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단기간 위임계약을 맺었지만 반복적으로 재계약을 하면서 수년간 회사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은 채권추심원과 임대차조사원은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우리신용정보(주)에서 임대차조사원으로 근무한 박모씨와 채권추심원으로 일한 임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박씨는 2008년 1월 당초 계약기간을 3개월로 해 우리신용정보와 담보 및 임대차 조사업무 위임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을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갱신, 2015년 5월까지 임대차조사원으로 일했다. 2001년 4월 계약기간을 3개월로 정해 우리신용정보와 채권추심업무 위임계약을 체결한 임씨는 2002년 6월까지 계약을 2차례 갱신하면서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한 데 이어 2002년 7월 계약기간을 6개월로 정해 계약을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갱신하면서 2014년 9월까지 담보물 등 조사업무를 수행했다. 박씨 등은 "실질적으로 회사와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만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재직기간에 상응하는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반면 우리신용정보는 "박씨 등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그 위임업무 수행 성과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는 개인사업자들로, 회사와 근로관계에 있지 않아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맞섰다. 우리신용정보는 1991년 우리은행에서 전액 출자해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신용정보사로, 채권추심 및 임대차조사업무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사건의 쟁점은 박씨 등이 우리신용정보와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 판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는 계약의 형식 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2심은 "박씨 등이 종속적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고들은 반복적 재계약 또는 기간연장 합의를 통해 약 7년, 12년 동안 채권추심원 또는 임대차조사원으로 종사해 업무의 계속성이 있었다"며 "피고는 원고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매우 구체적인 업무처리 지침을 따르게 하고 일일업무보고서 작성 및 전산시스템 입력을 의무화함으로써 원고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휘하고 관리감독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사실을 잘못 평가했거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2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2018-07-15 14:43:08지난해 신용정보회사의 당기순이익이 690억원으로 집계됐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신용정보회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말보다 86억원 감소한 690억원을 기록했다. 신용조회회사의 당기순이익은 54억원 늘었지만 채권추심회사의 당기순이익이 영업비용 증가로 인해 138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채권추심회사의 경우 콜센터 등 겸업 업무 확대를 위해 인력을 추가 고용, 지난해에만 영업비용이 265억원 증가했다. 총자산은 늘었다. 2017년말 신용정보회사의 총자산은 1조217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500억원 증가했다. 자기자본 역시 396억원 증가한 7692억원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채권추심회사의 영업환경 악화를 주시하고 있다. 불법·부당한 채권추심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향후 각 채권추심회사가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준수하도록 지도하는 한편, 검사 시 불법·불공정 채권추심행위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2018-03-24 10:34:27대부업체 등 금융회사들은 다음달부터 빚독촉 착수 3영업일 전에 채무자에게 대출원리금과 불이행기간, 변제방법, 소멸시효 완성 여부 등 세부 명세를 사전에 통지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대해서는 채무자의 항변 여부와 상관없이 추심을 중단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7일부터 이같은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 개정안' 시행을 예고하고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친다고 8일 밝혔다. 이 가이드라인은 행정지도 형태로 3000여개 금융회사에 통지·적용된다.