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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녹색강국을 실현하는 길/ 윤승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우리를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의 위기 국면을 미처 벗어나지도 못한 채 다시 한 번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 위기에 놓여 있다. 또 가뭄과 홍수 등 환경변화에 따른 각종 자연재해도 빈발하고 있다.

이렇듯 지금 세계는 경제위기 극복과 환경보전이라는 두 가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인류에게는 물론 개별 국가와 기업에도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바로 녹색성장이며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것이 녹색기술이다. 특히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 녹색기술 개발은 기후변화와 고유가 시대에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오바마 노믹스의 핵심전략으로 녹색 기술에 대해 향후 10년간 1500억달러를 투자해 500만개의 고소득 고용을 창출하는 '뉴 아폴로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중국 또한 최근 발표한 '경제사회 5개년 계획'에서 환경 보호 정책을 최우선시하며 환경산업에 3조위안(51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고려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녹색기술개발 분야인 것이다.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이러한 사실을 우리보다도 먼저 인지하고 이 분야에 대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세계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유럽, 미국, 일본은 경제위기의 한복판에서도 탄소 규제와 녹색에너지 투자지원을 위한 입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바로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러한 변화를 '3차 산업혁명'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전 세계 기업의 경영 전략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트렌드에 맞춰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다. 바야흐로 전 세계적인 녹색 R&D 열풍시대다.

우리도 그 출발이 조금 늦기는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위대한 국민성을 발판으로 어려운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2010년에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고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의 수립을 통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를 녹색성장 정책추진에 투자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에서도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녹색 선진강국 도약을 위해 환경기술개발에 그 힘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경기술개발은 국가 경제정책 및 국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환경규제정책과 함께 발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는 선진 7개국(G7) 환경기술개발사업 등 각종 환경관련 기술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이후 환경기술개발종합계획이 수립된 2000년대부터는 범부처적 환경기술개발사업이 체계적으로 정립됐으며 현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기술개발을 목표로 10년간 약 1조5000억원의 국고가 투입되는 차세대 에코이노베이션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 이렇게 공들여 추진한 R&D 사업은 괄목한 만한 성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특히 2001년부터 추진된 차세대 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으로 정부 투자액 대비 약 4배의 매출 성과를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성과로는 국가 경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없는 미약한 수준이다. 환경기술개발이 경제성장과 연계된 비즈니스 중심형 R&D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10년도에 환경부에서 발간된 환경산업통계조사서에 따르면 국내 환경산업체 대부분이 영세하고 전문성이 낮아 국내·외적으로 눈부시게 성장 중인 환경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녹색강국 도약을 위한 비즈니스형 환경R&D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 먼저 사업화 중심의 기술개발을 할 수 있는 자금지원 여건조성이 시급하다. 투입 대비 산출 성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또 국가적 관심사인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방편으로 자원개발·대형 플랜트 건설과 환경 기술·인프라를 결합한 패키지형 동반진출 사업 및 유망 환경분야 원조사업 발굴 등을 통해 국내 환경산업체가 참여토록 유도하고 환경분야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을 점차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추가한다면 비즈니스 중심형 환경 R&D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녹색 강국 실현은 결코 해결하지 못할 숙제가 아니다.
국가 및 산·학·연 전문가가 같은 고민과 문제 해결을 위한 힘을 하나로 합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환경R&D에 대한 패러다임이 내수시장 중심에서 해외시장으로 또 '시장에 팔아야 되는 기술'에서 '시장에서 팔리는 기술'로 전환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이 결실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이 세계 속의 녹색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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