이외에도 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dehydroepiandrosterone·DHEA), 안드로스텐다이온(androstenedione), 안드로스텐다이올(androstenediol), 안드로스테론(androsterone),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DHT) 등이 있다. 그러면 이런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어떻게 조절될까? 호르몬은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제어 시스템이다.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호르몬 분비량이 너무 높아도 안되고 너무 낮아도 안된다. 테스토스테론 역시 마찬가지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컨트롤하는 인체 메커니즘은 두 가지다. 첫째는 ‘시상하부-뇌하수체-고환 축’이다. 시상하부에서 생식샘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이 분비되면 이것이 뇌하수체를 자극하고, 이로 인해 뇌하수체에서 황체형성호르몬과 여포자극호르몬 등의 생식샘자극호르몬을 분비한다. 이것이 혈액을 통해 이동하여 고환에 이르면 세포 내의 안드로겐 수용체와 결합하여 남성호르몬을 분비한다. 분비된 남성호르몬으로 인해 혈액 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이 정보가 시상하부로 되먹임된다. 그러면 시상하부는 생식샘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의 분비를 낮춘다. 그러면 뇌하수체도 관련 호르몬들의 분비를 억제하게 되고 이로 인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이 낮아진다. 이러한 ‘시상하부-뇌하수체-고환 축’의 ‘네거티브피드백’을 통해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네거티브 피드백이란 출력량이 많아지면 입력량을 줄이는 조절 방식을 뜻하며 우리말로 ‘음성 되먹임’이라고 번역한다. 두 번째 메커니즘은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을 통한 조절이다.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은 주로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인데 성호르몬과 결합하면 이를 비활성 상태, 즉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이 테스토스테론을 꽁꽁 묶을 수 있는 이유는 이 단백질의 특이한 구조 때문이다. 두 개의 동일한 펩타이드 사슬이 길게 꼬여 있는 구조에 소수성 분자와 결합하는 부위와 스테로이드 분자와 결합하는 영역 등이 복잡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테스토스테론이 이 단백질을 만나면 손과 발이 꽁꽁 묶여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 테스토스테론뿐만 아니라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에스트라디올 등의 여러 성호르몬이 이 단백질에 의해 비활성화된다. 고환에서 분비된 테스토스테론 중 약 38%는 알부민과 느슨하게 결합하고 약 60%는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과 단단하게 결합한다. 나머지 1~2%만이 결합하지 않고 자유롭게 혈액을 돌아다닌다. 알부민과 결합한 테스토스테론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테스토스테론은 성호르몬으로 기능할 수 있다. 하지만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과 결합한 테스토스테론은 성호르몬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바로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인체는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즉, 고환에서 너무 많은 테스토스테론을 만들어내면 그만큼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의 수치를 높여서 사용할 수 있는 성호르몬을 줄이고, 반대로 고환에서 만들어내는 테스토스테론이 적으면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의 수치를 낮춰서 사용할 수 있는 성호르몬을 늘리게 하는 것이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5-04-10 14:3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