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계 조성진·임윤찬처럼 조승우가 연극계 부흥의 주역으로 급부상했다. 데뷔 24년만에 첫 '햄릿(사진)'에 도전한 조승우가 티켓 예매 오픈 즉시 표를 다 팔아치운 가운데 압도적 연기로 장장 185분을 장악 중이다. 연극계 인기 연출가 신유청과 만난 조승우의 '햄릿'은 놀랍게도 고전의 생명력과 연극의 동시대성을 오로지 '연기'로 증명해낸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대사로 박제돼있던 셰익스피어 고전은 조승우에 의해 오늘날 가장 흥미로운 콘텐츠 중 하나로 거듭난다. 그는 420여 년 전 '덴마크 왕자 햄릿의 비극' 속 햄릿을 이 세상으로 생생히 소환해냈다. 햄릿은 자신의 마음을 더럽히지 않으면서도 아버지를 독살하고 모친과 결혼한 숙부에게 복수를 해야 하는 난제를 부여받는다. 행동에 앞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햄릿은 제 정신으로 살기 힘들 정도로 깊이 슬퍼하고 분노하며 또 고뇌한다. 그런 햄릿의 진폭 큰 감정이 조승우의 남다른 발성과 호흡, 완급조절 연기로 객석에 온전히 전달된다. 첫 대사를 내뱉는 순간부터 관객을 무대로 빨아들인다. 조승우의 연기력이야 이미 스크린·브라운관을 넘어 뮤지컬 무대에서도 입증됐다. 그런데도 새삼 놀란다. 오직 배우의 몸짓과 얼굴 표정, 목소리로 승부하는 연극이야말로 조승우라는 배우의 진가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르라는 걸 일깨워줘서다. 햄릿의 독백 신은 이 연극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다. 연극 '햄릿'은 극중극을 통해 연극의 존재 이유도 되새긴다. 햄릿은 숙부가 선왕을 독살했다는 심증을 확인받기 위해 연극을 올린다. 이때 그는 "우리 연극을 한번 거울이라고 생각해 보자고. 있는 그대로 모습을 정직하게 비춰내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죽기 전 절친인 호레이쇼에게 "거친 세상에 살아남아 고통스러운 숨결로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후대에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우리는 "세상의 악이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오필리아와의 진실된 사랑조차 포기한 채 "어긋나 버린 시대의 관절"을 바로 잡는 "그 저주의 운명"을 끝까지 수행해 내는 한 인간을 본다. 신유청은 "요즘처럼 책임이라는 단어가 엄중하게 다가온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오늘날 수많은 햄릿이 공연되어지는 것일까"라고 '연출의 글'에 썼다. 조승우의 뛰어난 연기는 관객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객석에선 조승우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웃음이 터졌다가 중간 중간 숨죽이며 훌쩍이는 소리도 들린다. "미친 조승우 연기", "장장 3시간 공연인데 엄청난 몰입감", "햄릿을 보고 울어본 적이 있던가" 등 관람평은 이러한 열기를 엿보게 한다. 17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11-04 18:19:39[파이낸셜뉴스] 클래식계 조성진·임윤찬처럼 조승우가 연극계 부흥의 주역으로 급부상했다. 데뷔 24년만에 첫 ‘햄릿’에 도전한 조승우가 티켓 예매 오픈 즉시 표를 다 팔아치운 가운데 압도적 연기로 장장 185분을 장악 중이다. 연극계 인기 연출가 신유청과 만난 조승우의 ‘햄릿’은 놀랍게도 고전의 생명력과 연극의 동시대성을 오로지 '연기'로 증명해낸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대사로 박제돼있던 셰익스피어 고전은 조승우에 의해 오늘날 가장 흥미로운 콘텐츠 중 하나로 거듭난다. 그는 420여 년 전 ‘덴마크 왕자 햄릿의 비극’ 속 햄릿을 이 세상으로 생생히 소환해냈다. 햄릿은 자신의 마음을 더럽히지 않으면서도 아버지를 독살하고 모친과 결혼한 숙부에게 복수를 해야 하는 난제를 부여받는다. 행동에 앞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햄릿은 제 정신으로 살기 힘들 정도로 깊이 슬퍼하고 분노하며 또 고뇌한다. 그런 햄릿의 진폭 큰 감정이 조승우의 남다른 발성과 호흡, 완급조절 연기로 객석에 온전히 전달된다. 첫 대사를 내뱉는 순간부터 관객을 무대로 빨아들인다. 조승우의 연기력이야 이미 스크린·브라운관을 넘어 뮤지컬 무대에서도 입증됐다. 그런데도 새삼 놀란다. 오직 배우의 몸짓과 얼굴 표정, 목소리로 승부하는 연극이야말로 조승우라는 배우의 진가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르라는 걸 일깨워줘서다. 햄릿의 독백 신은 이 연극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다. 연극 ‘햄릿’은 극중극을 통해 연극의 존재 이유도 되새긴다. 햄릿은 숙부가 선왕을 독살했다는 심증을 확인받기 위해 연극을 올린다. 이때 그는 “우리 연극을 한번 거울이라고 생각해 보자고. 