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채권추심 금융회사들은 연체 발생 등에 따라 변제촉구 등 추심업무에 착수하는 경우, 착수 3영업일 전에 착수 사실과 함께 추심채권의 세부명세를 채무자의 이메일, 우편 또는 이동전화번호로 통지해야 한다. 또 세부명세에는 채권자와 채무 금액의 원금과 이자, 채무 불이행 기간, 채무의 변제방법, 소멸시효 완성 여부, 문의 방법 등이 들어가야 한다. 채권처리절차 안내문과 불법 채권추심 대응요령, 소멸시효 완성채권 추심 관련 금융소비자 유의사항 등도 사전에 알려야 한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2017-10-08 11:24:45국민행복기금 출범 이후 채권추심회사에 지불한 위탁수수료가 101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추심을 민간업체에 위탁함에 따라 과잉추심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제출받은 '국민행복기금 위탁수수료 지급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행복기금 출범 이후 회수된 채권은 4449억6900만원이고 이 중 22.8%인 1017억 4900만원이 민간 채권추심회사에 위탁수수료로 지급됐다. 총 23개의 추심회사 가운데 100억이상 수수료를 지급받은 회사는 신한신용정보사가 128억으로 가장 많은 수수료를 받았고, 미래신용정보 114억, 나라신용정보 113억 순이었다. 현재 채권추심회사는 회수성과에 따른 실적제로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부실채권을 넘긴 금융기관 역시 대부분 매각 후 회수실적에 따라 추가이익을 받는 방식으로 계약을 하고 있다. 회수실적이 높을수록 추심회사와 금융기관의 수익이 높아지는 구조인 것이다. 신 의원은 "현재 국민행복기금은 추심회사가 서민들에게 추심을 많이 할수록 이득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과잉추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국민행복기금은 민간에게 위탁을 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담당해 과잉추심 배제, 수수료 비용 절감 등 국민들에게 좀 더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2015-09-22 09:36:24앞으로 카카오톡을 이용한 채권추심이 제한되고 실시간 이체가 가능한 은행의 '예약이체(가칭)' 서비스가 신설된다. 은행에 대출 상환 이후에도 관련 담보에 대한 근저당권이 미말소되던 관행이 개선되며 은행별 대출서류 필수기재항목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정비된다. 자동차 보험 청약서 상 '기명피보험자 관련 유의사항'이 기재되고 의료보험사가 전문의 판정이 필요한 경우 1년 안에 같은 전문의에게 자문하지 못하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소비자보호실무협의회'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금융회사 업무관행 및 제도 개선안'을 4일 내놓았다. 그간 채권추심원이 채무자의 전화번호를 본인의 개인휴대폰에 입력하고 카카오톡 등 메신져 앱을 통해 채무자에게 채권추심을 위한 연락을 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금감원은 카카오톡이 채무자의 일상생활 사진 등 사적인 정보에 접근이 가능해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의 가능성이 있고 채무자에게 불필요한 심리적 부담감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해 채권추심회사 등 금융회사에게 카카오톡을 이용한 채권추심을 제한하도록 했다. 채무자 개인정보는 보안기능이 확보된 금융회사의 전산시스템에만 보관·관리하고 채권 추심원이 이를 자신의 개인휴대폰에 저장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체지정일 전(前)영업일에 이체금액을 출금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던 '납부자 자동이체'도 개선됐다. 금감원은 소비자들이 납부자 자동이체 서비스 이용시 이체금액에 대한 이자 손해가 적어도 1일치 이상 발생한다보고 은행에 '예약이체(가칭)' 서비스를 신설토록 했다. '예약이체'를 사용할 경우 실시간으로 이체가 가능해져 이체지정일이 주말이나 연휴와 겹쳐 이자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없어진다. 이외에도 전 은행에 대출완제시 담보제공자 의사를 확인해 근저당권을 말소하도록 요구했고 은행별로 상이한 대출약정서 필수기재항복에 대한 기준을 정비, 명확히 표시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은행의 과실로 잘못 이체한 내역을 정정할 경우, 입금의뢰인 및 수취인에게 지체 없이 통지토록 개선했다. 자동차, 의료 등 보험관련 개선안도 발표됐다. 가입자가 잘못된 보험자 기재로 인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피해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보험회사 청약서상 '기명피보험자 관련 유의사항' 주의 문구를 기재토록 하는 등 기명피보험자에 대한 설명절차를 강화했다. 의료보험회사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문 전문의에게 의료판정을 의뢰하지 못하도록 보험회사에게 의료판정시 원칙적으로 최근 1년간 의료자문한 전문의는 제외하도록 했고 부득이하게 1년안에 같은 전문의에게 판정을 요구해야 하는 경우, 소비자에게 사전에 공개하는 절차를 마련토록 했다. 가족형을 포함한 부부형 보험 계약 상품설명서에 이혼시 주피보험자의 배우자는 보장이 불가하다는 내용을 명기하는 등 상품 설명도 강화토록 했다. 이 밖에 신용카드사가 연회비 계산 기준일 이전에 고객에게 안내하도록 개선 했고 카드회원 모집시 계약의 핵심정보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한 핵심설명서 제공을 의무화 했다. 박주식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 부국장은 "앞으로 소비자보호실무협의회를 더욱 활성화해 대출금리 적용, 신용카드 부가서비스, 보험금 지급 등 주요 민원 발생 요인에 대한 원인 분석과 업무관행 개선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며 "금융소비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협의된 내용과 개선사항은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
