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TV 제공]
[파이낸셜뉴스] 술에 만취해 몸싸움을 벌이다 넘어져 머리를 세게 부딪힌 동료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모텔방에 그냥 방치해 결국 사망했다면 어떤 죄가 적용될까.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금고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부산시 부산진구의 한 테마카페 직원으로 같은 일을 하면서 2020년 10월 동료인 B씨와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만취한 상태에서 서로 언성이 높아지게 됐다. 2차 술자리에서 B씨는 일행 중 한 명과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이자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B씨는 길바닥에 쓰러지며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B씨는 쓰러진 직후 일어나지 못하고 갑자기 구토를 하는 등 이상 상태를 보이자 A씨 일행은 몸을 흔들어 깨우고 주물렀지만 B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곧 의식을 잃었다. A씨 등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B씨를 자정께 인근 모텔로 옮기고 자리를 떴고, B씨는 그날 새벽 두개골 내 출혈인 후두부 경막외출혈 등으로 결국 사망했다.
과실치사죄는 자신의 부주의나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다. 이 때 부주의나 과실은 사회생활에서 요구되는 객관적인 주의의무 위반을 말하며,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이 신체에 상처를 입힌 경우는 과실치상죄가 적용된다. 과실치상과 과실치사는 모두 타인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만든 결과에 대해 고의가 없다는 것이 전제다. 만약 처음부터 사망하게 하려는 의지, 즉 고의가 있었다면 살인죄, 폭행의 고의가 있었으면 폭행치사죄가 된다.
형법상 과실치상은 죄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과실치사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과실치사 중에서도 업무상 과실치사죄 또는 중과실치사의 경우는 형이 가중된다. 업무상 과실치사의 경우 5년 이하의 금고형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고의성이 없더라도 과실이 조금이라도 있을 경우에 처벌을 피하기 힘들 수 있다.
검찰은 B씨를 세게 밀친 주된 가해자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고 그는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몸싸움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A씨 일행에게 과실치사죄가 적용될 수 있는가였다.
검찰은 A씨 등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A씨 등이 즉시 응급의료기관에 신고하거나 바로 병원에 옮겨 치료를 받게 하는 등의 구호의무를 인정한 것이다.
1심은 A씨 등 3명에게 금고 1년, B씨가 넘어지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C씨에게는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피해자 유족에게 공탁금을 낸 점을 감안해, 각각 금고 8개월, 1년 2개월로 감형했다. A씨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며 금고 8개월을 확정했다. 금고형은 감금하되 노역은 부과하지 않는 형벌이다.
과실치사죄가 적용되는 사건은 드물지 않다.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제주대병원에 입원한 13개월 영아를 약물 과다 투여로 사망케 한 간호사 3명에게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수해지역에서 실종자를 찾다 순직한 고 채 상병 사건에서도 해병대 수사단은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봤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