있는 그대로 모습을 정직하게 비춰내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죽기 전 절친인 호레이쇼에게 “거친 세상에 살아남아 고통스러운 숨결로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후대에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우리는 “세상의 악이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오필리아와의 진실된 사랑조차 포기한 채 “어긋나 버린 시대의 관절”을 바로 잡는 “그 저주의 운명”을 끝까지 수행해 내는 한 인간을 본다. 신유청은 “요즘처럼 책임이라는 단어가 엄중하게 다가온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오늘날 수많은 햄릿이 공연되어지는 것일까”라고 ‘연출의 글’에 썼다. 조승우의 뛰어난 연기는 관객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객석에선 조승우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웃음이 터졌다가 중간 중간 숨죽이며 훌쩍이는 소리도 들린다. “미친 조승우 연기”, “장장 3시간 공연인데 엄청난 몰입감”, “햄릿을 보고 울어본 적이 있던가” 등 관람평은 이러한 열기를 엿보게 한다. 이 연극의 단점이라면 조승우와 다른 배우들의 미세한 연기력 간극으로, 장면별 몰입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올해 연극계 최고 화제작이라는데 이견을 달순 없을 것이다. 조승우의 다른 연극이 공연되길 바라본다. 17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11-04 09:00:07[파이낸셜뉴스] 클래식계의 조성진·임윤찬처럼 조승우가 연극계 부흥의 주역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10월 29일 객석 1000여석을 가득 채운 관객이 숨을 죽인 채 데뷔 24년만에 첫 연극 '햄릿'에 도전한 그의 연기를 지켜봤다. 이례적으로 인터미션에서도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이제 ‘햄릿’ 역에 도전하는 모든 배우는 조승우를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당분간 그의 ‘햄릿’을 능가할 ‘햄릿’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연극계 인기 연출가 신유청과 만난 조승우의 ‘햄릿’은 놀랍게도 고전의 생명력과 연극 배우의 존재 이유 그리고 연극의 동시대성을 오로지 '연기'로 증명해낸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대사로 박제돼있던 셰익스피어 고전은 조승우에 의해 오늘 현재 가장 흥미로운 콘텐츠 중 하나로 거듭난다. 그는 420여 년 전 ‘덴마크 왕자 햄릿의 비극’ 속 햄릿을 이 세상으로 생생히 소환해냈다. 햄릿은 자신의 마음을 더럽히지 않으면서도 아버지를 독살하고 모친과 결혼한 숙부에게 복수를 해야 하는 난제를 부여받는다. 행동에 앞서 끊임없이 사색하는 햄릿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실행하기까지 마음의 감옥에서 깊이 슬퍼하고 분노하고 절망하고 또 고뇌한다. 그런 햄릿의 온갖 감정이 조승우의 남다른 발성과 호흡, 완급조절 연기로 객석에 온전히 전달된다. 첫 대사를 내뱉는 순간부터 햄릿이 혼자 혹은 함께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관객을 무대로 집중시킨다. 햄릿의 모든 독백 신은 이 연극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다. 조승우의 연기력이야 이미 스크린·브라운관을 넘어 뮤지컬 무대에서도 입증됐다. 그런데도 새삼 놀란다. 오직 배우의 몸과 목소리로 승부하는 연극이야말로 조승우라는 배우의 진가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르라는 걸 일깨워줘서다. 연극 ‘햄릿’은 극중극을 통해 연극의 가치도 되새긴다. 햄릿은 숙부가 선왕을 독살했다는 심증을 확인받기 위해 연극을 올린다. 이때 그는 “우리 연극을 한번 거울이라고 생각해 보자고. 있는 그대로 모습을 정직하게 비춰내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죽기 전 절친인 호레이쇼에게 “거친 세상에 살아남아 고통스러운 숨결로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후대에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우리는 "세상의 악이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오필리아와의 진실된 사랑조차 포기한 채 "어긋나 버린 시대의 관절"을 바로 잡는 "그 저주의 운명"을 끝까지 수행해 내는 한 인간을 본다. "같은 시대에 살아서 행운"이라는 할리우드 식 찬사가 저절로 나오게 하는, 조승우의 뛰어난 연기 덕에 왠지 따분하게 느껴졌던 ‘햄릿’은 오늘날 관객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객석에선 조승우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웃음이 터졌다가 중간 중간 숨죽이며 훌쩍이는 소리도 자주 들린다. “미친 조승우 연기” “장장 3시간 공연인데 엄청난 몰입감” “햄릿을 보고 울어본 적이 있던가” 등 관람평은 이러한 열기를 엿보게 한다. 