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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치료로 우울증 실험쥐가 호전됐다

한의학연구원, 침치료가 우울증 간기능개선 효과 확인
한의학 이론 '간주소설'을 과학적으로 증명

침치료로 우울증 실험쥐가 호전됐다
한의학연구원 임상의학부 정지연 박사팀이 우울증 개선 실험을 위해 실험쥐에 침치료를 하고 있다. 한의학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우울증에 걸린 쥐가 일주일간 침치료를 받아 행동반응이 개선됐다. 이와 동시에 간 수치까지 좋아졌다. 이는 한의학에서 간과 감정활동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간주소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임상의학부 정지연 박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침 치료가 우울증과 간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고 12일 밝혔다. 정지연 박사는 "한의학 대표 치료법인 침 치료가 우울증 개선에 효능이 있으며, 이를 통해 '간주소설' 이론의 과학적 근거까지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각종 영양소의 대사 및 저장 역할을 하는 간을 한의학에선 간주소설(肝主疏泄)이라 하여 정서(감정)활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며 정신질환 치료에 간과 연계된 치료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간의 소설 작용에 따라 사람의 정서활동, 소화활동, 질환 유발, 월경 불순 등이 영향을 받는다.

침치료로 우울증 실험쥐가 호전됐다
침 치료 시 우울증 행동 개선(이동거리). 한의학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우울증이 있는 실험쥐를 이용해 7일간 침치료를 진행하면서 관찰했다. 우선 우울증 실험쥐를 무처치, 진짜 침 치료, 가짜 혈자리에 침 자극을 준 가짜 침 치료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행동을 관찰했다. 우울증이 있는 쥐는 움직임이 줄어드는 대표적인 행동증상이 나타난다.

그결과, 진짜 침으로 치료한 실험쥐들은 움직임을 확인하는 개방장 실험에서 이동거리가 약 36% 증가했다. 또한 구슬 파묻기 실험에서의 행동반응도 약 76% 증가했다. 구슬 파묻기 실험은 낯선 물체에 관심을 보이고 땅에 파묻는 쥐의 습성을 활용한 행동실험으로, 우울증 유발 시 관심 및 파묻는 행동이 감소한다.

침치료로 우울증 실험쥐가 호전됐다
침 치료 시 우울증 행동 개선(구슬 파묻기 행동). 한의학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간의 기를 보호하거나 균형을 잡고 우울증 등 정신질환 치료하기 위해 음곡(陰谷), 곡천(曲泉) 등 경혈에 침을 놓는 간정격(肝正格) 치료법 활용해 7일간 치료를 진행했다.

나아가 연구진은 침 치료의 우울증 개선 효과가 실제 간과 관련 있는지 실험쥐의 체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침 치료군에서만 특이한 간 지질체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우울증으로 줄어든 '불포화도가 높은 지질들'이 증가했으며 이를 통해 간수치도 약 32% 개선됐다. 이외에도, 간 지질대사 문제로 인해 유발되는 우울증 관련 염증인자 발생량이 낮아졌으며, 그중에서도 전신 면역을 담당하는 비장에서 40%이상 감소했다.

이외에도 연구진은 침 치료가 어떤 현상을 통해 우울증과 간 지질대사를 동시에 개선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쥐의 뇌 및 체내에서 발생하는 물질 변화도 살펴봤다.

관찰 결과, 우울증 유발과 간지질 대사에 모두 영향을 미치며 연관 매개로 알려진 렙틴 수용체 활성이 대조군에 비해 1.7배 증가했다.
이를 통해 렙틴 저항성도 대조군에 비해 감소하며 우울증과 간 기능이 동시에 개선됐다.

정지연 박사는 "침을 활용한 우울증 치료가 한방 병·의원 등 임상현장에서 확산 될 수 있도록 임상시험에 적용하는 후속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전대 한의과대학 박지연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국제학술지 '뇌, 행동, 염증 학회지(Brain, Behavior and Immunity)'에 게재됐다.
침치료로 우울증 실험쥐가 호전됐다
한의학연구원 임상의학부 정지연 박사팀이 간의 기를 보호하거나 균형을 잡고 우울증 등 정신질환 치료하기 위해 음곡(陰谷), 곡천(曲泉) 등 경혈에 침을 놓는 자리. 한의학연구원 제공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