2015-02-04 12:41:32서울보증보험이 미국의 GE캐피탈과 함께 국내 최대의 채권추심 전문회사를 만든다. 서울보증보험은 채권추심업을 전문으로 하는 신용정보업 자회사 설립을 위해 주식취득(지분55%) 승인 신청을 금융감독원에 냈다고 12일 밝혔다. 서울보증이 새로 설립하게 될 회사는 자본금 100억원으로 서울보증이 55억원을 출자하고 미국 GE캐피탈이 45억원을 투자하게 된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채권추심업무 전문화와 원활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신용정보자회사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djhwang@fnnews.com 황대진기자
2000-12-12 05:29:20서울보증보험이 보증보험료 인하와 채권추심 전문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3일 “9조9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하루라도 빨리 상환하기 위해 채권추심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자회사 형태로 채권추심전문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보증은 이와 함께 유사한 보증업무를 취급하는 각종 공제조합들에 대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증보험료 가격인하도 검토중이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현재 보증보험의 손해율은 25% 내외로 보험료 가격인하의 소지가 충분하다”며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보험료를 내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djhwang@fnnews.com 황대진기자
2000-12-05 05:27:18[파이낸셜뉴스] 계약한 적도 없는 정수기 요금을 내라는 독촉장이 날아왔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9일 YTN 보도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안모 씨는 최근 신용정보회사로부터 채권 추심 통보서를 받았다. 11년 전부터 몇 년 동안 밀린 정수기 요금 630여만원을 며칠 안에 내라는 것. 황당한 건 안 씨는 정수기를 계약한 적도, 사용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정수기 업체에는 지난 2013년 10월 안 씨가 정수기와 연수기 등 제품 4대를 계약한 걸로 돼 있었다. 안 씨가 정수기를 설치했다고 계약서에 적힌 곳은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다세대 주택이었다. 그는 가본 적도 없는 곳이며 가족 중에도 연고가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안 씨의 설명이다. 정수기 계약 시점 안 씨의 등본상 주소는 서울 신정동이었다. 그는 누군가 자신의 명의를 도용한 것 같다고 했지만, 업체는 명의도용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문제는 사문서위조의 경우 공소시효가 끝나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업체 역시 당시 담당 직원이 오래전 퇴사, 원본 계약서도 남아있지 않아 계약 때 상황을 알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업체는 안 씨에 대해 채권 추심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안 씨는 또 다른 곳에서도 자신의 명의가 도용돼 비슷한 상황을 겪는 건 아닌지 불안함을 호소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9-09 07:50:12[파이낸셜뉴스] 최근 솔루션업체가 난립해 불법사채를 해결해준다는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수수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금감원이 소비자 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또한 대출중개를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는 불법중개수수료도 성행하고 있어 금융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2일 금감원에 따르면 솔루션업체는 인터넷 검색 시 상단에 노출되는 유료광고를 이용하거나 블로그 광고 등을 통해 불법사채 피해자를 홈페이지로 유인한다. 일부 솔루션업체는 정부기관 링크를 홈페이지 하단에 제공하거나 불법업체 제보시 포상금도 지급한다는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인 것처럼 오인하도록 홈페이지를 구성하기도 한다. 또한 피해자들의 피해사례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는 점을 홈페이지에 노출해 또 다른 피해자를 유인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 솔루션업체가 보통 10만~30만원의 금전을 수수료·착수금·후원금 등 명목으로 요구하는데 이후 사채업자와 조율 실패 등을 이유로 연락을 차단하거나 잠적한다는 점이다. 