지난 2004년 한 통계에 따르면 1601년에 초연된 연극 '햄릿'은 매일 밤 지구상 800여개 도시에서 공연됐다. 강태경 이화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는 이러한 사실을 언급하며 "'햄릿'은 한 청년의 해방일지”라며 “세상이라는 감옥뿐 아니라 내 마음의 감옥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이어 “인류가 존속하는 한 ‘햄릿’은 오늘밤에도 무대에 오를 것”이라며 "빅토르 위고의 말을 빌자면 '햄릿'이 무대 위에 빚어놓은 '한 인간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를 보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연극의 단점이라면 조승우와 다른 배우들의 미세한 연기력 간극으로, 장면별 몰입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올해 연극계 최고 화제작이라는데 이견을 달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조승우의 다른 연극이 공연되길 바라본다. 17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11-01 18:16:19[파이낸셜뉴스] 배우 조승우가 데뷔 24년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작품은 셰익스피어 고전 '햄릿'이다. 4일 예술의전당은 오는 10월 18일부터 11월 17일까지 CJ 토월극장에서 토월정통연극시리즈의 일환으로 '햄릿'을 무대에 올린다고 밝혔다. 조승우, 데뷔24년만에 첫 연극 도전 조승우가 주인공 ‘햄릿’ 역으로 캐스팅 됐으며, 현재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출가 신유청이 연출자로 나선다. 2000년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한 조승우는 스크린과 브라운관 그리고 '헤드윅'과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등 뮤지컬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연극과는 그동안 인연이 없었다. 23일간 '원 캐스트'로 진행될 이번 공연에는 박성근, 정재은, 김영민, 전국환, 김종구, 이남희 등 15명 주역들이 함께 한다. 박성근은 형을 살해하고 형수였던 거트루드와 재혼한 덴마크의 왕이자 햄릿의 숙부인 ‘클로디어스’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덴마크의 왕비이자 햄릿의 어머니인 ‘거트루드’ 역에는 정재은이 캐스팅됐다. 또한 전국환은 선왕의 유령 역을 맡아, 햄릿에게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복수를 촉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눈물의 여왕'의 김영민은 햄릿의 대학 학우이자 절친한 친구인 ‘호레이쇼’ 역을 맡는다. 덴마크의 총리대신이자 레어티즈와 오필리아의 아버지인 ‘폴로니어스’ 역은 김종구가 맡았다. 폴로니어스의 아들이자 오필리아의 오빠 ‘레어티즈’ 역은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남자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백석광이 소화한다. ‘무덤지기 외’ 역은 2017년 한국연극배우협회 올해의 배우상과 대한민국연극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이남희가 맡는다. 이밖에 오디션으로 발탁된 5명의 신예 배우들이 함께한다. 여자 주인공 ‘오필리아’ 역에는 450: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신예 이은조가 캐스팅됐다. 3차에 걸친 오디션에서 주연 자리를 거머쥔 이은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를 졸업했다. 신유청 연출, 예술의전당 토월정통연극시리즈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백상연극상과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신유청이 메가폰을 잡는다. 그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 '와이프' '튜링머신' '그을린 사랑' 등 최근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각 작품에 맞는 독창적인 연출 방식으로 호평받고 있다. 번역 및 드라마터그는 강태경이 맡았으며, 각색은 황정은이 참여한다. 이들과 함께 무대디자이너 이태섭, 의상디자이너 홍문기, 음향디자이너 지미 세르, 조명디자이너 강지혜, 분장디자이너 백지영, 움직임 권령은, 무술감독 류성철 등 실력 있는 창작진들이 참여한다. 연출가 신유청은 “혼돈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다른 삶의 가능성이 필요하다. 옛 선인들이 오래된 우물에서 새로움을 길어 올렸던 것처럼, 우리 또한 과거에서 새로움을 길어 올리고자 한다. 