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5월 프랑스 대학생들로부터 시작돼 유럽을 휩쓸었던 68혁명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 등 지금 정당들이 주장하는 복지는 우리 사회의 동력을 떨어뜨릴 것입니다."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실장(사진)은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덕형포럼 조찬모임에 참석,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낡은 이해'라는 주제의 강의에서 국내 정당들의 포퓰리즘을 혹평했다.
부산 출신으로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지낸 정 실장은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정규재TV'를 운영 중이기도 한 오피니언 리더다. 그는 늘 자신을 '진보'라고 주장한다. 사전적인 뜻의 '진보'가 아닌 '진정한 보수'라는 의미에서다.
정 실장은 현재의 우리 사회가 지난 68혁명의 분위기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1968년 유럽에서 일어났던 혁명 당시와 비슷한 분위기로 우리 사회가 레프트로 터닝(좌경화)하고 있다"며 "새누리당도 표를 의식한 나머지 경제민주화를 외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보수 정당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그나마 보수를 내걸었던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선 후보와 함께 사회주의적 속성이 있는 경제민주화에 나서겠다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박 후보를 직접 만났을 때 잠시 얘기를 나눴지만 별다른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고 한다.
68혁명은 지난 1968년 프랑스 대학가에서 시작된 조그만 시위가 전 유럽을 강타한 사회혁명이다. 반미·반전·반핵 시위로까지 커져가면서 결과적으로 유럽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대학교 서열을 없애고 파리 1대학, 2대학 형태로 바꾸는가 하면 기업 지배구조가 바뀌고 동성 간의 결혼을 인정하게 되는 등 사회·문화·경제 전반에 결쳐 변혁을 가져왔다.
정 실장은 "당시 상대주의가 득세하고 절대적 지식까지 부정하면서 고약한 방향으로 사회가 변화해 갔다"면서 "지금 우리 사회는 당시의 분위기와 비슷하게 유럽 좌파를 흉내내고 한쪽으로 편향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각 정당들이 주장하는 복지국가와 복지제도는 엄연히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야권이 주장하는 복지국가란 사실상 사회주의 국가라는 의미로 강력한 복지를 주장했던 일부 유럽 국가들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반면 우파에서 주장하는 복지는 시장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그 결과에서 차별이 생길 경우, 예를 들어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타심이 있기 때문에 가진 자들이 좀 더 내고 기부를 늘린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사회의 극단적 약자를 돕는다는 게 핵심 개념이다.
이와 함께 정 실장은 "요즘 선거를 보면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인들이 유권자들과 딜(거래)을 하는 것만 같다며 "우리 정치가 질적 타락의 포퓰리즘이 구조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eyes@fnnews.com 황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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