불법사채 피해자는 본인 채무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불법사채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로 금전을 입금하지만 실질적으로 수수료만 내고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다. 어떤 솔루션업체는 만기연장 약속 등 조율이 성사됐다며 추가적인 금전을 요구하기도 하며, 납부하지 않는 경우 납부를 독촉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금감원은 불법대출중개수수료 관련 피해 사례도 소개했다. 불법대부중개업자는 인터넷 광고 또는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 등을 통해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에게 접근해 일정 금액 또는 비율의 수수료만 내면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유인한다. 이들은 대출이 꼭 필요한 소비자의 사정을 악용해 대출 진행을 위해 먼저 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입금을 유도하고, 수수료를 입금하면 업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대출을 해주지 않고 소비자는 수수료 피해만 입게 된다. 이에 금감원은 불법사채를 해결해준다고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 절대 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대다수 솔루션업체는 불법사채를 해결해주지 않고 추가적인 금전 피해를 야기할 뿐더러 이런 업체들은 변호사 자격 없이 금품을 받고 법률 상담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높다. 아울러 대부중개업자는 중개에 따른 수수료를 요구할 수 없으니 응하지 말고 경찰이나 금감원에 적극 신고하라고도 설명했다. 불법대출중개수수료, 고금리, 불법채권추심 등 불법 행위는 거래 내역, 통화·문자 기록 등 증빙자료를 확보해 경찰이나 금감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에 신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금리, 불법채권추심 피해(우려)가 있다면 정부가 무료로 지원하는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4-09-02 10:40:00[파이낸셜뉴스] 1961년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였던 스탠리 밀그램은 ‘권위’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하였다. 밀그램은 실험 참가자로 20대에서 50대의 남성들을 모집하였고, 선생 역할의 참가자가 학생 역할의 참가자에게 문제를 내고 틀리면 전기 충격을 가하도록 하였다. 다만, 학생 역할의 참가자는 사실은 스탠리가 섭외한 배우였고, 전기 충격 장치는 가짜였다. 밀그램은 선생 역할의 참가자들이 전압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관찰하고자 하였는데, 실험설계 당시 밀그램은 0.1% 정도의 사람만이 최대 전력인 450V까지 전압을 올릴 것이라 예상하였다. 그러나 충격적이게도 65%의 피실험자들이 450V까지 전압을 올렸다. 즉, 65%의 사람들이 상대를 죽일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압을 최대까지 올린 것이다. 실험과정에서 선생 역할의 참가자들은 연기자의 비명소리에 '이제 그만해야될 것 같다‘고 하기도 했지만, 감독관은 '괜찮다, 내가 책임진다, 진행하라'며 전기 충격을 가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 실험은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권위에 의하여 언제든지 복종할 수 있으며, 도덕적 판단이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인간의 본성은 권위에 순응하는 성질을 지녔음을 시사한다. 필자는 형사 변호사로 보이스피싱 사건의 피고인 변호를 여러 차례 맡아왔다. 특히,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전달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건네주는 이른바 ‘현금 수거책’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변호를 많이 맡았으며, 피고인들의 무죄 주장을 여러 차례 해왔었다. 피고인 신분으로 수사 및 재판을 받게 된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위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 의한 복종 실험’이 계속 생각났다. 많은 의뢰인들이 현금 수거책 일을 하는 과정에서 막연히 정상적인 일이 아님을 의심하는 순간이 있었으며 이를 ‘팀장’ 등 이라고 불리는 ‘상급자’에게 ‘불법’적인 일은 아닌지 물어왔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위 팀장들은 ‘괜찮다’, ‘정상적인 일이 아니면 내가 계속 하고 있겠느냐’, ‘불법적인 일이 아니니 걱정할 것 없으며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진다’는 취지의 대답을 하였다고 한다.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알바몬, 알바천국, 당근 마켓 같은 공인된 구직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였다. 그리고, 보이스피싱 조직은 실제처럼 공고문을 올리고, 실존하는 회사의 이름을 쓴다. 