나는 그것을 덴마크의 왕자 햄릿에게서 발견했다”라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예술의전당 장형준 사장은 “토월정통연극시리즈를 통해 순수예술장르인 연극의 부흥을 도모하며, 동시대 최고의 공연 작품을 기획·제작하여 예술의전당의 예술사업 브랜드를 강화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9-04 18:57:22"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처음 햄릿의 이 명대사를 접했던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그땐 막연히 햄릿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한 나라의 왕자씩이나 되는 인물이 자기 삶 하나 마음대로 못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유부단함'이 삶의 걸림돌이 아닌 꼭 필요한 가치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기자가 되고 난 이후였다. 세상에는 무 자르듯 쉽게 단정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최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삼성화재를 대상으로 제기한 모방 의혹만 봐도 그랬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삼성화재가 개편한 해외여행보험 온라인 상품을 두고 가입 동선부터 페이지별 구성요소, 디자인, 문구까지 자사 해외여행보험을 똑같이 본떴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삼성화재는 온라인 채널에서 해외여행자보험 판매를 최초로 시작한 것은 자신들이라고 맞섰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면 표현방식이 유사해질 수밖에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누구의 말도 오답은 아니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타사의 서비스를 벤치마킹하고 경쟁적으로 유사한 상품을 내놓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당장 한화손보가 지난해 7월 유방암·갑상선암 등 여성암 진단비와 난임관리 등을 지원하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을 출시한 이후 흥국화재와 신한라이프, 롯데손보도 타깃층을 세분화해 관련 보장을 포함한 신상품을 출시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품 선택지가 많아져 고마운 일이다. 반면 뒤집어 생각해 보면 모방이 성행하는 사회에서 과연 누가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지는 의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디테일'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의 배타적 사용권 취득 현황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조금이라도 독창적인 상품을 만들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독점판매 기간은 평균 3~6개월, 최대 1년으로 짧은 데다 기간이 종료되면 유사 상품이 우후죽순 쏟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카카오페이손보와 삼성화재 중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었다. 햄릿은 현명했다. 세상은 정답과 오답이 명백히 존재하는 수학 교과서가 아니었다. 누군가는 우유부단하다고 비난할지언정 '회색지대'에 서서 이쪽에도, 저쪽에도 오고 갈 수 있는 중립적 관점이 보험업계와 기자에게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yesji@fnnews.com
2024-06-27 18:21:42[파이낸셜뉴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처음 햄릿의 이 명대사를 접했던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그땐 막연히 햄릿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한 나라의 왕자씩이나 되는 인물이, 자기 삶 하나 마음대로 못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유부단함'이 삶의 걸림돌이 아닌 꼭 필요한 가치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기자가 되고 난 이후였다. 