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평소 사용하던 어머니 차를 직장 동료에게 잠시 쓰도록 했다가 사고가 난 경우에도 보험 약관상 '도난 차량'에 해당하므로 자동차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유석동 부장판사)는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피해자 유족이 차량 소유자, 사고 운전자, 보험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3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사고는 A씨가 사우나에 다녀오겠다며 직장 동료인 B씨가 평소 몰던 B씨 어머니 소유의 차를 운전하던 중 발생했다.
쟁점은 A씨와 차량 소유자만이 아니라 보험사까지 사고에 대해 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였다. B씨 차량은 어머니가 본인 명의로 가족 운전자까지 포함하는 보험에 가입해 둔 상태였다. 어머니가 가입한 보험상품 약관에는 "피보험자와 가족 이외의 사람이 운전하다가 발생한 사고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면책 규정이 있었다.
다만 "차량을 도난당했을 때부터 발견될 때까지 사이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준다"고 단서를 달았다.
피해자 유족은 단서 조항에 따라 '도난 차량에 의한 사고'이므로 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보험사 측은 면책 규정에 따라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약관이 정한 '도난당했을 경우'란 피보험자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 의사에 따르지 않은 채 제3자가 보험에 가입된 자동차를 운전한 경우"라고 해석했다.
이어 "A씨가 승낙 없이 무단으로 운전하다가 발생한 사고이므로 '도난당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어머니가 아들에게 출퇴근 용도로 차를 사용하도록 하면서도 직접 차량을 관리한 만큼, 아들에게 차량의 포괄적 관리를 위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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