의뢰인들 입장에서는 직급이 있고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이 있는 ‘정상’적인 ‘회사’의 ‘상급자’가 괜찮다고 까지 하였기 때문에 위와 같은 말을 들으면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다. 안심하기 때문이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4, 6, 13,선고 2023고단1327 판결은 의심하지 않은 대가가 어떤지 여실히 보여준다. 법원은 『피고인은 불법적인 일이라고 인정할 리가 없음이 명백한 일명 김시원 과장에게 메신저로 불법인지 여부만 한 번 물었을 뿐, 경찰서 등 관련기관이나 심지 고려휴먼스‘라는 회사 자체에도 확인된 바가 전혀 없다. 현금 수거시 업무지침이나 현금입금 시 주의사항 등의 내용에 비추어보면 오히려 이는 채권추심이나 마약관련 돈의 전달이 아니라 이른바 보이스피싱 범죄로 의심할 여지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며 피고인의 유죄를 선고하였다. 판결문에는 명확히 나오지 않았지만, 위 사례의 피고인 역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상급자에게 불법인지 물어보았고, 상급자의 ‘괜찮다, 불법이면 내가 계속 하였겠느냐’라는 말에 ‘한번 믿고 가보자’며 의심을 거두었다고 한다. 권위가 주는 힘은 이렇게 단순하지만 무섭다. 인간은 권위자의 ‘괜찮다’는 말에 안심하고 순응하는 본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현금수거책으로 연루되어 처벌을 받는 많은 피고인들이 위의 사례처럼 상급자의 괜찮다는 말에 의심을 거두거나, 정상적인 일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그들은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이 ‘괜찮다, 정상적인 일이다’라고 하는데, 일개 아르바이트생이고 경험도 얼마 없는 자신이 불법이라고 어떻게 확신을 가질 수 있었느냐’라고 반문한다. 개중에는 분명 불법임을 인식하였음에도 권위자(상급자)의 ‘괜찮다, 내가 책임지겠다.’는 말에 도덕적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일을 계속한 경우도 있어보였던 건 사실이다. 막연히 불법임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고, 의심하였지만 권위자가 괜찮다고 하였고 이를 믿고 싶어 했던 사람을 ‘보이스피싱 범죄의 공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최선일까? 우리 법원은 아니라고 말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7. 21. 선고 2022고단944 판결은 『사기죄의 공동정범에 있어서 고의는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사기범행에 가담하는 인식과 의욕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막연히 불법에 대한 인식이나 의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렇듯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고, 자신이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에 가담하고 있다는 인식과 의욕이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판례의 법리에도 불구하고 막연히 ‘불법인건 아닐까?’ 라고 의심한 사람에게도 보이스피싱 범죄의 고의가 있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하고 있는 작금의 판결들은 아쉬운 점이 많은게 사실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7. 12.선고 2021고단4657 판결은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만 하다. 법원은 『불법에 대한 인식이나 의심을 할 만한 상황이었다는 이유만으로 편취의 고의를 (쉽게)인정하게 되면 과실은 있지만 사기범죄에 대한 고의가 없는 사람이 고의범으로 중한 처벌을 받게 할 위험성이 존재한다』며 막연히 불법임을 의심할만한 상황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실무관행을 비판하고 있다. 범죄임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한채 범행에 가담한 사람은 당연히 엄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다만,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을 엄단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모르고 가담하거나 막연히 불법성만을 인식한 사람에 대한 판결과 처벌을 함에 있어서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조금 더 고려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성적인 인간이라도 상황과 권위에 의해 옳지 못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며, 상황에 쉽게 순응하기도 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유지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에 연루된 사람에 대하여 엄격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을까? 유무죄 여부와 관계없이 민사적인 책임을 강화하거나,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회복을 해주는 방안도 제도적으로 논의가 되길 희망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8-30 16:3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