세상에는 무 자르듯 쉽게 단정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최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삼성화재를 대상으로 제기한 모방 의혹만 봐도 그랬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삼성화재가 개편한 해외여행보험 온라인 상품을 두고 가입 동선부터 페이지별 구성 요소, 디자인, 문구까지 자사 해외여행보험을 똑같이 본땄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삼성화재는 온라인 채널에서 해외여행자보험 판매를 최초로 시작한 것은 자신들이라고 맞섰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면 표현 방식이 유사해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누구의 말도 오답은 아니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타사의 서비스를 벤치마킹하고 경쟁적으로 유사한 상품을 내놓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당장 한화손보가 지난해 7월 유방암·갑상선암 등 여성암 진단비와 난임관리 등을 지원하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을 출시한 이후 흥국화재와 신한라이프, 롯데손보도 타겟층을 세분화해 관련 보장을 포함한 신상품을 출시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품 선택지가 많아져 고마운 일이다. 반면 뒤집어 생각해보면, 모방이 성행하는 사회에서 과연 누가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지는 의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디테일'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의 배타적 사용권 취득 현황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조금이라도 독창적인 상품을 만들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독점 판매 기간은 평균 3~6개월, 최대 1년으로 짧은 데다가 기간이 종료되면 유사 상품이 우후죽순 쏟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카카오페이손보와 삼성화재 중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었다. 햄릿은 현명했다. 세상은 정답과 오답이 명백히 존재하는 수학 교과서가 아니었다. 누군가는 우유부단하다고 비난할지언정 '회색지대'에 서서 이쪽에도, 저쪽에도 오고 갈 수 있는 중립적 관점이 보험업계와 기자에게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2024-06-27 00:28:31[파이낸셜뉴스] 원로 연극인 김동수 연출가 겸 '극단 김동수 컴퍼니' 대표가 별세했다. 향년 77세. 25일 연극계에 따르면 김 연출은 이날 오전 경기도 의정부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신부전증을 앓았으며 지난 5월 '극단 김동수 컴퍼니' 30주년 기념작 '2024 김동수의 햄릿' 공연을 전후해 건강에 이상을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50여년 간 연극배우이자 연출가, 제작자로 활약했다. 1965년 연극배우로 데뷔했으며, 1967년 CBS 기독교방송 성우 공채 8기, 1973년 KBS 공채 탤런트 1기로 발탁됐다. 이후 100여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으며, 대한민국 판토마임 1세대로 불린다. 1989년 제26회 동아연극상 남자 연기상을 수상했으며 1994년엔 자신의 이름을 딴 김동수컴퍼니를 창단해 연출과 제작을 병행해왔다. 연출작으로는 '우동 한 그릇', '완득이',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등이 있다. 2018년에 폐암 1기 진단을 받았지만 이를 극복했다. 암 진단 후 받은 보험금을 보태 연극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를 제작했을 정도로 연극판에 대한 애정이 컸다. 또 생전 '캔서앤서'와 가진 인터뷰에서 배고픈 연극계에서 40년 이상 활동한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배우) 최민식이 어느 인터뷰에서 ‘고2 때 김동수 감독님이 출연하신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을 보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했는데, 그런 말을 듣는 게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힘이 되고 보람이 된다"라고 답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다. 발인은 오는 27일 오후 2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6-25 20:59:30[파이낸셜뉴스] “‘햄릿’은 모든 배우들이 선망하는 작품이죠. 하지만 그보다 더 영광인 것은 함께 참여하는 배우들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합니다.” 