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변호사, 재판 3회 불출석으로 패소판결
뒤늦게 안 유족 "어미 가슴 무너져내렸다"
권경애 변호사 /fnDB
학교폭력으로 딸을 잃은 어머니가 8년 동안 싸워온 소송이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허무하게 패소했다.
이마저도 뒤늦게 안 유족은 "어미의 가슴을 도끼로 찍고 벼랑으로 밀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유족 측의 원고 대리인은 '조국 흑서' 공동 저자로 알려진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58·사법연수원 33기)다.
학폭으로 극단적 선택한 딸.. '8년 소송' 전쟁 같은 세월
지난 2015년 학교폭력으로 숨진 피해 학생의 유족 측 변호사가 재판에 3회 연속 불출석하는 바람에 소송 자체가 취하되는 일이 발생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어머니 이모씨는 2016년 서울시·학교법인 및 관계자들·학교폭력 가해자 등 38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딸이 중·고등학교 시절 물리적 폭력과 사이버 폭력 등 집단 따돌림을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2월 가해학생 부모 1명의 책임을 인정하고 5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19명을 상대로 항소했고, 가해 학생 부모도 항소했다.
그러나 이씨의 항소는 지난해 11월 10일 자로 취하됐다. 항소가 취하된 이유는 이씨 변호를 맡은 권 변호사가 재판에서 3회나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항소심 법원은 지난해 11월 24일 가해 학생 부모 측의 항소는 받아들여 원고 패소 결론을 내렸다. 이씨는 패소 사실을 알지 못해 대법원에 상고하지도 못했다. 항소 취하는 상고 자체가 안 된다.
권경애 변호사 /SBS보도화면 캡처
'몸 아파서, 날짜 잘못 적어놔서' 불출석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유족은 분노했다.
어머니 이씨는 지난 6일 "소송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연락이 없어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가니 '소송이 취하됐다'고 했다"라며 "가해자들이 재판에서 승소했다고 떠들고 다니겠구나 생각하니 미칠 것 같고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망연자실하다"라고 토로했다.
권 변호사는 '도대체 왜 안 갔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한 번은 몸이 아파서였고, 다음 날은 '날짜를 잘못 적어놔서' 못 갔다"고 밝혔다고 한다.
공개 사과문 거부한 권 변호사.. 거액 소송 비용 떠안은 유족
이씨는 권 변호사가 공개 사과문 작성 요구도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권 변호사가 공개 사과문을 올리면 자기는 매장된다면서 그것만은 봐달라고 애원했다"라며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8년이라는 시간을 산산이 박살 내놓고는 변호사 위신만 챙기는 말에 끔찍했다"라고 밝혔다.
권 변호사의 어이없는 패소에 유족은 수억 원에 이른 소송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이씨는 "청소 노동자로 풀칠하고 있는 제가 절대 감당 못 할 일"이라고 토로했다.
"9000만원 갚겠다" 한 줄짜리 각서 쓴 권 변호사
유족 측의 울분이 보도되자 권 변호사는 금전적인 보상을 하겠다는 각서를 남기고 한때 잠적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7일 권 변호사는 '9천만원을 3년에 걸쳐 유족에게 갚겠다'는 취지의 한 줄짜리 각서를 쓰고 자취를 감췄다. 9천만원은 유족의 의사와 관련 없이 권 변호사가 임의로 정한 금액이라는 게 유족 측 설명이다.
이씨는 최근 양승철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새로 선임했다. 향후 이씨는 권 변호사를 상대로 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거나 패소로 끝난 소송의 상소권을 회복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회장 직권으로 권 변호사를 조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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