연극 ‘햄릿’에서 햄릿 역에 새로 합류한 배우 이승주가 7일 기자간담회에서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이승주는 “연습실에서 경이롭고 놀라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처음에 제안을 받고 선뜻 하겠다고 못했다. 두려웠다. 중압감이 컸다. 내 그릇이 되나, 하루 동안 고민했다. 그러다 내가 깨지더라고, 어떤 형태로건 (내 그릇을) 만들어보자고 마음 먹었다. 이 자리를 빌려 저를 캐스팅해줘 감사한다”고 인사했다. 오는 6월 9일 개막하는 ‘햄릿’ 세 번째 시즌은 60년 경력의 이호재, 전무송, 박정자, 손숙을 비롯해 김재건, 정동환, 김성녀, 길용우, 손봉숙, 남명렬, 정경순, 길해연, 전수경, 이항나와 같은 각종 연기상을 휩쓴 중견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작품이다. 여기에 햄릿에 더블 캐스팅된 강필석, 이승주를 필두로 양승리, 이충주, 정환, 이호철 그리고 에프엑스 루나 등 젊은 배우들까지 24명이 장장 80일 동안 불멸의 고전을 무대에 올린다. 배삼식이 극본을 쓰고 손진책이 연출하며, 이태섭(무대), 정영두(안무), 박명성(프로듀서) 등 공연계 스타 제작진이 함께한다.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우스 역으로 새로 합류한 박지일도 이날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하게 된 사실에 감격해하며 “이 시대 전설적 배우와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가슴 벅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연습실에 가면 호재형, 무송이형, 정자 누나, 숙이 누나와 함께 재밌게 연습하고 있다. 연습장 분위기는 다 청년이나 다름없다. 열기가 뜨겁다”며 즐거워했다. 오필리어 역에 캐스팅된 막내 루나 역시 “연극을, 그것도 ‘햄릿’을 하게 돼 영광”이라며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지난 2022년에 이어 다시 합류한 햄릿 역의 강필석은 “당시에는 부담감이 커 정신을 못 차렸는데, 지금은 연습실 가는 게 너무 행복하다. 선생님들과 어떻게 무대를 만들지 고민중”이라며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손진책, “연극이 인간학이라면 ‘햄릿’은 죽음학” 손진책 연출은 앞서 ‘연극이 인간학이라면 ‘햄릿’은 죽음학’이라고 했다. 그는 “한 SF소설가가 쓴 책의 서문에서 '지구에 다녀간 생명이 천억명이다. 지금 현재 1인당 30명의 유령을 등에 지고 산다'는 글을 읽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극 속 인물들이 마치 사령(死靈)처럼, 죽은 채로 살아있는 ‘비존재의 존재’로서 움직인다. 유령의 상태에서 산 사람들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 이 연극의 기본 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햄릿’의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를 언급하며 “메인 대사며 주제인데, 산다고 해도 비겁하게 살면 살아도 죽은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 삶을 다시 보고, 삶의 가치를 다시 음미해보자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햄릿’은 지난 2016년 햄릿 역의 유인촌을 포함해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한 9명의 배우가 28회 공연 전회를 매진시켰다. 이어 지난 2022년 초연의 원로 배우는 조연과 앙상블로 물러서고 햄릿 강필석, 오필리어 박지연을 포함한 젊은 배우들이 가세하여 15명의 배우가 세대를 뛰어넘는 연극을 완성했다. 세 번째 시즌인 올해는 주요 배역을 더블캐스팅하는 등 24명의 배우로 늘어났다.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프로듀서는 올여름 대극장 연극이 많은데 공연 기간이 연극치곤 다소 긴 80~90일에 달한다는 지적에 "올여름 대극장 연극이 줄줄이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며 "함께 붐업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과거 뮤지컬 '아이다'를 8개월간 장기 공연을 시도했는데, 지금은 뮤지컬 6개월 장기공연은 다반사가 됐다"며 "이번 연극을 3개월로 도전한 것은 흥행을 확신해서라기보다 좋은 작품을 믿고, 새로운 공연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시도했다. 훌륭한 대가들과 함께 하니, 객석을 어떻게든 채우려 한다"고 말했다. 박정자는 "2년 후에 이 식구들이 다시 뭉쳐서 '햄릿'을 하지 않을까. 고전은 영원히 고전이면서 우리에게 너무나 큰 울림을 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의 공통언어다. 돈키호테와 같은 박명성 대표에게 감사하다. 신시컴퍼니도 끝까지 살아 남아서 '햄릿' 또 하고, '갈매기'도 하면 좋겠다. 출연료 안받아도 좋다”며 프로젝트에 애정을 표했다. 한편 이번 공연의 수입 일부는 고 차범석 탄생 100주년을 맞은 차범석연극재단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될 예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5-07 18:01:47배우 송용식이 연극 '햄릿'에서 클로디어스 역을 연기한다. 연극 '햄릿'은 제1회 '어쩌다 연극 페스티벌'의 가장 첫 번째 작품으로 진실을 알 수 없는 선왕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왕권 찬탈을 향한 군상의 추악한 탐욕과 욕구로 인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혼란과 파멸을 그린 작품이다. 송용식이 연기할 '클로디어스'는 왕의 동생으로 비극의 알리는 시작이자, 극의 전반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이다. 기존과 다른 파격적인 결말로 송용식이 연기할 '클로디어스'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송용식은 연극 '인구론', '고기잡이배', '사랑에 스치다', '면회' 등 다양한 역할로 관객들과 만났으며, 방송을 통해 다양한 연기 활동과 예능 등 필모그래피를 꾸준하게 쌓아가고 있다. 제1회 '어쩌다 연극 페스티벌'의 슬로건은 '고전을 비틀다'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중 가장 사랑받은 최고의 극작품 4대 비극을 인간과 그 내면을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하여 선보일 예정이다. 그 첫 번째가 햄릿, 그리고 맥베스, 퀸 리어, 오셀로 순으로 진행된다. '햄릿'은 대학로 한성아트홀 2관에서 8월 2일 화요일부터 5일 금요일까지 오후 8시, 6일 토요일과 7일 일요일은 오후 4시에 진행되며, 티켓은 텀블벅, 인터파크, 네이버에서 예약 가능하다. 또한 텀블벅에서 모금된 후원금은 양질의 페스티벌 거듭나기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slee_star@fnnews.com 이설 기자
2022-07-28 12:25:43[파이낸셜뉴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2021 디 아트 스팟 시리즈의 음악극 '정조와 햄릿'이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2021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무대에 오른다. 음악극 '정조와 햄릿'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2016년 제작한 기획공연으로 재연 때마다 연출과 음악감독을 달리하며 완성도를 높여갔다. 올해 초 '필름 정조와 햄릿'이라는 영화필름 형식의 영상으로 온라인 페스티벌을 통해 관객과 만났고 5월에는 '2021 의정부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특별공연'으로 선정됐다. 음악극 '정조와 햄릿'은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겪은 공통점이 있는 정조와 햄릿을 대비 시켜 인간의 근원적 모습을 들여다본다. 사도세자의 죽음 앞에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게 원망과 효심을 동시에 품었던 정조와 갑작스러운 부왕의 죽음과 어머니에 대한 원망에 사로잡힌 햄릿 두 주인공이 생사의 기로 앞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한 무대에서 만난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공통된 사건 앞에 선 정조와 햄릿이 극단적 상황에서 각자 어떤 선택을 하는지, 서로 다른 목적과 이유로 살아가는 주변 인물들은 어떤 갈등이 있는지 내밀한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춘다.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기존에 구전되는 이야기를 시대에 맞는 주제와 해석으로 새롭게 구성하고 지어내는 '조각 맞춤'의 천재였다. 원형이라고 할 만한 여러 이야기가 존재하는 그의 조각 맞춤 작품 '햄릿'이, 이 공연에서는 한국의 역사적 인물 '정조'와 새로운 조각으로 맞추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신체극 '오르페(Orphee)'로 데뷔한 후 수많은 유럽 극장과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으며 관객을 만난 연출가 임선경은 사유와 철학이 탄탄한 축을 이루면서도 지루할 틈 없는 연출로 셰익스피어의 '조각 맞춤'을 이어간다. 공연을 주최한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정성숙 이사장은 19일 "역사와 문학을 주제로 한 연극에 전통음악과 춤이 더해진 우수한 작품"이라며 "2021 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통해 많은 분들이 감상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1-10-19 17: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